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가 휩쓴 작년 게임 업계, 매출 일제히 공개

코스닥에 상장된 국내 주요 게임사의 실적이 모두 공개 됐다. 일명 ‘3N’만 놓고 본다면, 지난해 4분기 엔씨소프트의 성장이 제일 좋았다. 11월 출시돼 일평균 51억원의 매출을 올린 ‘리니지2M’의 공이 크다.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펄어비스의 지난해 실적이다. 전년 대비 실적이 오른 곳은 주황색, 떨어진 곳은 하늘색으로 표시해두었다. 출처=각 사 공시 취합

4분기 두드러진 성과를 보인 곳은 단연 엔씨소프트다. 매출 5338억원, 영업이익 141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4%, 영업익은 25%나 올랐다.

리니지2M이 큰 폭의 성장을 견인했다. 현대차투자증권, 삼성증권, 메리츠증권 등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출시된 리니지2M의 추정 일평균 매출은 50억원 수준이다. 기대치를 상회하는 성과다. 현대차투자증권 측은 “리니지2M의 하향 안정화 속도도 굉장히 느리”다고 분석했다. 올 1분기에도 견조한 실적을 낼 것이라는 신호로 읽힌다.

여기에 리니지M의 매출이 꾸준히 뒷받침된 것도, 견고한 매출 성장에 일조했다. 리니지M의 일매출은 평균 24억원(추정치, 삼성증권 보고서)으로 전분기 대비 5%가 올랐다. 리니지2M이 나오면서 우려했던 카니발라이제이션 효과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엔씨소프트의 2019년 연간 실적은 매출 1조7012억원, 영업이익 4790억원으로, 매출과 영업익이 각각 1%와 22%씩 줄었다. 대부분 국내 매출(1조3194억원)이다. 북미와 유럽, 일본, 대만 등에서도 수백억원대 매출이 났다.

두드러지는 점은 모바일게임 매출의 증가다. 전년 대비 9%가 늘어, 전체 매출의 59%를 차지했다. ‘리니지’가 스마트폰에 잘 안착하면서, 모바일과 PC의 균등한 매출 비율을 빚어냈다.

PC게임에서도 ‘리니지’의 공은 크다. 리니지가 1741억원, 리니지2는 936억원을 벌어들였다. 리니지는 지난해 3월 출시한 리마스터 업데이트로 전년 대비 16% 성장했다. 리니지2도 하반기 진행한 대규모 업데이트 효과로 전년 대비 46% 매출 성장을 달성했다. 리니지라는 IP가 지난해 엔씨소프트를 먹여살린 셈이다.

이 외에 아이온은 460억원, 블레이드 & 소울 839억 원, 길드워2가 587억원을 기록했다.

연간 매출만 따져서 가장 큰 돈을 번 곳은 역시 넥슨이다. 지난해 2조6840억원의 매출을 냈다. 그렇지만 성장세는 아쉽다. 매출은 전년 대비 2%가 줄었다. 영업익도 1조208억원으로 다른 회사 대비 압도적으로 많지만 전년 대비 4%가 빠졌다.

연간 매출을 봤을 때,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높아 45%를 차지하지만 2018년의 52%에 비하면 7% 가량 줄었다. 대신 국내 매출의 비중이 늘었다. 2018년 넥슨의 매출에서 한국 시장의 비중은 29% 였던 것에 반해 2019년에는 36%로 딱 7% 늘었다. 중국에서의 비중은 역시 자회사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에 기인한 것인데, 중국에서 이 게임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시장에서의 매출 견인은 ‘메이플스토리’와 ‘피파(FIFA) 온라인 4’와 같은 스테디셀러 IP가 했다. 넥슨 측은 해당 게임들의 롱런 원인을 ‘라이브 게임 서비스 역량’에 있다고 설명했다. 메이플스토리 같은 경우는 대규모 업데이트와 세계관 확장, 전략 콘텐츠 공개의 덕을 봤다. 피파 온라인 4는, 모바일과 PC라는 양대 플랫폼에서 고루 성과를 보였다.

4분기 실적에서 긍정적 영향은 11월 출시한 신작 모바일 MMORPG ‘V4’가 영향을 미쳤다. 넥슨은 지난 4분기 매출 5318억원, 영업익 488억원을 기록했는데 각각 전년 동기 대비 7%와 16%씩 오른 성적이다. V4는 출시 이후 꾸준히 모바일 유료 매출 상위권을 지키고 있어, 넥슨이 오랜만에 장기 흥행을 기대할 수 있게 했다.

넷마블도 3년 연속 연간매출 2조원을 넘기는 성과를 냈다. 2조1755억원의 매출에 영업익은 2017억원이다. 모바일 게임 중심의 포트폴리오라 높은 매출 대비 영업익은 낮은 편이다. 매출은 전년 대비 7.6%가 올랐지만 영업익은 16.5% 줄었다. 영업익 하락에는 성장을 견인할 신작의 부재가 영향을 미쳤다.

4분기 매출은 552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3% 올랐고 영업익은 502억원으로 32.1% 증가했다. 긍적적인 부분은 해외 매출 비중인데, 72%를 차지한다.   ‘리니지2 레볼루션’을 비롯해 ‘마블 콘테스트 오브 챔피언즈(Kabam)’, ‘쿠키잼(Jam City)’, ‘일곱 개의 대죄: GRAND CROSS’ 등이 북미, 일본 시장에서 꾸준한 성과를 내며 해외매출 비중 확대를 견인했다.

펄어비스는 올해 사상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5389억원을 벌어들였고, 영업익은 1538억원이다. 매출이 그 전해보다 33.1%나 올랐는데, 검은사막 IP의 글로벌 확장과 플랫폼 다변화에 힘입은 것이다. 연간 해외 매출의 비중은 71%인데 이 회사 측은 “글로벌 게임 개발 회사로서 입지를 확고히 했다”고 자평했다.

다만 연간 영업익은 전년 대비 8.5%가 줄었다. 연간 영업익의 경우 펄어비스 뿐만 아니라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모두 줄었다. 이와 관련해 IBK투자증권 이승훈 연구원은 “엔씨소프트를 제외하고 넷마블, 펄어비스 등은 신작이 없었다”라며 “이는 내년, 내후년 나올 신작을 위해 인건비를 투자하고 있다는 뜻이라 영업익 하락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실적 발표에서 “보수적으로 인력 확대를 진행해 인건비가 갑자기 늘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준비하고 있는 게임들이 지연되고 있으므로, 이미 충원한 인력 외 대량의 신규 고용을 자제하겠다는 뜻이다. 신작을 출시해 투입된 자금을 회수하고, 영업익 하락을 지속하지 않겠다고 시장에 신호를 보낸 것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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