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만들고 있는 볼리의 존재는 향후 스마트홈 시장이 어떻게 진화할지를 느낄 수 있는 열쇠였다. 현재까지 스마트홈은 주로 폰이나 스피커로 가전을 제어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으며, 가전끼리 상호작용해 집안을 최고의 상태로 만드는 수준까지 이르진 못하고 있다. 이유는 각 가전끼리의 호환성 부족과 더불어 가전들을 제어할 수 있는 콘트롤타워 부족 등 여러가지다. 따라서 각 업체는 콘트롤타워를 자신들이 잘하는 부품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예를 들어 삼성과 LG는 TV에 모니터를, 구글은 네스트 위주, 아마존은 스피커에 스크린을 달아 스마트홈 가전들의 제어상태를 보여주려 했다.

볼리는 이러한 콘트롤타워를 돌아다니는 로봇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로 등장한 콘셉트 제품이다. 실제로는 AI가 성숙하지 못할 경우 단순히 돌아다니는 IP카메라 수준에 머물 수도 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집안의 지도를 그려가며 집안에서 뭘 할 수 있을지를 꾸준히 고민해온 업체가 있다. 군용 로봇과 로봇청소기 등을 만드는 아이로봇이다. 아이로봇은 로봇형 진공청소기를 대중화시킨 업체다. 최초 개발은 일렉트로룩스가 했으나 300만원에 육박하는 가격 때문에 큰 사랑을 받지 못했고, 성능의 부족함 없이 40~50만원대 제품을 들고나온 것이 아이로봇이었다. 아이로봇의 로봇청소기 북미 내 점유율은 90%에 육박한다.

룸바(Roomba)

아이로봇의 로봇청소기 룸바 시리즈는 각종 센서 외에도 카메라를 장착해 집안의 사물을 분석한다. 집안의 공간을 매핑하고 집안의 지도를 그린다. 그러나 이 지도에 사용된 이미지는 개인정보에 해당하므로 클라우드에 저장하지는 못한다. 앱에서 보여주기 위해 대략적인 로봇의 경로(그러나 이것은 집안의 지도로도 사용할 수 있다)만을 클라우드에 올려 앱으로 보내준다. 그러나 로봇팔이 등장한다면 어떨까?

팩봇(Packbot)

아이로봇은 군사용 로봇으로 캐터필러를 달고 있는 로봇팔 Packbot을 만든 바 있다. 현재 군사로봇 사업부문은 2016년 매각됐지만 원천기술은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바퀴의 진행방식을 제외하면 로봇청소기와 캐터필러 드론의 움직임에는 큰 차이가 없다. 따라서 이 로봇팔로 스마트홈은 물론 동작 보조의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다.로봇청소기의 카메라는 집안의 사물을 분석해 로봇청소기의 진행 방향을 결정한다. 로봇청소기는 현재까지 청소기의 역할만을 수행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집안의 사진을 분석하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것이 노인이나 아동을 돌보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면 소비자의 거부감도 비교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아이로봇이 팔달린 청소기를 만드는 데 문제가 되는 점은 기술력보다는 가격과 개인정보 보호 동의가 될 것이다.

아이로봇 960에 동봉된 앱으로 집안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는 이것보다 훨씬 복잡하고 자세한 집안 지도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슷한 기능을 샤오미 로봇청소기도 가지고 있다

CES 2020에서 아이로봇의 CEO 콜린 앵글(Colin Angle)이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로봇팔은 돌아다니며 식기를 넣고, 옷을 집어 올리거나, 식탁으로 음식을 가져오는 등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 정도의 역할이 가능하다면 가정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어려운 일들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로봇팔은 스마트 가전이 아닌 가전들도 팔만 닿으면 대부분 조작할 수 있을 것이며, 역설적이게도 스마트 가전 없이도 스마트홈을 만들 수 있게 된다.

IoT나 스마트홈은 지금까지 생각한 것만큼 훌륭하게 발전하지 못했다. 각 제품의 상호 호환성이 중요한데, 팔달린 로봇이 돌아다니기 시작하면 호환성 같은 건 무의미해질지도 모르겠다. 아이로봇은 이 제품의 등장 시기를 5년 이후로 예상하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