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SW기업 작년에 얼마나 컸나
국내 소프트웨어(SW) 기업들은 지난해 얼마나 성장했을까. 최근 국내 SW기업들이 2019년도 실적을 공시했다. 매출액만 봤을 때 몇 곳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무난한 성적표를 받았다. 희비는 영업이익에서 갈렸다.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 곳이 있는가 하면, 적자전환을 하거나 현상유지에 그친 곳도 있었다. 해외에서 호조를 보인 곳도 있다.
이러한 기조는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여파로 원격제어 솔루션, 영상회의 솔루션 기업들은 성장을 기대하고 있는 반면, 매출에 타격을 입을 것이란 어두운 전망을 내놓는 기업도 있다.
코스닥에 상장된 국내 주요 SW기업 8곳의 지난해 실적을 분석해봤다.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한글과컴퓨터(한컴)다. 한컴은 연결기준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50% 늘어난 약 3193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21.75% 떨어진 332억원을 기록했다. 자회사 한컴MDS가 지난해부터 연결 종속사로 신규 편입 되면서 매출액 증대를 견인했다. 한컴MDS 동시에 영업이익 하락에도 영향을 미쳤다. 한컴MDS를 포함해 한컴라이프케어 등 연결종속사들의 신규 서비스 개발·확장으로 인한 투자비용 상승으로 영업이익이 하락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한컴만 떼어놓고 보는 별도기준으로 보면 무난한 성적을 기록했다는 평가다. 한컴의 별도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3.8% 증가한 약 1003억원, 영업이익이 12.6% 증가한 약 282억원을 보였다. 러시아, 중국, 라오스 등 해외에서 한컴 오피스가 성과를 보였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한컴은 올해도 이러한 호조를 이어 해외 사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한다. 신사업 강화에도 나선다. 현재 한컴은 AI 기반 콜센터 ‘한컴AI체크25’ 서비스를 서울, 대구에 무상지원하고 있다. 코로나19 자가격리자를 AI음성로봇 전화 상담을 활용해 관리하는 서비스로, 신성장동력으로 낙점됐다.
한컴라이프케어의 성장도 기대된다. 이 회사는 최근 마스크 제조기업 대영헬스케어를 인수하면서, 회사의 캐시카우로 주목받고 있다.
분위기가 좋은 것은 코스피 상장사 더존비즈온도 마찬가지다. 회사의 작년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15.7% 증가한 2627억원, 영업이익은 23.6% 증가한 668억원을 보였다. 21분기 연속 전년 동기대비 매출액, 영업이익이 상승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전사적자원관리(ERP), 클라우드, 그룹웨어 등 핵심사업이 견인한 결과다. 특히 ERP 사업에서만 전년 동기대비 약 40%의 성장률을 보였다. 그룹웨어, 클라우드 사업도 각각 24%, 20%의 성장률을 보였다는 것이 회사 측이 설명이다.
더존비즈온 관계자는 “ERP, 클라우드, 그룹웨어 등 회사의 핵심사업을 중심으로 모든 사업 분야가 호조를 보였다”며 “신성장 동력으로 비즈니스 플랫폼 ‘위하고’의 성장도 기대된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전 산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운데, 더존비즈온은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의 실적전망에 따르면, 더존비즈온의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약 13~15% 증가한 700억원 대, 영업이익이 18~19% 증가한 160억원 대로 전망된다. SW 패키지 판매, 구독 매출 비중이 높아 코로나로 인한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예상이다.
DB 성능관리 소프트웨어 회사 엑셈도 웃었다. 엑셈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6.47% 증가한 약 345억원, 영업이익이 40.5% 증가한 약 63억원을 보이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회사 측은 엔드투엔드 거래 추적 솔루션 ‘인터맥스’의 성장이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인터맥스는 지난해 최대 매출액을 기록했다. NH카드, SSG닷컴, 행정안전부, 우리은행, 유한킴벌리, 아모레퍼시픽 등의 대형 고객사를 확보한 것이 매출액 증대 원인이다. 올해 엑셈은 클라우드 네이티브 아키텍처 통합관제 솔루션 ‘클라우드모아’와 AI기반의 IT운영 지능화 솔루션 ‘싸이옵스’의 성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투비소프트는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투비소프트는 지난해 암울한 실적을 보였다. 회사는 연결기준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0.81% 감소한 약 408억원을 보였다. 전년도에 이어 올해도 약 108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개별기준으로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6.9% 증가한 약 360억원을 보였으나, 약 43억원의 손실을 봤다. 회사 측은 “연구비, 판관비 등으로 인해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투비소프트는 혼란 그 자체다. 경영권 분쟁도 있었고, 바이오 등 새로운 산업에 진출하겠다고 했으나 성과는 전혀 없었다. 공시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자회사 ‘임팩트인베스트먼트’를 설립, 약 3억원의 영업손실을 보였다. 이외에도 넥스웹 재팬, 엔비레즈, 페이투스, 투비바이오신약연구소주식회사 등 자회사들이 영업손실을 보이며 영업익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알서포트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15% 증가한 약 285억원, 영업이익이 5.8% 증가한 58억원을 보였다. 무난한 성장세를 보인 가운데 회사 측은 일본에서의 매출액 증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일본은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재택, 원격근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던 추세”라며 “원격제어 솔루션 리모트뷰의 판매량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개별기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20% 감소한 약 40억원을 기록했다. 개발인력을 충원하면서 인건비 지출이 반영됐다. 아울러 코로나19로 국내에서 화상회의 원격제어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올해 2월부터 이번달 30일까지 원격근무 솔루션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어, 기존 사용자들을 유료 고객으로 얼마나 흡수할지가 관건이다.
알서포트 관계자는 “공교육기관을 제외하고는 오는 30일 원격제어, 화상회의 솔루션의 무료 제공을 종료할 계획”이라며 “무료 체험을 하고 있는 고객들을 유료 고객사로 전환하는 것이 회사의 목표이며, 호조를 이어가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프라웨어는 올해도 영업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인프라웨어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6.63% 감소한 약 210억원, 영업손실 59억원을 기록했다. 개별기준으로도 매출액이 21% 감소한 약 176억원, 영업손실 약 32억원을 보였다.
인프라웨어는 오피스 솔루션, 협업 솔루션 등을 제공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오피스솔루션 부문을 포함해 전체 사업 부문에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오피스솔루션 부문은 약 16억원, 게임 부문은 약 26억원, 모바일 보안 및 유웰니스 플랫폼 부문은 약 3억원, 기타 약 17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리포팅 솔루션, 전자문서 생성 솔루션 기업 포시에스는 회계연도 시작일이 매년 7월이다. 작년 7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에 해당되는 12기 매출액은 연결기준으로 전년 동기대비 3.6% 증가한 약 11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21% 감소한 약 33억을 보였다.
영업이익 감소 원인에 대해 회사 측은 “SW개발 연구소 인력을 늘리면서 인건비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 예정됐던 금융권 프로젝트가 올해로 미뤄지면서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며 “주요 고객 가운데 금융권 비중이 크다보니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회사 측은 1분기 실적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기대했다. 포시에스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업무가 늘어나면서 전자문서 패키지 솔루션 사용을 검토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며 “클라우드 기반 전자문서 서비스 ‘이폼사인’은 중견중소기업(SMB)을 타겟으로 한다”며 올해 1~2월 기존대비 회원가입 수가 1.5배 가량 늘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10~15% 증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비상장사지만,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티맥스소프트는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2.54% 감소한 약 976억원, 영업이익이 1.28% 감소한 285억원을 보였다. 회사 측은 회계기준 변동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줄어들었으며, 지난해 반영되지 않은 매출액, 영업이익은 올해 지표에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1~2분기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불확실성이 예상된다.
올해 티맥스소프트는 신규 고객사 발굴에 힘을 쏟는다. 올 초 신설한 제품사업본부에서 전략적으로 클라우드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주력 제품인 미들웨어 ‘제우스’와 전략제품 통합미들웨어 플랫폼 ‘하이퍼프레임’을 통해 클라우드 시장 공략에 나선다.
해외진출 성과 보인 곳은
국내 SW기업들의 해외진출은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전체 가운데 해외 실적이 차지하는 비율은 미미하긴 하나, 외산 기업들이 글로벌 SW 시장을 장악한 점을 고려하면 의미있는 수치다.
한글과컴퓨터는 17개 자회사 가운데 해외법인이 9개다. 필리핀, 인도, 싱가포르, 호주, 홍콩, 중국 등에 법인을 두고 있다. 지난해 한컴 해외법인 상당수가 전년대비 성장세를 보였다. 인도에서 SW개발을 맡고 있는 법인은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79% 늘어난 약 4억3000만원, 영업이익이 16% 감소한 약 9000만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싱가포르 지사는 매출액이 899% 늘어난 약 40억원, 영업이익이 0.2% 증가한 약 2200만원을 보였다. 호주법인은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나 매출액이 1658% 증가한 약 16억원을 나타냈다. 인도법인도 매출액이 약 44억원, 영업이익이 약 5억원을 보이며 전년대비 성장했다.
알서포트는 중국과 일본에 지사를 두고 있다. 중국법인은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약 183% 증가한 6억원, 영업이익이 약 3억2000만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일본법인 매출액은 16% 늘어난 약 148억원, 영업이익은 92% 늘어난 약 9억원을 보였다.
포시에스는 싱가포르, 일본에 지사를 두고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주로 파트너사를 통해 영업을 하고 있다. 지난 분기 두각을 보인 곳은 싱가포르 지사다. 싱가포르 지사는 전년 동기대비 세배 가량 늘어난 약 6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약 1억2000만원을 보이며 흑자전환을 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홍하나 기자>0626hhn@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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