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의 오디오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방송사들의 주요 TV 프로그램을 오디오로 다시 듣게 만들면, 콘텐츠 시장에서 승산이 있을까?

요약하면 이렇다. ‘티팟’이라는 오디오 서비스가 출시됐다. SBS I&M이 기술을 책임지고 13개 방송사가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뉴스, 교양, 스포츠 중계, 종교, 교육 같은 콘텐츠는 영상을 제거해도 충분히 팔릴 것이라 확신했다. 커지는 오디오 시장에서 방송사가 각개전투로 싸우려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드니, 공통의 플랫폼을 만들고 방송사는 콘텐츠만 얹어 광고 수익을 나누자는 방안에 합의해 1년간 준비해 나온 것이 ‘티팟’이다.

 

참여하는 방송사_
SBS와 SBS미디어넷(CNBC/Sports/Golf), YTN, 연합뉴스TV, JTBC, 채널A, TV조선, MBN, 아리랑국제방송(아리랑TV/아리랑라디오), KNN(부산경남방송), BTN(불교TV), CTS(기독교TV), 음악전문방송사인 Radio Kiss와 Satio

 

티팟을 알리려고 25일, 상암 SBS 프리즘타워에서 간담회를 열었다. 조재룡 SBS I&M 대표는 “오디오 광고 시장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비디오 콘텐츠 못지않은 시장을 만들어낼 것”이라며 “국내 모든 오디오 플랫폼과 디바이스에 티팟을 서비스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우선 인공지능 오디오 플랫폼 삼성 빅스비와 SK텔레콤 누구, 네이버의 오디오클립을 파트너로 삼는다.

조재룡 SBS I&M 대표

티팟은 앞으로는 가능한 한 더 많은 파트너와 제휴한다는 방침이다. 올해를 시작으로 오디오 시장에 진입해 연내에 1000만대의 AI 스피커와 스마트폰, 커넥티드 카에서 티팟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2020년부터 서비스를 다양화해 오디오 시장을 본격적으로 키워가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들을 뭉치게 한 이유는 역시 ‘비용’이다. 티팟 사업을 총괄하는 SBS I&M 박종진 실장은 “라디오 서비스 ‘고릴라’를 10년 넘게 해오다 보니 오디오 플랫폼이 늘어나는 게 꼭 매출 증대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더라”라며 “오디오 시장이 커진다는 뉴스가 있지만, 실상은 플랫폼 증가가 구독자와 매출 증가라는 선순환이 아니라 오히려 비용 증가 속도가 더 빨랐다”라고 설명했다.

오디오 플랫폼 참여자가 늘어나면서 거의 완전 경쟁 시장으로 바뀌었고, 방송사도 이에 대응하려다 보니 비용이 증가만큼 수익이 늘지 않아 오히려 총수익은 하락하는 상태에 직면한 것이다.

박 실장은 “플랫폼을 만들어 같이 하자는 건 효율성을 확보하자는 것”이라며 “플랫폼 범위 확대에 버금가는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보자는 데까지 (파트너들과)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십시일반 해 비용을 크게 줄이는 것, 그게 단기적인 티팟의 목표라는 이야기다.

박종진  SBS I&M 실장

방송사들이 티팟에 참여하는 방식은 두 가지다. 첫째는, 콘텐츠를 통째로 티팟에 제공하면 티팟 측은 이를 아마존 클라우드에 올리고 방송사가 원하는 광고 형태로 패키징을 해 서비스가 되게 만든다. 만약 방송사가 직접 서비스를 원할 경우에는 광고 플랫폼만 사용할 수 있게 한다. 이미 제작 시스템을 구축한 곳에서는 자신들의 플랫폼을 활용하고 싶어 할 것이라서다. EBS 라디오가 이 두 번째 방식을 채택했다.

문제는 이용자들이다. 이미 오디오 방송을 즐겨듣는 청취자층은 팟캐스트나 팟빵, 오디오클립 같은 대안재가 많다. 이와 관련해 박 실장은 “티팟은 마지막에 열린 구조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은, 결과적으로 티팟이 다른 오디오 플랫폼과 경쟁상대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티팟은 방송사들이 이미 갖고 있는 양질의 콘텐츠를 더 많은 오디오 플랫폼에 공급해 수익을 올리려 하는데, 커버리지가 넓어지는 것에 대한 비용을 줄이고 다른 플랫폼과 결합에 드는 기술적 난제를 먼저 풀어줘 성공의 확신을 심어주기 위한 시험재인 셈이다.

박 실장은 “티팟은 서비스를 확장하기 위한 베타 서비스의 실험실이라고 생각한다”며 “우선은 커넥티드 카에 서비스를 시작하려면 앱의 형태가 있어야 연동이 되기도 하고, 여러 새로운 서비스를 해보기 위해서는 누군가 한번은 (실험을) 해봐야 하는데, 이는 결국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송사가 해야 할 일이므로 그 역할을 하러 티팟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티팟은 방송사가 가진 모든 프로그램을 오디오화 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종국에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일반 크리에이터도 합류하게 한다는 비전을 공개하기도 했다. 박 실장은 이를 “플랫폼 사이 경계를 무너뜨리는 것이 저희 목표”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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