지난해 LG 시네빔을 리뷰하며 대화면이 인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했다. 시네빔을 방 안에서 켜고 ‘라라랜드’를 틀면, 유명한 플래니태륨 장면에서 온 집안이 별빛으로 물든다. 미아와 세바스찬과 함께 우주를 거닌다. 그러나 출시 당시의 시네빔 4K HU85LA는 600만원에 달했고 할부를 사용한다고 해도 직장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

대안으로 큰 TV를 택했다. TV는 가격을 기준으로 크게 나누면 중소기업 대형 TV, 대기업의 중가 모델, 고가 모델로 나눈다. 그리고 대형의 기준은 주로 55인치, 현재는 65인치 이상 정도로 본다. 대형의 기준이 55인치인 이유는 40인치대 고급 TV의 지평을 연 것이 삼성 파브 보르도 TV였고, 50인치대의 고급품의 시초는 LG 55인치 OLED TV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OLED는 일정 크기를 넘어가면 상당한 고가가 되므로 OLED가 아닌 LCD TV를 선택해도 큰 무리는 없다. OLED냐 LCD냐보다는 밝기와 HDR10+ 여부가 TV 시청에 더 큰 영향을 준다고 볼 수도 있다. HDR은 업체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VESA1000, 돌비비전 등의 인증을 거친 것도 괜찮다.

흔히 집 크기와 TV의 적정 시청 거리가 있다고 하지만 사용 결과 TV는 그냥 크면 좋다. 실제로 사용해보면 TV를 계속 볼 때보다는 스마트폰과 TV를 번갈아 볼 때 눈의 피로가 더 심하다.

TV 크기 고르는 공식이라고 한다

이중 매월 10만원씩 돈을 아껴서 살 수 있는 것은 75인치 LCD TV였다. 대기업 제품도 200만원 미만의 제품이 존재하며, 블랙프라이데이나 리퍼비시 제품·전시제품 할인 등을 통하면 100만원대 중반에도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나와 등에서 검색하면 중소기업 75인치 TV 최저가는 약 88만원 정도, 대기업의 제품은 190만원 정돈데 블랙프라이데이 등을 통하면 더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중소기업이 아닌 대기업 제품을 선택한 이유는 과거의 경험 때문이다. 예전에 인터파크에서 팔았던 iTV를 샀다가 해가 강할 때 TV가 전혀 보이지 않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밝기와 HDR 적용이 부족했다. 또한 저가 TV는 사운드 출력, 그중에서도 저음 출력이 부족한 경우가 있다. 이 소리를 잘 듣기 위해 볼륨을 높이면 어떤 소리는 지나치게 크게 들리고, 어떤 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저음을 주로 내는 배우가 나오는 영화를 보면 그 배우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iTV를 사용하는 4년 동안 한번도 사무엘 L. 잭슨의 목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YouTube video

이 장면에서 닉 퓨리가 “너도 내 눈처럼 만들어 버린다”며 상상하며 들었다.

중소기업 TV는 이런 점이 문제로 작용한다. 대부분 비슷한 패널을 사용하니 화질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믿음이 있지만 사운드는 실제로 들어봐야만 알 수 있다. 여느 마트에서나 쉽게 체험할 수 있는 삼성·LG 제품과 달리 중소기업 TV는 체험하기 어렵다.

실제로 구매한 것은 75인치 LG TV다. 이 TV를 구매하고 나서 가장 마음에 든 기능은 사실 HDR도 스피커도 아니었다. 리모컨의 단축 버튼 기능이다. 기자의 집은 각종 첨단 가전이 점거하고 인간이 얹혀사는 꼴이다. TV에도 크롬캐스트(안드로이드 TV), 게임 콘솔 2종, NAS가 꽂혀 있다. 이것을 iTV 사용 시절에는 매번 외부입력을 눌러서 바꿔줘야 했다. 그러나 LG 웹OS에서는 게임기가 켜지면 게임기를 사용하라고 뜨거나, 크롬캐스트로 영상을 송출하면 자동으로 그 화면을 띄운다. 외부입력 외에도 앱을 지정할 수도 있다. 넷플릭스, 실시간 TV 앱, USB 연결 후 미디어 파일 보기 등의 기능도 단축번호를 할당할 수 있으므로 1을 꼭 누르면 일반 TV, 3과 4는 게임기, 5는 넷플릭스, 8은 미디어 보기 등의 용도로 지정해 사용한다. 이 기능은 외부입력-필요한 HDMI가 몇 번인지 찾고 눌러서 확인하는 짧지만 반복적이고 지루한 과정을 없애준다.

75인치 앞에 놓은 것이 이전에 쓰던 40인치 TV다

화질이나 사운드에 대해서는 의심할 필요 없이 뛰어난 편이었다. 다만 4K UHD TV의 함정이 하나 있는데, 여느 플랫폼에서 그 정도의 해상도를 갖춘 영상이 기본은 아니라는 것. 유튜브나 OTT 대부분은 1080p가 최대 화질이고, UHD 영상을 보려면 요금제를 올려야 하거나 아예 UHD 옵션이 없는 경우도 흔한 편이다. 따라서 꼭 고화질로 봐야 하는 영화가 있다면 구매 혹은 대여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큰 TV는 집콕 시대 이전에도 큰 매력이 있었다. 나는 비로소 축구게임을 할 때 선수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으며, 더 라스트 오브 어스에서 구석에 좀비가 숨어있음을 알게 되었다. 불을 끄면 라라랜드의 푸른 밤하늘이 온 집안을 별빛으로 물들였고, ‘나 혼자 산다’의 경수진이 만드는 바구니의 디테일을 알아볼 수 있다.


욘두가 아빠 맞다

가끔 친구들을 초대해 아이돌 뮤직비디오를 함께 보거나 축구를 보며 맥주를 마실 수도 있다. 그런데 친구가 없다. 그건 할부로 살 수가 없었다.

집콕 시대가 된 이후에는 집에서 가장 필요한 가전이 무어냐고 묻는다면 단언컨대 큰 TV라고 하겠다. 자가격리 중에 영화를 보기에도 좋고, 유튜브에서 필요한 지식들을 쌓기에도 좋다.

TV에서 내 얼굴을 보는 기쁨. 너무 크게 나와서 현실감이 없다

특히 각종 방법으로 하던 운동을 할 수 없게 된 이후에는 TV가 있어야 운동을 할 수 있다. 최소한의 도구를 갖춰놓고 유튜브에서 근육운동을 하고, 짐에 다닐 땐 해본 적 없는 요가·필라테스 같은 것들도 시도해본다. 필라테스는 고문용으로 만든 것이 확실하다.

가장 주목하는 운동법은 링 피트다. 스위치용으로 만들어진 게임으로, 각종 근육운동과 유산소 운동을 게임으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비교적 즐겁게 운동할 수 있다. 물론 링 피트는 대형 TV가 아닌 모니터 정도로 작은 화면으로도 할 수 있다. 다만 몰입감은 다르다.

유튜브를 큰 TV로 보는 것은 다른 매력이 있다. 유튜브는 댓글 등의 인터랙티브한 기능이 매력이지만, 유튜브 채널들의 세계는 매우 광활해서, TV처럼 린 백 성향의 채널들도 다양하다. 큰 TV, 그리고 유튜브를 기본으로 지원하는 TV가 생기기 전에는 잘 보지 않았던 채널들이다.

넷플릭스에는 보는 TV 말고 켜놓는 TV 프로그램들도 있다. 가장 크게 알려진 것은 ‘벽난로 4K’다. 말없이 도시를 여행하는 듯한 콘텐츠 등도 있다. 비슷한 콘텐츠는 유튜브에도 존재한다. 음악을 듣는 스피커로의 용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 따라서 할 일을 하면서 벽난로를 켜놓고 생활하기도 한다.

소공녀를 틀었더니 모르는 사람이 우리집을 훔쳐본다

이렇게 앞으로 집콕 시대가 이어지면 가장 필요한 제품으로는 (온라인 개학을 한 아이가 없다면) TV가 될 것이다. 큰 화면에서 더 큰 기쁨, 덜 지루한 격리의 시간이 찾아온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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