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패션 도매 플랫폼 신상마켓(운영사: 딜리셔스)이 네이버로부터 단독 투자를 유치했다. 신상마켓이 지난해 스톤브릿지벤처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유치한 16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와는 별개로 진행됐으며, 투자금액은 약 70억원대로 추산된다. 이번 투자 유치로 신상마켓은 총 255억원 규모의 투자액을 확보했다.

네이버가 신상마켓에 투자한 이유는 네이버쇼핑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의 사업 편의를 만들기 위해서다. 향후 신상마켓이 보유한 동대문 패션 도매상부터 소매상까지의 B2B 물류망이 물류를 고민하고 있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입점 판매자들에게 연결될 전망이다. 이미 신상마켓을 이용하고 있는 고객 중에도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하고 있는 판매자들이 많다는 신상마켓측 설명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신상마켓 투자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동대문 패션, 의류 상품을 취급하는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의 사업 편의성을 위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스마트스토어에 입점한 소상공인의 성장은 물론 동대문 생태계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신상마켓식 풀필먼트

신상마켓은 네이버로부터 받은 투자금을 바탕으로 동대문 패션 물류 고도화와 글로벌 사업을 추진해나간다는 계획이다. 김준호 딜리셔스 대표는 “이번 투자로 사입에 의존하는 동대문 물류 시스템을 시스템화 하는 데 노력할 것”이라며 “글로벌 진출도 일본과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장기적으로 타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내용은 올해 신상마켓이 추진하는 사업계획과 일치한다. 요컨대 신상마켓은 연내 기존 운영하던 도매상과 소매상 사이의 B2B 물류 비즈니스 ‘신상배송’을 넘어서 도매상부터 소매상의 소비자까지의 B2C 물류를 처리하는 사업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동시에 바코드 시스템 도입 등으로 물류 자동화를 추진한다. 여기에 더해 동대문 도매상의 판로를 글로벌 소비자까지 연결하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비즈니스를 기획하고 있다.

즉, 신상마켓의 미래 계획에도 풀필먼트는 있다. 단순히 로컬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까지 연결될 수 있는 풀필먼트다. 여기엔 향후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이 신상마켓의 물류망을 활용하여 글로벌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연결점이 마련됐다는 의미가 숨어있다. 신상마켓의 올해 계획이 궁금하다면 다음 글을 보자. [참고 콘텐츠 : 신상마켓의 동대문 크로스보더 풀필먼트 계획]

네이버식 풀필먼트 ‘연결’

네이버의 풀필먼트 투자 행보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16일 발표된 위킵, 지난 20일 발표된 두손컴퍼니 모두 네이버가 투자한 물류기업이다. 두 기업은 모두 물류센터 입고부터 소비자 배송까지의 과정을 원활하게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온라인 사업자에 특화된 풀필먼트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다.

눈여겨 볼 점은 이번에 네이버가 투자한 신상마켓이 보유하고 있는 물류 역량이다. 같은 물류더라도 신상마켓의 물류와 위킵과 두손컴퍼니의 물류는 다르다. 예컨대 위킵과 두손컴퍼니는 소매상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B2C 물류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구축했다. 신상마켓은 그보다 뒷단인 도매상과 소매상을 연결하는 B2B 물류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구축했다. 향후 신상마켓이 B2C 물류까지 확장한다고는 하지만 기반은 B2B인 것을 부정할 수 없다.

특화된 카테고리 또한 다르다. 비교적 카테고리의 구분을 두지 않는 위킵과 두손컴퍼니와는 다르게 신상마켓의 경우 동대문 패션에 특화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한다. 동대문 패션업계에선 동대문 도매상에 방문하여 상품을 픽업하고 소매상 물류거점까지 전달하는 과정을 ‘사입’이라 칭한다. 이 사입 물류 역량은 신상마켓이 가진 특수함이다.

사입가방을 들고 동대문 도매시장을 돌고 있는 한 업자의 모습. 신상마켓을 쓰면  샘플이나 무재고 판매 상품 구매를 위해 동대문 도매상가를 방문하는 행동을 굳이 안해도 된다.

이를 기반으로 유추해봤을 때 네이버는 향후 여러 서로 다른 역량을 갖춘 물류업체 투자를 통해 완연한 물류 서비스를 연결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서로 같은 영역의 역량을 갖춘 업체를 연결한다 하더라도 한 물류업체가 소화할 수 있는 생산성(Capacity)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상호보완하는 그림을 만들 수 있다.

네이버의 방법은 중국 최대 이커머스 업체 알리바바가 물류망을 구축하는 방향과 유사하다. 알리바바는 서로 다른 여러 창고업체, 배송업체, 시스템업체 등에 투자를 하여 자본을 섞었다. 그렇게 투자 혹은 제휴를 통해 다양한 업체들을 연결하여 만든 것이 알리바바의 물류 플랫폼 ‘차이냐오’다. 알리바바가 직접 물류를 하지는 않지만, 각 영역의 물류업체들이 알리바바의 시스템 안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 연결된 업체 중에는 중국 택배 물동량 순위로 1~5위 업체인 중통, 윈다, 위엔통, 바이스, 선통이 포함된다. 작은 업체만 연결되는 그림이 아니다.

알리바바는 직접 물류를 하지는 않지만 물류 플랫폼을 기반으로 여러 물류업체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시장 지배력을 만들었다.(자료: 플래텀)

네이버가 직접 물류 역량을 확충하는 미국의 아마존이나 중국의 징둥, 한국의 쿠팡과 같은 방법은 사용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실제 네이버는 직접 상품을 매입해서 판매하거나  직접 물류를 운영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네이버는 네이버가 추후 여러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투자 물류업체들의 서비스를 연결하여 완결된 서비스를 만들어 스마트스토어 판매자에게 제공할 계획이 있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아직 검토 중인 사안으로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답했다. 마찬가지로 네이버가 투자한 물류 역량을 보유한 업체에 네이버의 기술 역량 지원 계획이 있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투자 회사들과 어떤 방식으로 협업을 할지 아직 검토 중이라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단계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네이버가 신비주의를 고집하지만 이미 알 사람은 다 알만한 내용이다. 기자가 파악하기로 최근 네이버가 접촉하여 제휴 및 투자를 논의하고 있는 물류기업은 ‘대소형’을 막론하고 다양하고, 이미 접촉했던 업체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난다. 앞으로 네이버를 중심으로 더 많은 물류 투자와 제휴가 발표될 수 있다는 의미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