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운영하는 음식배달 서비스 쿠팡이츠의 최소 주문금액 0원 조건을 풀었다. 이제는 최소 주문금액 5000원 이상이어야 주문이 가능하다. 쿠팡이츠에서 고객으로 주문을 하고 동시에 본인이 주문한 음식을 배송하는 배송인으로 활동하여 음식값과 배송비의 차액으로 돈을 버는 어뷰징을 막고자 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참고 콘텐츠 : 쿠팡이츠로 공짜 밥먹고 돈 버는 법]

쿠팡이츠 광고에는 기존에 있었던 ‘최소 주문금액 0원’ 조건이 사라졌다. 이제는 5000원 이상 주문한 고객만 쿠팡이츠 주문이 가능하다. 불과 최근 몇 주 사이에 벌어진 이야기다.

쿠팡이츠 배송인들이 열어 놓은 카톡방 안에서는 ‘소스대첩’이 화제다. 소스대첩이 무엇인가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그 답이 이렇다. 언젠가 폭우가 내리던 날, 쿠팡이츠 배송인(쿠리어) 중 한 명이 그 방법을 생각했다. 비가 오는 날은 배송인들이 일을 나가는 것을 피하고 싶다. 아무래도 비 맞으면서 오토바이, 자전거로 위험을 감수하고 배달을 나가고 싶은 사람은 많지 않다. 이들이 고정 월급과 4대 보험을 적용 받는 정규직 노동자도 아니기에, 딱히 현장에 나가야 할 의무도 없다.

하지만 비가 오든 안 오든 고객의 음식 배달 주문은 발생한다. 오히려 특정 품목에 대해서는 주문이 더 늘어나기도 한다. 누군가는 이 주문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배달대행 업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우천, 폭설 등 악천후시 더 많은 건당 수수료를 주는 식으로 라이더를 유인했다.

쿠팡이츠도 마찬가지다. 우천시에는 평소보다 더 많은 돈을 지급한다. 그리고 ‘소스대첩’은 우천시에 일어났다. 방법은 지금은 사라진 쿠팡이츠의 최소 주문금액 0원을 이용한 것이다. 그 방법은 이렇다.

첫째, 쿠팡이츠 고객용 앱을 통해 몇백원짜리 소스를 판매하는 가게를 검색한다. 둘째, 그 가게 앞으로 이동한다. 쿠팡이츠 시스템은 최적거리에 있는 배송인에게 우선적으로 주문을 할당하기 때문이다. 셋째, 가게 앞에서 소스를 주문한다. 넷째, 쿠팡이츠 배송인(Courier) 앱을 통해 그 주문을 수령한다. 다섯째, 가게에 들어가서 소스를 받고 ‘가게 도착’, ‘주문 픽업’, ‘배달 완료’ 버튼을 차례대로 누르고 배송비를 받는다. 어차피 배달 받는 사람과 배달하는 사람이 동일해서 상관없다. 여섯째, 이 과정을 반복한다. 많게는 시간당 10만원 이상에 달하는 돈을 벌 수 있다.

이 방법은 ‘어뷰징’이다. 쿠팡이츠 입장에서는 당연히 원치 않는 방법이고 잡아내야 한다. 그래서 쿠팡이츠의 마케팅 포인트 중 하나인 최소 주문금액 0원이 5000원으로 바뀐 것으로 추정된다. 관계자에 따르면 소스대첩이 일어난 시기와 최소 주문금액 0원이 5000원으로 전환된 시기는 불과 몇 주 차이로, 충분히 쿠팡 입장에서는 어뷰징 행위를 막아야 할 유인이 만들어 진다. 더군다나 이 같은 어뷰징을 이용하는 배송인이 단 ‘한 명’이라고도 생각되지 않는다. 쿠팡 관계자는 최소 주문금액 0원이 5000원으로 바꾼 이유가 어뷰징을 막기 위한 것인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답변할 수 없다”고 답했다.

‘시보’의 구석에 박혀있다면

또 다른 어뷰징 사례가 있다. 쿠팡이츠는 ‘시간 보상’이라는 제도를 운영한다. 쿠리어들 사이에서는 ‘시보’라 축약해서 이야기 된다. 시보란 무엇인가 하니 사전에 시간 보상 신청을 한 배송인에 한해서 시간당 쿠팡측이 제시하는 최소 금액을 보장해서 지급하는 제도다. 대신에 해당 배송인은 신청한 지역에서 신청한 시간 사이의 근무를 권장 받는다.(권장이다. 강요는 아니다. 안 해도 상관없지만, 다음 시간 보장 배정에 불이익은 있을 수 있다.)

배송인이 시간 보상에 확정된다면, 해당 지역에서 앱을 ‘온라인(배송인이 배달 주문 수락을 원하는 상태)’으로 표기해 두기만 하면 한 시간 동안 최소 1만원대 이상의 배달료를 보장 받는다. 단 한건의 배달을 수행하지 않아도 말이다. 물론 시간당 시간보상 금액 이상의 배달 주문을 수행한다면, 시간보상은 아무 상관없는 제도가 된다.

쿠팡이츠의 시간보상 프로모션 지급액수. 액수는 그때그때 다른데 최소 1만원대 초반의 금액 이상의 지급을 보장한다. 그러니까 배송인이 아무 주문도 수행하지 않더라도, 해당 지역에서 ‘온라인’만 해두면 해당 금액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이런 방식이 활용된다. 시간보상 제도를 이용해서 배달구역의 언저리, 쿠팡이츠의 배달 음식점 제휴 영업이 잘 안 돼 있는 곳이라 파악되는 곳에 배송인이 틀어박힌다고 생각해보자. 예를 들어서 서울 서초구의 ‘청계산’ 어느 카페에 가서 쿠팡이츠 배송인 앱을 ‘온라인’으로 해뒀다고 하자.

이 경우 당연히 배송인에게는 주문이 잘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 보상으로 인해 배송인이 아무 주문을 수행하지 않아도 최소 1만원 이상의 급여는 지급된다. 실제 이것을 이용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 이건 비단 쿠팡이츠의 이야기가 아니다. 과거 우버이츠가 처음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 기자가 직접 만난 우버이츠 배송인도 이 방식으로 돈을 벌고 있다고 기자에게 설명했었다.

쿠팡이츠, 어뷰징과의 전쟁

쿠팡이츠는 어뷰징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앞서 설명한 어뷰징 사례들을 활용하는 배송인을 찾아서 ‘계정 정지’ 시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쿠팡이 정확히 어떤 사유로 쿠팡이츠 배송인의 계정 정지를 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쿠팡이츠측이 배송인들에게 제대로 계정 정지의 이유를 설명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계정이 정지된 한 쿠팡이츠 배송인 관계자는 “어느 날 갑자기 쿠팡이츠 쿠리어 계정이 정지돼 쿠팡이츠 CS 채널에 문의 했지만 제대로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어찌어찌 1주일이 걸려 쿠팡 본사까지 찾아가서 문의해보니 ‘주문이 없는 곳에 계속 위치해 있어서’라는 답변을 받았다. 대부분의 계정이 정지된 배송인들은 왜 계정이 정지됐는지 그 이유를 설명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주문이 없는 곳에 위치해 있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 쿠팡측이 사전에 알려줬더라면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애초에 시스템을 그렇게 만들어 놓고, 아무 경고나 알림도 없이 계정 정지를 시키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어뷰징 이용자의 계정 정지는 분명 쿠팡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조치다. 하지만, 어뷰징을 하지 않았음에 불구하고 계정이 정지됐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함께 나온다. 또 다른 쿠팡이츠 배송인 관계자는 “쿠팡이츠에서 한 번 주문을 수행하고 계정 정지를 당했다”며 “쿠팡이츠는 주문 수행을 수락한 이후에 시스템상에서 거절한 방도가 없다. 실수로 배달 가방이 없는 상태에서 주문을 수락해서 CS채널을 통해 주문 취소를 요청했는데, 이후에 계정이 정지됐다”고 말했다. 그는 “쿠팡 측에 문의한 결과 계정정지를 복구할 수 있었지만, 계정 취소에 대한 이유는 로그에 남아있지 않다는 이유로 듣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쿠팡이 어뷰징과의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죄 없는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광 to the 고] 웃긴데 알찬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바이라인'에 놀러오세요


이 외에도 계정이 정지된 쿠팡이츠 배송인들은 다수 존재한다. 일부 계정이 정지된 쿠팡이츠 배송인들은 약 100명 규모의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개설했다. 오픈채팅방에 있는 사람들이 계정이 정지된 사연은 다양하다. 오픈채팅방을 개설한 한 쿠팡이츠 쿠리어 관계자는 “쿠팡측이 우리가 정지된 사유를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계정 정지 사유는 알 수 없다”며 “대개는 시간 보장 시간에 외곽시간에 빠져있었거나, (소스대첩과 같은) 어뷰징을 했다던가, 고객에 대한 불친절이나 복장 불량 등의 사례 때문에 계정이 정지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쿠팡이츠와 배송인. 어뷰징과의 전쟁은 시작됐다. 업체는 막고, 공급자는 뚫는다. 그 사이에 어뷰징과 상관없이 계정이 정지됐다고 이야기하는 배송인들이 함께 나타나고 있다. 서비스 초기임에 불구하고 빠르게 트래픽을 만들고 있는 쿠팡이츠는 보다 안정적인 운영의 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쿠팡 관계자는 위 모든 건에 대해 “회사 입장에서 공식적으로 드릴 수 있는 이야기는 없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