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르트 아줌마는 어떻게 ‘디지털화’ 되고 있을까

“야쿠르트 아줌마, 야쿠르트 주세요. 야쿠르트 없으면, 요쿠르트 주세요~”

기자와 동년배인 사람이라면 추억의 이 노래를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야쿠르트 아줌마는 한국야쿠르트의 ‘이동 판매원’을 칭하는 은어다. 한국야쿠르트는 조금 멋있게 FM(Fresh Manager)이라고 이들을 부른다. 과거 손수레를 끌고 다니던 모습에서 이제는 ‘코코’라고 불리는 귀여운 이름의 전동카트를 타고 다니는 이들이다.

그런 한국야쿠르트가 지난달 1일 대대적인 ‘온라인’ 개편 작업을 발표한 것을 알고 있는가. 그 이전에 한국야쿠르트의 온라인몰 ‘하이프레시’의 핵심 물류 인프라가 1만 1000명의 FM인 것은 알고 있는가.

한국야쿠르트의 온라인 확장은 쿠팡으로 대표되는 이커머스 업체의 그것과는 다르다. 우선 SKU(Stock Keeping Units)가 많지 않다. 기껏해야 200여개고, 앞으로도 많아야 300여개 정도까지만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비대면 배송이 너무나도 당연한 택배 인프라를 활용하는 이커머스 업체와도 다르다. 한국야쿠르트의 온라인 배송은 ‘대면 배송’, 그러니까 손에서 손으로 전달하는 원칙을 강조한다. 조금은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에 더 가까운 형태의 모델이다.

언택트, 그러니까 비대면 배송과 무인보관함 활용이 트렌드로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부재중 가구’의 숫자는 더욱 더 많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프라인 친화적’인 온라인 정책을 내세우는 한국야쿠르트는 어떻게 물류 전략을 운용하고 있을까.

판매망이 배송망으로

한국야쿠르트에는 오프라인 야쿠르트 이동 판매를 위해서 구축해놓은 물류망이 이미 존재한다. 그래서 한국야쿠르트의 온라인 전략 또한 이미 가지고 있는 오프라인 망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미션이었다.

한국야쿠르트가 온라인에 오프라인 네트워크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알기 위해선 우선 한국야쿠르트의 물류 시스템을 알아야 한다. 한국야쿠르트는 크게 신길, 논산, 광주, 대구, 양산에 5개의 자사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가 판매하는 상품 중에서는 당일 혹은 2~3일 안에 생산되는 ‘밀키트’나 ‘계란’, ‘육류’와 같은 상품도 있다. 물류센터에 이런 상품들이 모이고 보관된다.

지역별로는 509개의 ‘포스트’를 운영한다. 포스트는 FM들이 활동하는 말단 거점이다. 전국 물류센터에 보관된 상품들이 지역별로 분류돼 이 포스트까지 전달된다. 포스트에는 신선식품을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고와 FM이 타고 다니는 전동카트를 충전할 수 있는 설비가 비치돼있다. 통상 FM이 맡고 있는 지역의 끝에서 이 포스트까지 시속 6km 이동 기준 15~20분 정도면 이동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FM은 이 거점을 기준으로 그날 판매할 상품을 싣고 오고간다.

포스트에서 충전되고 있는 한국야쿠르트 FM의 전동카트 코코(사진 제공: CLO 신승윤 기자)

그리고 1만1000여명의 움직이는 물류 거점 ‘FM’이 있다. 전동카트를 타고 다니면서 야쿠르트 판매를 하는 여사님들이다. 코코에는 220L의 용량을 저장 가능한 냉장고가 장착돼있고, 냉장고 외부에서 내부 온도를 조절하고 확인할 수 있다. 독자 여러분이 길거리에서 이 분들을 만나면 야쿠르트든, 밀키트든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코코는 그 자체로 이동식 냉장물류 거점이 된다(사진 제공: CLO 신승윤 기자)

이 오프라인 판매망이 그대로 ‘온라인 배송망’으로 활용된다. 지역의 중간 거점인 ‘포스트’에 온라인으로 판매될 물건들까지 같이 입고되고, 해당 상품을 한국야쿠르트 FM들이 픽업해서 고객에게 배송하는 방식이다. 그러니까 한국야쿠르트 FM들은 오프라인 판매원이자, 온라인 배송인이다. 물론 FM이 활동하지 않는 지역에 대해서는 ‘택배’를 활용해서 배송하지만, 한국야쿠르트의 오프라인 판매 인프라는 대부분 온라인까지 이전됐다.

수요 예측하는 ‘섭스크립션’

한국야쿠르트 온라인몰의 특징은 고객 주문을 ‘예약’을 통해서 받는다는 점이다. 고객이 주문을 원하는 상품을 온라인에서 선택하면, 이후 배송 받기를 원하는 날짜와 시간(06:00~18:00까지 두 시간 단위 지정)을 정해야 한다. 해당 시간에 맞춰서 FM이 고객을 방문하여 상품을 전달하는 구조다.

한국야쿠르트 온라인몰 주문에는 배송받을 날짜와 시간지정이 필수적이다.

한국야쿠르트는 지난달 ‘정기배송’ 서비스도 시작했다. 예약을 넘어 구독(Subscription)의 영역까지 들어왔다. 고객은 주 1회 단위(1주, 2주, 3주, 4주, 8주 단위 설정 가능)로 ‘정기배송’ 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다. 현재는 주 1회 단위 정기배송을 받는 고객 비중이 83%로 가장 높다는 한국야쿠르트측 설명이다.

정기배송 신청시 배송주기를 입력해야 한다. 희망한다면 정기배송 일시 정지 또한 가능하다.

정기배송을 신청한 고객은 하이프레시에서 판매되는 모든 상품을 10%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실제 결제되기 3일 전에는 고객에게 알림문자가 전달되는데, 이 때 고객은 해당 주간의 정기배송을 건너 뛸 수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정기배송’이 갖는 고객 락인 효과를 통해 빠르게 서비스의 기반을 다져나간다는 계획이다.

폐기 방지하는 오프라인식 ‘마감세일’

‘예약배송’과 ‘정기배송’은 수요 예측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실제 고객 주문 데이터에 기반하여 생산 및 공급량을 어느 정도 예측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여기서 ‘어느 정도’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그럼에도 판매되지 않는 ‘재고’는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야쿠르트는 고객주문을 받기 전 날인 D-1일에 미리 수요를 예측해서 생산에 들어간다. 그리고 수요 예측은 ‘예측’이기 때문에 언제나 틀릴 수 있다. 그렇기에 이런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공장에서 다음날 고객 주문 수요예측을 해서 생산한 상품이 16개였고 오전에 물류센터에 입고 됐다. 그런데 당일 오후 4시 실제 마감시간이 되니 고객 주문은 11개만 들어오는 거다. 남은 재고 5개를 처리할 방법이 난감해진다.

특히나 한국야쿠르트가 판매하는 상품은 대부분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식품이다. 제일 유통기한이 긴 상품이 보름 정도고, 보통 밀키트는 ‘3일’ 정도를 본다. 그래서 한국야쿠르트는 얼마 전까지는 팔리지 않고 남은 재고를 전부 ‘기부’ 처리했다고 한다. 그렇게 1년 동안 기부된 상품 숫자만 1억개가 넘었다고 하니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있다.

지난달 1일 한국야쿠르트는 신선식품 재고를 최소화 시키는 방법으로 ‘마감 세일’을 도입했다. 마치 오프라인 대형마트의 운영 마감 시간에 맞춰 가면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식품’을 세일 판매하는 개념을 온라인에 도입한 것이다. 마감세일을 하면 통상 오후 12시까지 모든 재고를 매진시킬 수 있다는 게 한국야쿠르트측 설명이다.

원하는 시간에, 손에서 손으로

한국야쿠르트 온라인 배송의 핵심 메시지는 ‘시간지정 배송’이다. 또 하나의 핵심 메시지는 고객과 만나서 ‘손에서 손으로 전달한다’는 것이다. 신승호 한국야쿠르트 마케팅부문 멀티CM팀장은 11월 1일 국토교통부가 주최한 ‘KLSF(Korea Logistics & SCM Festival)’ 행사장에서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정확하게 갖다 준다는 것은 한국야쿠르트가 가장 강력하게 주장하는 메시지”라며 “신선식품 새벽 및 택배 배송 상황에서 젓갈을 문 앞에 배송했는데 알림 서비스가 가지 않아서 상했다거나 하는 서비스 품질의 틈새를 한국야쿠르트의 독특한 채널로 극복하고자 컨셉 방향을 잡았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한국야쿠르트가 잡은 컨셉은 ‘여성 안심배송’이다. 1인 가구 여성이 집에 혼자 있어도, 안심하고 문을 열 수 있도록 ‘여성 배송인(FM)’이 상품을 전해준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의 연장으로 한국야쿠르트는 지난달 강남 3구에서 저녁배송 서비스 ‘하이프레시고’를 시작했다. 하이프레시고는 한국야쿠르트 FM의 주간 배송 업무가 종료되는 오후 6시부터 늦은 11시까지 운영된다. 현재 강남 3구(강남구, 송파구, 서초구)를 기준으로 르노의 전기차 ‘트위지’를 활용하여 배송을 한다. 트위지의 뒷칸에는 차량용 냉장고를 탑재했다.

왜 강남3구를 최초 서비스 론칭 지역으로 결정했냐면 생활인구 밀집지역(약 165만명)이고, 1인가구 거주 비중이 높았기(약 29.4%)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 하이프레시고 서비스 론칭 이후 주단위로 200%씩 주문량이 늘어나고 있고, 그 중 70%가 1~2인 가구라는 게 한국야쿠르트측 설명이다. 재구매율 또한 40~50%로 높게 나타나고 있어 고무적이라는 내부 평가다.

저녁배송을 담당하는 FM은 주간배송에서는 온라인 배송과 함께 하는 ‘이동 판매’를 하지 않는다. 전날 들어온 주문을 기준으로 100% 예약 판매만 하고 있고, 앞으로도 예약 판매 원칙을 고수한다는 계획이다. 신 팀장은 “주간에는 프레시 매니저가 안심배송을 해줄 수 있고, 저녁에는 하이프레시고가 안심배송을 해준다”며 “향후 새벽 6시부터 밤 11시까지 배송을 할 수 있는 채널 조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 말했다.

이와 함께 언택트 트렌드에 대응하는 움직임도 함께 보이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내년도에는 전동카트 코코의 기능 업그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다. 여기서 핵심적인 변화는 ‘무인 판매’다. 전동카트에는 키오스크가 장착돼 고객의 무인결제가 가능하게 만든다. 고객의 주문을 확인한 FM이 원격제어를 하여 냉장 카트의 짐칸을 열 수 있다. FM이 원격으로 고객과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는 ‘챗봇’ 기능도 장착한다. FM이 없더라도 카트가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있는 것이다.

풀필먼트의 영역으로

한국야쿠르트는 11월 1일부터 매입상품 온라인 판매에 이어 ‘위탁 상품’ 판매를 시작했다. 외부 셀러가 한국야쿠르트 온라인 플랫폼에서 상품을 판매하고 수수료를 내는 개념이다. 일반 마켓플레이스 입점 판매와 차이점이 있다면 위탁 상품의 배송 역시 한국야쿠르트의 1만1000명 FM 인프라가 맡아 한다는 점이다.

신 팀장은 “1만 1000여명의 한국야쿠르트 FM들이 위탁 상품 판매를 하기 위해 노력할 텐데, 이는 곧 셀러 입장에서는 1만1000여명의 홍보 요원이 생기는 것을 의미한다”며 “위탁 판매의 경우 똑같은 상품을 두 군데 이상에서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워 카테고리 중복을 막을 것”이라 말했다.

그는 또 “한국야쿠르트는 이커머스 시장 진입을 위해 약 3년 동안 시행착오를 거쳤고, 2019년부터는 조금씩 온라인의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현장에서 신사업을 준비하면서 특히 물류, 그 중에서도 신선 물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며 “오프라인 기반 기업으로 50년을 운영한 한국야쿠르트는 다음 100년의 새로운 플랫폼 기업이 되기 위해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했다. 우리의 FM 조직과 새롭게 론칭한 하이프레시고 조직이 한국야쿠르트에 이바지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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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1. 기사 잘 봤습니다. 핵심 인사이트를 담되 간결하고 함축적으로 잘 정리해주시는 기사들에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유머감각도 아예 없으신건 아닌것 같습니다. ㅎ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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