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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스팟, 화물운송 플랫폼에서 ‘오퍼레이션’이 중요한 이유

언젠가 한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 대표가 전해준 이야기다. 플랫폼에는 오퍼레이션형 모델과 연결형 모델이 있다고. 오퍼레이션은 무엇인가의 행위와 비용 증가를 동반한다고. 공급자와 수요자를 연결하되 최대한 개입하고 싶지 않은 것이 플랫폼이지만, 그렇다고 오퍼레이션이 발생하지 않을 수는 없다고. 때로는 오퍼레이션이 연결 이상의 영역을 차지하게 되기도 한다고.

얼마 전 한 화주사 물류 담당자에게 전해들은 일화다. 물류단지는 거대하다. 그러다보니 지리에 익숙지 않은 화물차 기사들이 해당 업체의 물류센터가 어디에 있는지 몰라 헤매는 일이 왕왕 있다. 그렇게 힘들게 화물차 기사들이 물류센터에 도착했는데, 물건을 보고 그냥 돌아가는 일도 있다. 왜냐면 화물차 기사들이 사전 전달 받은 정보와 다른 형태의, 혹은 더 많은 물량이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이 경우 화물차 기사는 더 많은 돈을 요구하기도 하고, 극단적으로는 그냥 가버리는 일도 있다. 물건을 안 싣고 돌아가면서 허탕을 쳤다는 이유로 ‘회차료’를 요구하는 화물차 기사도 있는데, 당연히 화주는 이 돈을 안 주려고 해서 분쟁이 생기기도 한다.

언젠가 한 운송사 대표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왜 화물운송 업계에서는 카카오택시처럼 수요(화주)와 공급(차주)을 바로 연결하는 플랫폼이 나오는 것이 어려운가. 어찌 보면 중간에서 돈을 더 챙기는 중간자인 ‘운송사’나 ‘운송주선사’가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돌발 상황에 플랫폼이 대응하기 어려울 걸요? 그게 운송사의 역할이기도 하고요”

플랫폼보다 오퍼레이터

2019년 예상 연매출 180억원 규모의 물류업체 로지스팟은 스스로를 ‘통합운송 서비스 관리’ 업체라 부른다. B2B 화물운송 플랫폼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하기도 하는데, 이 업체 마케팅 담당자 말로는 플랫폼보다는 통합운송서비스 업체라는 표현이 더 좋다고 한다. 로지스팟 박준규 대표의 말이다.

“우리는 제품이 아닌 서비스를 팔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사람이 끼어야 하는 부분이 당연 존재합니다. 물론 우리가 화물차주와 화주를 연결만 해주고, ‘우리는 모릅니다’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화주사로부터 물량을 수주 받지 못할 것입니다. 당연히 로지스팟 또한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완전한 자동화(Full Automation)이지만, 지금은 그 길을 만들고 있는 과정입니다”

로지스팟은 화주를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오퍼레이션’을 선택했다. 여기서 오퍼레이션이란 고객사에게 약속한 것을 지키기 위한 모든 방법이다. 로지스팟에 따르면 고객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굳이 로지스팟에 직접 등록된 5~6만명의 차주망과 화주사의 직접 연결을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필요하다면 외부 협력 운송사의 도움을 받고, 또 필요하다면 전국24시콜화물이나 화물맨 같은 ‘정보망’의 도움을 받는 것 또한 마다하지 않는다. 로지스팟이 지키고자 하는 절대 가치는 플랫폼의 직접 연결이 아니라 고객사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기 때문이다.

로지스팟 운영팀은 산발적으로 발생하는 돌발 상황에 응대한다. 예를 들어서 고객사의 생산 일정이 늦어지거나, 화물을 상차하는 과정에서 물건이 쓰러지거나, 혹은 화물차 기사가 현장에 늦는다거나 하는 돌발 상황에 대한 대책 마련을 이 운영팀 직원들이 맡는다. 운영팀 직원 한 명이 하루 동안 커뮤니케이션 하는 화물차주의 숫자만 60~70명에 달한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시스템의 역할

물론 시스템의 역할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사실 로지스팟이 단순히 ‘오퍼레이션’만 한다고 하면 기존에도 이미 존재하는 운송사와 로지스팟의 차별점이 애매해 진다. 당장 로지스팟은 차주와 화주의 양측 단에서 발생하는 종이 서류와 행정업무의 상당 부분을 디지털화하고 있다. 거래명세서 확인, 운송정보 취합, 계약관리 등 반복적인 서류 업무는 최대한 줄이고 관리 효율을 높여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로지스팟은 시스템을 통해 파악한 데이터를 고객사에게 대시보드 형태로 제공한다. 로지스팟이 고객사의 운송 프로세스에서 비효율이 발생하는 부분을 파악하여 최적화된 운송경로를 역으로 제안하기도 한다는 설명이다.(자료: 로지스팟)

좀 더 자세한 예로 화물차 배차에서 로지스팟의 대원칙은 화주에게 최대한 반복적으로 비슷한 특성의 기사가 방문하도록 하는 것이다. 로지스팟 시스템은 특정 화주의 주문이 올라온다면 해당 업체의 주문 수행 경험이 많은 화물차 기사에게 우선순위 배차를 한다.

우선 배차를 위해 로지스팟은 화물기사의 선호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로지스팟은 새로운 화물기사가 플랫폼에 유입되면 그들이 어느 지역에서 활동하고 싶어 하는지, 어떤 화물을 주로 운송했는지, 차량의 톤수는 어떻고 설치된 장비는 무엇이 있는지 데이터를 확보하고 최대한 시스템화하고자 노력한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화주사에 반복 방문하는 화물기사의 비중이 높아지도록 모니터링한다.

굳이 경험 많은 기사를 우선 배차하는 이유는 고객사의 현장마다, 고객사가 다루는 화물마다 그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단순한 예로 주문 수행 경험이 많은 화물차 기사에게 배차를 한다면 처음에 언급했던 사례처럼 복잡한 물류단지에서 어디로 들어가야 할지 몰라 헤매는 기사는 없어질 것이다.

경험 많은 기사의 배차는 고객 클레임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하다. 예컨대 자동차 부품을 취급하는 화주사의 경우 그 운송 품목이 다양한데, 경험 없는 기사가 배차될 경우 운송이 끝난 화물을 어디에다가 보관해야 될지 몰라 난감해할 수 있다. 관리 공수가 늘어난다. 극단적인 예로 냉장냉동 화물을 운송한 기사가 그것을 온도관리가 되지 않는 야드에 하차하고 화주사 담당자에게 알리지도 않고 그냥 가버렸다고 생각하면 끔찍하다.

박 대표는 “화주의 주문이 100이라고 한다면 60~70까지는 고정적으로 운영하는 화물기사가 방문할 수 있다”며 “나머지 30~40에서는 반복성이 없는 튀는 물량이 나타날 수 있는데, 로지스팟은 그런 물량을 배차하는 과정에서 그 동안 파악한 기사들의 성향과 기업고객이 원하는 기사의 특성을 매칭한다”고 설명했다.

플랫폼이 운송사를 인수하는 이유

로지스팟은 플랫폼이지만 오퍼레이터인 ‘운송사’를 지속적으로 인수하고 있다. 로지스팟은 2016년 창업 이전에 연매출 20억원 규모의 운송사 ‘국제로지스’를 인수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비교적 최근인 지난 7월 로지스팟은 또 다른 운송회사인 ‘성현티엘에스’를 인수했다. 연내 또 다른 운송회사의 인수 발표 또한 있을 예정이다.

로지스팟이 운송사를 계속해서 인수하는 이유는 그들이 가진 ‘네트워크’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예컨대 국제로지스를 인수한 이유는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화주’ 네트워크를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모든 플랫폼이 그렇듯, 로지스팟도 처음 시작은 백지였다. 플랫폼 안에 충분한 숫자의 수요와 공급을 만들 필요가 있었다는 이야기다. 로지스팟은 여기서 공급 아닌 ‘수요’를 먼저 확보하는 선택을 했고, 그 방법이 인수합병이었다.

박준규 대표는 물류 플랫폼에서는 공급보다 ‘수요’ 확충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물류는, 그 중에서도 로지스팟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미들마일 화물운송’은 B2B 거래 시장이기 때문이다. 박 대표에 따르면 마케팅으로 어느 정도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는 B2C 플랫폼과 달리, B2B는 마케팅으로 수요가 끌어당겨지지 않는다. 화주를 끌어당기기 위한 ‘영업’ 과정은 필연적으로 다가온다. 물류기업에 마케팅팀은 없더라도, ‘영업팀’은 어디에서든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다.

반면 물류 플랫폼에서 ‘공급’ 확충은 비교적 쉬울 수 있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박 대표에 따르면 물류 플랫폼의 공급자인 차주는 물량이 있는 곳으로 자연스럽게 몰리는 특성이 있다. 물론 물량 말고도 더 많은 차주를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있다. 박 대표는 “플랫폼의 공급자인 차주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들을 통제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대인간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차주들이 자발적으로 우리 네트워크에 들어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된다. 그러기 위해선 차주가 로지스팟에서 벌어가는 매출이 많아져야 되고, 공차거리가 줄어야 되고, 그들이 힘들어 하는 것을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 인수합병부터는 로지스팟에 부족한 역량을 가지고 있으면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회사를 흡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성현티엘에스는 로지스팟에게 상대적으로 부족한 대형차량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회사였다. 또 로지스팟이 잘 다루지 않았던 산업군의 화주 물류를 수행한 역량이 있는 회사이기도 했다. 로지스팟은 M&A를 통해 더 많은 지역 주문 밀도를 만들어내고 있고, 이를 통해 차주의 공차거리를 줄여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박 대표의 말이다.

“로지스팟이 M&A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우리 고객에게 가치를 줄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주문 밀도를 높여서 가격을 낮추든, 고객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든, 우리 고객이 무엇을 원하고 있느냐에 따라 인수를 결정합니다. 예를 들어서 로지스팟은 퀵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지만, 기업고객 중에서 퀵서비스 니즈가 있는 고객은 있습니다. 당연히 우리는 퀵서비스 회사에 투자를 하여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봅니다. 또 다른 예로 냉장냉동 화물차 네트워크를 가진 기업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로지스팟에는 냉장냉동 차량 네트워크가 많지 않기 때문에, 해당 업체를 인수하여 그들의 기사망과 화주망을 확보할 수 있다고 봅니다”

2016년 창업 이후 로지스팟 타임라인. 로지스팟은 국내 화물운송 스타트업으로는 이례적으로 100억원 이상의 누적 투자를 유치했다.(자료: 로지스팟)

오퍼레이션과 친한 물류 플랫폼 로지스팟은 2019년에만 누적 230여개의 화주사 물류를 수행하고 있다. 이 중에서는 SPC, 퍼시스, 넥센타이어, 한샘이펙스 등 중견급 이상의 기업 화주도 존재한다.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현대글로비스 등 대형 물류업체와 함께 비딩에 들어가서 이긴 사례도 있다. 2016년 탄생한 신생 물류업체가 수십년 역사의 물류기업들과 경쟁하여 만든 성과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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