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 도매 마켓플레이스 신상마켓(운영사: 딜리셔스)의 2020년 계획의 윤곽이 드러났다. 신상마켓의 새로운 전략의 양대축은 ‘풀필먼트’와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다. 여기서 풀필먼트란 기존 신상마켓이 제공했던 동대문 도매상과 소매상 사이의 B2B 물류 비즈니스(신상배송)를 도매상부터 소매상의 소비자까지의 B2C 물류까지 확장하는 것이다. 다른 한 축인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란 동대문 도매상의 판로를 글로벌 소비자까지 확장하는 것이다. 두 전략 모두 ‘물류’가 중요한 역량으로 대두된다.

신상마켓이 동대문에서 하고 있는 것

먼저 신상마켓이 현재 동대문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소개한다. 신상마켓은 일반 소비자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동대문 생태계의 뒷단을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신상마켓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간단하다. 동대문 도매시장에 직접 방문하여 소비자에게 판매할 상품을 구매(사입)하던 소매상들의 행동을 온라인으로 옮겨왔다. 이를 통해 소매상이 오프라인 현장에 방문하여 상품을 일일이 살펴보고 구매하는 정보탐색 비용을 상당 부분 줄여주고자 하는 것이 신상마켓이 제공하는 가치다.

정창한 신상마켓 CSO는 “동대문은 매일매일 수만개의 신상품이 나오는 시장이고, 소매상은 이렇게 나오는 신상품을 매일 확인할 수 없다”며 “물리적으로 동대문 도매상가를 전부 돌려면 3박 4일의 시간이 걸리는데, 소매상들은 신상마켓을 통해 새로 나오는 신상품을 불과 몇 시간 만에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상마켓 앱 화면. 이것만 보면 B2C 패션 쇼핑앱들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차이점이 있다면 개인 고객은 신상마켓을 통해 구매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신상마켓은 사업자 등록증이 있고, 상품이 등록돼 있고, 결제까지 연동되는 사업자만 소매고객으로 유치한다. 개인이 위장으로 도매 플랫폼에 가입해서 소매가의 50~60% 수준으로 상품을 구매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여러 도매상의 상품을 한 번에 단일 플랫폼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신상마켓이 내세우는 경쟁력이다. 소매상은 신상마켓에 올라오는 서로 다른 도매상의 상품을 확인하고, 마음에 드는 것을 온라인 장바구니에 넣는다. 신상마켓은 플랫폼을 통해 소매상의 주문 정보를 받아 각 상품을 보유한 도매상에게 실시간으로 주문 정보를 전달한다. 어떻게 보면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이 기능이 생각보다 큰 소매상의 편의를 만든다는 게 신상마켓측 설명이다.

정 CSO는 “만약 신상마켓과 같은 플랫폼이 없었다면 소매상은 카카오톡을 이용해서 각각의 도매상에게 신상 정보를 받았을 것”이라며 “서로 다른 도매상에 주문은 몇 개나 하고 대금 지급은 어떻게 할지 일일이 다 협의해야 하는데 이게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소매상이 신상마켓을 도매상 주문 중개 플랫폼으로 사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없다. 다만, 이 경우 도매상부터 소매상까지의 물류는 알아서 두 주체가 협의해서 처리해야 한다. 그러니까 도매상을 방문해서 준비된 상품을 픽업하고 큰 봉투(대봉)에 넣어 각 소매상 사무실 혹은 물류센터까지 전달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이 번거로운 소매상이라면 신상마켓의 B2B 사입 물류 서비스 ‘신상배송’을 유료로 이용하면 된다. 신상마켓 내부 사입팀이 소매상까지의 물류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입자가 도매상에 방문하여 픽업하여 만들어진 대봉들이 전국 각 지역 쇼핑몰 물류센터로 이동하는 화물차에 실린다. 신상마켓의 B2B 사입 물류 신상배송이 제공하는 서비스다.


신상마켓이 내세우는 경쟁업체 대비 강점은 플랫폼에 유입된 많은 숫자의 도매상과 소매상이다. 신상마켓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1만1505개의 도매 사업자, 12만4393개의 소매상이 신상마켓 플랫폼 안에서 활동하고 있다. 최근 신상마켓 플랫폼을 통해 발생하는 월간 거래액은 300억원을 돌파했다. 일주일 동안 6일 이상 이용하는 소매상이 35%, 3~4일 이용하는 셀러가 35%일 정도로 재구매율이 높다는 설명이다.

신상마켓의 풀필먼트 계획

신상마켓은 향후 현재 운영하고 있는 도매상부터 소매상까지의 물류를 도매상부터 소매상의 소비자까지의 물류로 확장하고자 한다. 도매상-소매상 물류센터-소비자까지 이동하는 프로세스가 도매상-소비자로 직배송하는 구조로 바뀜으로 하루 정도의 빠른 배송을 만들 수 있다는 게 신상마켓측 예측이다. 신상마켓이 제공하던 B2B 물류가 소매상의 배송대행까지 처리하는 B2B2C로 뒤바뀐다.

정 CSO는 “셀러들이 온라인 패션몰 창업을 하는데 마주치는 장벽은 사입과 물류”라며 “셀러들이 사입부터 고객까지의 물류까지 간단하게 우리에게 아웃소싱 맡길 수 있는 구조로 서비스를 설계하고 있고, 시장에서 요구하는 가격 경쟁력을 맞춰 갈 것”이라 설명했다.

풀필먼트 신사업을 위해 신상마켓은 현재 운영하고 있는 실평수 280평 규모 물류센터를 확장 이전하고 자동화 설비를 구축하고자 한다. B2B 기업물류와는 다른 형태의 물류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혀 다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신상마켓은 신설 물류센터의 풀필먼트 효율화를 위해 상품 바코드 라벨링과 DAS(Digital Assorting System) 연동을 고민하고 있다. 이와 함께 컨베이어 벨트와 소터(Sorter) 같은 자동화 설비가 물류센터 안에 도입될 계획이다. 이 작업을 위해 신상마켓은 티몬에서 물류기획을 총괄했던 인사를 영입했다.

신상마켓은 초기 풀필먼트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 외부 물류업체와 협력을 고민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신상마켓의 내부 역량을 통해 풀필먼트 서비스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정 CSO는 “동대문 패션 물류, 그리고 풀필먼트 사업의 핵심은 무엇일까 고민을 했는데 두 가지가 떠올랐다. 사입 물류 오퍼레이션 역량과 그에 따라 다니는 데이터”라며 “신상마켓이 두 가지 핵심 자산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외부 물류업체와 협력을 하면 의사결정이나 과금 체계가 복잡해질 것이라 생각하여 일단 인하우스로 사업을 하기로 방향을 잡았다. 그럼에도 외부업체와 협력은 여전히 열려 있는 선택지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신상마켓의 글로벌 계획

신상마켓이 풀필먼트와 함께 준비하고 있는 또 다른 미래 사업은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다. 현재까지 잡힌 계획은 동대문 도매업체의 상품을 해외 마켓플레이스에 판매하는 역직구 방식이다. 글로벌 마켓플레이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한국 동대문 도매상의 상품을 입점 판매한다. 현지 고객 주문이 발생하면 신상마켓이 한국 내륙 물류를 처리하고, 이후 현지까지 국제물류 및 현지 내륙운송은 물류 파트너가 처리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우선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시장을 타깃한다는 게 신상마켓의 계획이다.

동대문 청평화 새벽시장의 모습. 사입물류를 처리하고 있는 사업자들로 분주했지만, 코로나19의 여파로 이 곳도 불과 몇 달 전 같지 않다고 한다.

여기서 신상마켓이 중요하게 바라보는 부분은 한국의 도매업체와 해외 소비자의 직접 연결이다. 도매업체로부터 물건을 받는 소매업체와 해외 소비자를 연결한다면 상품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정 CSO는 “자체 생산을 하지 않는, 도매에서 상품을 떼어다가 판매하는 소매상은 통상 1.4~1.6배의 가격부터 판매가 시작된다. 거기에 사입 및 크로스보더 물류 비용을 얹으면 도무지 가격 경쟁력이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했다”며 “동대문 업계에서 해외 진출은 누가 먼저 도매상을 브랜드화해서 K패션 선호를 갖고 있는 국가로 진출하느냐의 이슈다. 브랜드화된 도매를 해외 현지 소비자와 연결하는 모델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에서 신상마켓이 고려할 수도 있는 ‘인바운드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사업은 추진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신상마켓이 해외 공장 혹은 도매상에서 생산된 패션 상품을 한국 소매상에게 판매하는 방식을 고려하지는 않는다. 정 CSO는 “이미 국내 도매상들 중에서는 알음알음 해외 공장에서 물건을 들여오고 있는 분들이 많다”며 “이런 비즈니스가 경쟁에서 레버리지가 될 수 있을지언정, 동대문 생태계와 신상마켓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집중하고자 하는 방향은 한국의 소매업자가 장사를 더 편하게 하도록 하고, 국내 도매업자는 더 많은 돈을 벌도록 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신상마켓은 ‘시스템화된 동대문’을 만들고 싶어 한다. 동대문 도매상가에는 예부터 많은 중국 상인들이 방문해서 물건을 사갔지만, 이런 이들이 많이 찾아오면 부자가 되고 안 찾아오면 가난해지는 그런 구조를 바꿀 수 있는 방향은 ‘플랫폼’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정 CSO는 “현재까지 신상마켓은 동대문 생태계를 플랫폼에 담는데 집중했다. 앞으로는 소매업자의 시간을 조금 더 가치 있는 데 쓸 수 있도록 플랫폼 자체를 고도화 하는데 조금 더 많은 역량을 쏟을 것”이라며 “예를 들어서 소매상의 구매 패턴을 기반으로 스타일을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만들거나 이미지 검색을 도입하는 등 보다 효율적인 검색을 지원하는 기능들을 플랫폼에 녹여나갈 것”이라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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