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EMS가 멈췄다, 대체 물류망은 어디에
“한국에서 일본으로 물건 보내줄 업체 소개를 부탁드릴 수 있을까요? EMS는 안 된다고 하고 페덱스나 DHL은 너무 비싸서요. 도무지 방법을 찾지 못하겠네요” 최근 한 글로벌셀러 오픈카톡방에 올라온 누군가의 목소리다.
코로나19 여파로 우정사업본부의 국제우편 서비스(소형포장물, K-packet, EMS-Express Mail Service)가 멈췄다. 우정사업본부는 현재까지 대만, 인도, 브라질, 멕시코 등 40여개 국가로 향하는 국제 우편 배송 접수가 중단됐다고 공지했다. 접수 중단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배송 지연을 사전 공지한 국가도 속출하고 있다.
국제우편 서비스에 차질이 생기고 있는 이유는 코로나19 여파로 한국인의 입국금지 조치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상 국제우편 화물은 사람이 타는 여객기의 하단 갑판(Lower deck)에 함께 실어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객기 운항편 감소가 EMS 배송지연 및 접수중단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게 된 이유다.
특히나 11일 기준으로 일본행 우체국 국제 우편 배송 접수가 중단됨으로 사태는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일본은 2018년 전자상거래 수출 건수 기준으로 35.3%로 1위를 차지하는 국가다. 수출액수 기준으로 봐도 동기간 31.5%로 중국에 이어 2위다. 상대적으로 글로벌셀러 진출이 적은 여타 국가와는 미치는 영향력이 다르다.
우정사업본부 공지에 따르면 현시점 일본행 EMS 이용 접수가 가능한 지역은 도쿄와 오사카밖에 남지 않았다. 그나마 가능한 도쿄와 오사카까지의 EMS 배송 리드타임은 기존 1~3일에서 1~2달 이상으로 늘어났다. 이는 사실상 크로스보더 물류 수단으로 EMS의 가치가 완전히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일본 사람이라고 1~2달 이상 주문한 상품이 안 오는데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다.
이에 따라 발생하는 고객 주문 취소 패널티는 입점 마켓플레이스의 정책에 따라 고스란히 글로벌셀러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곳곳에서 EMS를 대체할 수 있는 물류를 찾고자 하는 셀러들의 우려로 관련 커뮤니티가 뜨거운 이유다. 동시에 물류업체들은 자체적으로 화물기를 수배하는 등 대체가능한 물류망을 재편하는 데 골몰하는 모습이다.
EMS의 역설
EMS는 그간 글로벌셀러들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물류망으로 각광받았다. 페덱스, DHL 등 특송업체 대비 저렴한 가격과 높은 접근성으로 많은 글로벌셀러의 물량을 처리한 바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우편물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총 600만4200통의 EMS가 발송됐다. 동기간 우정사업본부가 취급한 전체 발송 우편물(1976만통) 중 30.5%를 EMS가 차지한다.
그간 크로스보더 물류업계에서 새로운 물류 서비스가 나오기 어려웠던 이유는 이 EMS가 너무 잘 돼있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새로운 물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해당 국가까지의 픽업과 국제물류, 통관, 현지 분류를 위한 물류센터, 현지 배송업체를 아우르며 연결하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사실 이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어찌어찌 제휴 네트워크를 구축하더라도 물량이 0인 신생 물류업체 입장에서 기존 서비스들이 가지고 있는 ‘원가 경쟁력’을 뚫고 가기는 어렵다. 물류 원가 경쟁력을 만드는 핵심 요인은 ‘규모의 경제’고, 여기에 더해 UPU(Universal Postal Union, 만국우편연합) 가맹국으로 우체국이 확보한 지구상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고정 가격에 가까운 형태로 우편물을 보낸다고 하는 제휴망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과거 크로스보더 물류업체 디맨드쉽을 운영했던 박상신 엠엑스엔커머스코리아 이사는 그 과정을 몸으로 겪었다. 그는 “크로스보더 물류업체를 창업하고 운영하는 동안 가장 큰 장벽은 ‘물량’이었다”며 “우리가 단가 경쟁력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우리만의 고정 물량이 있어야 했는데 쉽지 않았다. 예컨대 우리는 싱가포르에서 통관과 라스트마일 물류 서비스를 제공해줬지만 그것이 기존에 있는 큐텐의 큐익스프레스보다 쌌냐면 아니었다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 열심히 사업을 했다면 코로나19 여파 이후 얼마나 많은 물량이 몰려 왔을까 싶어서 개인적으로 안타깝다”며 “사업 당시 스웨덴 우체국과 협의해서 스웨덴 우표를 가지고 전 세계 전자상거래 물류를 하는 서비스를 구현한 것이 핵심이었는데, 한국 우체국의 경쟁력에 밀린 것”이라 말했다.
B2B2C에 답이 있을까?
코로나19가 만든 레거시 크로스보더 물류의 위기는 새로운 물류에는 기회가 된다. 잘 돌아갔던 EMS가 외부 변수로 흔들리고 있고 당장 생업에 타격을 입게 된 글로벌셀러들이 애써 대체망을 찾고 있지만 쉽지 않다. 우체국이 당장 여객기가 아닌 화물기를 수배하는 것도 어려움은 있다. 이런 위기의 틈새 속에서 B2B2C 방식의 크로스보더 물류가 대두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EMS는 방식으로 치면 B2C 방식의 크로스보더 물류다. 직접 우체국에서 방문 접수하든, 수집대행사를 이용하든 기업이 한국에서 포장하고 송장 라벨을 붙여서 글로벌 소비자의 주소까지 화물을 전달한다. 통상 200달러 이하의 소액 상품에 대해서는 관세, 부가세가 면제되는 B2C 전자상거래 특별통관을 이용한다.
B2B2C는 다르다. 해외 현지까지 어떤 방식으로든 B2B 통관으로 상품을 가져다 두고 도착지에서 상품을 흩뿌리는 방식이다. 한국에서 현지 물류센터까지 상품을 컨테이너 등에 담아서 옮기고 바로 소비자별 분류 및 포장, 라벨링 작업을 하여 크로스도킹(Cross-Docking)으로 소비자에게 납품한다. 그렇게 현지로 이동한 일부 상품은 재고로 보관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컨대 B2B2C 방식의 크로스보더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엠엑스엔커머스코리아의 경우 한국 브랜드사로부터 당일 오후 5시에 맞춰 픽업을 한 상품을 취합하여 DHL과 UPS의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일본으로 B2B 통관으로 배송한다. 엠엑스엔커머스코리아가 운영하는 일본 물류센터에 상품이 도착하면 모든 물건을 실제 고객 주문과 매칭을 시켜서 일본의 로컬 택배사 야마토와 사가와 라벨을 붙여 D+1일 오후 5시에 출고한다. 이렇게 하면 실제 일본 고객은 주문일 기준으로 D+2일에 90% 이상 상품을 받을 수 있다는 엠엑스엔커머스코리아측 설명이다.
박 이사에 따르면 B2B2C 방식이 각광받는 이유는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한 ‘비용 절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별로 하나씩 상품을 해외로 보내는 방식과 여러 소비자의 상품을 묶어서 보내는 방식은 ‘규모’에서 분명히 차이가 발생한다. 티셔츠 5000장을 한 번에 묶어서 컨테이너를 짜서 보내는 방식은 한 장의 티셔츠를 낱개로 포장하여 보내는 것보다 분명히 건당 물류비를 절감할 수 있다.
물론 B2B2C 방식을 이용할 경우 B2C 전자상거래 물류를 이용했을 때 받을 수 있는 200달러 이하 상품에 대한 무관세 통관을 받을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 B2B2C 방식의 통관이 B2C 통관에 비해 뒤지지 않을 수도 있다. 박 이사에 따르면 일본의 경우 의류 카테고리는 B2C 통관을 하더라도 무조건 과세되는 품목들이 70~80% 이상이다. B2C 통관을 하더라도 관세를 무는 카테고리의 경우 B2B2C 통관이 같은 관세 조건으로 들어가서 가격 경쟁을 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박 이사는 “일본향 B2B2C 크로스보더 물류의 강점은 물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화주가 일본에 재고를 둘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며 “실제 엠엑스엔커머스코리아를 이용하고 있는 20여개 동대문 브랜드 업체들은 일본까지 48시간 내 배송이 가능하다. B2C 통관에 맞춘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 없이 B2B 수출을 하듯 출고 지시서를 전달해주면 끝”이라 설명했다. 그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에 ‘로컬’을 덧입힌 모델인데 이것이 일본에서만 가능할 것이라 보지 않는다”며 “미국향 화물 또한 48시간 내 현지 도착이 가능하고 여기에 USPS와 같은 미국의 저렴한 운송라인을 결합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모델이고 이미 우리는 그렇게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런 거 안 써도 물류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있다고 하니, 회색의 영역을 이용하는 거다. 중국의 따이공 군단은 코로나19 여파가 미치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후문이다. 물론 잘못될 수도 있는데, 책임은 스스로 지면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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