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처럼 미팅을 마치고 여의도 사무실로 복귀하던 지난주 어느 날. 사무실 앞에 주차된 이상한 모양의 쿠팡 화물차를 만났다. 트럭 위에 화물을 적재하는 탑이 올라간 것까지는 통상의 쿠팡 화물차의 그 모습과 같다. 탑 안에는 고객에게 배송되는 상품 박스(쿠팡은 ‘기프트’라 부른다.)가 차곡차곡 들어선다. 여기까지는 쿠팡뿐만 아니라 모든 택배차량이 이렇게 생겼다.

멀리서 희어멀건하게 차량 내부를 반짝이고 있는 쿠팡차를 보고 냉장탑차를 새로 도입한 건 아닌가 싶기도 했는데, 아니었다.

탑 내부 구조가 특이한데, 차량 우측에 4단 선반이 비치돼 있다. 이 선반 위에 10여개의 토트박스가 올려졌다. 토트박스에는 AAIA311이라던가, AAIR086이라는 번호가 적혀 있는 종이가 바코드와 함께 프린트돼 붙어있다. 차량 안은 백색 빛으로 번쩍인다. 멀리서 봤을 땐 지금껏 쿠팡에 없던 신선배송 차량이 도입됐나 싶었다. 그건 아니었다.

가까이에서 본 이상한 쿠팡차. 선반에 토트박스채로 소포장된 여러 상품들이 들어있다.

이게 구형 쿠팡 화물차의 내부 모습이다. 신형과 비교해 보자. 휴지나 생수 같은 부피가 큰 상품은 별도로 박스 포장하지 않고 그 위에 송장을 붙여서 바로 고객에게 배송하기도 한다.

통상의 쿠팡 화물차와 다른 이 차량의 정체는 지난해 여름 쿠팡이 도입한 ‘신형’인 것으로 확인됐다. 쿠팡이 신형 화물차를 도입한 배경은 낱개상품 포장 적재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시기를 본다면 쿠팡의 유료 멤버십 서비스 로켓와우 론칭과 맞물린다. 쿠팡이 2018년 10월 로켓와우를 론칭한 이후 단품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로켓와우는 월 2900원 멤버십 이용료에 크게 4가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최소 주문금액과 상관없이 로켓배송 상품 100% 무료배송, 로켓프레시 신선식품 새벽배송 이용 가능, 당일배송(오전 9시까지 주문 가능) 이용 가능, 로켓배송 상품 30일 무료반품이 그것이다. 모두 물류와 관련된 혜택이다. 가입 후 30일 동안은 최대 5%의 적립금을 지급한다.

쿠팡을 자주 이용한다면 손톱깎이와 같은 작은 상품을 주문했는데, 거대한 박스에 배송돼서 이게 뭔가 싶은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가끔은 같은 상품 10개를 한 번에 주문했는데 서로 다른 박스에 담겨서 배송돼 오는 경우도 있다는 구매 고객 증언이 나온다. 포장 박스 하나하나도 돈인데 이 무슨 과포장인가. 신형 쿠팡 차량은 이러한 ‘낱개 포장’을 효율화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보인다.

이렇게 비닐 포장된 상품들이 토트박스 안에 들어있다. 토트박스 또한 옆으로도 열 수 있는 구조다.

일반적인 쿠팡 로켓배송 적재

신형 쿠팡 화물차가 어떻게 적재 효율을 높이는지 알아보기 전에 기존 쿠팡의 로켓배송 프로세스를 알아보자. 쿠팡이 직접 배송하는 ‘로켓배송’은 쿠팡 물류센터에 직매입해 보관한 상품들을 전날 12시(자정)까지 고객 주문을 받아서 다음날 배송하는 구조다.

고객 주문에 맞춰 포장 작업을 끝낸 상품들은 산발적으로 간선차량에 실려 쿠팡의 말단 배송 거점인 ‘캠프’까지 이동한다. 캠프에서는 ‘헬퍼’라 불리는 하차 인력이 열심히 간선차량에 실린 화물을 내려 쿠팡의 배송기사인 쿠팡맨에게 전달한다. 택배 현장에서는 ‘까대기’라 불리는 일을 이들이 한다. 택배 현장과 다른 점이 있다면 택배 대리점이나 택배기사들이 돈을 모아서 고용하는 까대기 알바와 달리, 헬퍼는 쿠팡이 돈을 써서 고용한다.

쿠팡맨이 하는 일은 그렇게 쿠팡 화물차 바로 앞까지 헬퍼들이 전달한 박스를 차량에 싣는 일부터다. 이 업무도 통상의 택배업체와는 다르다. 택배기사들이 나름대로의 자율성을 가지고 배송 경로를 설정하여 그 순서대로 화물을 적재하는 택배업체들과 달리, 쿠팡은 시스템이 배송루트와 적재 방법을 결정한다.

쿠팡 관계자는 “쿠팡의 적재는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다. 시스템이 그날그날 쿠팡맨들이 어디부터 이동해야 할지 동선을 결정해서 정해준다. 쿠팡맨 자율로 상품을 싣지 않는다”며 “그날그날 달라지는 물량과 동선, 상품의 부피와 같은 것들도 계산하여 시스템에 반영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상품 적재가 끝나면 우리가 아는 그 과정이 나온다. 쿠팡 화물차에 실린 상품들이 우리집 앞까지 온다. 물론 우리집만 오지는 않는다. 동선이 맞는 여러 집을 함께 돈다.

신형 쿠팡 화물차의 경우

앞서 선반이 달린 신형 쿠팡 화물차가 ‘적재 효율’을 높이기 위해 도입됐다는 이야기를 했다. 쿠팡 교육자료에 따르면 기존 택배차와 동일하게 생긴 선반이 없는 쿠팡 차량의 경우 통상 250개의 상품을 싣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는 약 35분의 시간이 걸린다. 신형 쿠팡 차량은 이 시간을 10~15분 정도 단축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이 외에도 물류센터부터 캠프까지의 간선 이동시간을 단축시킬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적재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이유는 ‘토트박스’ 덕이다. 비닐, 소형박스로 포장되는 약 150개의 소규모 제품, 단품이 쿠팡 물류센터 출고 전에 미리 포장돼 20여개의 토트박스에 담긴다. 한 토트박스에는 쿠팡맨에게 할당 되는 배송권역의 낱개, 소포장 상품들이 포장돼 담겨있다.

소포장 상품들로 채워진 토트박스들이 물류센터에서 간선 차량에 태워져 캠프까지 전달된다. 그러니까 신형 쿠팡차량을 이용하는 쿠팡맨은 250개의 상품을 적재하는 것이 아니라, 100개의 상품과 20개의 토트박스를 적재하면 된다. 토트박스에 담겨 있지 않은 박스 상품들은 기존처럼 탑의 빈 공간에 넣고, 토트박스는 선반 위에 올려놓는다.

토트박스를 선반에 올려놓는 순서도 ‘시스템’이 지정한다. 기본적으로 먼저 배송되는 권역의 상품들이 담긴 토트박스가 우선 나가기 편하게 적재된다. 4단 선반에는 가로세로 5×4, 총 20개의 토트박스가 들어간다. 먼저 나가는 상품들은 좌우 기준 두 칸, 아래부터 3칸까지의 공간을 활용하여 적재하도록 시스템이 가이드한다. 나중에 나가는 상품들은 가운데 한 칸, 상단 1칸의 공간을 활용한다.

신형 쿠팡 화물차 우측을 기준으로 봤을 때, T자형의 위치가 후반부에 배송되는 상품들이 담긴 토트박스가 들어가는 자리다. 옆으로 밀어 여는 슬라이딩 도어의 구조상 중앙(가로 위치로 세 번째)에 위치한 토트박스는 곧바로 빼기 어렵고, 상단  한 칸(세로 위치로 위에서 첫 번째)은 손이 잘 닿지 않는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이렇게 생긴 구조라 선반의 가운데 위치(오른쪽에서 세 번째)에 보관되는 토트박스는 바로바로 상품을 빼기가 어렵다. 나중에 배송되는 상품이 이 곳에 위치한다.

만약 쿠팡맨이 선반에 다 집어넣지 못하는 20개가 넘는 토트박스를 할당 받는다면, 잔여 토트박스들은 후반부에 방문하는 루트의 상품들로 보면 된다. 이 상품들은 탑 가장 안쪽으로 토트박스에 담기지 않은 일반 상품들과 함께 적재하도록 하는 것이 쿠팡의 가이드다. 배송을 하다보면 비는 토트박스가 나오게 되는데, 그 때는 빈 토트박스를 접어서 보관한다. 그 다음 배송해야 하는 토트박스는 조금 빼기 쉬운 곳으로 이동시킨다.

쿠팡이 공개한 현재 쿠팡맨의 숫자는 5600여명. 이 중 신형 쿠팡 화물차의 숫자가 몇 대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쿠팡 관계자는 “여러 프로세스를 바꿔가면서 운영 효율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동탄 메가허브와 같은 새로 오픈하는 물류센터를 중심으로 효율을 높이는 프로세스를 추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