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퀴네나겔(KUEHNE+NAGEL)은 물류업계에서 꽤나 이름 난 회사다. 독일 브레멘에서 1890년 설립된 100년이 훌쩍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물류기업, 스위스로 본사를 이전했지만 이미 유럽을 넘어 글로벌로 활동한지 오래인 회사, 한국에서도 꽤나 한참 전인 1972년부터 활동하고 있는 회사, DHL과 함께 글로벌 포워딩 1, 2위를 다투는 회사가 퀴네나겔이다.

숫자를 보면 이 회사의 규모가 대략적으로 보인다. 퀴네나겔의 2018년 매출은 248억5000만 스위스프랑, 한국돈으로 환산하면 약 29조원 규모다. 한국에 있는 웬만한 대형 물류업체들의 매출을 합친 것, 그 이상의 매출을 내고 있다.

그 퀴네나겔이 디지털과 친해지고 싶어 한다. 인천대 동북아물류대학원이 23일 주최한 ‘디지털 로지스틱스 포럼’에서 이홍규 퀴네나겔 영업부 상무가 전한 말이다.

“퀴네나겔은 독일 회사라 그런지는 몰라도 ‘오퍼레이션의 완벽성’을 100년 넘게 추구해 왔습니다. 우리가 운영하는 모든 프로세스를 ‘시스템’으로 만들었죠. 우리 시스템을 수용하지 않는 고객과는 함께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떤 한국의 고객사는 퀴네나겔에 대해서 이런 평가를 하기도 했습니다. 영업 조직도 눈에 잘 안 보이는 뻑뻑한 회사라고요. 그들 입장에서 보자면 오퍼레이션 프렌들리하지도 않은 회사라고요”

시대는 바뀌었다. 과거 퀴네나겔이 그들의 운영 프로세스를 수용할 수 있는 고객을 중심으로 받았다면, 이제는 퀴네나겔의 운영 프로세스를 벗어난 니즈를 가진 고객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퀴네나겔이 향후 시장점유율(Market Share)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고객의 니즈에 맞춰서 변화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래서 퀴네나겔은 ‘디지털화(Digitalisation)’를 향해 움직인다. 그것도 꽤나 공격적으로 말이다.

오프라인 기반 사업 물류에 디지털의 바람이 불고 있다. 129년된 물류기업 퀴네나겔도 디지털에서 미래를 찾는다.


디지털 온디맨드의 영역

2018년 퀴네나겔의 시스템은 기존 방식과 비교해서 완전히 달라졌다. 기존 시스템이 ‘퀴네나겔 중심’이었다면, 새로운 시스템은 각각의 고객사와 관련된 정보가 한 눈에 대시보드로 노출 되는 사이트가 나온다. 퀴네나겔은 고객이 원하는 데이터를 해당 사이트에 몰아넣는다. 어디에서 사고가 났는지 물류업체 담당자에게 전화해서 물어볼 필요 없이, 고객사가 원하는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다. ‘온디맨드 물류’의 방향이다.

퀴네나겔이 2018년 1월 공개한 글로벌 해상운송 플랫폼 시익스플로러(Sea Explorer)의 모습. 퀴네나겔은 시익스플로러를 통해 3000대 이상의 선박과 주 단위로 750개 이상의 물류 서비스를 연결해준다.(사진: 퀴네나겔)

예를 들어서 이런 것이 가능하다. 부산항에서 미국 LA 롱비치항까지 특정 화물을 컨테이너로 옮기고자 하는 고객사가 있다고 하자. 퀴네나겔 시스템에서 견적 요청을 하면 고객사의 산업, 화물, 물량 규모 등에 따라서 고객별로 서로 다른 견적이 노출된다. 대형 고객사라면 1300불, 작은 고객사라면 1700불의 견적이 올라오는 식이다. 고객사가 희망한다면 특정 구간의 물류비만 따로 확인할 수 있는 기능 또한 제공한다. 고객사는 과도한 물류비가 발생하는 구간은 어디이고, 어떤 운송수단에서 발생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대처할 수 있다.

퀴네나겔의 시스템은 돌발 상황에 대한 대응 체계도 마련했다. 실제 국제물류에서 ‘돌발 상황’은 굉장히 일반적으로 발생한다. 예를 들어서 특정 환적항에서 3일 정도 컨테이너가 묶이는 일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일이다. 이 때 시스템은 이상을 감지하고 퀴네나겔 영업 사원에게 ‘알림’ 메시지를 발송한다. 메시지를 확인한 영업 사원들은 최대한 빨리 상황을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은 시스템에 반영되며, 고객 화주사 역시 확인할 수 있다.

‘포워딩’이기에 생기는 경쟁력

퀴네나겔은 포워딩 업체고, 포워딩은 ‘직접 물류’를 하지 않는 네트워크 사업자다. 그러니까 퀴네나겔은 지역에 있는 육상운송 업체, 글로벌 운송을 담당하는 ‘항공사’, ‘선사’와 같이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물류업체들을 연결해서 완결된 서비스를 만든다. 선박, 항공기, 트럭과 같은 하드웨어를 보유하여 직접 운영하는 회사가 아니라는 거다.

이 상무는 “장차 물류 실행업체들이 플랫폼과 경쟁하게 되는 상황이 분명 올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플랫폼만으로 해결이 어려운 부분도 분명히 있다”며 “예를 들어서 남미에서 가장 물량이 많이 나오는 지역은 브라질 ‘마나우스(Manaus)’라는 곳이다. 이곳은 강을 타고 몇날며칠을 들어가야 진입할 수 있는 곳에 위치해 있다. 물류적으로 엄청나게 힘들다는 이야기인데, 로컬 업체들의 ‘실행 능력’이 곧 물류의 핵심경쟁력이 된다”고 말했다.

퀴네나겔이 ‘포워딩’이기에 생기는 강점도 있다. 그 강점은 ‘데이터’다. 개별 물류 실행업체가 갖고 있는 데이터에 비해 양적으로 규모가 다른 어마어마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예컨대 퀴네나겔이 직접 계약하고 있는 선사가 현재 글로벌로 50여개다. 이 선사들의 운송 과정에서 나타나는 데이터를 퀴네나겔은 축적한다. 퀴네나겔이 스위스 데이터 분석 스타트업 로그인덱스(Logindex AG)를 인수한 이유 또한 그렇게 쌓은 데이터를 기술 기반으로 분석할 수 있는 역량을 확충하기 위해서였다. 실제 퀴네나겔 디지털 플랫폼에 그 기능이 녹아내렸다.

그래서 이런 일이 가능해진다. 특정 물류업체의 DB만 보면 특정 화물이 9월 1일에 도착할 것이라는 정보가 화주사에 노출된다. 하지만 퀴네나겔의 시스템에는 ‘9월 6일’에 도착한다는 전혀 다른 정보가 나타난다. 이는 퀴네나겔이 오랫동안 축적한 데이터를 통해 특정구간, 예를 들어서 ‘수에즈운하’나 ‘엘베강’ 같은 곳에서는 정체현상이 일어났다는 것이 ‘데이터’화 돼서 시스템에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이 상무의 설명이다.

이 상무는 “퀴네나겔이 시장점유율 확대를 지향하는 이유는 결국 데이터 때문”이라며 “유럽뿐만 아니라 미주 선사들의 정시성은 70% 정도밖에 안 되는데, 나머지 30%의 보이지 않는 검은 영역을 우리 회사의 축적된 경험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공할 것”이라 말했다.

마지막으로 누군가는 퀴네나겔의 서비스가 소프트뱅크비전펀드 등으로부터 10억 달러를 투자받아 320억 달러(약 37조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유니콘 물류스타트업 ‘플렉스포트(Flexport)’와 무엇이 다르냐고 물어볼 수 있겠다. 이에 대한 이 상무의 답변이 이렇다.

“사실 퀴네나겔 시스템 화면만 보면 플렉스포트나, 국내 업체 트레드링스의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어요. 하지만 절대적인 강점이 있으니, 우리는 그들보다 훨씬 더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있다는 거죠”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