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에 하루하루 들어차는 수만개의 상품들은 누가, 어떻게 채워 넣을까. 오늘 할 이야기는 ‘온라인’이 아니다. 집에서 박스 몇 개를 받는 ‘택배’ 이야기가 아니다. 1톤 소형 화물차가 아닌 5톤 이상의 간선차량이, 한 상자가 아닌 박스가 가득 쌓인 여러 파렛트를 나르는 거대한 물류 이야기다.

홈플러스 안성 물류센터에 방문했다. 이 곳은 홈플러스의 점포(대형마트, Hyper Market) 공급 물류센터 중에서 단연 최대 규모다. 안성 원곡 물류단지 내부에 차량으로 5분 거리로 맞닿아 있는 두 개의 물류센터는 도합 77000평(상온 46692평, 신선 30634평) 규모 부지에 자리 잡았다. 운영 면적만 합산하면 약 2만3000평(상온 15606평, 신선 7400평)이다.

안성 물류센터는 하루 최대 45만 박스(상온 35만, 신선 10만)의 상품을 전국 98개(상온 기준, 신선 87개 점포 지원) 홈플러스 점포에 공급한다. 홈플러스는 전국 140개의 점포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데, 그 중 70% 이상의 공급을 안성 물류센터가 맡는다. 공급자로부터 상품을 입고 받아 물류센터를 거쳐 전국 점포까지 최종 전달하는 프로세스다.

김성철 홈플러스 안성물류서비스센터장은 “(상온 센터에서) 24시간 동안 최대 처리할 수 있는 물량이 35만 박스다. 하지만 이건 물리적인 공간과 시간을 최적으로 운영한다면 얻을 수 있는 숫자”라며 “설날과 같은 명절이 다가오는 D-5일부터 D-3일까지는 대대적인 피크타임이다. 2018년 추석에는 하루 48만박스까지 들어왔는데, 이 때는 초과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 연장 근로 희망신청자를 받아 하루 28시간 이상 물류센터를 가동했다”고 밝혔다.

점포 물류를 다루는 두 가지 방법

점포 물류 업무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경유 물류(Cross Docking)’다. 홈플러스가 국내에서 생산하거나 납품업체를 통해 공급받는 상품들, 해외에서 수입하는 상품들을 발주하고 당일 입고 받아서 당일 점포로 보내는 프로세스다. 물류센터는 잠깐 상품이 들어왔다 검수와 점포별 분류를 끝내고 바로 나가는 장소로 쓰인다.

오후 5시경, 안성 신선 물류센터 내부 전경. 많이 비어있는 이 공간이 오후 6시 이후 납품업체 입고가 진행 되면서 발 디딜 틈 없이 가득 찬다. 안성 신선 물류센터에서는 주간에는 주로 냉동상품 피킹, 출고가 이루어진다. 농축수산물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신선식품은 새벽시간에 출고된다. 하루 출고량 중 80%가 야간 출고분이다.

두 번째는 ‘비축 물류’다. 경유 물류와 차이점이 있다면 물류센터 진열대(Rack)에 보관되는 상품들이다. 할인 행사를 앞두고 대량의 물량 공급이 예상되는 상품들이 물류센터에 미리 비축된다. PL(Private Label) 상품의 경우 제조사가 요구하는 ‘규모’가 있는데, 그 규모에 맞춰 생산한 물량을 물류센터에 보관하기도 한다. 이렇게 보관된 상품을 발주에 따라 각 점포로 배송하는 구조다.

박상규 홈플러스 안성신선물류서비스센터장은 “하루 평균 9만2000박스, 약 3100여개의 SKU가 안성 신선 물류센터를 경유한다. 우리에게 상품을 납품하는 협력 공급사의 숫자만 380여개”라며 “비축 물량은 1000파렛트 정도 있지만, 신선 물량은 거의 대부분이 당일 입고돼 당일 나가는 크로스 도킹 프로세스를 따른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의 자랑 ‘3온도 배송’

홈플러스 안성 신선 물류센터의 자랑은 3온도 배송이다. 물류센터 전체가 10도, 1도, -21도로 나뉜 거대한 냉장고라고 보면 된다. 물류센터뿐만 아니다. 배송까지 3온도 분류는 이어진다. 홈플러스는 2005년 함안 물류센터 건립과 함께 3온도 관리가 되는 ‘트레일러’를 자체 개발, 도입했다. 당시 홈플러스의 주주였던 영국 테스코의 기준에 맞춘 결과고, 한국에서는 최초의 시도였다.

홈플러스 안성 신선 물류센터 트레이 세척장에 꼬리를 문 5톤 화물차량. 물류센터 도크(Dock)엔 신선 유지를 위한 에어 쉘터가 설치됐다. 트레일러가 아닌 5톤, 8톤, 16톤 차량의 경우 보냉 커버를 활용하여 온도 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같은 반찬 채소더라도 미나리, 배추, 시금치, 열무 등은 1도 공간에 보관, 배송된다. 부추, 마늘쫑, 실파는 10도 공간에서 다뤄진다. 깐고추나 단호박, 마늘, 양파는 상온에 보관하는 품목이다. 홈플러스는 계절에 따라 1도 상품을 10도로 보내기도 하고, 10도 상품을 1도로 보내 보관하기도 한다. 10도 이하의 하나의 온도로 보관, 배송하는 경쟁업체와는 다른 디테일한 관리가 가능하다는 홈플러스측 설명이다.

물론 홈플러스 혼자만 잘해서는 ‘콜드체인’을 완성할 수 없다. 홈플러스 외부 협력사까지 ‘가치사슬’을 연결하는 관리가 필요하다. 홈플러스 안성 물류센터까지의 납품업체의 공급 물류 프로세스는 크게 4가지로 나뉘는데, 상황별로 콜드체인과 관련된 이슈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서 대형 공급업자가 중소 공급업체의 물량을 취합하여 홈플러스 물류센터까지 입고시키는 방식을 사용했다고 해보자. 이 때 중소 공급업체 물량이 집결되는 지역에서는 상차 대기 시간이 발생하고, 그 과정에서 상품이 상온 방치될 수도 있다. 홈플러스는 이런 상황을 예방할 수 있는 점검 매뉴얼을 갖고 있다.

박 센터장은 “콜드체인은 단순히 우리 물류센터와 배송차량, 점포만 잘해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엔드투엔드 프로세스’라고 이야기하는데, 납품업체의 콜드체인 또한 강력하게 관리하고 있다”며 “홈플러스 테크니컬 팀에서는 납품업체나 생산지에 불시 방문해서 콜드체인 상품 품질을 확인하고 있고, 물류센터는 온도 기록지와 적외선 온도계 등을 활용해서 온도 변화를 엄격하게 체크한다”고 말했다.

[참고] 납품업체의 홈플러스 물류센터 입고 프로세스

홈플러스는 크게 납품업체부터 물류센터 입고까지의 물류를 4가지 경로로 파악하고 있다. 그 프로세스는 아래와 같다.

1) 직배송 : 공급자가 물류센터로 바로 상품을 보내는 방식

2) 환적센터 경유 : 서로 다른 여러 공급자들의 상품을 물류대행사(환적센터)가 취합해서 물류센터로 보내는 방식

3) 개별 공급업체 경유 : 여러 공급업체를 한 차량이 경유해서 각각의 물량을 취합해 물류센터로 보내는 방식

4) 메인 공급자 취합 : 대형 공급업자가 중소 공급업체의 물량까지 취합해서 한 번에 물류센터로 보내는 방식

생산성을 관리하는 방법 KPI

홈플러스 안성 물류센터가 성과를 관리하는 주요 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가 여러 가지 있다. 가장 중요한 지표는 ‘생산성’이다. 한 사람이 한 시간에 몇 개의 박스를 출고할 수 있는지 측정하는 것이다. 홈플러스 안성 상온 물류센터의 경우 한 시간 106.3개 처리를 목표로 한다. 이 지표를 1만큼 더 올리면 연간 1억원정도의 추가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두 번째 지표는 ‘파렛트당 적재량’이다. 한 파렛트에 올라가는 박스 숫자가 몇 개인지 체크한다. 이는 ‘운송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지표다. 홈플러스 안성 상온 물류센터의 경우 한 파렛트에 24.8개의 박스를 올리는 것을 목표한다. 만약 1개의 박스를 더 올리면 연간 2억원 정도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박 센터장은 “이 외에도 한 박스를 물류센터부터 점포까지 배송하는데 얼마나 많은 돈이 드는지 단위당 비용을 확인하고, 점포에 약속한 시간에 도착하는 정시 도착율을 확인한다”며 “최근 신선식품의 경우 가정간편식의 성장으로 SKU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어서 파레트당 적재 박스 수는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 설명했다.

김 센터장은 “현장 운영을 하다보면 파손 상품이 발생하는데, 이 지표도 관리한다”며 “파손율을 상품금액의 0.004% 이내로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현재 파손율은 0.001% 미만”이라 말했다.

대세는 온라인

오프라인 이야기를 잔뜩 했지만, 유통의 대세는 온라인이다. 홈플러스의 미래 전략 또한 온라인에 있다. 홈플러스는 온라인을 지원하는 물류를 풀필먼트(Fulfillment)라 부른다. 홈플러스는 2018년부터 점포 후방의 여유 공간을 FC(Fulfillment Center)로 전환하고 있다. 2018년 7월 인천 계산점을 시작으로 2019년 안양 안양점, 수원 원천점 세 군데 점포가 FC화 됐다. 계산 FC 기준 온라인 주문의 70~80%를 차지하는 4000여개(Stock Keeping Units)의 고회전 상품이 비축됐다.

온라인을 위한 전용 물류센터를 구축하는 이마트, 롯데마트와는 온라인 물류를 구축하는 방법이 다르다. 처음부터 점포 후방 공간을 넓게 설계한 홈플러스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계획이다. 기존 인프라를 활용했기에 투자 효율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김 센터장은 “오프라인의 물량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전환될 것이고, 홈플러스 역시 온라인과 모바일 중심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모두 처리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점포로 전환을 하고 있으며, 점포 후방의 여유 공간을 물류센터로 활용하여 고객에게 바로 배송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FC를 위한 전용 물류센터를 구축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