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철의 입장] 갤럭시북S, 노트북 시장 게임 체인저의 필수 조건은 ‘스타일’

9월 공개될 갤럭시북S는 게임 체인저가 될만한 다양한 요소를 갖고 있다. 퀄컴 스냅드래곤 8cx 사용, 하루에서 한 시간 부족한 배터리(23시간), 슬림하고 날카로운 외형 등이다.

레드오션 중의 레드오션이지만 랩톱 시장에는 늘 수요가 있다. 요즘은 거의 완제품으로 나오는 랩톱들은 부품을 갈아 끼우는 자동차가 아닌 한시적으로 쓰는 스마트폰 같은 제품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랩톱 시장의 게임 체인저는 2010년말 등장한 맥북 에어 이후 없다.

맥북에어 late 2010 11형

당시 맥북 에어가 게임 체인저가 된 이유는 특유의 칼날 같고 단단한 스타일 때문이었다. 스타일에서 왠지 밀리던 윈도우 노트북들을 위해 인텔은 노트북 스타일 표준으로 ‘울트라북’을 제시했다. 울트라북은 사실상 맥북 에어의 스타일을 그대로 만들라는 의미였다. 당시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포그(David Pogue)는 “윈도우 돌리는 맥북 에어”라고 지칭했다. 그 뒷말은 더 의미심장하다. “인텔 말고는 모두가 그렇게 생각한다.” 사실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인텔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맥북 에어가 얇게 나올 수 있던 이유는 대세인 HDD를 제거하고 SSD만 탑재하는 초강수를 뒀기 때문이다. 이 방식으로 조금 더 얇아지고 가벼워졌으며 포트를 측면에 배치하는 등의 형태로 변했다. 따라서 맥북 에어는 다른 노트북보다 40만원가량 비쌌다. 그리고 이 SSD의 속도를 빌미로 OS의 성능을 보장하기도 했다.

울트라북은 맥북 같은(Macbook air look alike) 외관과 맥북보다 약간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에 뿌리를 내린다. 현재는 각 노트북이 고유의 스타일을 약간 가미했지만 당시에는 소니, 삼성을 제외하면 모두 맥북 같은 외형의 제품만 쏟아냈다. 특히 대만 업체들은 양심이 아예 없었다. HP와 델 등 PC계 공룡들도 이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국내에서도 한성컴퓨터가 별 모양의 로고를 단 울트라북을 출시했다가 ‘인민 에어’라는 밈으로 소비됐다. 당시 기자들은 맥북 에어를 많이 사용할 때였는데, 모 소규모 경제지 IT 기자가 맥북 에어를 사용하는 기자들 사이에서 인민 에어를 꺼내며 눈물을 훔치는 걸 보았다. 이름은 밝힐 수 없지만 그 기자는 역경을 딛고 지금은 유명한 기자가 되었다(나 아니다).

한성컴퓨터 AGX 모델, 인민 에어로 불렀다

울트라북은 외형 외에도 그 외형을 유지하기 위해 저전력 프로세서를 탑재하고(주로 프로세서 이름 맨 끝에 U가 붙어있다), 가장 두꺼운 부분의 두께(약 18mm), 배터리 구동 시간, SSD 탑재 등의 조건이 있었다. 이 특성들은 물론 맥북 에어의 특성과 유사하다.

맥북 에어에는 시간이 지나도 느려지지 않는 OS라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맥 OS를 사용해보지 않는 유저에게는 이 특성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즉, 맥북의 첫 구매는 대부분 그 스타일 때문이다.

갤럭시북S의 스타일은 독특하며 과감하다. 옆보다 약간 위에서 보면 얇은 부분이 ‘USB-C 포트 탑재하기에도 두껍다’고 말하는 듯한 측면을 갖고 있다. 물론 정측면에서 보면 두꺼운 부분을 마름모꼴로 밀어 넣어 두꺼운 부분도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애플이 주로 쓰는 방법인데 삼성의 방식이 더 드라마틱하다. 가장 얇은 부분의 두께는 6.2mm다.

약간 위에서 보면 매우 얇아보인다
그러나 측면에서 보면 숨겨진 두께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외형은 괜히 나온 게 아니라 하드웨어 특징에서 기인한다. 프로세서 크기가 줄어 로직보드 크기가 줄었을 것이며, 퀄컴 프로세서가 인텔 프로세서들보다 저전력이므로 배터리를 조금 덜 탑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즉, 프로세서의 특징을 하드웨어 디자인에 녹인 경우에 해당한다. 아쉬운 점은 배터리를 절반 정도로 줄이고 두께와 무게를 더 줄이는 방법은 어땠을까. 이를테면 스타일과 편의성을 둘 다 잡으려는 식으로 디자인한 것이지만, 무게가 960g으로 아주 가볍지는 않다(그램의 13인치 제품은 980g이다). 맥북보다, 심지어 그램보다도 가볍지만 그램보다 더 충격적으로 가볍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한, 11인치 제품을 만들어 충격으로 가벼운 무게를 마케팅에 활용하면 어땠을까 싶다. 현재 갤럭시북S의 크기는 13.3인치 하나뿐이다.

스타일 이외에도 성능도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 스냅드래곤 8cx는 인텔의 코어 i5-8250U 수준의 성능은 낸다는 벤치마크 결과가 있다. 노트북으로 사용하기 부족하지 않은 제품이다. 그러나 이 결과만을 맹신할 수는 없다. 또한, OS와 CPU는 최적화의 영향도 받는다. 울트라북의 전신인 넷북이 등장했을 때, 아톰 프로세서의 절대성능보다 윈도우가 미니노트북 최적화를 하나도 못 하고 있었던 것이 넷북의 실패에 영향을 줬다. 당시 넷북을 쓰던 사람은(이건 나다) 아톰 프로세서는 거의 지옥불 형벌 수준의 고통을 준다며 울부짖었다. “감히 돈도 없는 네놈 따위가 어디서 개인 노트북을 갖겠다는 것이냐”며 바알세불은 호통을 쳤다. 넷북은 갖고 있는 사람이 없는 사람보다 더 슬픈 제품이었다. 그때부터 분노를 잘 조절하지 못하게 됐고 PC는 꼭 좋은 사양의 제품만을 사용했다. 그렇게 얇고 작은 노트북을 원하던 넷북 유저들의 다음 행선지는 맥북 에어가 됐다. 혹은 맥북 에어 비슷하게 생긴 울트라북.

MS와 퀄컴이 얼마나 최적화를 열심히 했는지는 갤럭시북S가 출시되어야만 알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성능이 보장되지 못한다면, 또다시 게임 체인저는 ARM 기반 PC 프로세서를 준비하고 있는 애플이 가져갈 것이며, 애플은 반짝 인기를 끌다, 양심 없는 업체들이 등장해 비슷한 물건을 만들어내 원래 수준의 점유율로 돌아갈 것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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