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일. 이 날은 물류업계에 있어선 특별하다. 국토교통부가 매년 11월 1일을 ‘물류의 날’로 지정하고 기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날 정부는 물류산업 발전에 기여한 물류업계 종사자들에게 대통령, 국무총리 이름으로 훈장과 표창을 수여한다. 김정렬 국토교통부 2차관의 말을 빌리자면 물류의 날은 ‘물류인의 생일’이자 ‘국가 기념일’이다.

허나 작년까지 물류의 날은 거창할지언정 재밌는 행사는 아니었다. 정장을 차려입은 수상자가 강단에 올라 줄지어 서있고, 정부 관계자가 그들과 한 명씩 악수하는 모습을 사진 찍고, 청중은 박수를 친다. 끝이다. 상을 받는 사람들에겐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것 말고 별달리 하는 것은 없었다.

올해 물류의 날은 달랐다. 26회를 이어온 물류의 날 역사상 처음으로 외부인사의 기조강연 무대를 마련했다. 이 날 첫무대에 오른 사람은 물류업계 종사자가 아니었다. 물류와 생판 상관없는 IT, 벤처투자업계에서 20여년을 일했던 사람이다. 네오위즈, 블루홀, 본엔젤스 등을 거쳐 2017년부터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이하 4차위)를 맡고 있는 장병규 위원장이다.

역대 최초로 물류의 날 기조강연 무대에 선 사람은 물류가 아닌 IT업계 종사자였다. 이는 이미 다가온 융합물류의 시대를 방증한다.

국토교통부 물류정책과 관계자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시대의 물류’를 주제로 한 이번 26회 물류의 날 주제와 맞아서 장 위원장을 기조강연자로 초대했다고 한다. 무대에 오른 장 위원장은 “과거부터 물류산업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왔지만, 물류전문가가 아니다보니 방문이 늦었다”며 “오늘 좋은 기회를 마련해줘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혁신에 적합한 산업

장 위원장은 물류산업이 ‘혁신’에 적합한 산업이라 평가했다. 장 위원장은 “성장하지 못하는 산업에서는 제로섬게임 이야기가 나오는 등 혁신이 어렵다”며 “하지만 물류산업은 꾸준히 성장 중이고, 그렇기에 더 가열찬 혁신이 나타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이 인용한 통계(Transparency Market Research, 2017)에 따르면 글로벌 물류산업 매출액은 2016년 8조7000억달러에서 2026년 15조5000억달러까지 연평균 7.5% 성장할 전망이다. 국내 물류산업 매출액 또한 2006년 27조5000억원에서 2016년 86조5000억원으로 연평균 2.8% 성장해왔다.

장 위원장은 “초연결,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으로 촉발된 지능화혁명과 그것을 넘어선 4차 산업혁명으로 기존보다 훨씬 많은 것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며 “물류업계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진행되는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변화에 적응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물류혁신을 위한 4가지 제언

장 위원장은 이어 크게 4가지(디지털 전환 가속화, 데이터 공유 활성화, 스몰딜 M&A 활성화, 규제 제도 혁신 기반 마련)로 나눠 물류산업의 혁신에 필요한 사항들을 제언했다. 물류에서도 끊임없는 혁신이 이뤄져야 하고, 4차위는 그것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첫 번째는 디지털 전환 가속화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다. 특히 눈 앞에 다가온 자동화로 대표되는 스마트물류 시대에 비용으로 고민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장 위원장의 설명이다. 장 위원장은 “현재 물류업은 그 중요성에 비해 우선순위, 예산순위 등에 있어 정책 지원의 후미로 밀려있다”며 “대기업들은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자금 여력도 있다고 생각한다. 자금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 기업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두 번째는 데이터 공유 활성화다. 물류산업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연결되고, 또 모여야 한다는 게 장 위원장의 의견이다. 하지만 현재 물류기업들은 데이터 공유에 굉장히 폐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장 위원장은 “물류 각 영역을 연결하는 업체들의 데이터가 한 업체 안에서만 고립되는 것이 아니라, 흐름을 가지고 움직여야 되고 또 통합할 필요가 있다”며 “데이터 공유는 단순히 한 기업이 나선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정부와 산업계, 학계가 함께 모여 고민하고, 물류업계에서도 데이터 통합과 공유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세 번째는 스몰딜 M&A 활성화다. 물류업계에서 혁신적인 도전을 하는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적극적인 M&A가 이어져야 된다는 것이다. 장 위원장은 “대형 M&A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스타트업 M&A와 대기업 M&A의 속성은 다르다는 것을 인지해야 된다”며 “투자의 아주 작은 단계부터 큰 단계까지 관련 정보를 습득하고, 물류업계에서도 스타트업 대상의 스몰딜 M&A를 고민해야 된다”고 말했다.

네 번째는 규제·제도 혁신 기반 마련이다. 물류업계의 정책적인 규제로 인해 성장에 발목 잡히는 기업들이 있다면 4차위가 그것을 해결하는 창구가 되겠다는 것이다. 장 위원장은 “4차위는 지난 10개월 동안 10가지 주제를 가지고 4차례 해커톤을 진행했다. 택시업계의 참여 거부로 전진하지 못한 ‘라이드셰어링’을 제외한 나머지 9개 주제는 기존보다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며 “물류업계에서도 관련된 규제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4차위를 적극 활용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융합’의 시대를 열며

기자는 장 위원장의 발표가 끝나고 이런 질문을 했다. “택시기사가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상 위법 소지가 있는 화물운송을 하기도 합니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과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으로 나뉜 현행 제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참고기사: 화물 나르는 택시를 만나다]

장 위원장은 이렇게 답했다.

이웃나라 일본의 모빌리티 업계에서는 소프트뱅크와 토요타가 손을 잡았습니다. 저는 이게 굉장히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사건이라 생각합니다. 세계는 ‘모빌리티의 서비스화(Mobility as a Service)’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만약, 5~10년 안에 자율주행차가 현실화된다면 모빌리티업계는 근본적인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변화에 수동적으로 대처할 것이냐. 능동적으로 대응할 것이냐. 저는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된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현재 한국법은 사람을 나르는 것과 화물을 나르는 것을 분류해서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빌리티가 서비스화가 된 시대에 그것을 분류하는 것이 옳을까요? 아주 근본적인 질문을 해주셨습니다. 여기서 제 생각을 발언하기에는 잘못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기에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기자님이 해주신 질문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 자리에 있는 많은 분들이 그 질문에 대해 함께 고민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김정렬 국토교통부 2차관은 26회 물류의 날에서 “2020년까지 2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물류에 활용될 스마트로봇 개발을 지원할 계획”이라 발표했다. 아울러 첨단물류인력을 육성하고 업계와 채용박람회를 함께하는 등 일자리 양성에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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