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풀필먼트가 온다
네이버에 이어 카카오 풀필먼트까지 온다. 카카오는 IT 플랫폼을 중심으로 분절된 여러 물류업체들의 연결점을 만드는 방식으로 풀필먼트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물류센터 입고(Inbound)부터 출고(Outbound)까지 현장 오퍼레이션 요소요소에는 카카오가 보유한 IT 기술들이 적용될 계획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풀필먼트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카카오에 따르면 서비스명은 ‘카카오 풀필먼트(가칭)’다. 검토 단계에서 붙여진 이름으로 서비스명은 추후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풀필먼트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인 것이 맞다”며 “현재 시장을 조사하고 있는 검토 극초기 단계로 업계의 의견을 듣고자 물류기업들과 미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측은 풀필먼트 서비스 진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상세한 내용을 지금 전달하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추후 풀필먼트 사업 내용이 가시화 된다면 구체적인 내용 공유가 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본지가 입수한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2020년 2월 작성한 ‘물류 사업 기획’을 통해 카카오 풀필먼트의 기획 초기 단계 모습을 확인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카카오가 현시점 생각하는 ‘풀필먼트’란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첫 번째 컨셉 : 공유 물류
카카오 풀필먼트는 ‘공유 물류센터’를 추구한다. 여기서 ‘공유’가 붙은 이유는 여러 화주들이 창고 공간부터 창고에 설치된 인프라, 배송사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서 ‘물류 공동화’와 같은 개념처럼 보인다. 창고는 유휴 공간을 채울 수 있고, 차주는 공차율을 감소시킬 수 있고, 화주는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물류학 교과서에도 나오는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원론적인 내용이다.
현시점 카카오 풀필먼트의 핵심 특성(Key Features)은 공간의 공유가 아닌 공정의 공유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말인즉, 물류센터 안에서 화주가 원하는 요소요소만 선택해서 필요한 만큼 사용할 수 있다. 예컨대 물류센터 안에 있는 특정셀(Cell), 선반(Shelf), 랙(Rack) 등을 공정별로 선택, 사용이 가능하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이를 ‘개별 온디맨드 스토리지’라 명명했다.
기획서에 따르면 카카오 풀필먼트는 일반 소비자까지 배송하는 이커머스 화주와 매장까지 배송하는 F&B, 리테일 화주를 모두 비즈니스 타깃으로 염두에 두고 있다. 단기 물류센터가 필요한 사업자에게 기존 레거시 물류 오퍼레이션을 아우르는 ‘공유물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계획이다.
두 번째 컨셉 : 클라우드 물류
카카오 풀필먼트는 스스로를 WaaS(Warehouse as a System) 모델이라 표현한다. 클라우드를 창고에 적용한 것이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지난해 12월 설립 이후 SaaS(Software as a Service), PaaS(Platform as a Service) 등 클라우드 솔루션을 중심으로 사업 방향을 잡고 추진했던 것을 생각해보자. 카카오 풀필먼트를 기획하고 있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핵심 역량은 인공지능 기반의 플랫폼과 솔루션이지 물류 오퍼레이션이 아니다.
기획서에는 카카오 풀필먼트가 추구하는 WaaS 운영 컨셉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 있다. 방점이 찍힌 부분은 ‘표준화’다. 카카오 풀필먼트를 이용하는 각 화주 기업의 운영 프로세스를 분석하여 개선하고 카카오의 WaaS 모델에 맞춘 표준화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화주 기업의 적극적인 공정 공유를 유도하고 물류센터의 전체 흐름을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보유한 IT 기술을 기반으로 투명하게 한다는 계획이다. WaaS 운영 컨셉에 따르면 이커머스+이커머스, 레거시+이커머스, 레거시+레거시 등 다양한 형태의 오퍼레이션 믹스를 제공한다.
클라우드의 특성 중 하나는 사용한 만큼 과금(Pay per Use)하는 체계다. 카카오 풀필먼트가 WaaS를 추구하는 만큼 ‘공정별 과금 체계’도 서비스 기획에 녹아내렸다. 먼저 화주사의 상품별로 공정 흐름을 정의하고, 공정별 원가 및 물류비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세 번째 컨셉 : 기술 기반 연결
카카오 풀필먼트의 세 번째 방점은 ‘파트너십’에 찍힌다. 기획서를 기반으로 유추해봤을 때 카카오가 직접 물류센터를 운영하거나 배송망을 제공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양한 외부 부동산, 설비, 물류 운영, 배송사업자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연결하여 완연한 풀필먼트 서비스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기획서의 언급된 내용을 보자면 카카오 풀필먼트의 운영 모델 개발과 영업, 홍보/마케팅은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주도한다. 카카오가 직접 물류 운영을 할 계획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카카오측은 확정된 내용이 없어 답변이 어렵다고 했지만 안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가 직접 물류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헤게모니를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은 있다. 기획서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다양한 운영 모델, 파트너사들을 강력한 IT 플랫폼으로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IT 플랫폼으로 서로 다른 파트너사들의 서비스를 결합하여 ‘표준화된 운영 프로세스’를 제시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카카오 풀필먼트의 운영 요소요소에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보유한 인공지능 기반 기술이 지속적으로 연구, 적용된다. 예컨대 입고 차량 작업의 순서 모니터링에는 IoT 기술이 활용된다. 구내 차량 이동 통제에는 스마트 CCTV가 적용된다. 차량 배송 라우팅 최적화 및 위치 모니터링 등에도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기술이 적용된다. 이를 통해 카카오 풀필먼트는 인공지능 기반 스마트 창고(Smart Warehouse)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요약하자면 카카오는 카카오 풀필먼트를 ‘디지털 물류 관리 시스템’이라 표현한다. 여기서 ‘시스템(플랫폼)’은 카카오의 것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물류 현장 곳곳에 적용되는 기술(디지털) 또한 카카오의 것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설비 구축, 운영 등 ‘물류’는 카카오가 직접 하지 않고 외부 파트너십에 의존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는 분절된 여러 물류업체들의 서비스를 IT 플랫폼을 기반으로 연결하여 완성된 풀필먼트를 만들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자, 이제 네이버가 출동한다면 어떨까. 한국 포탈을 대표하는 양대 IT 플랫폼이 물류판에서 격돌한다. [참고 콘텐츠 : 네이버 풀필먼트가 온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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