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11월 1일은 ‘물류의 날’이다. 물류산업 발전에 기여한 물류인을 격려하고 물류 분야 종사자들의 자긍심과 사기를 높이기 위한 자리다.

물류의 날에는 정부 물류대상 시상식과 함께 국토교통부가 주최(한국통합물류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주관)하는 행사 ‘KLSF(Korea Logistics & SCM Festival)’가 함께 열린다. 올해는 ‘초 연결시대, 모든 비즈니스는 물류로 통한다’라는 주제다.

재밌는 점은 기조연설자의 색깔이다. 지난해 기조연설을 맡은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장에 이어 올해도 물류와는 별 상관없어 보이는 일을 하는 연사가 연단에 올랐다. 이번 KLSF 2019의 기조연설을 맡은 임춘성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4차산업혁명위원회 소속 민간위원이다. 주로 IT기술이 기업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전략에 관한 연구를 20여년 해왔다. IT업계에서는 베스트셀러로 통하는 저서 <매개하라>의 저자이기도 하다. [지난해 물류의 날에는… : 장병규 4차위 위원장이 ‘물류의 날’에 전한 말]

연단에 오른 임춘성 교수는 “연결이라는 말을 달리 보면 물류의 확대적인 용어인 것 같다”며 “연결의 다른 말인 ‘매개’라는 단어가 물류를 표현하는 본질적인 단어라 생각한다”고 운을 띄웠다. 그는 이어 “물류는 산업시대의 저축과 같은 일을 했지만, 지금 우리는 산업의 시대가 끝난 시대에 살고 있다”며 “한번은 생각해야 한다. 이 자리에 모인 분들이 갖고 계신 물류에 대한 관념이 아직도 통할 수 있을지”라 말했다.

물류의날 기념행사 기조연설자로 연단에 오른 임춘성 연세대 산업공학과 교수

4차 산업혁명의 본질

임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를 정의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는 “3차 산업혁명을 컴퓨터 혁명이라 주로 이야기한다. 하지만 3차 산업혁명은 1차, 2차 산업혁명처럼 역사학자들이 이야기한 용어는 아니다. 3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가 많이 알려지게 된 계기는 제레미 리프킨의 저서 3차 산업혁명(The Third Industrial Revolution, 2011)을 통해서였다”며 “5년이 지난 후 우리나라가 유독 좋아하는 다보스포럼의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이 독일의 인더스트리얼 4.0을 전하기 위해 ‘4차 산업혁명’이라는 슬로건을 행사에 붙인다. 4차 산업혁명은 그렇게 탄생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분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것이 실체가 없는 허구라 이야기 한다”며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이) 분명 학술적이고 역사적인 용어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없고 땅덩이도 좁은 나라에서 온 국민이 하나가 돼 이야기할 수 있는 개념으로 4차 산업혁명의 가치는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4차 산업혁명을 받아들이면 어떨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어 임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을 ‘기술 간의 상보효과’라 정의했다. 임 교수에 따르면 인공지능이나 빅데이터, 스마트폰이 4차 산업혁명은 아니다. 그는 “인공지능은 그냥 기술이고 역사로 치면 100년이 넘었다. 빅데이터? 데이터는 원래 큰 것이 아닌가. 왜 갑자기 빅데이터인지 모르겠다. 스마트폰 또한 그냥 디바이스”라며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은 예전에 서로 별개로 개발됐던 기술들이 서로 만나기 시작하고, 그렇게 연결된 기술들이 서로 가려운 곳을 긁어주면서 상호보완하고 있다는 것”이라 밝혔다.


임 교수는 ‘기술’ 하나하나에 매몰되면 안 된다고 전했다. 기술은 앞으로도 하나, 둘, 셋, 넷 단계별로 발전한다는 게 임 교수의 말이다. 하지만 기술이 연결되고 서로 도와주고 시너지를 만들어낸다면 그 변화는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넷이 되고, 넷이 여덟이 되고 열여섯이 되는 식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변화한다고 그는 예측했다.

연결 관점에서 물류 다시 보기

임 교수는 산업시대의 물류산업은 어떻게 보면 피상적이고, 기생적이고, 수동적이었다고 말한다. 물류는 스스로 무엇인가 만들지 않고, 남이 만든 것을 옮기고 통하게 해주는 일을 했다. 산업시대의 동맥인 제조가 없었다면 존재할 수 없었다. 그들의 뒤에서 눈치 보면서 조용하고 수줍게 그저 숨어있었다는 설명이다.

임 교수가 강조하는 것은 ‘관계 중심의 시각’이다. 이제는 기존의 물류의 의미를 훨씬 넘어서는 ‘초연결 시대’가 왔다. 임 교수에 따르면 초연결 시대에서는 중간에 존재하는 ‘매개자’의 힘이 강력해진다. 과거 매개자들이 눈치를 봤다면, 이제는 매개자를 통해 연결되는 이들이 눈치를 보기 시작한다.

존재 중심의 시각에서 관계 중심의 시각으로 바꿔보기(사진: 임춘성 교수 물류의 날 발표자료)

임 교수는 “글로벌 유니콘 기업들을 20위까지 나열해보면 그 중 17개의 기업은 아무것도 생산하지 많고 연결만 하고 있는 이들이다. 예컨대 샤오미는 제조업을 하지만 공장 하나 없이 연결만으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며 “그것이 물류 아닌가. 우리가 바라봐야 하는 물류의 정의 아닌가. 이런 세상의 흐름에서 물류를 다시 한 번 정의하고 혁신적인 매개자로 중간에 들어가서 이점을 살려야 되지 않나. 플랫폼은 연결의 종결자처럼 보이지 않는가”라 전했다.

초연결의 시대에서는 하나하나 잘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게 임 교수의 설명이다. 단순히 물류를, 개발을, 디자인을, 생산이나 판매를 잘하는 것은 단계적인 성장을 만들 수 있을지언정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만들지 못하기 때문이다. 임 교수는 “전통적인 물류의 관점에서 벗어나 연결의 관점에서 물류를 바라봐야 한다”며 “단순히 물류는 뒷바라지 하는 역할이라 생각하고, 그들을 이어주는 온라인 플레이어에게 치이는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은 매개자로써 물류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임 교수가 말하는 물류의 본질은 ‘매개자’다. 그에 따르면 초연결의 시대에서 분절된 각 업무에 집중한다면 열심히 일한만큼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가운데 있는 플랫폼은 열심히 일하는 이들을 모은 만큼 돈을 번다. 플랫폼은 산술적인 성장이 아닌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만든다. 때문에 웬만하면 연결의 중앙에 들어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래야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것이 임 교수가 전하는 물류의 본질이고 매개자의 역할이다. 임 교수의 말로 마무리 한다.

“물류는 산업 시대의 꽃이었고, 산업 시대는 궁극적으로는 제조의 시대였다. 제조업은 호황이었고 그렇기에 매개자는 충분히 기를 펼 수 없었다. 그런데 인터넷, 디지털 비즈니스, IT가 등장하면서 기존 산업의 영역을 전복하고 있다. 현재의 물류는 약간 방황하고 정체되고 고민하고 있다. 물류는 본질적으로 매개자임에 불구하고 아직도 일하는 방식은 매개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남 좋은 일만 하는 것은 아닌가. 그런 맥락에서 생각해봐야 한다. 전혀 다른 제 3의 방식의 물류 비즈니스가 어떻게 등장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래서 매개하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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