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마음이 모두 멀어졌으면/ 날 바라보는 시선이 모두 흩어졌으면/ 나 하나 담기에도 벅찬 이 작은 마음에 더 큰 마음을 닫아/ 얼마나 더 울어야만 견딜 수 있을까/ 얼마나 더 아파야만 나을 수 있을까/ 얼마나 더 얼마나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노래로 쓰고 싶은 마음은 조금씩 있다”고 회사원 정서윤 씨가 말했다. 피아노를 치고 혼자 노래를 흥얼거리는 건 좋아하지만, 정식으로 작사 작곡을 배우거나 보컬 수업을 받은 적은 없다. 당연히 앨범을 낼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회사에서 ‘싱어송라이터 과정’이라는 수업을 듣기 전까지는 그랬다.

넥슨 기술본부의 라이브웹 개발팀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는 서윤 씨는 올해 조금 색다른 이력을 쌓았다. 지난 11월 말 발매된 앨범 ‘Blooming Vol 3: 응접실’의 타이틀곡 ‘얼마나’를 직접 만들고 불렀다. 앨범은 사내 교육 프로그램인 ‘넥슨 포럼’의 싱어송라이터 과정을 들은 아홉명이 함께 제작했다. 원래 인디 음악을 좋아하는 서윤씨가 그 감성을 실어 담담하게 불렀는데 타이틀 곡이 됐다.

‘얼마나’를 부른 싱어송라이터, 정서윤 씨.

“남들 앞에서 노래한 거는 처음이에요. 노래를 못한다고 생각하고 살았거든요. 맨 처음 수업날, 자기가 잘 다룰 수 있는 악기로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라고 해서 신청을 취소하려고도 했었어요. 그런데 취소 기간이 지나 있더라고요(웃음). 그때 덜덜 떨면서 염소 목소리로 이상은의 ‘언젠가는’을 피아노 치며 불렀던 기억이 나요”

취소라니, 하마터면 큰일날 뻔 했다. 지금은 오히려, 수업을 더 듣고 싶다고 했다. 혼자서 피아노를 칠 때와 달리전문적으로 수업을 들어 구체적인 결과물을 낸 것에 만족해서다. 일이 끝나고 나면 어떤 악기를 입히는 게 더 좋은 소리를 낼지, 미디 프로그램을 이용해 하나하나 시도해보느라 시간을 많이 할애하면서도, 취미 생활과 병행하니까 일에도 활력이 더 생겼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이 내 노래를 들을 기회가 없는데, 혼자 할 수 없는 걸 회사 덕에 했다는 것이 마음에 든다”고 했고, “(포럼으로 배운 음악이) 취미 이상의 뭔가가 되는 것 같다”고도 했다.

서윤씨는 자신의 노래를 들은 친구들이 “회사 일이 힘드느냐”고 묻는다며 웃었다. 가사가 힘든 이를 위로하는 내용을 담았기 때문이다. 노래를 들어보면 1절과 2절의 가사에 반전이 있다. 사람한테 상처 받아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을 적은 1절과 달리, 2절의 가사는 결국 사람들과 함께 하길 원하는 마음을 그렸다. 서윤 씨는 이번 앨범을 계기로 앞으로도 계속 작사와 작곡, 노래를 공부할 생각이다. 마침, 회사에 작곡 동호회도 생겼다. 시간이 날때마다 틈틈이 작업은 계속 될 것이고, 서윤 씨의 노래도 사람들에게 계속 가서 닿을 것이다.

멀어지는 마음이 다시 돌아왔으면/ 흩어져 간 시선이 다시 날 바라봤으면/ 나 하나 담기에도 벅찬 이 작은 마음에 더 큰 마음으 열어/ 얼마나 더 손내밀면 닿을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내어놓으면 담을 수 있을까/ 얼마나 더 기다리면 잡을 수 있을까/ 얼마나 더 얼마나

  넥슨포럼을 운영하는 이은욱 차장 미니 인터뷰

(왼쪽부터) 이은욱 넥슨인재문화팀 차장과 넥슨포럼 싱어송라이터 과정에 참여한 박성원, 정서윤 씨. 지난 11일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넥슨 본사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밖에서 보긴 어때요?”

이은욱 넥슨인재문화팀 차장이 역으로 내게 되물었다. 그는 넥슨에서 ‘넥슨포럼’ 운영을 담당하는 실무자다. 뭐라 답했더라. 아마도 사내 교육 프로그램이 꽤 다양하게 운영되는 것 같다는 취지의 얘길 했던 것 같다. 이 차장은 “그런게 고민”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 차장은 넥슨포럼의 정체성과 실효성을 고민했다. “대학도 아니고 평생교육원도, 문화센터도 아닌데 그렇다고 일회성으로 끝나는 취미활동도 아닌” 포럼이 어떻게 하면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고, 업무 외적으로 지속해 할 수 있는 걸 무언갈 만들어드릴 수 있을지” 고민한다는 얘기다.

때문에, 회사 내 교육 프로그램이라고 해서 허술하게 운영하지는 않는다. 경쟁률도 세다. 싱어송라이터 프로그램의 경우 8~10명 사이의 정원에 몇 배수가 신청했다. 그중 기본적인 음악 소양을 갖추고 성실하게 수업에 응할 수 있는 이들을 선별해 수업을 받게 했다.

선생님은, 역시 싱어송라이터이자 뮤지션인 이해준 씨가 맡았다. ‘조정치와 로켓트리’의 멤버로, 넥슨포럼이 개최한 음악회의 게스트로 출연했던 것이 인연으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넥슨포럼에서 초저예산 단편영화도 찍었다. 유명한 감독과 배우가 거의 노개런티로 참여했고 넥슨의 직원들이 배우와 스태프 등으로 참여했다. 주말에 짬을 내 촬영하고 편집한 기억에 결과물을 보면 짠한 마음도 든다고 한다. 지금은, 이 단편영화를 어떤 플랫폼에서 어떤 방식으로 선보일지 고민 중이다.

이은욱 차장은 넥슨포럼이 “직원들이 (삶과 일의) 경계에서 힘들어 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올바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는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취미 이상”의 그 어떤 것을 만들어내는 데 도움을 주는 역할 말이다.

 

랩네임, 해피월드(본명 박성원)의 노래 ‘스물아홉’과 관련한 이야기는 조금 더 텐션을 올린 상태에서 읽어줬으면 좋겠다. 장르가 힙합이라서다.

쳇바퀴 도는 내 20대 마지막 인생아/ 91년 2월 28일 두시간 차이로/ 스물아홉 돼버린/ 서른까지 딱 넉달 남은 슴아홉 아저씨/ 내일 일어나면 또 20대의 내 꿈은 더욱 희미하겠지/ 내일 일어나면 또 20대의 내 꿈은 더욱 희미하겠지/ 스물 초반에 꿈꿔봤던 내 이십 후반의 꿈결같던 모습/ 분명 이게 아니었던 거 같애/ 분명 아닌 거 같애

박성원씨는 랩네임을 해피월드라 지었는데, 자신의 ID이기도 하다. 싱어송라이터 과정을 두 번이나 거쳤고, 그래서 앨범도 두 번이나 낸 래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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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서른이 되서 조금은 우울하고 때로는 외롭다는 성원 씨는, 넥슨네트웍스에서 일하면서 메이플스토리2의 운영을 맡고 있다. 독특한 점은 자신이 만든 음악을 일에도 쓴다는 것이다. 메이플스토리2와 관련한 영상을 만들 때 들어가는 사운드 BGM 중 일부가 성원 씨의 손에서 나왔다. 취미 생활을 일과 연결했다. 그래서 넥슨포럼의 수업이 성원 씨한테는 더더욱 유용했다.

혼자 비트를 찍고 가사를 쓸 때는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이었다. 작사나 작곡을 배울 수 있는 개인 프로그램을 알아봤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교육 기간도 길었다. 회사에 다니면서 병행할 수 있을까도 싶었다. 그러던 차에 회사에서 싱어송라이터 과정을 운영한다는 공고를 봤다. 수업을 하고난 후 결과물로 앨범을 만드는 것까지 꼭 마음에 들었다. 결과물이 스트리밍 서비스에 올라간다니, 작곡의 A to Z를 경험해보는 특별한 기회로 느껴졌다.

확실히, 선생님의 가이드를 받아보니 배워서 나온 결과물이 퀄리티가 좋다는 걸 알았다. 수업을 들으면서 가이드를 받았고, 한정된 기간 안에 곡을 써야 한다는 생각에 더 집중했다. 결과물은 만족스러웠다. 남들과 함께 작업을 하다보니 “가사가 잘 안들린다”는 등의 개선점을 지적 받는 것도 좋았다. 특히 어려웠던 점을 꼽으라면 가사다. 랩이라는 장르의 특성상, 가사의 양이 많아 내용을 짜내는데 애를 먹었다.

친구들이 “쇼미더머니에 나가보라”고 할때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대신, 자신이 만든 비트와 노래를 계속해 자신의 일에 활용하고 싶다고 했다. 넥슨으로서는, 직원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서 뜻밖의 이득을 얻은 셈이다. 아마도, 내년 메이플스토리2의 영상에는 서른의 해피월드가 만든 음악이 얹혀지겠지.

뒤돌아보며/ 삼십년 동안 걸어온 길들을 되짚으며/ 기억해 다시한번 힘을 내/ 앞으로 나아가야 해/ 어깨에 올려진 짐들이 무거워도/ 분명 또 좋은 일들이 기다릴 거야/ 그렇게 믿고 있을 거야/ 안녕 잘가 20대의 나/ 안녕 반가워 30대의 나/ 잘부탁해

성원님. 웰컴 투 써티 월드. 30대도 생각보다 괜찮아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