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놀자의 마케팅 방법은 마케팅이 아닌 마켓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달리는 사람이 있다. 그 세계에서는 가장 빠르다는 것이 중요한 가치다. 그러나 옆집에서 갑자기 자동차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럼 지금까지 가장 빨랐던 사람은 무슨 행동을 해야 할까? 더 빠른 달리기 연습? 낮에는 달리기를 하고 밤에는 자동차를 사기 위해 돈을 번다? 자동차 기술을 배운다? 이것은 모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이 사례는 야놀자가 생각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그중에서도 파괴적인(Disruptive)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다. 크리테오 커머스 마케팅 컨퍼런스에서 김종윤 야놀자 사업총괄 대표가 기조연설로 발표한 내용이다.

스마트폰의 사례로 떠올려봐도 된다. 스마트폰은 과거부터 존재했지만 옴니아폰처럼 어느 정도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한 제품은 피처폰보다 인기가 없었다. 그러나 피처폰의 수준을 뛰어넘는 스마트폰의 시점이 오며, 그때부터 피처폰과 스마트폰은 아예 다른 분야의 것이 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자동차나 스마트폰과 같은 초격차를 만드는 일이다. 빅데이터나 IoT, AI는 과거부터 존재했던 개념이지만 구현 가능한 기술이나 비용 합리적인 부품이 부재했다. 그러나 현재는 다양한 부품들로 인해 초격차를 만들어낼 수 있다. 예를 들어 비싼 센서들은 나노머신인 센서 집합체인 미세전자기계시스템(Microelectromechanical systems, MEMS)로 대체되고, 사물통신(M2M)은 LMPA(Low Power Everywhere) 집적 장치로 대체돼 10km 거리를 내장배터리만으로 2~3년 통신하게 만들 수 있다. 서버는 AI와 클라우드로 전환되 데이터센터 없이도 기업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즉, 과거에 나왔던 개념들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통해 현 시각에도 실현되고 있다.

그렇다면 제조가 아닌 커머스 업체에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사람들의 행동 양식에도 기존 패러다임과 새로운 패러다임의 S커브가 만나는 지점이 있다. 이 지점을 야놀자는 세가지로 정의한다. 1. 현실과 이상 간의 딜레마를 해결 2. 소비자와 생산자 직접 연결 3. 로컬이 아닌 글로벌.

야놀자가 정의하는 여가의 딜레마는 행복과 워크라이프밸런스다. 실제로 점차 사람들이 일하는 시간은 줄어들고 여가시간은 늘고 있다. 여기까지는 현실이다. 이상에는 사람들이 여가에 많은 돈을 쓸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렇지 못해서 사람들은 행복하지 못한 경우가 있다. 레저는 패시브 레저와 액티브 레저로 구분되는데, 액티브 레저를 원하는 이들도 대부분 패시브 레저를 소비한다. 패시브 레저의 대표적인 사례가 넷플릭스일 것이다.

따라서 야놀자는 이 변곡점의 마케팅은 현실에 맞지 않다고 판단해 야놀자가 마켓 자체가 되자고 결심했다 한다. 그 사례로 캐리비안베이를 일주일동안 대관해 특정일자에 소외계층에 있는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CSR 활동같지만 고객 수를 늘리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 예측했다. 야놀자는 이들에게 티켓을 9900원에 판매한 바 있다. 또한, 더 큰 숲 만들기 프로젝트로 ‘놀 곳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심는 캠페인을 한다고 한다.

이외에도 1년에 2번 여행을 가는 소비자의 현실을 분석해 매월, 매주, 매일 놀러가도록 하기 위해 상품군을 늘렸다.

야놀자는 처음에는 숙박 예약만을 하게 했지만, 호텔로 예약 가능한 항목을 늘리고, 교통 연계, 레스토랑 인수, 레스토랑 예약 서비스도 오픈했다. 그결과 3년 전보다 숙박 예약은 4배, 레저 예약은 6배 성장했다. 그외에 여행과 관련된 업체들과 협업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도 하고 있다. 구매단계까지의 허들을 줄인 것이다.

이것이 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인지는 호텔을 생각해보면 된다. 호텔에서는 예약을 했는데도 프론트에 줄을 서고 중요 신분정보인 여권을 복사해줘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없애는 것이 야놀자가 생각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다. 야놀자는 단순 앱이 아닌 호텔 시스템을 서비스하는 회사기도 하다.

고속도로에 하이패스가 생겼을 때 처음엔 하이패스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요즘엔 하이패스가 아닌 줄은 많지 않다. 온라인 커머스도 하이패스를 수용해야 할 시기가 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관련 글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