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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문화 콘텐츠다. 문화는 유저에게 경험을 선물하고, 경험은 추억이 된다. 우리는 게임마다 각각 다른 추억을 갖고 있다. 스타크래프트 헌터 맵에서 막판에 띄운 캐리어로 대역전승을 거둔 기억, 롤(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상대 미드 라인을 찢어버리고 승리한 경험, 배틀그라운드에서 스쿼드가 다 죽은 상황에 풀 도핑으로 역전해 치킨을 먹었던 경험, 이런 경험이 하나둘 쌓여 추억이 된다.

요즘 이런 유저들의 추억을 자극하는 게임사들의 전략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 성공한 게임의 IP를 활용하는 전략이다. 리니지 IP를 활용한 리니지 M과 리니지 레볼루션 등의 게임이 성공을 거둔 게 대표적인 사례다. 리니지를 활용한 리니지 2M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IP 활용은 유저가 간직한 추억을 자극해 색다른 경험을 기대하게 만든다.

특히 2019 지스타에서는 기존 IP를 활용한 게임을 한 번에 여러 개 공개한 회사가 눈길을 끌었다. 바로 ‘그라비티’다. 그라비티 부스에서는 ‘라그나로크’ IP를 활용한 게임 무려 6개를 시연할 수 있었다.

‘라그나로크’가 어떤 게임인가? 아기자기한 그래픽과 커뮤니티 시스템으로 여성 유저의 마음을 사로잡고, 다양한 직업이 존재하는 전직 시스템, 스탯 분배와 아이템 구성 등으로 개성 넘치는 플레이를 경험할 수 있는 인기 게임이었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 유저들은 라그나로크에서 연을 쌓아 서로의 고민을 들어주며 위로하고, 각자가 걸어가는 길을 응원했다. 

라그나로크의 추억을 되새기며 라그나로크 IP를 활용한 게임 6개를 모두 해봤다.

  1. 라그나로크 오리진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개선된 UI다. 라그나로크 M(이하 라그 M)보다 더 모바일 게임스러워졌다. 기본 공격 버튼을 중심으로 스킬 버튼 4개가 주위에 있어 오른손 엄지로 누르기 쉽게 바꿨다. 라그 M에선 PC 게임스러운 일렬로 늘어선 UI를 사용해 불편했는데 이 부분을 개선했다. 

시연 버전에서는 스토리 던전 컨텐츠만 공개했다. 전투에서 몬스터의 공격 패턴에 따라 공격 범위를 장판으로 표시한다. 보스 몬스터도 남은 체력에 따라 페이즈가 넘어가면 단순하게 데미지가 큰 스킬 공격이 추가되는 전작과 달리 장판으로 표시되는 스킬을 사용한다. 단순 몰이 자동사냥보다 더 다채로운 전투를 즐길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원작 라그나로크의 미드가르드 세계관을 반영한 스토리를 보여준다고 한다. 그런데, 라그나로크 온라인 스토리 기억하시는 분? 프론테라에서 노가리 깐 기억밖에 없는데…

  1. 라그나로크 X: Next Generation

공개된 시연 컨텐츠론 라그나로크 오리진과 크게 다른 점을 찾기는 힘들었다. UI 디자인과 이펙트, 그래픽만 다를 뿐 전투 방식은 비슷한 느낌이었다. 캐릭터는 묘하게 촌스러웠던 라그 M과 달리 둥글둥글해졌고, 달라진 디테일과 비율 덕분에 더 귀여웠다. 라그나로크 모바일 게임 하나를 고른다면 라그나로크 X를 고를 거 같다. 

어차피 라그나로크의 끝은 소소한 룩덕질이니까.

  1. 라그나로크 크루세이드: 미드가르드 크로니클

이번에 공개된 라그 IP 게임 중 유일한 PC 온라인 게임이다. 장르는 횡스크롤 액션. 캐릭터가 귀엽다. ‘라그나로크 2 그래픽을 이렇게 만들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션이 단순해서 스타일리시한 전투는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라그나로크 온라인 세계관의 100년 전을 다룬다고 하는데, 라그나로크 세계관이라는 건 대체 뭘까?

  1. 라그나로크: 택틱스

기본적으로 캐릭터 수집형 전략 게임으로 보인다. 캐릭터마다 가위, 바위, 보와 흑, 백 속성이 있어 속성끼리 상성이 존재한다. 전투 시작 전 캐릭터의 위치를 지정하고, 전투 시작 후의 이동 경로를 드래그해서 명령할 수 있다. 적에게 유리한 속성의 영웅 부대는 전진하고 불리한 영웅은 뒤로 물러날 수 있다. 유저 간 전투는 드래그를 할 수 없다. 오로지 위치 지정만 할 수 있다. 

바포메트 같이 친숙한 라그나로크의 몬스터들을 영웅으로 만날 수 있었는데 ‘이런 몬스터도 라그에 있었어?’ 싶은 영웅도 있었다. 

  1. 으라차차 돌격! 라그나로크 2

전작과 같은 방치형 게임이다. 시연 컨텐츠도 당연히 방치였다. 파티를 어떤 직업의 캐릭터로 구성하느냐에 따라 쓸 수 있는 궁극기 같은 스킬이 달라진다. 이 스킬을 잘 활용해야 보스를 잡을 수 있다고 한다. 

시연하면서 ‘이게 왜 라그나로크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픽은 좀 아쉽다. 전작보다 라그로크가 아니라 완전 다른 게임 같다. 무릇 방치형이라면 캐릭터가 이뻐야 하지 않던가.

  1. 더 로스트 메모리즈: 발키리의 노래

현실 세계의 유저가 라그나로크 온라인의 세계로 들어가 모험을 한다는 설정이 신선했다. 전투는 기본적으로 파티로 구성된 캐릭터들이 자동으로 진행한다. 유저는 체력 회복과 디버프 주문을 시전 하는 카드, 속성 공격 마법을 시전 하는 카드 등 각각 코스트가 있는 다양한 스킬 카드를 상황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 현실 세계의 유저가 라그나로크 온라인으로 들어갔다는 설정에 맞게끔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PC 라그나로크 과거 UI가 나오는 연출을 볼 수 있었다. “님들아 저 물약 사게 제니 좀!”라고 구걸하는 유저를 흉내 내는 NPC는 덤.  스토리가 궁금하다.

약간의 괴리감

그라비티는 이번 라그나로크 IP 활용 게임들에서 라그나로크의 룬 미드가르츠 세계관을 공유한다고 한다.  그런데 라그나로크 온라인이 한창 유행하던 당시 한국의 온라인 게임은 레벨을 올려서 더 멋지고 강한 아이템을 착용하는 게 게임의 거의 유일한 목표였다. 라그도 스토리 퀘스트들은 개별 에피소드로 쪼개져 세계관 전체를 관통한 기억이 없다. 적어도 나에겐. 그라비티는 추억에 없는 라그의 세계관을 활용해 100년 전 세계를 구현했다고 말하지만, 그 세계관이 무엇인지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어쩌면 유저가 추억하는 라그나로크와 그라비티가 기억하는 라그나로크가 다른 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