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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스리] 편의대행 플랫폼 ‘띵동’이 모빌리티 사업을 시작한 이유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 스타트업  리뷰를 연재합니다. 코너명은 ‘바스리’, <바이라인 스타트업 리뷰>의 줄임말입니다. 스타트업 관계자분들과 독자님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허니비즈는 편의대행 플랫폼 ‘띵동’을 운영하는 업체다. 2012년 3월 사업을 시작한, 소위 ‘배달 안 되는 맛집배달 플랫폼’이라 불리는 업체 중에서는 1세대다. 마찬가지로 2006년 설립한 1세대 심부름 대행업체 ‘해주세요’를 2016년 인수하면서 사세를 확장했다.

2016년은 허니비즈가 강남을 벗어나 전국 진출의 깃발을 올린 시기다. 서울 전역과 수도권까지 공격적인 지역 확장을 도모했다. 그리고 실패했다. 탈강남을 외쳤던 허니비즈는 다시 강남(서초구, 강남구)으로 서비스 지역을 축소했다. 허니비즈의 탈강남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남겼고, 회사는 좌초될 위기까지 처했다. 윤문진 허니비즈 대표는 이렇게 회상한다.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데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문제의 원인 중 하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우리 시스템은 강남 지역에 특화된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는데, 외부로 확장할 수 있는 내부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전국으로 확장한 것이 패인 중 하나였습니다. 2018년 말까지 절치부심하며, 우리 시스템을 전면으로 뒤엎는 작업을 1년 이상 했습니다”

다시 한 번 전국으로

10월은 허니비즈에 있어서 특별한 달이다. 먼저 띵동 서비스의 V2 전환이 이뤄졌다. 윤 대표는 이제 다시 지역을 확장할 수 있는 토대를 갖췄다고 말한다. V2에서는 앱 소비자의 사용성을 개선하는 변화도 있었지만, 지역 확대에 필요한 사업자간 제휴를 유연히 할 수 있도록 시스템 설계단을 변경한 부분이 가장 큰 변화라는 설명이다.

동시에 윤 대표가 준비해둔 사업이 두 가지 있다. 하나는 지난 5월 서비스를 출시한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 ‘씽씽(법인명: PUMP)’이다. 두 번째는 이달 8일 서비스를 출시한 휴대폰 배터리 공유 서비스 ‘아잉(법인명: 자영업자)’이다.

띵동과 신규 론칭한 두 가지 사업이 시너지를 만들어 다시 한 번 허니비즈의 지역 확장 계획을 뒷받침 한다는 계획이다. 윤 대표는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띵동과 씽씽, 아잉 세 가지 사업을 연계한 형태의 지역 확장을 추진한다”며 “허니비즈의 목표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전국 제패”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래서 생기는 의문. 음식배달과 심부름 대행, 그리고 전동 킥보드와 휴대폰 보조배터리 공유 서비스. 얼핏 보기에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음식배달과 모빌리티 사업들이 갖는 연결점은 대체 무엇일까. 허니비즈는 어떻게 이 사업들을 융합해서 다시 한 번 전국을 노리겠다는 것일까.

허니비즈는 현재 강남서초 기준으로 120명의 메신저(배달기사)와 전속계약 하고 있다. 음식배달 및 편의대행 건당 임금을 지급 받는 이들이다. 이들은 어떻게 모빌리티와 연결될까.

배터리 교환하는 배달기사

씽씽은 요즘 서울 지역에서는 흔히 보이는 공유 킥보드 서비스 중 하나다. 사용방법도 유사하다. 씽씽 모바일 앱을 통해 길거리에 있는 씽씽 전동 킥보드를 찾아 QR코드를 스캔하면 탑승이 가능하다. 목적지까지 이동한 후 반납을 하면 자동으로 사전 등록해둔 결제수단을 통해 요금이 결제(분당 100원, 기본요금 5분 500원)되는 구조다.

허니비즈 본사 1층에는 이륜차와 전동킥보드 정비소가 있다. 정비소 인력은 띵동 메신저가 주축이 돼 세팅됐다.

씽씽이 여타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와 다른 것은 서비스의 모양새가 아니다. 씽씽은 물류와 운영(오퍼레이션) 강화 측면에서 설계된 서비스다. 윤 대표는 “씽씽을 시작한 이유는 시장의 기회를 잡기 위함도 있었지만, 기존 사업(띵동)의 운영 효율을 최대한 활용하여 양 사업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왜 물류와 운영인가. 윤 대표는 “공유 전동킥보드 사업에서 중요한 운영 역량으로 ‘킥보드 충전’과 ‘수리’, ‘재배치’가 꼽힌다”며 “지리정보나 물류 효율을 극대화하는 동선 고려, 민첩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잘 처리될 수 없는 업무들인데, 이런 업무를 띵동 메신저들이 맡아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전동킥보드를 개인만 알 수 있는 공간에 배치하는 등 고객의 어뷰징 행위에 대한 문제해결 능력에서 현장 경험을 갖춘 메신저의 활약이 도드라진다는 설명이다.

씽씽의 전동 킥보드가 여타 경쟁 공유 킥보드 업체와 달리 충전형이 아닌 ‘교체형’으로 설계된 이유다. 띵동의 메신저들은 공유 킥보드의 배터리 교체 업무를 담당한다. 윤 대표에 따르면 이 방식은 방전된 공유킥보드를 용달트럭으로 충전기(멀티탭)가 비치된 장소로 수거, 충전해서 재배치하는 방식보다 운영 효율이 크다.

윤 대표는 “트럭을 활용해 전동킥보드를 수거하고 재배치하는 시간은 500대 기준으로 약 10시간이 걸린다. 충전만 5~6시간, 수거와 재배치에 각각 2시간씩 소요되는 것”이라며 “반면 이륜차를 통해 현장에서 바로 배터리를 교체하는 방식을 사용한다면 4시간이면 끝난다. 비용 효율 또한 종전 1대당 수거 및 충전 비용이 4000원이라면 그것을 2000원 미만으로 만들 수 있을 정도로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씽씽이 전동킥보드 수거에 사륜차를 전혀 이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배터리 교체가 아닌 수리가 필요한 전동킥보드는 사륜차로 일괄 수거해서 재배치한다. 수요가 많은 지역으로 전동킥보드를 재배치(씽씽 내부에선 ‘로드 밸런싱’이라고 한다.)하는 작업 또한 사륜차가 맡는다. 단, 고장난 기계에 ‘점검중’ 표시를 붙이는 등 현장상황에 맞춘 응대는 이륜차 메신저가 맡는다.

공급자를 만족시키는 모빌리티

윤 대표는 씽씽을 현재 운영대수 1000대(보유대수 3000대), 서비스 지역 서울 6개구에서, 연내 운영대수 7000대(보유대수 1만대), 서울 10개구까지 서비스 지역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윤 대표가 씽씽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이유는 ‘공급자’인 배달 메신저에게 더 많은 일거리와 수익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실제 메신저들은 씽씽 전동킥보드의 배터리 교체 업무를 통해 건당 1500원의 돈을 번다. 허니비즈에 따르면 능숙한 메신저의 경우 시간당 20건까지 배터리 교체 업무를 할 수 있는데, 시간당 기대수익은 약 3만원까지 늘어난다. 메신저들이 음식배달 업무를 할 경우 평균 시간당 수입은 약 1만7000원인데, 훨씬 높은 수익인지라 호응이 좋다는 후문이다.

더 큰 강점은 이 배터리 교체 업무가 음식배달 피크타임이 아닌 ‘유휴시간’에 진행된다는 점이다. 배달 주문이 많이 나오지 않는 시간인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전동킥보드의 배터리 교체 업무가 집중적으로 진행된다. 그러니까 메신저 입장에서 씽씽의 배터리 교체는 음식배달 주문이 나오지 않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해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된다.

음식배달과 모빌리티 사업이 정확히 정반대의 수요 변화를 보인다는 것도 운영 측면의 효율을 만든다. 예컨대 음식배달 주문은 춥거나 더운 날씨, 악천후 상황에서 오히려 늘어난다. 반대로 전동킥보드 수요는 음식배달 주문이 늘어나는 날씨에 오히려 줄어든다. 즉, 사업자 입장에서는 모빌리티 수요가 줄어드는 계절에는 음식배달을 통해 수익이 줄어드는 지점을 상쇄할 수 있다.

윤 대표는 “일반적으로 배달기사에게 음식 배달이 아닌 다른 일을 해달라고 요구한다면 반발이 굉장히 심하게 나오는 편”이라며 “하지만 띵동은 처음 ‘심부름’부터 시작한 서비스다보니, 음식 배달 아닌 업무에 익숙해진 메신저가 상당히 많다. 전동 킥보드 배터리 교체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갖기 보다는 호기심을 갖고 능동적으로 손재주 있는 메신저들이 앞서 나서서 해본다고 이야기 했다”고 설명했다.

가맹 영업하는 배달기사

윤 대표가 이달 새로 시작한 스마트폰 보조배터리 공유 서비스 ‘아잉’ 또한 마찬가지다. 아잉 역시 배달 메신저의 안정적인 수익을 만들어 줄 수 있도록 비즈니스가 설계됐다. 아잉 가맹 영업과 설치, 유지보수 업무를 띵동 메신저가 담당하기 때문이다.

허니비즈 강남 본사 1층 카페에 비치된 아잉박스의 모습. 아잉의 사용법을 간단히 설명한다. 스마트폰 충전으로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잉’ 앱을 켜고 근처의 ‘아잉박스’를 검색, 찾아가서 QR코드 스캔으로 결제하면 보조배터리를 빌릴 수 있다. 요금은 2시간에 1000원이다.

아잉의 1차 영업 대상은 띵동이 이미 영업한 3000여개의 가맹 음식점이다. 음식점 등 사업자는 아잉박스를 매장내 유휴 공간에 설치해서 보조배터리 대여 매출의 약 18%를 수익으로 가지고 갈 수 있다. 아잉박스는 커피머신 하나 올려놓을 공간만 있다면 어디든 설치할 수 있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매우 작은 유휴 공간을 제공하여 부가 수익을 올릴 수 있고, 무엇보다 음식점 방문 고객의 스마트폰 충전 요구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자영업자가 매장 운영을 하는데 발생하는 비효율을 줄일 수 있다는 이야기고, 그것이 아잉의 법인명이 ‘주식회사 자영업자’인 이유다.

그리고 메신저는 이미 수년간 음식배달 업무를 통해 음식점주와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이 음식점에 픽업을 가면서 자연스럽게 아잉을 영업할 수 있는 것이다. 아잉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영업 효율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된다.

띵동 메신저는 아잉 설치를 통해 약 3~5만원의 인센티브를 제공 받고, 이와 별도로 아잉에서 발생하는 매출 10%를 공유 받는다. 마치 택배기사들이 집하 영업을 통해 부가적인 돈을 버는 것처럼 띵동 메신저 또한 영업 능력에 따라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된다. 아잉의 매출을 쪼개면 아잉 본사 72%, 가맹점 18%, 메신저(영업사원) 10%가 된다.

윤 대표는 “배달기사 입장에서 건당 지금 받는 매출을 계속해서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기 위해 받는 스트레스가 굉장히 크다”며 “아잉을 통해 메신저들이 안정적인 수익 채널을 확보할 수 있도록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전국제패를 위한 핵심 경쟁력

지역 확장은 혼자 할 수 없다. 인프라와 투자비용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프라인 네트워크 사업자에게 있어 가맹 사업자와 함께 가는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음식점이 프랜차이즈망을 갖추듯, 택배업체들이 대리점망을 갖추듯, 주유소업체가 가맹점망을 갖추듯, 배달대행업체가 지점망을 갖추듯, 파편화된 개인 사업자들이 모여서 하나의 완결된 서비스를 만든다.

2016년의 허니비즈 또한 그랬다. 탈강남을 위해 가맹 사업자를 모았다. 하지만 그들의 결속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윤 대표는 이렇게 회상한다.

“안정적인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공급자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충족시킬 수 있는 부가가치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일전에 띵동이 했던 시행착오 중에 본질적으로 부족했던 부분은 작은 성취에 취해서 머물렀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배달 메신저의 기본소득을 월 200만원에서 400만원대까지 끌어올렸죠. 강남이라는 작은 지역에서는 목표를 달성한 것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다보니 다른 경쟁업체에서도 비슷한 환경을 제공했고, 우리의 경쟁력은 사라졌습니다. 생각해 보니 수익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메신저들은 매일매일 건당 배달 수익에 집착하는 단순노동의 지겨움을 극복하기 어려웠고,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갖기도 어려웠습니다. 생각해봤습니다. 우리가 메신저를 위해서 더 지속 가능한 기회를 제공할 수는 없을지”

허니비즈가 전국 진출에 실패한 큰 이유는 결국 공급자들에게 제대로 된 가치를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과거 우리는 어떤 성장 속도를 만들고자 단순한 음식배달에 치우치다가 결국 경쟁에서 뒤처졌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이 시장에 더 큰 기회가 오리란 생각을 했다. 공급단에서 발생한 문제 해결을 위해 준비 과정을 거친 것”이라 설명했다.

그래서 허니비즈가 시작한 신사업이 모빌리티 서비스인 ‘씽씽’과 ‘아잉’이다. 허니비즈의 전국 진출에 있어서 씽씽의 운영사업과 아잉의 지역 영업권은 배달대행업을 하는 띵동의 ‘지역 가맹 사업자’에게도 함께 전달된다.

허니비즈가 생각하는 지역 사업자의 고충은 간단하다. 배달대행업은 저단가 경쟁에 시달리고 있고, 배달기사는 모으기 어렵고, 관리도 어렵다. 그래서 어떤 플랫폼 업체는 배달대행 가맹점을 영입하는 방법으로 지원금을 준다. 또 다른 업체는 배달대행 가맹점이 접근하기 어려운 프랜차이즈 본사 영업을 대신해주고 물량을 확보해준다. 혹 다른 업체는 배달대행 가맹점이 함부로 이탈하지 못하게 지원금 이상의 위약금을 물리는 ‘독소 조항’을 껴넣는다.

허니비즈가 나아가고자 하는 지역 확장의 방향은 이들 업체와는 다르다. 지역 사업자들이 직면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다. 윤 대표의 말이다.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통해서 지역 사업자가 더 안정적인 기반을 갖추도록 하는 것, 그러면서 실제 종사자끼리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것이 저는 핵심이라고 봤습니다. 저는 이 업을 하면서 어떤 사명이 생겼습니다. 우리 메신저들이 반복적으로 하는 음식 배달은 고되고 힘들고 위험하고 사회적 인식 또한 낮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일반 사람들이 주 45시간 근무해서 받는 평균소득보다 많은 돈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연평균 5000만원 이상은요.

그러면서도 언젠가는 자율주행 등 기술의 발전으로 사람이 직접 배달하는 일이 없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메신저도 사람이기에 이런 변화에 불안감이 생깁니다. 이때가 오더라도 그들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줘야 됩니다. 메신저 각자의 성향에 따라서 엔지니어링이든, 영업이든, F&B 창업이든, 그들의 미래 기회를 열어주는 방법을 회사가 고민해야 합니다. 그래야 우리는 메신저들을 설득할 수 있습니다. 회사와 개인이 분리된 개념이 아니라 한 팀으로 한 목표를 지향하는 동력이 만들어 집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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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댓글

  1. 와.. 이종 업종간의 결합 내용. 실패에서 배운 내용과 인사이트. 설명이 쉽지 않은 긴 내용인데 잘 정리해주셔서 이해가 바로 되었습니다.
    바이라인, 간간히 보던 중인데 오늘부터 구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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