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하루에도 수백만 상자에 달하는 택배화물이 움직인다. 시장 1위 택배업체 CJ대한통운이 하루 300~400만개의 택배상자를 배송한다고 하니, 그 규모를 가늠할만하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2018년 택배 물동량은 약 25억4300만개 상자다. CJ대한통운은 이 중 12억2440만 상자를 배송했으며 시장 점유율은 48.2%다.

택배업체들이 수많은 물동량을 처리할 수 있는 이유는 ‘자동화 터미널’이 있어서다. 대형 택배업체들의 허브 터미널에는 전국에서 올라온 화물을 지역별로 분류하는 자동화 분류기(Sorter)가 갖춰진지 오래다. 이제는 ‘메가’가 붙은 허브 터미널이 만들어지는 시대다. 최근 사례로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지난 6월 기공식을 연 충북 진천 메가허브터미널이 있다. 박찬복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는 “진천 메가허브터미널에 3000억원 규모의 투자비를 투입할 예정”이라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기반으로 첨단 자동화 메가허브터미널로 구축될 것”이라 말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에 따르면 이 물류 터미널은 연면적 5만평 규모로, 하루 150만개의 물량을 처리할 수 있다.

수동으로 진행되던 지역 대리점(서브터미널) 업무 역시 자동화에 한창이다. CJ대한통운은 약 1400억원을 투자해 전국 166개 서브터미널에 휠소터(택배자동 분류기)를 도입했다. 그간 택배기사들이 할당된 배송지역으로 택배상자를 눈으로 보고 손으로 분류하던 작업을 자동화했다.

CJ대한통운이 전국 서브터미널에 도입한 휠소터의 모습. 물론 이 휠소터도 완전 자동화는 아니다. 마지막에 택배차에 상품박스를 싣는 것은 택배기사 혹은 알바가 담당한다. 사람의 영역이 존재한다.

자동화의 그늘

허브터미널과 지역 대리점 사이에는 자동화가 되지 않은 영역이 있다. 전국 대리점에서 집하한 화물을 간선운송차량에 상차하는 일은 누가하고 있을까. 그렇게 허브 터미널로 올라간 간선운송차량에 실린 화물을 하차하는 일은 누가하고 있을까. 자동화 설비에서 지역별로 분류된 화물을 지역으로 내려가는 간선운송차량에 다시 상차하는 일은 누가하고 있을까. 그렇게 지역으로 내려간 간선운송차량에 실린 박스를 다시 하차하는 일은 누가하고 있을까. 흔히 ‘지옥의 알바’라고 이야기 되는 택배 까대기의 영역이다.

일은 간단하다. 간선하차를 예로 들어 본다. 오전 7시경이 되면 택배 서브터미널에는 11톤 간선 화물차가 꼬리를 문다. 이 화물차에 실린 물량을 아르바이트생, 혹은 택배기사가 열심히 하차한다. 관계자에 따르면 이렇게 간선 화물차에 실리는 택배박스가 대략 1000~1500개 이상이다. 물론 한 대만 오지는 않는다. 많게는 6~8대 이상의 간선차량에 실린 택배박스를 열심히 빼내고 택배기사에게 전달되는 레일 위에 올린다. 단순하고 반복되는 업무지만, 몸을 쓰는 업무다. 그렇기 때문에 고되다.

까대기 노동자는 택배현장에서 ‘까대기’라 불린다. 혹은 이름이 생략된 ‘어이~’라는 호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일을 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차피 잠깐 일하고 나가는 사람이 대부분이기에, 누군가는 하루도 못 버티고 도망치는 일자리이기 때문에, 언제든 빠르게 다른 이들로 교체할 수 있는 일자리이기 때문에, 그 자리에 사람의 이름은 없다.

그 까대기 일을 6년 동안 한 만화작가가 있다. 그는 로젠, KGB택배, KG로지스, 드림택배, CJ대한통운, 롯데글로벌로지스, 한진 등 7개 택배업체 대리점에서 일하면서 만난 경험을 만화로 그렸다. 작가의 이름은 이종철, 책의 이름은 <까대기>다. 이종철 작가의 말이다.

이종철 작가. 그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택배현장 사람들의 다양한 사연을 만화 <까대기>를 통해 전하고 싶다고 말한다. 택배 까대기를 시작하고 1년이 지난후부터 기획을 시작했고, 2019년 5월 까대기를 출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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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현장에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각자의 사연이 있습니다. 간선 화물차 운송을 하는 형님들에게도, 택배기사들에게도, 택배 지점에도 사연이 있고 그들의 가족들과 얽힌 이야기가 있습니다. 까대기를 하는 동료들도 누군가는 이전에 고시원 사장이었고, 식당 사장이었습니다. 현장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택배를 막연히 오늘 상품을 주문하면 내일 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요즘에는 당일배송이 당연해지는 시스템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택배 시스템 안에 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저마다의 사연을 하나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어서 전하고 싶었습니다. 왜 택배기사는 매일매일 배송에 밀려서 뛰어다닐 수밖에 없는지, 그런 구조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이종철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만화 작가이면서 동시에 까대기 노동자를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림으로 먹고 살고 싶었습니다. 경상북도 포항이 제 고향인데, 만화가를 꿈꾸며 무작정 서울로 상경했습니다. 하지만 당장 그림으로 먹고 살기는 막막하더군요. 원고가 들어와야지 그림으로 먹고 살 수 있으니까요. 자연히 생계를 고민하게 됐고, 그러면서 그림을 그리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일자리는 무엇인지 찾게 됐습니다. 그 때 눈에 들어온 것이 택배 상하차였습니다. 하루에 4~5시간만 일하고, 남은 시간을 원고 작업에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로젠에서 택배 상하차를 하던 중 당시 지인의 소개로 어린이 만화를 작업하기도 했습니다. 그 때 소개해준 분이 과거에 을지로에서 인쇄업을 하셨던 분이였는데, 주변 출판사 관계자를 알고 있다고 해서 많은 도움을 줬습니다. 제가 만화를 계약하니까 정말 자식이 취업한 것처럼 기뻐해주셨던 분이였죠. 마지막에 그 분이 저한테 했던 말이 “다시는 까대기를 하지 말라”는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어린이 만화 계약으로 받는 원고료만으로는 여전히 생활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그 분이 모르는 다른 택배사인 KGB택배 지점으로 직장을 옮기게 됐습니다. 그 곳에서는 까대기나 택배기사의 처우가 너무 안 좋더군요. 그 반발에 회사를 그만두고 CJ대한통운으로 옮겼습니다. CJ대한통운에서는 너무 많은 물량을 처리하느냐 손목 인대가 부어올라서 일을 그만두게 됐고, 이후에 롯데택배, 마지막에 KG로지스가 인수하기 전의 KGB택배로 자리를 옮기게 됐습니다. KG로지스가 파업한 이후 생긴 드림택배가 문 닫을 때까지 까대기 일을 했죠.



택배 까대기 현장에서는 무슨 일을 하나요?

저는 주로 오전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물류센터(허브터미널)에서 전국으로 배송될 택배 박스가 분류돼서 11톤 간선 화물차에 실려서 지역 대리점에 내려오면, 그 화물차에 실린 택배박스들을 꺼내 자동레일에 올려 택배기사들에게 전달하는 일입니다. 대략 오전 7시부터 4~5시간 정도 하루에 4~5대 정도 오는 11톤 화물차를 깝니다.

11톤 화물차에 가득 실린 상자들. 이걸 하나하나 까서 레일 위에 올리는 일을 까대기가 한다.

한 차량을 전부 까는데 통상 30~50분 정도 걸립니다. CJ대한통운이나 한진에서 일할 때는 소화물이 많아서 훨씬 더 작업속도가 빨랐습니다. 11톤 차량 한 대에 대략 1500박스 정도가 실려 있었는데 30~40분 걸렸던 기억이 납니다. 반면, 롯데택배와 KGB택배, 로젠에서 일했을 때는 짐의 크기가 큰 편이었습니다. 이 때는 11톤 차량 한 대에 대략 1000박스 정도가 실려 있었는데 전부 까는데 40~50분 정도 걸렸습니다. 아무래도 소형 택배업체에서는 내려오는 박스가 무거워서 힘이 들기에, 속도는 더딘 편입니다.

통상 오전 7시부터 11시까지는 하차 업무가 이어집니다. 하차 작업이 끝나면 택배기사들은 송장 스캔 작업을 위해 사무실로 들어가고, 까대기들은 그 사이 조금 일찍 들어온 집하 물건들을 간선차량에 태웁니다. 물류센터에서 잘못 분류돼 내려온 택배상자를 다시 간선차량에 싣는 작업도 함께 합니다. 그렇게 점심시간이 조금 넘어서 일이 끝나는 구조입니다.

B2C 중심의 대형택배업체와 C2C 중소택배업체를 모두 경험했습니다. 까대기 입장에서 어느 업체가 조금 더 편했나요?

한진이나 CJ대한통운과 같은 대형 택배업체는 ‘잔바리’라고 불리는 소화물이 많이 들어옵니다. 하지만 로젠이나 KGB택배와 같은 소형 택배업체는 농산물과 같이 부피가 큰 ‘똥짐’이라 불리는 화물들이 들어옵니다. 그런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업무 난이도는 상황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대형 택배업체는 소화물이 많이 들어오기 때문에 박스 개수가 많습니다. 까대기를 하더라도 빠르게 해야 되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사람에게는 CJ대한통운과 같은 대형 택배업체가 더 일이 편할 것입니다.

반면, KGB택배나 로젠은 아무래도 부피, 무게가 있는 상품을 주로 다룹니다. 그러다보니 업무 속도는 조금 느립니다. 개인적으로는 잔바리가 많은 대형업체보다 KGB나 로젠에서 일했을 때가 더 편했습니다.

택배기사 입장에서도 상황에 따라 근무환경은 다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CJ대한통운이 택배기사 처우나 복지가 괜찮은 편이라 많은 그쪽으로 가고 싶어 택배기사들이 많긴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서 친하게 지낸 택배기사 중에서 KGB택배 있다가 CJ대한통운에 넘어간 사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분은 일이 적성에 맞지 않다고, 그러니까 빨리빨리 일을 하는 것보다 천천히 배송하고 싶다고 다시 KGB택배로 돌아왔습니다.

택배 까대기를 ‘지옥의 알바’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다보니까 지옥의 알바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허브터미널 까대기 일은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택배 까대기를 지옥 알바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 곳은 정말 지옥이라고 하더군요.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그 또한 성향에 따라 다른 것 같습니다. 저는 만화가지만 운동을 좋아하고 많이 하는 편입니다. 만화 작업을 할 때는 몸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그런 상황에 정신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습니다. 하지만 택배 상하차는 어느정도 몸이 적응되니 할 만해지더군요. 단순한 일이기 때문에 육체적으로는 힘이 들더라도, 정신적으로 스트레스 받는 것은 덜했습니다.

하지만 택배현장의 열악한 환경은 분명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점마다 상황은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상황은 비슷합니다. 물류가 잘돼있거나 시설이 넓고 크고의 차이는 있어도 노동자들이 일하는데 있어서 환경은 열악합니다. 기본적으로 많은 지점들이 야외에 있기 때문에 춥거나 더운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안전 문제도 있습니다. 가령 택배 하차 작업을 하다보면 한 줄씩 쌓여있는 택배가 무너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게 천천히 기울어지기 때문에 정신없이 작업하다보면 옆에 있는 택배상자가 무너지는 것도 눈치를 못 챕니다. 그렇게 무너진 택배박스가 얼굴에 떨어져 안경이 부서지거나 눈이 붓는 사례도 많이 봤습니다.

또 다른 사례로 간선 화물차와 자동레일 사이에는 차를 제대로 대지 못하는 공간이 있는데, 그 곳에 발이 빠져서 다치는 것도 봤습니다. 언젠가 같이 일했던 분이 까대기 한참 하다가 갑자기 비명 소리를 내서 살펴보니 그 틈에 다리가 낀 것입니다. 골반뼈에 금이 갔는데, 그렇게 다치면 대개는 본인 손해라 보면 됩니다. 주변 사람들이 걱정을 해주기는 하지만, 따로 노동자에게 치료비를 주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택배현장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을 것 같습니다. 에피소드를 풀어줄 수 있나요?

추석을 앞둔 시즌, 오전 까대기를 끝내고 퇴근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이때는 쌀 포대가 밀려오는데, 그때 어떤 택배기사가 쌀 포대를 들다가 허리가 나가서 쓰러진 것입니다. 다른 택배기사들은 괜찮냐고 물어보긴 했지만, 제대로 다친 택배기사를 챙겨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모두가 밀린 물량을 처리하느냐 바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쓰러져 있는 택배기사가 구급차를 타고 실려가는 상황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택배기사는 특수고용직노동자라고 불립니다. 노동자지만 노동자가 아닙니다. 갑자기 몸이 아프더라도, 집안에 대소사가 있더라도 제대로 쉬지 못합니다. 매일매일 자신에게 할당된 지역의 물건을 100개든, 200개든 배송해야 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부득이하게 일을 못하는 상황이라면 대신 다른 택배기사에게 배송을 부탁하거나 개인적으로 돈을 지불하여 퀵서비스나 용달차를 불러야 합니다. 그렇게 쓰러진 택배기사는 바로 당일 다시 현장에 나와 배송업무를 했습니다.

택배 상하차 일을 하다보면 ‘택배 박스를 소중히 해달라’는 문구들이 굉장히 많이 보입니다. 파손주의, 취급주의, 안전배송이라던가 하는 문구들이 있습니다. 택배는 분명히 누군가에게 중요한 것들입니다.

하지만 택배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파손주의나 취급주의가 되는지 생각을 해봤습니다. 택배상자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의 몸도 마음도 파손주의가 필요합니다.

택배기사, 택배업체에게 까대기 노동자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택배기사 분들은 까대기들이 빨리 일을 해야 빨리 배송 일을 나가서 더 많은 물건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까대기 노동자들에게 “빨리빨리 하라”고 보채기 일쑤고, 어떨 때는 대놓고 욕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빨리빨리 안에서 택배터미널 조업자가 죽는 사고가 일어났다는 것을 기억해야합니다. 택배기사들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금은 천천히 기다려주면 어떤가 생각했습니다.

택배업체에 바라는 것은 까대기들이 혹시 다쳤을 때, 아니면 무슨 문제가 생겼을 때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줬으면 합니다. 시급제 아르바이트보다는 고용형태도 조금 나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계약직’ 이름을 붙이더라도요.

까대기들에게 바라는 것도 있습니다. 까대기 일을 하는 사람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는 문제가 생기는 시점에서 적극 발언을 해야 됩니다. 그래야 쉬는 시간이 보장됩니다. 적어도 물을 마시거나 담배 필 시간이라도 주어질 수 있습니다.

회사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까대기들에게는 쉬는 시간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간선차량 까대기를 끝내고 다음 차량이 꼬리를 물때까지 5분 정도 시간 동안 쉬는 것이 전부입니다. 이 때 까대기를 잘하는 에이스라 불리는 친구들이 “우리는 쉬지 못했는데, 조금이라도 쉬면 안 되냐”고 발언해야 된다고 봅니다.

대부분 까대기 일을 하는 동안 제가 만난 택배기사와 지점장은 저보다 연장자였습니다. 그들은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남의 돈 벌어 먹는 것이 쉽냐, 돈을 벌려면 고생을 해야 한다”와 같은 말입니다. 짠내 날 만큼 고생하라는 말인데, 까대기 하는 입장에서 일이 좋건 싫건 묵묵하게 일만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닌 것은 아니고, 좋은 것은 좋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