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보는 2020년 이커머스 비즈니스 인사이트

데이터는 미래를 비추는 창이다. 우리는 2019년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2020년 이커머스 업계의 모습을 미리 볼 수 있다. 2019년부터 최근까지 서로 다른 분석기관들이 발표한 데이터를 복기하며 2020년 이커머스판에서 떠오를 비즈니스 모델을 예측해 본다.

쿠팡의 전방위 압살

2019년 이커머스 업계는 ‘쿠팡의 전방위 압살’ 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 쿠팡은 대부분의 이커머스 업체들의 성장이 잠잠하다고 평가되는 한 편에서 급성장을 만든 업체로 평가 된다.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최근 쿠팡의 로켓배송 하루 출고량이 330만건을 돌파했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2019년 서로 다른 이커머스 및 모바일 데이터 분석 기관들의 데이터가 쿠팡의 성과를 증명한다. 순방문자수, 결제금액, 소비자 선호도 등에서 단연 압도적이다.

2019년 8월 기준으로 10~60대 연령, 성별에 따른 이커머스 사용자 숫자(MAU, 월순방문자수)를 보여주는 데이터. 10대 여성을 제외하고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쇼핑앱은 쿠팡으로 나타났다. 여기선 PC 접속이 아닌 앱만을 기준으로 판단한 결과인 것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자료 : 아이지에이웍스, 2019년 8월 MAU 기준)
2019년 9월 기준 발표된 와이즈앱의 데이터. 결과는 같은 시기에 발표된 아이지에이웍스의 데이터와 유사하다. (자료: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

아이지에이웍스의 데이터에서 특히 살펴볼 부분은 쿠팡이 전체 쇼핑앱 중 단독 사용 비중이 28.29%로 단연 높다는 거다. 반면, 쿠팡외 경쟁앱들의 쿠팡앱 중복 이용 비율을 평균 66% 이상으로 나타났다. 쇼핑앱 중 쿠팡의 단독 사용 비중이 높지만, 다른 앱들은 쿠팡을 동시에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쿠팡만 단독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28.29%다. 쿠팡 외의 쇼핑앱을 사용하는 이들은 평균 66% 이상 쿠팡앱을 중복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 아이지에에웍스, 2019년 8월 MAU 기준)

무엇이 쿠팡의 단독 사용을 만드는가. 한국소비자원이 2019년 9월 발표한 오픈마켓 소비자 만족도에서 그 이유를 유추해볼 수 있다. 쿠팡은 오픈마켓 서비스 이용경험자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하여 도출한 이 자료에서 배송 정확도 및 신속성(3.85)에서 평균(3.71)을 앞지르는 점수로 평가 받았다.

쿠팡은 한국소비자원의 조사에서 종합만족도 1위 오픈마켓으로 평가 받았다. 물류 외의 지표에서는 0.1 점 이상의 격차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쿠팡의 오픈마켓인 ‘아이템마켓’은 배송 속도를 통제할 수 없고 왕왕 느린데, 로켓배송의 이미지가 오픈마켓을 넘어서서 만들어낸 결과로 해석된다.(자료: 한국소비자원)

쿠팡의 독립적인 성장 동력은 ‘물류’다. 전국구 물류센터를 구축하여 500만개가 넘는 상품을 직매입하여 보관, 판매하는 업체는 많지 않다. 덧붙이자면 5600여명에 달한다는 배송기사(쿠팡맨) 네트워크를 직접 고용하여 운영하는 유통업체는 쿠팡이 유일하다. 이미 쿠팡의 하루 물동량은 국내 2, 3위 택배업체 롯데글로벌로지스와 한진의 숫자를 넘어선 것으로 평가된다.

2018년까지 쿠팡의 물류는 오늘 자정까지 주문하면 내일 배송되는 ‘로켓배송’으로 알려졌다면, 2019년의 쿠팡 물류는 ‘새벽 및 당일배송’과 ‘신선식품’ 영역까지 확대됐다. 전국구에서 익일배송이 당연한 세상, 새벽배송이 당연한 세상을 만들었다. 이 와중, 물류 투자를 부족하게나마 따라가던 11번가와 위메프, 티몬 등의 업체는 결국 직매입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축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흩어지는 경쟁 전선

2019년 또 하나의 키워드는 ‘흩어진 경계’다. 택배업체와 유통업체가 서로의 영역을 다투게 된 것은 이미 옛날이야기다. 쿠팡의 압살 한 편에서 성장한 카테고리킬러 커머스들이 서로의 주력 영역으로 치고 들어오고 있는 현상이 관측된다.

신선식품 분야 카테고리킬러 커머스로 단연 뾰족한 성장을 보인 업체는 마켓컬리다. 마켓컬리의 2019년 매출은 4000억원대로 알려졌는데 2018년 1571억원 대비 2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이 숫자가 의미가 있는 이유는 2018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새벽배송 시장에 들어온 신세계와 롯데 등 대규모 오프라인 유통망을 갖춘 기업들의 파죽공세 속에서 만들어낸 결과이기 때문이다. 오픈서베이가 3일 발표한 <온라인 식료품 구매 트렌드 리포트 2020>에 따르면 마켓컬리는 국내에서 소비자 인지도가 가장 높은 식료품 쇼핑몰로 조사됐다. 소비자들은 마켓컬리를 주로 이용하는 이유로 빠른 배송과 상품 품질(신선도)을 꼽았다.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인지도는 마켓컬리가 1위지만, 실제 소비자들이 식료품을 구매한 경험은 마켓컬리보다 쿠팡과 이마트몰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들이 쿠팡과 마켓컬리를 사용하는 이유는 빠른 배송 때문인 것으로 조사됐다.(쿠팡 45.7%, 마켓컬리  19.5%) 소비자들이 꼽은 쿠팡에는 없고 마켓컬리에 있는 가치는 품질과 신선도(마켓컬리 19.5%, 쿠팡 1.7%)로 나타났다. (자료: 오픈서베이)

마켓컬리는 지난해 9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자회사 프레시솔루션을 택배 화물운송사업자로 지정받고 마켓컬리의 신선, 새벽배송 역량을 외부업체에까지 공유하는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유통업체로 시작한 마켓컬리는 이제 CJ대한통운과 라스트마일 물류 시장을 다툰다. 마켓컬리의 무기는 그냥 택배가 아니다. 마켓컬리의 물량을 다루기 위해 확충한 역량인 ‘새벽’과 ‘신선’을 강조한 택배다.

마켓컬리의 경쟁은 주력 시장이었던 식품에서 비식품 영역까지 확대됐다. 마켓컬리에서 신선식품을 구매하는 30대 여성 고객에게 함께 소구할 수 있는 리빙헬스, 유아동, 반려동물 등 비식품 카테고리를 판매한지 오래다. 마켓컬리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비식품 카테고리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49% 신장했으며 비식품 판매 비중은 전체 매출의 20%에 달한다. 마켓컬리가 쿠팡의 주력 카테고리인 ‘생활용품’ 영역으로 들어왔고, 쿠팡은 반대로 새벽배송으로 마켓컬리의 주력 카테고리인 ‘식품’ 영역을 치고 들어왔다.

영역을 넘어선 이종업체들의 물류 경쟁은 사륜을 넘어 이륜의 영역까지 확대됐다. 쿠팡은 2018년 11월 음식배달 플랫폼 ‘쿠팡이츠’를 시작했다. 외연적으로 보기에는 배달의민족과 같은 배달 플랫폼 시장 진출로 보이지만, 그 안에는 쿠팡이 가지고 있지 않던 ‘이륜 물류망’을 확보하기 위한 시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때가 오면 쿠팡이츠로 확보한 이륜 물류망이 쿠팡 로켓배송에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편에서는 우아한형제들이 베타테스트 중이던 모바일 마켓 ‘배민마켓’을 지난해 B마트로 공식화했다. 우아한형제들이 전국에 음식배달을 위해 미리 구축한 ‘배민라이더스’의 망이 조리 음식이 아닌 상품 배달에 활용되기 시작했다. 우아한형제들은 B마트를 위해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마이크로 창고를 확장하고 있다. 여기에 모바일로 판매할 상품을 직매입해 보관하고 이륜 배달기사가 물류를 수행하는 구조다. 크기와 상품 카테고리 숫자만 다르지 정확히 쿠팡이 로켓배송을 위해 물류창고에 상품을 직매입한 그 방법을 따왔다.

한국에서 풀필먼트(Fulfillment)는 왕왕 ‘물류창고 비즈니스’ 같은 느낌으로 쓰이지만 풀필먼트의 사전적인 의미는 상품 소싱부터 고객까지의 원활한 주문 처리를 만드는 것이다. 아마존 미국본사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한국인 박정준씨는 저서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를 통해 “풀필먼트의 기본 의미는 이행 또는 완수”라며 “하지만 아마존에서는 만족스러운 고객 주문 처리를 뜻한다”고 밝혔다. 이제 풀필먼트의 경쟁은 라스트마일까지 확장됐다. 쿠팡과 마켓컬리, 우아한형제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경쟁하는 한 편에서 누가 라스트마일 풀필먼트의 완결을 만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카테고리킬러의 틈새 공략

쿠팡의 전방위 활약 와중 성과를 내고 있는 카테고리킬러 커머스들의 약진이 돋보인다. 신선식품, 중고거래, 패션 부문에 특화된 이커머스 업체들의 성장이 눈에 띈다. 그 와중 물류망은 상대적으로 부족하지만 마켓플레이스의 틈새시장을 노리고 성장하는 업체가 있다.

특히 ‘패션’ 분야의 성장이 견조하다. 패션은 상대적으로 쿠팡에게 부족한 카테고리로 평가 받는다. 이 영역에서 지그재그, 스타일쉐어, 에이블리, 무신사 등 패션특화 마켓플레이스들이 성장하고 있다.

종합 쇼핑몰(소셜커머스/오픈마켓/홈쇼핑 등)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단독 카테고리로 시장규모를 만들고 있는 이들을 주목해야 한다. 패션과 마트, 중고거래, 생활용품이 그들이다.(자료: 아이지에이웍스, 2019년 8월 기준)

아이지에이웍스의 데이터 기준으로 쿠팡이 유일하게 사용자 순위 1위를 차지하지 못한  10대 여성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쇼핑앱은 지그재그다. 10~20대 남성이 선호하는 쇼핑앱으로는 무신사의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고객에 강한 패션 마켓플레이스 무신사는 지난해 11월 세콰이아캐피탈로부터 2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2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시에 따르면 무신사는 2018년 1081억원의 매출(거래액 4500억원)과 26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8년 기준 48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베이코리아만 돈 버는 마켓플레이스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반면 10~20대 여성이 선호하는 쇼핑앱으로는 지그재그뿐만 아니라 스타일쉐어, 에이블리 등이 높은 수치를 보였다. 10~20대 여성은 핸드메이드 상품에 특화된 마켓플레이스 ‘아이디어스’의 선호도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40대 이상 여성은 홈쇼핑 모아보기 앱인 홈앤쇼핑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20대, 30대 남성이 선호하는 쇼핑앱으로는 중고거래 부문에서 번개장터가 높은 수치를 차지했다. 당근마켓이 비교적 전연령대에서 사용자수가 고르게 분포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독 10대 연령대에서 새로운 앱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그들이 20대가 되고 나서도 사용하는 앱이 무엇일지 고민이 필요하다. (자료 :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 2019년 9월 기준)

새로운 가치가 만드는 틈새

굳이 쿠팡이나 마켓컬리처럼 물류를 내재화하지 않고도 독립적인 수치를 자랑하는 업체들이 있다. 여기서 볼 업체는 당근마켓과 위메프다. 이들은 빠른 물류와는 다른 색다른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한다. 인크로스가 지난해 1월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당근마켓과 위메프의 평균 앱 체류시간은 각각 264.1분과 144.1분으로 옥션(117.7분)과 쿠팡(78.5)의 수치를 크게 앞지른다. 평균 앱 실행 횟수 역시 당근마켓 809회, 위메프 758회로 지마켓(477.4회)과 쿠팡(396.8회)의 숫자를 상회했다.

이커머스 순 방문자수, 평균 실행 횟수/페이지뷰, 평균 체류시간 순위. 쿠팡의 전방위 압살 속에서 쿠팡이 못하는 영역을 개척하는 이커머스 업체들이 있다.(자료: 인크로스, 2018년 12월 기준)

이는 두 서비스의 방문 소비자들이 단순히 목적한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 패턴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위메프는 더 저렴한 가격에 이벤트 특가 상품을 보고자 방문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회사측 분석이다. 당근마켓은 C2C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단순 거래 목적 이상으로 앱에서 물건을 사고 팔며 재미를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다. 커뮤니티형 이커머스 플랫폼 특성상 타 플랫폼 대비 제품의 스토리가 전달되고, 소비자들이 이를 흡인력 있게 살펴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높은 수치가 나타났다는 인크로스의 분석이다.

한 편에서는 모바일(앱)이 아닌 PC(웹)에서 특히 강한 이커머스 진영도 보였다. 대표적으로 이베이코리아(지마켓/옥션/지9)가 웹에 강한 마켓플레이스다. 인크로스에 따르면 2018년 12월 기준 앱 부문에서는 쿠팡이 809만명으로 가장 많은 순방문자 숫자를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웹 부문에서는 이베이코리아의 지마켓이 95만6000명으로 쿠팡의 566만3000명을 크게 앞질렀다. 앱과 웹 사용자간 이커머스 마켓플레이스 선호도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커머스 온라인 전체 순방문자 순위 및 디바이스별 이용 비중. 이베이코리아의 지마켓과 옥션은 상대적으로 PC와 모바일웹에서, 쿠팡은 모바일과 모바일앱에서 더 많은 방문자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크로스에 따르면 지마켓은 오픈마켓 중에서도 포털 사이트 내 광고 구좌에 많이 노출되고 있어 앱으로 직접 접속하지 않고 뉴스를 보기 위해 포털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지마켓으로 유입되는 트래픽이 많은 것으로 분석됐다.(자료: 인크로스, 2018년 11월 데이터 기준)

인크로스에 따르면 2018년 11월 기준 이커머스 온라인 전체 순방문자수(UV) 1위는 지마켓(1717만명), 11번가(1666만명), 옥션(1438만명), 쿠팡(1297만명) 순으로 나타났다. 이베이코리아 진영(지마켓, 옥션)의 숫자를 합산하면 3155만명으로 쿠팡의 숫자를 크게 앞질렀다.

지하의 강자 네이버

여태까지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커머스 업계에서 가장 무서운 업체로 꼽는 것은 쿠팡이나 마켓컬리가 아니다. 별다른 홍보도 하지 않고 조용히 세를 키우고 있는 네이버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가 지난해 11월 유통업계 관련 종사자 275명을 대상으로 리테일 트렌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업계 관계자들은 2020년 가장 큰 성장이 예측되는 이커머스 업체로 네이버쇼핑(36%)을 꼽았다. 그 뒤를 쿠팡(25.5%), SSG닷컴(19.3%), 마켓컬리(12.7%)가 이었다. 같은 조사에 따르면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2020년 고성장세 예측 업태로 ‘플랫폼 기반의 온라인 커머스(27.6%)’를 꼽았다.

어쩌면 가장 무서운 것은 네이버일지 모른다.(자료: 한국체인스토어협회, 2019년 11월 기준)

네이버는 포탈 방문 고객 트래픽을 기반으로 이미 국내 거의 모든 마켓플레이스들의 게이트웨이가 됐다. 신세계든, GS홈쇼핑이든, 롯데든, 네이버를 벗어나 독립몰의 가치를 키우고 싶은 것은 매한가지지만, 그러자니 엄청나게 빠져나갈 고객이 두렵다.

실제 네이버는 2019년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결제금액을 보유한 플랫폼으로 나타났다.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이 2020년 1월 13일 발표한 ‘만 20세 이상 한국인의 신용 및 체크카드, 계좌이체, 휴대폰 소액결제 결제액 추정액’에 따르면 전 세대를 합쳐 한국인이 가장 많이 결제한 온라인 서비스는 ‘네이버’로 2019년 결제금액은 20조9249억원으로 추정된다. 전년도 16조4569억원 대비 27% 증가한 수치다.

그 뒤를 쿠팡의 지난해 결제액이 17조771억원으로 추정돼 지난해 10조8494억원 대비 57% 증가했다. 세 번째는 옥션/지마켓(이베이코리아)인데, 16조9772억원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추정됐다. 쿠팡이 처음으로 이베이코리아의 숫자를 넘어섰다.

이커머스 삼강이 풀필먼트에서 맞붙는다면

한국의 거래액 기준으로 이커머스 플랫폼 3강은 네이버와 쿠팡, 이베이코리아로 꼽을 수 있다. 이들이 2020년 ‘풀필먼트’에서 맞붙는다면 어떨까. 이베이코리아는 2020년 동탄에 메가 풀필먼트센터를 본격 가동했다. 이 물류센터는 이베이코리아의 위탁배송 서비스인 ‘스마일배송’의 허브로 활용된다. 쿠팡처럼 익일배송의 속도를 만들지만, 그 방식은 직매입이 아니다. 외부 셀러들의 상품을 보관하고 택배 출고까지 대행하여 물류비를 받는 방식으로 쿠팡의 방식보다 아마존의 FBA(Fulfillment By Amazon)에 가깝다. 2020년 이베이코리아 또한 이 물류센터를 기반으로 ‘속도’를 만드는 상품 구색을 대폭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한 편에선 네이버가 풀필먼트 사업을 위해 스마트스토어 입점 셀러들에게 접근하고 있다는 소문이 마켓플레이스 업계에 돌고 있다. 업계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네이버의 풀필먼트 사업은 쿠팡과 같은 직매입 방식이 아니다. 아마존의 FBA처럼 물류센터에 셀러들의 상품을 위탁 보관하고 고객 주문에 따라 물류 처리를 대행하고 비용을 받는 방식이다. 네이버는 지난달 20일 “업계에서 네이버쇼핑이 향후 물류센터를 매입해 물건을 직접 판매하는 직매 유통에 뛰어들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지만 관련 내용은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쿠팡은 당연히 할 수 있는 비즈니스로 ‘풀필먼트’를 고려할 수 있다는 게 증권가 및 업계의 공론이다. 공식적으로는 아니지만 쿠팡이 벤치마킹하고 있는 아마존이 직매입에서 마켓플레이스로, 마켓플레이스에서 풀필먼트로 변화하며 성장했다. 쉽게 말하자면 처음 자기 상품을 자기 플랫폼에서 팔던 아마존은 1999년 마켓플레이스 사업을 시작하면서 외부 셀러 상품을 모으기 시작했고, 이 셀러에게 자기 플랫폼을 위해 구축한 물류를 판매하기 시작한 게 2006년이다. 이게 아마존의 풀필먼트 FBA다. 아마존은 2005년 빠른 물류를 포함한 유료 멤버십 ‘아마존프라임’을 론칭했는데, 제프 베조스에 따르면 FBA는 아마존프라임과 마켓플레이스를 잇는 접착제다. 쿠팡 또한 이미 자사 물류를 위해 구축한 물류망이 있다. 물류를 녹인 멤버십 서비스 ‘로켓와우클럽’이 있다. 때가 온다면 이 물류망을 외부에 개방하지 아니할 이유가 없다는 업계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여기서 또 하나의 포인트는 세 업체의 풀필먼트 경쟁이 비단 국내에서만 펼쳐지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글로벌 소싱을 포함하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로 확장될 전망이다. 이미 쿠팡은 자사 마켓플레이스를 해외 셀러들에게 개방했다. 2017년까지만 해도 국내 셀러만 받았지만, 이제 중국 셀러들의 상품을 쿠팡에서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비단 쿠팡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네이버에도 지마켓에도 해외 셀러들의 상품이 섞인지 오래다.

아마존의 FBA가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로 확장한지 오래고, 전 세계 셀러들의 상품을 그들의 물류센터로 모으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자. 아마존은 한국에서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지 않지만, 한국 셀러를 소싱하는 조직인 ‘아마존글로벌셀링’은 운영한 지 오래다. 아마존뿐만 아니라 쇼피(Shopee), 라자다(LAZADA), 큐텐 등 한국은 이미 글로벌 마켓플레이스들의 소싱 각축장이 된지 오래다. 어떻게 보면 중국 셀러들의 상품들이 한국 쿠팡 물류센터에 박힐 날이 머지않았을 수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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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댓글

  1. 기사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커머스에 대해서 공부하던 중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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