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11시, 마켓컬리 장지동 물류센터에는 수백대에 달하는 차량이 하나둘 모인다. 이 차량들이 마켓컬리가 당일 출고하는 2~4만개의 상품들을 고객의 집이나 사무실 앞까지 오전 7시까지 배송한다. 새벽을 달리는 이들이다.

마켓컬리의 주문마감은 오후 11시다. 오후 11시까지 마켓컬리에서 상품을 구매한 고객은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상품을 받을 수 있다. 마켓컬리의 새벽배송, ‘샛별배송’이다. 소비자는 여기까지만 생각하면 된다.

소비자들에게 보이지 않는 영역이 있다. 새벽배송은 쉬운 게 아니다. 고객 주문이 발생하기도 전인 오전부터 산지에서 보내지는 상품들이 마켓컬리 물류센터에 입고된다. 그 중에는 활전복과 같이 물류센터에 하루밖에 보관(당일 입고, 익일 새벽 출고) 못하는 품목도 있다. 마켓컬리는 이것을 ‘하루살이 상품’이라 부르는데, 이 품목들은 하루가 지나면 전량 폐기된다. 마켓컬리는 판매하는 모든 상품을 매입하기 때문에, 폐기에 따른 손실은 전부 마켓컬리의 몫이 된다. 고객의 수요를 적량 예측해서 발주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부족하면 품절이고, 넘치면 폐기다.

더군다나 마켓컬리의 고객 주문은 마감시간인 오후 11시 직전 몇 시간에 집중된다. 그러니까 오후 10시 59분에 전복을 구매한 고객의 주문 또한 물류센터에서 피킹하고 포장하고, 지역별로 분류해서 출고장에 갖다놓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작업이 대략 자정까지 이어진다.

물류센터에 진열된 상품을 작업자들이 바구니에 넣고 DAS가 있는 지역으로 컨베이어를 태워 올린다. 하루살이 품목은 물류센터에서 별도로 할당한 공간에서 관리된다.



단순히 진열대에서 상품을 집어서 포장하고 차에 싣는 과정이라고는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마켓컬리의 장지동 물류센터는 1만평에 가까운 규모다. 그리고 여기서 일하는 근로자만 수백명이다. 이것을 원활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치열한 작업과 함께 ‘시스템’이 필요하다. 여기까지가 마켓컬리 물류센터에서 일어나는 일을 요약했고, 지금까지 기사로 많이 썼던 내용이다. [참고 콘텐츠 : 마켓컬리 물류센터가 원시적이라고?]

마켓컬리는 상품을 총량피킹(Batch Picking)하고, 고객 주문별로 재분류하는 DAS(Digital Assorting System)를 사용한다. 작업자들이 거의 뛰어다니면서 일하는 모습이 보였다. 자세한 내용은 참고 콘텐츠를 보자. 사진은 마켓컬리의 DAS.

샛별의 시간

우리에겐 고객 전달까지 남아 있는 7시간이 있다. 이 시간은 ‘샛별배송’의 영역이다. 마켓컬리 배송기사들은 오후 11시에 마켓컬리 물류센터에 와서 출고장에 분류된 물건들을 확인한다. 어느 정도 당일 출고할 상품이 확정 배정되는 자정부터 새벽 1시까지는 출고장에 모인 상품을 상차하기 시작한다. 아무렇게나 막 넣지 않는다. 마켓컬리 시스템이 할당한 동선을 보고 나중에 배송될 상품 박스들을 차량 안쪽에, 먼저 배송될 상품 박스들을 차량 앞쪽에 배치한다. 기본 원리는 물류학 교과서에 나오는 ‘후입선출’이다.

마켓컬리 물류센터 출고장에 지역별로 분류된 상품들이 쌓여있다. 이제 곧 출차 예정인 배송차량은 꼬리를 물고 있다.

마켓컬리 샛별배송 차량은 한 대가 하루에 통상 30~50명의 고객을 방문한다. 그렇게 한 목적지에 배송되는 박스 숫자가 통상 2~3개다. 이 숫자를 오전 7시까지 배송 완료하는 것이 마켓컬리 배송기사의 미션이다. 50개의 집에 방문한다고 하면, 1시간에 8~10곳은 방문해야 한다. 이 또한 쉬운 일은 아니다. 단순 계산해서 6분에 한 집을 방문해야 된다는 이야기다. 마켓컬리 배송기사는 통상 6분, 빠르면 4분에 한 집 꼴로 배송을 끝낸다고 한다.

목적지와 목적지 사이의 거리와 차량 이동 시간을 고려했을 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이야기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게 가능한 이유가 있으니, 배송지가 밀집돼 있기 때문이다. 3년차 마켓컬리 배송기사인 박진수님은 “3년 전에 마켓컬리 배송지역은 구단위였지만, 지금은 동단위로 할당된다”며 “조금 큰 오피스텔이나 아파트 같은 경우는 한 번 차에서 내려서 10건의 목적지를 한 번에 배송한다. 주문이 더욱 밀집된 송파구 같은 경우는 한 오피스텔에서만 40개의 목적지를 방문하여 배송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비대면이기에 생기는 ‘특별함’

새벽배송은 기본이 ‘비대면 배송’이고, ‘문앞 배송’이다. 고객이 특별히 요청을 하지 않는 한 잠을 자고 있을 고객에게 전화를 해서 확인하는 일은 없다. 그렇기에 생기는 특별함이 있다. 예를 들어서 고객이 시스템에 ‘현관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았거나, 틀리게 입력했다면 어떻게 대응할까? 세대 호출(새벽에 전화 받기)을 원한다고 시스템에 기입한 고객이 전화를 안 받으면 어떻게 할까? 고객이 우체통 앞에다가 배송을 해달라고 했는데, 우체통이 안 보이면 어떻게 할까? 아파트 상황실에 문의하고 들어오라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상황실 담당자가 대뜸 화를 내고 문을 안 열어주면 어떻게 할까?

이런 상황에 대응하는 마켓컬리의 방법이 있으니 ‘대응배송’이다. 마켓컬리는 공동현관 출입 또는 문앞배송이 어려울 경우 고객에게 최대한 상품을 안전하게 배송하고자 ‘공동현관 앞’ 또는 ‘경비실 앞’으로 대응배송 한다. 물론 새벽에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은 엄청나게 많다. 단순히 위에 언급한 사례들이 전부가 아니다.



그래서 마켓컬리는 배송기사가 처리하기에는 곤란한 의외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 마켓컬리 본사 당직실에 우선 연락하도록 가이드 한다. 배송기사의 선험적인 경험에 따라서 순발력을 발휘해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도 한다.

시스템도 활약한다. 마켓컬리는 ‘오배송’이 다발하는 목적지의 경우 배송기사앱에 ‘오출 주의’를 표기한다. 이 경우 배송기사들이 주소지와 고객요청사항, 그리고 실제 목적지를 최대한 자세하게 확인한다고 한다. 예컨대 주상복합 오피스텔의 상가동과 거주동이 다른데, 동수를 기입하지 않고 호수만 적어두는 고객이 있다고 하자. 배송기사 입장에서 실수가 발생할 수 있는 부분인데, 이런 실수가 잦은 목적지에 ‘오출 주의’ 표기가  뜬다.

마켓컬리 배송기사는 배송과 함께 ‘회수’ 업무를 하기도 한다. EPS박스나 아이스팩, 드라이아이스와 같은 쓰레기 처리가 곤란한 신선포장 부자재를 수거한다. 고객이 문 앞에다 부자재를 넣어두면 마켓컬리 배송기사가 새로운 상품 배송과 함께 수거하는 식이다. 마켓컬리 관계자에 따르면 통상 배송기사 한 명이 하루에 약 10건 정도의 회수 건을 배송과 동시에 진행한다. 별도로 회수만 진행하는 건도 있는데, 하루에 통상 1~2건 발생한다.

새벽에 일하는 건 어떤가요?

마켓컬리는 새벽배송 기사에게 ‘월간 고정급’을 지급한다. 일정 숫자 이상 배송건수가 늘어나면 추가로 건당 인센티브를 할당한다. 예를 들어서 35건 이상 배송을 수행하면 인센티브가 발생하는 지역이 있다면, 35건 이하의 주문 수행까지는 ‘고정 급여’가 발생한다. 이후 초과로 일한 건에 대해서는 건당 급여가 추가되는 식이다. 이렇게 받는 돈은 배송기사가 할당 받는 지역의 배송 밀도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혹자는 새벽에 일하는 배송기사의 근무 환경을 우려하기도 한다. 남들이 잠드는 새벽에 일하는 것이 힘들지 않느냐는 것이다. 박진수님은 “종종 새벽배송이니까, 새벽에 일하니까 힘들지 않느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다”며 “분명 힘든 분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3년 정도 일해서 그런지 몰라도 오히려 요즘엔 주간 배송에 비해 장점이 더 많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마켓컬리에 입사하기 전에 주간에 급식업체에 식자재를 배송하는 일을 했다. 그가 꼽는 주간배송 업무 대비 새벽배송의 강점은 ‘속도’다. 그는 “주간 배송은 교통 체증 때문에 업무 처리가 아무래도 늦어지는데 새벽엔 그런 것이 없다. 요즘 같이 더운 날에는 비교적 선선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것도 새벽배송의 강점”이라며 “야간 시간을 활용해 일을 하기 때문에 두 개 이상의 일을 할 수도 있고, 실제로 마켓컬리에서 새벽배송을 하는 많은 분들이 투잡을 하면서 돈을 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배송기사에게 정산하는 방법, 운영하는 방법이 각각 틀려서 일이 힘들다고 생각하는 분도 분명 있을 것 같다”며 “업계에서는 물류가 정말 중요하다고 이야기 되지만, 배송기사에 대해서는 사회적으로 최하위에 있는 직업이라고 보는 인식이 아직 있는데 그런 부분도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