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부터 무슨 헛소리냐고 묻는다면 당근마켓은 중고거래앱이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제목을 잡은 이유는 당근마켓이 중고거래를 하려고 사업을 시작한 업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 이유가 궁금하다면 꽤 길게 쓴 이 글을 끝까지 읽어보길 권한다.

당근마켓만의 특성을 찾아보자면 ‘지역 기반’으로 거래 범위가 제한되는 것이다. 당근마켓에서 판매자나 구매자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GPS 기반으로 지역 인증을 받아야 한다. 해당 지역 인증을 받지 않는다면 해당 지역 상품을 볼 수 없다. 우리 동네에 올라오는 매물만 볼 수 있고, 우리 동네에 있는 사람들만 볼 수 있는 매물만 올릴 수 있는 게 당근마켓의 특성이다. 그래서 이름도 당근마켓(당신 근처의 마켓)이다.

최대 두 개의 지역을 당근마켓 앱에 등록할 수 있다. 기자는 거주지와 회사 근처를 등록해놨다. 당연히 인증이 되지 않은 다른 지역의 매물은 보고 싶어도 못 보고, 상품을 올리고 싶어도 못 올린다.

현시점 당근마켓의 최대 거래 반경은 거주지 기준 6km(인구밀도가 낮은 지방의 경우 최대 10~12km)다. 성남시 분당구나 용인시 수지구 같은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은 거래 반경이 3~4km 이내까지 줄어든다. 당근마켓의 지역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거래 반경은 점점 더 줄어든다. 그래서 당근마켓에는 통상 중고거래에서 많이 보이는 ‘택배 거래’가 보이지 않고 권장하지도 않는다. 걸어서, 혹은 대중교통이나 자가용을 이용해서 짧은 시간에 쉽게 구매자와 판매자가 만나서 직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근마켓이 놀라운 점은 지역 기반의 밀도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당근마켓은 이를 ‘침투율’이라고 부르는데, 당근마켓의 타깃 고객군인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25~55세 남성여성 인구수 대비 당근마켓의 사용자 비중을 계산해서 살펴본다. 제주도와 같은 경우 이 침투율이 81.7%에 이른다. 25~55세의 제주도민 중 81.7%가 사용한다는 건데, 엄청난 숫자다.

주요 지역별 당근마켓 침투율

제주도(81.7%)

경기 성남시 분당구(62%)

경기 용인시 수지구(57%)

대전시(50%)

세종시(37%)

서울시(36%)

(자료 제공 : 당근마켓, 2020년 2월 기준)

밀도를 만드는 방법

당근마켓이 현재의 밀도를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2015년 7월 당근마켓의 전신인 ‘판교장터’를 론칭한 이후 3년 가까운 오랜 시간을 투자하여 만들어낸 결과다. 판교 지역 IT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의 중고거래앱이었던 판교장터는 2015년 11월 당근마켓이라는 이름으로 리브랜딩 되면서 직장인뿐만 아니라 판교 지역 주민들까지 사용할 수 있는 중고거래앱이 됐다. 현재 당근마켓의 지역 인증 시스템이 이 때 만들어졌다. 판교장터 시절까지는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처럼 회사 이메일 인증을 사용했다는 설명이다.

이후 당근마켓은 판교동에서 경기도 분당구로, 용인시 수지구로, 경기도 수원시로 서비스 지역을 남진 확장했다. 더 이상 남쪽으로는 확장할만한 큰 도시가 없게 되자 판교의 북쪽인 서울시 송파구, 강남구 등지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그렇게 천천히 서비스 지역을 확장해나간 당근마켓은 2018년 1월에 와서 전국 단위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됐다.

당근마켓 초창기만 해도 하루 70개 상품을 올리는 것이 목표였어요. 분당구에서 제일 큰 맘까페가 분따(분당엄마 따라잡기)’인데, 그 곳에 올라오는 물량이 그 정도 됐거든요. 분따를 넘자가 저희 초기 목표였는데 지금은 많이 올라오는 지역에선 하루에만 4700개 정도 되는 상품이 올라오고 있어요

– 김용현 당근마켓 공동대표

서비스 확장을 하다 보니 당근마켓을 많이 이용하는 사용자가 있는 도시에서 어떤 법칙이 발견됐다. 가족 단위 거주자가 많은 도시, 그 중에서도 아이를 키우는 가족이 많은 신도시나 대형 아파트 단지가 많은 도시에서 당근마켓 사용률이 높게 나타났다. 새로 확장한 지역 중에서는 부천시나 인천시 연수구 송도동 같은 곳이 대표적이다.

당근마켓의 성장세가 가팔라진 것은 전국 서비스를 론칭하고도 1년은 더 지난 2019년에 와서 다. 그 전까지 성장세는 꾸준했을지언정 빠르진 못했다. 하지만 천천히 지역을 확장하고 밀도를 만들었던 과거의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의 당근마켓도 없었다는 것이 김용현 공동대표의 회상이다.

당근마켓은 2019년부터 성장세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로 ‘네트워크 효과’를 꼽았다. 당근마켓에 따르면 오픈 지역마다 다르긴 하지만 통상 2000~3000명의 주간방문자가 나타나면 그 때부터는 구전 효과를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사용자가 증가했다. 김 대표는 “신규 지역을 오픈하면 매물도 사람도 없는 상황에서 거래를 일어나게 만들어야 되는데 그 과정이 정말 오래 걸렸고 힘들었다”며 “지역 서비스의 특성인데 이게 한 번에 확 사용자가 퍼지는 것이 아니라 퍼지다가 끊기는 부분이 분명히 나타난다. 예를 들어 도시 중간에 강이나 산이 있으면 확산이 끊기는데 이런 부분은 새롭게 다시 마케팅을 하는 과정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당근마켓의 지역 오픈 공식

1) 페이스북, 구글 등을 활용해 지역 광고를 돌려 앱설치를 하게 만든다

2) 구매자가 아닌 판매자를 먼저 모은다. 파리바게뜨, 스타벅스 등 지역 매장 쿠폰을 무료 지급하여 아무 것도 없는 신규 오픈 지역에 사람들이 매물을 올리도록 유인한다.

3) 지역 거래 매물이 200~300개 이상 올라온다면 그 때부터 구매자를 모은다. 이 때도 기프티콘 등 상품을 무료 증정하는 식으로 구매 행위를 유인한다. 당근마켓을 이용하도록 친구 추천을 하면 상품을 주는 이벤트를 병행한다.

4) 2000~3000명 이상의 주간 방문자가 나타난다면 그 때부터는 구전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지역이 커진다.

C2C 마켓플레이스인가?

너무나 중고거래앱처럼 보이는 당근마켓이 하고 싶은 것은 중고거래 비즈니스가 아니다. 일본의 메루카리처럼 흔히 중고거래 플랫폼하면 확장을 고려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인 C2C 마켓플레이스의 모습이 당근마켓에선 보이지 않는다. 당장 당근마켓의 거래 중개 수수료부터 0원이다. 당근마켓은 온라인 장터를 열고, 판매자는 가격을 책정하고, 구매자는 가격을 흥정한다. 그렇게 책정된 가격에 장터 이용료는 없다. 흔히 거래 중개 수수료를 수익모델로 가지고 있는 C2C 마켓플레이스와 당근마켓은 다르다.

당근마켓 거래 방식은 1) 판매자가 올린 상품상세와 가격을 보고, 2) 구매자가 원하는 가격을 제시하는 등 흥정을 거쳐, 3) 채팅으로 알아서 어디서 만나고 거래할지 결정하면 되는 구조다.

당근마켓은 사업자(셀러 및 리셀러)의 유입을 철저하게 막고 있기도 하다. 이 또한 이미 업자가 상당수 섞여 버린 여타 C2C 중고거래 마켓플레이스와는 다른 모습이다. 당근마켓은 반복적으로 새 상품을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 사업자처럼 보이는 판매자를 머신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걸러내 차단한다. 그 이유가 무엇인가 하니 당근마켓 사용자가 11번가나 네이버쇼핑에 올라오는 것과 같은 상품을 당근마켓에서 보길 원치 않는다고 판단해서다.

그럼 당근마켓은 뭐 먹고 살까. 현시점 당근마켓의 유일한 수익모델은 ‘광고’다. 다른 광고와 또 차이점이 있다면 확실하게 ‘지역’에 타깃할 수 있는 광고다. 당근마켓 플랫폼에 유입되는 사용자와 판매자들이 모두 지역 인증을 받아 들어온 동네 사람인 것을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지역 단위로 타깃을 하고 싶은 사업자가 당근마켓의 광고주가 된다.

당근마켓 상품 화면을 내리다 보면 ‘지역광고’라고 표시된 상품상세가 보인다. 중간중간 상품처럼 들어가 있는데 현시점 당근마켓의 유일한 수익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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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당근마켓에 광고를 하기 위해선 ‘지역특성 사업자’여야 한다는 제한(향후 이 제한을 푸는 것도 고려중이라고 한다.)이 있다. 예컨대 동네 세탁소, 동네 카페, 동네 미용실, 동네 헬스장, 동네 용달차주, 동네 보험설계사가 당근마켓의 광고주가 된다. 관련된 일화가 있는데 기자의 지인인 한 온라인 반찬판매 쇼핑몰 대표는 처음에 지역에 사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당근마켓 광고 집행을 거절당했다고 한다. 나중에 지역에 위치한 반찬공장을 보여줘서 광고 입점에 성공했다고 하는데, 광고성과는 꽤나 좋았다는 후문이다.

보통 페이스북의 CPM(Cost Per Mille, 노출당 비용)4~6원입니다. 그런데 당근마켓 광고는 한 번 노출당 2~3원의 비용이 듭니다. 거기에 더해 지역 타겟팅도 되니까 굉장히 싼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결정적으로 지역을 타깃하고자 하는 광고주에게 당근마켓을 대체할 수 있는 상품이 없다고 봅니다. 우리는 역삼1, 정자2동을 찍어서 광고할 수 있는 플랫폼이고, 현재 정확히 동단위로 찍어서 광고할 수 있는 플랫폼은 없습니다. 향후 광고 타깃 범위를 아파트 단위까지 좁혀나갈 것입니다

– 김용현 당근마켓 공동대표

광고 플랫폼인가?

그렇다면 당근마켓은 중고거래를 표방한 광고 플랫폼이라는 걸까. 2018년 1월 시작한 지역 기반 광고 비즈니스의 성장세가 크긴 하지만, 당근마켓의 압도적인 거래액에 비하면 초라하다.

잠깐 숫자를 보자면 지난 1월 기준 당근마켓의 월간 순방문자수(MAU)는 480만명이다. 대한민국 중고거래앱 중 1위고, 종합 쇼핑앱과 비교하더라도 쿠팡(1397만), 11번가(657만)에 이은 3등이다. 위메프, 지마켓, 티몬을 뛰어넘는 사용자가 당근마켓에 있다. 당근마켓에 한 달에 올라오는 매물의 거래액을 합산하면 약 2647억원, 실제로 거래되는 상품 거래액만 월 850억원에 달한다. 광고 매출은 비밀인데 확실히 이에 비하면 작긴 하다.

아이지에이웍스가 발표한 2019년 12월 기준 대한민국 종합 쇼핑앱 MAU 순위(그림 위)와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이 발표한 2019년 10월 기준 대한민국 중고거래앱 MAU 순위(그림 아래). 당근마켓은 사용자 기준으로 중고거래앱 중 1위, 종합쇼핑앱과 비교해도 3위를 차지하고 있다.(자료 : 아이지에이웍스,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종합 쇼핑몰에서는 찾기 힘든 당근마켓에서만 볼 수 있는 수치다. 당근마켓의 독보적인 ‘방문 빈도’와 ‘앱체류시간’이다. 당근마켓의 하루 평균 체류시간은 16분, 평균 방문 빈도는 한 달 기준 20일이다. 이게 평균 수치임을 감안한다면, 자주 쓰는 사람은 거의 매일 들어오는 것과 다름없다는 거다.

2018년 12월 기준 당근마켓의 이커머스앱 대비 압도적으로 높은 앱체류시간과 방문 빈도를 보여주는 인크로스 자료. 꽤 오래 전 데이터이긴 하지만 이 숫자는 지금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는 게 당근마켓측 설명이다.(자료: 인크로스)

왜인지 당근마켓을 애용하는 한 사용자(서울 이태원 에어비앤비 서비스 운영)에게 들었다. “사람한테는 무엇인가를 팔고 싶어 하는 성향이 있는 것 같아요. 당근마켓을 시작한 뒤로는 집에 안 쓰는 무엇인가 팔 것이 없나 계속 살펴보게 되더라고요. 딱히 할 것이 없으면 당근마켓에 뭐 새로운 게 올라왔나 계속 확인하게 되기도 합니다”

여기 당근마켓이 앞으로 하고 싶은 서비스의 힌트가 있다. 당근마켓이 하고 싶은 것은 중고거래앱이 아니다. ‘지역 커뮤니티’다. 때문에 당근마켓이 중요하게 바라보는 지표는 마켓플레이스들이 일반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래액’이나 ‘MAU’가 아니다. 커뮤니티 서비스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방문빈도’와 ‘체류시간’을 당근마켓은 중점적으로 바라본다. 앞으로 당근마켓이 하고 싶은 것도 중고거래앱이 아니라 커뮤니티 서비스다.

당근마켓은 중고나라와 경쟁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가 사업을 하는 이유가 중고거래 또한 아닙니다. 우리는 동네 사람들이 서로 만나도록 합니다. 현재 당근마켓은 동네 사람들이 만나서 거래하도록하는 플랫폼이죠.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거래가 아닌 만남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도 택배 기반 서비스나 결제 대행 서비스를 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만남에서 오는 따뜻함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당근마켓 이용자들은 사람들을 직접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이고, 그들이 좋아하는 가치를 지켜야 우리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김용현 당근마켓 공동대표

문득 당근마켓을 이용하는 또 다른 기자의 지인에 이야기가 떠올랐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공무원인 이 분은 이렇게 말했다. “와이프가 당근마켓을 통해 만난 사람이랑 이야기를 나누다가 따로 카톡방을 만들고 친구가 됐더랍니다. 육아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친해졌다고 하던데요?”

당근마켓이 꿈꾸는 커뮤니티 비즈니스

당근마켓이 지금까지 중고거래앱을 운영했던 이유는 ‘지역 커뮤니티’ 사업을 하기 위한 기반, 그러니까 충분히 많은 숫자의 사용자를 모으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당근마켓은 480만 MAU의 사용자를 유입했다. 그냥 480만이 아닌 지역 기반으로 서로 만나는 480만이다. 김 대표는 “당근마켓이 하고 싶은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은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았다. 그것을 하려면 굉장히 많은 사용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 중고거래를 기반으로 사용자를 끌어 모으는 단계였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커뮤니티 사업을 시작할 것”이라 설명했다.

김 대표가 생각하는 지역 커뮤니티 비즈니스의 구상은 한 마디로 ‘동네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예를 들어서 기자가 강아지를 키우는데 외부 일정이 잦아 강아지 산책을 나갈 시간이 없다고 하자. 이 때 강아지 산책을 대신 해줄 사람을 당근마켓에서 찾아서 일정 부분 수고비를 주고 맡기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어린 아이의 안전한 등하교를 걱정하는 맞벌이 가정이 있다고 하자. 이 때 당근마켓을 통해 동네 아파트에서 쉬고 있는 할머니에게 비용을 지불하고 아이의 등하교를 맡기는 거다. 한 마디로 ‘띵동’과 같은 류의 지역 기반 온디맨드 심부름 서비스 플랫폼의 모습이 당근마켓에 구현된다.

당근마켓은 지역의 모임을 활성화하는 형태의 커뮤니티 비즈니스도 구상하고 있다. 예를 들어서 제육볶음을 너무나 잘 만드는 우리 아버지가 여는 요리교실, 축구코치 출신인 우리 어머니가 여는 축구교실, 우리 할머니가 여는 꽃꽂이 교실, 우리 누나가 여는 영어회화 교실 등. 동네사람들이 재능을 기부하는 형태의 커뮤니티를 만든다. 어떤 커뮤니티는 참가비가 드는 ‘유료’가 될 수도, 어떤 커뮤니티는 이미 당근마켓에 무료 나눔 상품이 올라오듯 ‘무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니까 지역 기반으로 ‘상품’만 팔던 당근마켓에 지역 주민들의 재능을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열린다.

당근마켓에서 사람이 옮기기에는 부피가 크거나 무거운 상품을 구매하면 지역 용달차주를 추천해주는 탭이 자동 노출되고 있다. 당근마켓이 직접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는 않지만, 간접적으로 지역의 물류 사업자들을 지원하고 있는 플랫폼임은 분명해 보인다.

외부 사업자가 당근마켓에 입점하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의 비즈니스도 구상하고 있다. 특히 당근마켓이 협력을 점치고 있는 사업자는 O2O 서비스 플랫폼들이다. 태생이 ‘지역 기반’인 세차, 세탁, 청소, 이사 등 O2O 서비스 플랫폼과 당근마켓의 궁합을 점치고 있는 것이다. 당근마켓이 인프라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사업자가 될 수는 없기에, 인프라를 가진 업체들이 당근마켓에 들어와서 일정 수수료를 내고 고객을 만나는 창구로 활용하길 희망한다는 게 당근마켓의 입장이다.

김 대표는 “O2O 서비스 플랫폼의 고민이 있다면 사용자의 이용 빈도가 낮다는 것이다. 음식배달처럼 주문 빈도가 높은 서비스도 있지만, 몇 달, 몇 년 단위로 사용하는 세차, 이사 같은 서비스도 있다”며 “고객은 이런 앱을 한 번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는데, 바꿔 말하면 업체의 고객 획득비용이 매번 투하된다는 뜻이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O2O 서비스 플랫폼들이 당근마켓 안에서 서로 뭉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근마켓의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 사업은 올해 중 그 모습이 드러날 전망이다. 현시점에서는 ‘지역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한 동네생활탭을 4~5개 지역에서 우선 테스트하고 있는 모습이다. 동네생활이란 쉽게 말하면 동네 사람들이 모여 생활과 관련된 질의응답을 하고 잡담을 할 수 있는 게시판이다. 당근마켓은 연내 이 서비스를 검증하고 중고거래 서비스 지역을 넓혀나갔던 것처럼 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디지털이 만드는 지역 커뮤니티의 부활

당근마켓은 언택트가 대세라는 시대에 만남과 접촉을 이야기한다. 지역 커뮤니티를 무너뜨린 원인이 된 디지털이 무너진 커뮤니티를 재건한다는 역설이 당근마켓에서 보인다. 김용현 대표의 말이다.

“사실 우리는 시대를 역행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지금 우리는 집 안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잖아요. 배고프면 배달의민족을 쓰면 되고, 심심하면 넷플릭스를 보면 됩니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싶으면 페이스북을 이용하면 돼요. 집을 나가지 않고도 하루 종일 재밌게 생활 하는 것이 가능해요. 근데 그 반대작용일까요. 우리 삶에 잃어버린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아요.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 이야기를 하고 정보를 나누는 데서 오는 무언가가 있거든요. 일례로 우리가 중고거래를 통해서 동네 사람들을 만나게 해드렸더니 나이 드신 사용자 분들이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예전에 잃어버린 이웃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고요. 모든 것이 디지털화 되고 대면이 필요 없어진 세상 한편에서 우리는 대면하고 싶은 니즈가 있어요”

괜스레 기자가 얼마 전에 당근마켓에 올렸던 상품 하나가 생각났다. 차량용 매트였는데 처음엔 유료로 올렸다가 구매희망자와 채팅을 하면서 나중에 바람 넣는 펌프가 없어진 것을 알았다. 어차피 집구석에 쌓인 짐을 처리하고자 올린 상품이었던지라 그냥 구매희망자에게 무료로 가져가시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 분은 그냥 가져가긴 미안하다고 굳이 박카스 한 박스를 들고 우리집 앞까지 왔다. 내 상세정보에는 “아이 때문에 꼭 필요한 제품이었는데 무료 나눔 고맙다”는 후기가 달렸다. 이토록 아날로그스러운 디지털이 어디 있단 말인가.

당근마켓 판매자의 상세정보에는 판매자의 평판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매너온도’와 함께, 구매자의 후기와 평가가 노출된다. 이거 은근히 모으다보면 뿌듯하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