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의 도순동 돌담집은 얼마 전부터 손님을 받지 못했다. 제주의 정취를 살린 민박집으로 입소문을 타던 곳이다. 제주 숙박 스타트업 ‘다자요’가 운영하는데, 농어촌정비법이라는 규제에 걸렸다. 다자요는 농촌의 빈집을 빌려 리모델링해 여행객에 숙박을 제공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다자요가 농어촌의 빈집을 쓰는 만큼, ‘실거주자가 있어야 숙박업을 할 수 있다’는 법을 지키라고 제동을 걸었다.

지난 28일 국회 김영주 의원실에서 열린 ‘중소도시 및 농어촌 빈집재생을 통한 관광숙박 활성화 입법과제 토론회’에서 다자요와 농림부가 입장차를 다시금 확인했다. 농림부는 ‘농어민의 소득 증대’를 위해 농어촌 민박을 풀어준 것이므로, 거주자(=농어민) 없는 숙박 모델은 절대 불가라는 입장이다. 사람이 살지 않을 경우 숙박객의 안전도 담보할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다자요는 ‘농어민의 이득’이라는 관점을 달리 해석한다. 이미 농촌의 인구 감소와 고령화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5년 480만명에 달하던 농촌의 인구수는 2016년 252만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65세 이상 고령농의 비중도 39.3%까지 올라왔다(2016년). 청년은 서울로 떠나고, 노인들만 남은 농촌의 현실이 숫자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이들이 사망하고 나면 집을 관리할 사람도 사라지게 된다.

차라리 이 빈집을 장기간 잘 쓸 수 있도록 리모델링해 자산가치를 올리고, 전문 운영기관이 숙박업을 운영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것이 농어민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다자요 측 주장이다. 안전의 문제도 누군가 집을 지키고 있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안전 시스템의 강화, 전문 인력의 체계적 관리 등이 더 믿을만한 숙박 환경을 만든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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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주 의원이 주최하고, 코리아스타트업포러이 주관한 관광숙박 활성화 입법과제 토론회가 지난 28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으므로, 다자요 측은 아예 농어촌정비법이 아닌 새로운 숙박업을 포괄할 수 있는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농어촌정비법은 애초에 농민들의 소득 감소에 따른 당근으로 주어진 것이다. 농수산물의 수입이 허가되면서 수입이 줄어들 것에 대비한 가외소득용이. 이법이 만들어진 1990년대만 하더라도 농촌에는 사람이 꽤 살았다. 그러나 지금은 농촌의 환경이 달라졌다. 새로운 사업모델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여기서 나왔다.

남성준 다자요 대표는 “오래된 빈집 재생 숙박업에 관한 법령을 만들수 있게 토론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부문에 있어서도 농림부의 입장은 다르다. 김신재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산업과장은 “빈집을 활용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다만 거기서 살라는 것”이라며 “다자요 사업이 충분히 농어촌정비법 안에서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빈집의 문제는 우리나라 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조아라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박사는 이날 일본 빈집의 현황과 관련 법제도 분석을 발표했다. 조 박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일본의 빈집은 총 847만채로 전체 주택의 13.6%를 차지한다. 우리나라보다 심각한 수준인데, 민간과 정부에서 협력해 문제를 해결한 사례가 있다.

전통 도자기로 알려진 일본 사사야마시에는 ‘마루야마’라는 작은 한계마을이 있다. 한계마을이란 일본 학자들이 제기한 개념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고령화돼 공동체로서 기능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태의 농촌마을을 말한다. 10년 전만 해도 마루야마는 열두개의 주택 중 일곱 채가 빈집으로 방치된 상태였다. 동네에 사는 사람도 열아홉명으로 줄었다. 곧 없어진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마을이었다.

이 마을에 찾아온 변화는 주민들이 빚어냈다. 남은 열아홉명이 비영리단체(NPO) ‘집락 마루아먀’를 결성하곤, ‘이오루’ 라는 유한책임사업조합(LPO)를 만들었다. 빈집 세 채를 개수해 숙박시설로 세우고, 주민이 직원이 되어 숙박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곳에 놀러온 사람들은 제철 음식으로 요리하는 고택 레스트랑에서 음식을 즐기는 등, 지역의 삶을 경험한다. 주민들은 내년까지 집락의 완전한 재생이 실현될 거라고 본다.

일본에서는 마루야마 같은 해결법이 나온 건,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빈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법령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줘서 가능했다. 대표적인 것이 ‘마이즈쿠리 TF’ 같은 것인데, 하나의 사업자가 여러 민박을 두고 사업을 할 수 있는 ‘공동 프론트형’ 모델을 허가했다. 즉, 전문적인 위탁 관리 사업자가 여러 숙박업소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민박신법’에서는 연간 180일 한도 내에서 유상으로 하루 단위의 주택 임대를 가능케 했다. 집주인거주형과 부재형으로 구별해 주택제공자와 관리자, 중개사업자에 적절한 규제를 부과하기로 했는데, 이는 다양한 숙박 수요에 대한 대응과 빈집의 유효활용을 목표로 설계했다.

조아라 박사는 “빈집의 증가는 지역의 경관과 안전, 커뮤니티 붕괴하는 문제 등을 심각하게 가져온다”며 “빈집 문제는 거주로 해결이 불가능하며, 주거지역의 숙박시설을 잘 활용할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과 같은 농어촌정비법의 형태로는 실제로 농민들의 수익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실제로 숙박으로 인해 인건비 이상의 비용을 벌기 위해서는 객실을 8개 이상 운영해야 수지가 맞는데, 전문적인 운영 경험이 없는 농어민이 이같은 규모의 숙박업을 제대로 운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고태호 제주연구원 지역균형발전지원센터장도 “빈집의 소유와 운영주체를 분리하고, 전문적인 숙박서비스업체가 빈집을 위탁받아 운여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농림부의 주장과는 달리 빈집에 주거인이 살면서 숙박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있다. 정민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팀장은 “실제 주인이 거주하는 집에 관광객들이 지내려고 하지 않는다”며 “안전과 악용 사례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는데, 처음부터 사업을 못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 등의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관련한 규제를 엄격하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다자요의 사례처럼 새로운 시도가 기존 법과 상충해 주저 앉는 일이 반복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토론회 중에 나왔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미래에 어떤 문제를 풀기위한 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그때가서 법을 고쳐야 되지 않는, 포괄적인 네거티브 규제의 입법 보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