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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륜차 물류기업 원더스가 중고폰을 팔게 된 사연

“처음 택배가 나왔을 땐 저단가 경쟁이 불붙었죠. 택배업체들은 서로 저렴한 가격에 전국구 택배 서비스를 제공해주겠다고 경쟁했죠. 2010년대는 속도 경쟁이 가속화됩니다. 쿠팡의 로켓배송과 마켓컬리의 샛별배송이 익일배송과 새벽배송의 시장을 열어요. 2020년대에 와선 속도 경쟁도 끝난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배송 시장의 다음 격전지는 ‘서비스’입니다. 아직 온라인화가 되지 못한 오프라인의 경험을 배송해주는, 경험 배송의 시대가 올 겁니다(김창수 원더스 대표)”

이 업체가 망할 뻔했다는 이야기는 지난번에 했었다. 지금은 꽤나 살 만 하다. 대표적인 지표로 원더스는 2019년 BEP(손익분기점)를 넘겼다. 이제 돈을 버는 이륜차 물류기업이 됐다. 돈을 못 버는 이들로 가득한 이쪽 판에서는 이례적인 성과다.

원더스 오늘도착 배송기사는 SK텔레콤 유니폼을 입고, SK텔레콤 랩핑이 된 바이크를 탄다. 고객 입장에서는 원더스가 아닌 SK텔레콤 기사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간략히 설명하자면 원더스가 손익분기점을 넘긴 것은 SK텔레콤 덕이었다. 2018년 8월 원더스가 시작한 SK텔레콤 T월드다이렉트샵의 휴대폰 당일배송 서비스 ‘오늘도착’이 주요했다. 이에 따라 원더스는 5000원 퀵서비스 기업에서 휴대폰 전문 퀵서비스 기업으로 변모했고, 원더스가 받는 돈은 건당 수천원이 아닌 수만원이 됐다.

T월드다이렉트샵에서 구매하길 원하는 휴대폰과 요금제, 약정 등을 선택하고 나면 기본 배송옵션으로 원더스의 ‘오늘도착’ 서비스가 노출된다. SK텔레콤과 원더스 시스템은 API 연동이 돼 있어서 고객 주문 데이터는 원더스 시스템으로 자동으로 전달된다.

오늘도착이 단순히 고객이 온라인에서 구매한 휴대폰을 전달만 해주는 서비스는 아니다. 휴대폰 대리점 직원이 제공해주는 ‘개통’과 ‘데이터 이전’과 같은 부가 서비스가 포함된다. 이를 위해 원더스 배송기사는 기본적으로 2주 정도의 서비스 교육을 받는다. 오프라인 대리점의 서비스를 온라인에서 재현한 것이다.

SK텔레콤의 오늘도착 서비스 홍보 문구. 개통, 데이터 이전이 포함된 프리미엄 배송 서비스를 강조한다. 고객이 내는 오늘도착 서비스 이용료는 무료다. 원더스가 공짜 서비스를 하는 것은 아니고, SK텔레콤으로부터 배송비를 지급 받는다.

원더스는 2019년 그 전에 서울에서만 제공했던 오늘도착 서비스를 전국구로 확장했다. 서울과 수도권(인천, 경기), 5대 광역시(부산, 대구, 대전, 광주, 울산)를 포함한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후 3시까지 주문한 고객을 대상으로 당일배송 한다.

원더스가 운영하고 있는 배송인력은 100여명이다. 전성기의 그 숫자를 되찾았다. 오늘도착 하루 출고량은 지난해 1월 기준 130여건에서 아이폰11이 출시된 지난해 9월에는 800건 가까이 되는 숫자를 기록했다.

휴대폰 배송을 하다 보니 보인 시장

앞서 설명했듯 원더스의 배송기사는 ‘물류’만 하는 이들이 아니다. 고객 접점에서 20분 정도 머물면서 부가가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시간은 대부분 데이터 이전에 사용된다. 기본적으로 전화번호부나 메시지 정보를 이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객의 니즈를 듣게 된다. 특히나 휴대폰 판매에 수반되는 전통적인 니즈가 있으니 ‘중고폰 처리’다.

김창수 원더스 대표는 “SK텔레콤 대리점에서 휴대폰을 구매하는 고객 10명 중에 5명은 기존에 쓰던 휴대폰을 대리점에 판매한다”며 “10명 중 2명은 아예 사용을 하지 못하는 파손폰을 갖고 있는 것이고, 남은 3명은 그냥 자기가 가져간다고 하는 사람이다. 중고폰 판매는 기존 오프라인 대리점 시절부터 이미 존재하던 고객 니즈”라 설명했다.

원더스는 그 프로세스를 ‘온라인’으로 가지고 왔다. SK텔레콤과 함께 출시한 ‘오늘보상’이 그것이다. 오늘보상은 오늘도착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중고휴대폰 매입 서비스다. 현장에 방문한 원더스 배송기사가 고객이 기존 사용하던 중고 휴대전화를 검수하고 가격을 책정하여 고객에게 제시한다. 그 가격이 마음에 들면 팔면 되고, 마음에 안 들면 안 팔면 된다. 고객이 중고폰 판매를 결정했다면 대금은 현장에서 바로 통장 계좌로 입금된다.

T월드다이렉트에서 휴대폰을 구매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오늘 보상’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기존 사용하던 휴대폰의 기종을 입력하면 A등급 기준 최대보상 금액이 시스템상에 노출된다. 원더스가 오늘보상에서 강조하는 것은 ‘검수후 현장 즉시 입금’이다.

김 대표는 “원더스의 배송기사는 그냥 배송기사가 아니다. 움직이는 지능형 대리점이라고 부를 만하다.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전국구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셈인데, 그것으로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며 “그 때 1차적으로 확장 가능한 곳으로 중고거래 시장이 보였다. 중고폰 시장만 해도 1년에 1000만대 정도가 나가는 1조7000억원 시장이다. 기존 중고폰 거래에 존재하는 신뢰의 문제를 풀고자 현장에서 즉시 검수하고 입금까지 해주는 서비스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원더스 용산 물류센터에 수거돼 충전되고 있는 중고폰들. 원더스 배송기사들이 기본적인 검수(QA)와 초기화 작업을 끝낸 제품들이다.

원더스는 그렇게 고객에게 매입한 중고폰을 수출업체에 재판매한다. 수출업체들은 그들이 구매하는 기준가에 맞춰서 원더스가 매입한 휴대폰을 검수하여 구매한다. 수출업체가 구매한 휴대전화는 데이터 초기화와 가공 작업을 거쳐 홍콩 등 제 3국으로 판매된다.

보면 알겠지만 오늘보상의 즉시 입금 구조는 원더스가 직매입한 가격보다 수출업체가 제시하는 가격이 작다면 꼼짝 없이 원더스가 손해를 보는 구조다. 원더스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매일매일 중고폰의 시세를 시스템에 업데이트한다. 중고폰 특성상 파손이나 사용감이 있을 수도 있는데, 이런 부분을 체크할 수 있는 ‘디지털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예를 들어서 고객이 판매하고자 하는 중고폰이 아이폰XS(AIP_XS_MAX_64GB)라면 시스템에서 해당 모델을 선택하고, 검수 이후 체크리스트에서 이상 상황을 체크하면 해당 휴대폰의 확정 가격을 노출해준다. 원더스 배송기사는 시스템에 노출된 확정가격을 그대로 중고폰을 판매하고자 하는 고객에게 현장 제시한다.

원더스 기사용앱에서 확인 가능한 디지털 체크리스트. ‘액정’과 ‘뒷판(측면)’, ‘LCD’, ‘나침반’, ‘지문/FACE ID’, ‘잔상’ 등 중고폰에서 자주 나타나는 이상 상황들을 체크하여 실시간으로 확정 가격에 반영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수출업체들이 검수, 제시하는 가격과 우리가 중고폰을 직매입한 가격에 차이가 있을 수도 있는데, 그 가격 차이는 2%도 안 된다”며 “우리 배송기사의 검수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고, 그렇기 때문에 검수 가격이 나온 다음에야 입금을 해주는 여타 중고폰 매매 업체와 달리 현장에서 곧바로 고객에게 대금을 지급할 수 있는 것”이라 설명했다.

원더스는 현재 하루 평균 200여대의 중고폰을 직매입해 수출업자에게 재판매하고 있다. 기존 핸드폰 배송을 마치고 돌아오는 오토바이 배송기사의 유휴시간과 적재함의 빈 공간을 중고폰으로 채워 넣었다. 어찌 보면 비어 있는 역물류에 가치를 불어넣은 것이다.

원더스 라이더들 또한 중고폰 수거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원더스 라이더는 고정 기본급 240만원을 받고 여기에 더해 배송 및 수거 건당 인센티브를 지급 받는다. 배송과 수거 업무가 많은 사람이라면 한 달에 800만원을 넘게 버는 라이더도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물류에서 유통으로

원더스는 유통을 포함한 중고폰 가치사슬로 영역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원더스가 최근 론칭한 중고폰 전문 쇼핑몰 ‘원더폰(One The Phone)’이 대표 사례다. 원더폰은 원더스가 직매입한 중고폰 중 슈퍼 S급이라고 평가 되는 100대만 엄선하고 추려서 판매하는 쇼핑몰이다.

원더스는 원더폰을 위한 전용 포장재를 제작했다. 검수가 끝난 중고폰에는 액정보호 필름을 붙이고, 비닐포장을 한다. 타입과 맞는 충전기(새 제품)를 포장지에 동봉한다. 프리미엄 중고폰을 추구한다. (사진은 액정 보호 필름을 뗐다 붙여서 기포가 생겼는데, 원래는 저렇지 않다.)

원더폰의 배송망은 SK텔레콤 ‘오늘도착’의 그것을 그대로 활용할 계획이다. 원더폰에서 중고폰을 구매하는 고객이 있다면 그들이 원하는 곳까지 무료 당일 배송 해주고, 개통과 데이터 이전 등 부가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여기서 원더스가 내세우는 가치가 있으니 무료 반품이다. 만약 고객이 배송기사가 들고 온 실물 중고폰을 직접 보고 마음에 안 든다면 그 자리에서 반품을 요청할 수 있다. 배송을 맡은 라이더가 해당 제품을 회수하는 업무도 겸한다. 만약 구매 이후 3개월 안에 제품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똑같은 제품으로 무상 교환을 보장한다.

원더스가 ‘공짜 물류’를 내세우는 이유는 중고폰의 이익률이 충분히 높기 때문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중고폰에는 통상 20% 이상의 이익이 남는다. 공짜 물류를 감당할 수 있는 충분한 여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원더스가 중고폰 시장 개척을 위해 지난해 12월 시작한 서비스가 있으니 ‘노마진 모바일’이다. 고객이 휴대폰 대리점에 판매하는 중고폰을 마진을 전혀 남기지 않고 구매, 수거해서 수출업자에게 마진을 보고 판매하는 것”이라며 “대리점은 통상 하루에 1~2개 정도 중고폰을 매입하는데 5개 이상이 모이면 우리가 구매하는 구조다. 개인 고객에게 하나씩 수거하는 것보다 픽업 효율이 월등히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노마진 모바일 광고. 노마진 모바일은 원더스의 중고폰 가치사슬 안에서 ‘소싱’ 효율화를 만들기 위한 수단이다. 기존 대리점과 거래하는 중고폰 딜러들이 대리점에서 마진을 남기고 중고폰을 구매하고, 수출업체에 노마진으로 판다면 원더스는 전국구 수거망을 기반으로 그 반대로 움직인다는 설명이다.

원더스는 현재 대리점으로부터 일일 100여개의 중고폰을 수거하고 있는데 이 숫자가 500대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이렇게 구매한 휴대전화가 원더스가 가진 중고폰 전문몰 원더폰과 수출업자들에게 재판매 된다. 이륜차 물류기업 원더스는 유통으로 한 걸음 나아간다. 물류가 아닌 유통으로 돈을 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4 댓글

  1.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 그런데 기사 내용중 이해가 안가는 표현이 있습ㄴ디ㅏ

    대표는 “원더스가 중고폰 시장 개척을 위해 지난해 12월 시작한 서비스가 있으니 ‘노마진 모바일’이다. 고객이 휴대폰 대리점에 판매하는 중고폰을 마진을 전혀 남기지 않고 구매, 수거해서 수출업자에게 마진을 보고 판매하는 것”

    상식적으로, 마진을 전혀 남기지 않고, 구매? 하여 수출업자에게 마진을 보고 판매 하는것 이라는게 무슨말인가요? 당연히 마진은 판매할때만 보는게 아닌가요?

    수출업자에게 판매가가 10만원 정해진 폰이 있다면, 그걸 10만원에 매입을 한다는 말인지, 9만원에 매입을 한다는 말인지.. 기사 내용이 이해가 안갑니다..
    ( 마진 없이 매입한다는 말은 생전 처음 들어봅니다)

    1. 안녕하세요? 질문에 답변 드립니다. 이 글에는 통상 휴대폰 중고거래 업자들의 거래 행태에 대한 이야기를 포함시키지 않아서 이해에 혼선을 드린 것 같습니다. 기존 휴대폰 중고거래 업자들의 가치사슬을 나열하자면 이렇습니다. 중고폰 판매 소비자 – 휴대폰 대리점 – 중고폰 거래업자 – 수출업자.

      여기서 중고폰 거래업자는 휴대폰 대리점에서 구매한 휴대폰에 일정 마진을 붙여서 수출업자에게 판매합니다. 예를 들어서 대리점이 소비자에게 10만원에 휴대폰을 구매했다고 하면, 이 폰을 중고폰 거래업자가 12만원에 구매해서 14만원에 수출업자에게 판매하는 식입니다.

      원더스의 경우 휴대폰 대리점에 수출업자의 제시가를 그대로 지급하여 휴대폰을 매입합니다. 그러니까 위 사례로 보면 원더스는 휴대폰 대리점에 14만원을 주고 휴대폰을 구매하는 것이죠. 통상 소규모로 활동하는 중고매매 업자를 기준으로 보면 마진을 남기는 게 없는 셈이 됩니다. 이게 원더스가 이야기하는 ‘노마진’입니다.

      원더스가 대리점에 받은 14만원 그대로 수출업자에게 판매하면 원더스가 남기는 돈은 전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더스는 핸드폰 5~10대를 판매하는 것이 아닌, 여러 대리점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서 수백대의 핸드폰을 한 번에 판매하는 구조를 만들고자 하죠. 그러니까 14만원에 구매한 휴대폰을 수출업자에게 13만원을 받고 팔아서 1만원을 남기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는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구매력을 확보하여 만들어낸 단가고, 수출업자에게서 ‘마진’을 만든다는 것은 여기서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충분한 설명이 됐는지 모르겠네요. 더 궁금하신 점 있으시면 편히 문의 부탁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1. 혹시 하고 들어와 봤더니 빠른 답변을 남겨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

        결국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수출업자에게 매입가를 더 받겠다 라고 이해가 되어집니다.
        이부분이 실제로 working 할지에 대한 의문이 좀 들기는 하네요.

        왜냐하면, 보통의 유통의 경우,

        규모의 경제를 가진 업체가 매입가를 낮춰서, 결국 판매가를 낮추고, 결국 이를통해 판매량을 늘립니다.

        그런데, 이 중고폰 유통의 경우,
        대리점에 중고폰 매입가를 오히려 더 주는 상황에서, (중간 딜러인 , 원더스가 갑 이라는 전제로)
        수출업자에게 판매가를 높여서 더 받겠다. 라고 이야기네요.

        일반적 유통 형태가 아니어 다소 혼란스럽긴 합니다.
        수출업자들의 입장에서 중고폰이 어떤 유통경로를 거쳐 세계로 수출되어 지는지에 대한 기사가
        궁금합니다 (가능하시면 후속 기사도 부탁드립니다)

        ** 마지막 예시로 든 부부은 오타 같습니다.

        그러니까 14만원에 구매한 휴대폰을 수출업자에게 13만원을 받고 팔아서 1만원을 남기는 것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수출업자에게 13만원 >> 15만원을 받아, 1만원을 남긴다는 이야기 이신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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