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형 이어폰에 불어올 레트로 바람

제대로 만들어지면 편의성 개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지만 화제가 별로 되지 않고 있는 스마트 기기 영역이 있다. 이어폰을 탑재한 스마트 안경 쪽이다. 원래 안경을 쓰는 사람에게는 이어폰 추가 없이 노래를 듣거나 통화를 할 수 있어 편리하지만, 우악스러운 외관에 선뜻 구매해보기가 어렵다.

제품의 외모가 우악스러운 이유는 이 제품도 엄연히 칩셋을 가진 컴퓨터기 때문이다. 대단한 기능을 갖고 있지 않아도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드라이버와 음악을 처리할 프로세서, 배터리, 오디오 센싱을 포함한 마이크를 탑재해야 한다. 그리고 이 부품들을 칼국수처럼 길고 가늘게 밀어야 한다. 따라서 대부분의 제품은 안경다리 쪽에 얇고 넓은 부품들을 탑재해왔다.

여러 안경형 이어폰이 있지만 그나마 관심을 받은 건 아마존이 선보인 에코 프레임이었다. 에코프레임은 한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검은 프레임의 플라스틱 안경(Horn-rimmed glasses) 형태의 안경에 이어폰과 마이크 기능을 넣은 제품이다. 제품의 이름에서 알 수 있는 아마존 알렉사를 실행시키기 위한 제품이다. 그러나 아마존도 우악스러움을 극복하진 못했다. 물론 그나마 나온 제품 중에서는 가장 뛰어나다.

무기로 사용할 수 있다

옆테가 두꺼우면 이상한 이유는 안경도 디자인의 조형성을 갖춘 물건이기 때문이다. 비싼 안경이 비싼 이유는 재료가 비싸서가 아니라(물론 저렴한 안경보다는 좋은 소재다) 인체공학, 미감, 조형성 등을 고려해서 만들어낸 결과기 때문이다.

뭔가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은 아마존은 측면을 보여주는 사진을 별로 넣지 않았다

그렇다면 아예 디자인 언어를 바꿔버리면 어떨까? 킥스타터에서 펀딩 중인 뮤트릭스 GB-30은 최초로 이 디자인 언어를 바꾼 안경에 해당한다. 

GB-30은 보잉 선글라스 수준의 큰 렌즈, 다소 과장스러운 투톤 프레임의 형태를 하고 있다. 따라서 안경다리 역시 과장되고 볼드하다. 안경의 심심함과 과장스러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레트로 게임기의 디자인 언어를 차용했다. 스피커 부분과 조작 버튼 모두 휴대용 게임기인 게임보이의 디자인 언어를 차용했다.

안경의 기능은 에코 프레임과 동일하다. 음악을 듣고, 통화를 하며, 시리나 알렉사를 불러낸다.

렌즈는 자외선을 차단하는 UV400 렌즈를 사용했고 교체할 수 있다. 선글라스 렌즈도 동봉된다. 단순한 기술처럼 보이지만 퀄컴이 안경을 만들어 선보였던 퀄컴 블루투스 5.0 기술을 사용했다. 따라서 퀄컴의 aptX 코덱을 사용하며, 20m 거리에서 사용할 수 있다. 소리를 보내주는 스마트폰이 20m 밖에 있어도 문제없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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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전달하는 방식은 에코 프레임과 같은 오픈-이어 오디오 방식이다. 고가 스피커에 사용되는 NFSS(Near Field Sound System)도 적용된다고 한다. 이 두 방식은 골전도 이어폰과는 다르다. 골전도 이어폰은 머리뼈를 진동시켜 소리를 만들어내고 증폭시키는 반면, 오픈 이어 오디오는 방향성이 확실한 스피커에서 소리를 레이저 빔처럼 귀로 쏴주는 형식이다. 두 방식의 차이가 있다고 하면, 골전도 방식은 비싸지만 확실하고 소음이 적다. 오픈 이어 방식은 공간감 등에서 유리한 면이 있고 볼륨도 크게 키울 수 있지만 귀에서 튕겨져 나오는 소리가 있으므로 너무 크게 키우면 옆 사람에게 들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생활권에서는 괜찮지만 도서관 등의 조용한 공간에서 사용하긴 어렵다. 공간감은 가상의 5.1채널 스피커처럼 소리를 보내주는 형태 때문에 발생한다. 귀에 쏴주는 형식이기 때문에 다른 소음과 함께 들릴 우려가 있지만 노이즈 캔슬레이션 기능을 갖추고 있다. 다만 귀를 막는 이어셋 수준을 기대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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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보이 같은 버튼은 볼륨 조절, 마이크 사용, 통화, 곡 넘기기, 시리와 구글 어시스턴트 부르기 등에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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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의 기능은 생활 방수, 4시간 재생 등이 있다. 사이즈는 두가지이므로 너무 걱정하지 말자.

컬러는 총 네 가지다

이 제품의 의의는 최대한 기존 안경같이 만들려다 더 엉망이 돼버린 스마트 안경 계에서 새로운 디자인 바람을 불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레트로 게임기 외에도 다양한 형태가 시도될 수 있을 것이다.

단점은 이런 디자인의 경우 필연적으로 외모를 탄다. 재미가 넘치는 디자인의 안경이므로 의상에도 재미가 있어야 한다는 본질적인 문제도 다가온다. 부디 해당 업체가 다른 디자인도 선보일 수 있기를 바란다.

가격은 슈퍼 얼리버드 기준 99달러이며 전 세계에 무료 배송한다고 한다. 예상 배송 시기는 2020년 6월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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