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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은 아닙니다만] 라인의 개발 고수 12인의 이야기

바이라인네트워크에서는 ‘IT TMI‘라는 팟캐스트를 운영한다. IT 산업과 관련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다루는데, 하루는 IT 기업 헤드헌터를 모시고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방송에서 게스트로 참여한 헤드헌터는 “카카오나 네이버는 진짜 대기업이기 때문에 네임드 회사를 다니고 싶어하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들어가기 바늘구멍이다”라는 취지의 말을 한 기억이 난다.

[관련기사: 원하는 IT기업으로 이직하는 법]

그 바늘구멍에 들어간 열두명이 책을 엮었다. ‘나는 LINE 개발자입니다’는, 네이버의 자회사 중 하나로 네이버의 미래라 불리지만 국내에서는 비교적 덜 알려진 ‘라인’ 소속 개발자들의 이야기다. 자신들이 어떻게 개발자가 됐고 어떠한 커리어를 쌓아왔는지, 왜 라인을 택했는지, 라인에서 일하는 것은 어떠한지 등을 비교적 소상하게 적었다.

‘나는 LINE 개발자입니다’, 한빛미디어, 2019년 9월, 강윤신, 김영환, 김재석, 김정엽, 김택주, 노승헌 박민우, 배권한, 이서연, 이승진, 이홍규, 하태호, 엮은이 라인 디벨로퍼 릴레이션팀. 1만6000원.

“글로벌 개발자로 입문하고 개발하고 성장하는 12가지 방법”

저자 12명은, 각자 서로 다른 경험을 거쳐 라인에 들어왔다.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다 졸업하고 곧바로 라인에 취업한 초보 개발자부터, 창업해 자신의 사업을 하다 라인에 인수되면서 합류한 이나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에서 경험을 쌓다 커리어를 옮기 이까지 골고루다.

예컨대 도도포인트를 만든 스포카의 공동창업자 김재석 씨는 라인에 들어간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회사에 합류할 때는, 직원으로서 월급을 받기 위해 들어간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의 관점에서 회사를 바라보는 것이 좋다. 그런 시야 아래에서는 어떤 회사가 스타트업에 준하는 곳인지 더 명확한 기준을 가질 수 있다. 월급을 받는 것보다 중요한 건 내 시간을 어떤 종목에 투자하고 있는 것인지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p.182)

해커로 활동하다 ‘그레이해시(GrayHash)’라는 보안 컨설팅사를 창업했던 개발자 이승진 씨는 라인이 고객사였다. 컨설팅을 하면서 라인에 좋은 이미지를 갖게 된 것이 인수 제안을 받아들인 계기가 됐다.

첫째, 내가 경험했던 큰 조직인 국방부와 비교했을 때 라인은 정말 유연한 회사라는 생각이 강했다.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사무실 환경도 국방부와는 비교할 수 없이 좋은 인상이었고 시스템도 유연했다. 둘째로, 컨설팅에서 라인 개발자들과 이야기하면서 겪은 내용을 복기해보면, 우리보다 똑똑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라인 개발자들은 보안 전문가가 아님에도 재빨리 이해하고 패치를 적용했다. 셋째, 라인 보안팀의 반응이 일반 고객들의 반응과는 달랐다. 보통은 중요 취약점이 발견되면 해당 회사의 보안 담당자나 개발자 반응이 안 좋기 마련이다. 하지만 라인의 경우, 문제점을 인식하고 그에 대응하며 우리의 기여도를 평가할 때 매우 호의적이었다. (p.162~163)

라인이 좋은 직장인 이유도 소개한다(책에는 라인에서 일하는 것의 장점만 열거한다. 어느 직장이든 무조건 좋은 일만 있을 것 같진 않은데, 이 책은 그 중에서 ‘장점’만 다룬 것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대표적으로 ‘협동할 수 있는 훌륭한 동료 집단’과 ‘자율성’,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 지원’ 등이다.

훌륭한 동료 집단이란, 매우 똑똑한 동료를 말하기도 하지만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할 수 있는 그룹을 말하기도 한다. 이 책이 인상적인 부분 중 하나는, ‘개발자도 사회의 일원’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점이다. 개발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당연히) 아니므로, 협력이 중요하다. 비트켄슈타인에 반해 철학도가 됐다가 현실 세계의 문제를 풀고 싶단 생각에 개발자로 전향한 김정엽 씨는 라인을 ‘아테네 학당 같은 곳’이라 비유한다.

나는 주니어 개발자로서 이렇게 말을 많이 하고, 이렇게 많은 글을 쓰고, 무엇보다도 이렇게 많은 사람을 마주하게 될 줄 몰랐다. 새로운 기능을 구현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싶을 때, 나는 테크 스펙을 쓰고 일일 스크럼 모임에서 모든 팀원 앞에서 발표하며 코멘트를 받는다. 라인의 다른 여러 서비스나 기술 영역에 걸쳐 있는 문제를 다룰 때는, 회의를 하고, 메시지를 주고 받고, 위키 문서를 작성해서 공유한다. 무엇보다, 모니터 속 로그와 문서를 보다 의문이 풀리지 않을 때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람들과 층별 휴식공간에서 만나 이야기를 한다. (p.83)

실수가 있을 때 누군가의 탓을 한다기보다 이를 발전의 밑거름으로 삼기 위해 의견을 활발히 주고 받는 문화도 당연히 협력에 포함된다. 삼성네트웍스와 SK텔레콤, 아카마이 코리아 등 국내외 대기업을 거쳐 라인에 합류한 노승헌 개발자의 이야기다.

누군가의 잘못 혹은 실수로 장애가 발생했을 때 많은 경우 희생양을 찾고 빌미가 된 사람을 질타하거나 비난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라인에서는 장애가 발생한 직후부터 이미 장애 리포트가 작성되고 근거 자료의 취합이 진행될 뿐만 아니라, 장애 리포트를 공유하는 미팅도 가능한 많은 사람과 함께 갖는 문화가 있다. 메일로 장애 리포트가 담긴 위키 주소를 공유하고 장애 공유 미팅을 하면서 사람들은 새로운 아이디어를내고 장애가 반복되지 않도록 시도할 만한 아이디어들을 제시한다. (p.27)

노승헌 개발자는 함께 일하는 이들을 일컬어 “같은 배를 타고 있는 동료로서 목적지까지 더 잘 갈 수 있도록 서로를 돕는 이상적인 모습을 느꼈다”고 표현했다. ‘태호봇’이라는 별명을 가진 개발자 하태호 씨는 공채로 라인에 들어온 4년차 서버 개발자다. 그는 평소 동료들과 짧은 커피 타임을 자주 가지는 편인데, 이 자리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특허 출원으로 이어진 경험을 풀어놨다.

하루는 커피 타임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이 기능은 이렇게 구현하면 속도가 더 빨라지지 않을까요?”라고 의견을 냈는데, 팀장님이 아이디어를 좀 더 구체화시켜서 특허를 내보면 어떻겠냐고 말씀했다. 팀장님의 말씀 덕분에 생각에도 없던 특허 출원을 위해 아이디어를 A4 한두장 정도로 정리해서 사내 특허팀에 전달했다. 특허팀에서는 내가 복잡한 행정적인 절차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본업인 개발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모든 과정을 알아서 착착 진행해주었고, 2019년 7월 특허 출원이 완료되었다. 커피 타임에서 평소와 크게 다를 바 없이 툭 던진 아이디어가 특허로 출원됐다니, 기술적인 아이디어가 많고 적극적인 사람에게 라인은 정말 많은 기회가 열려 있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p.102)

책을 읽다보면 이 똑똑한 개발자들이 무엇이든 쉽게 쉽게 이뤄낸 것은 아니라는 점도 알게 된다. ‘고통스럽지만’ 문제를 풀기 위해 밤낮없이 공부하고 노력하고 인정 받았다. 다만, 이 고통은 동시에 “일이 너무 재미있”어야 참을 수 있다.

개발자가 되고 싶거나 라인에 취업하고픈 이들에게는, 라인에서의 생활이 어떠할지 참고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개발자가 아닌 나같은 문송(문과라서 송구한)한테도 개발자의 삶을 엿보는 재미가 있다. 개발자가 어떠한 부류의 사람인지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다.

그런데, 뒤집어 말하면 구인하는 곳에서도 이 책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열두명의 글쓴이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이는 인재들이다(회사의 얼굴이 되는 책을 내는데, 당연히 실력있는 엔지니어들이 참여했을 것이다). 이들이 무슨 이유로 라인에 지원했는지, 어떻게 라인과 연결됐는지를 잘 살피면 인재를 꼬실 수 있는 실마리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규모를 막론하고, IT 기업이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어떻게 하면 더 뛰어난 엔지니어를 확보할 수 있는가’이니까 말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7 댓글

  1. 네이버 오디오클립 듣다가 바이라인 구독했었거든요 ㅎㅎ
    그런데 여기 카테고리는 희안하게 기자님들 이름이 떡하니 붙어있는게 신기하네요 ㅎㅎㅎ
    오히려 그게 더 나은 것 같기도 하구요
    아웃스X딩도보면 기자님들이 파고있는 분야가 있다보니 시간없으면 계속 한두분 기사만 읽게 되더라구요
    알림이 관심사위주 타겟팅으로 오는것도 있구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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