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 물류센터가 터졌습니다. 센터 한 번 오셔야 겠는데요?”

한 달에 한 번씩은 물류가 터지는 이커머스 회사가 있습니다. 자체 물류센터를 보유한 이 회사는 수백명의 작업자들이 하루 수만건의 물량을 출고하며 연 수천억원 이상의 매출을 만들어내는 곳입니다. 조그마한 구멍가게가 아니라는 이야기입니다.

매일매일 수요 예측이 어려운 물류는 언제나 터질 수 있습니다. 물류가 터졌다는 것은 주문이 많이 몰렸다는 뜻이고, 주문이 몰렸다면 평소보다 높은 생산성이 필요합니다. 고객 주문을 처리할 수 있는 마감시간은 고정돼 있으니까요. 예컨대 기존 작업자들이 추가 근무를 하면서 열심히 까대기를 치거나, 물류센터 알바를 더 뽑거나 하는 방식을 사용할 수 있겠죠. 계속해서 많은 주문이 몰리면 자동화 설비를 구축하는 등 생산성을 항구적으로 올리는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회사의 물류팀장이 생산성을 올리고자 선택한 방법은 그 회사의 대표를 부르는 것입니다. 그러면 대표는 20여명의 MD와 함께 직접 물류센터에 방문합니다. 그리고 몇 시간 동안 물류센터 작업자들과 함께 포장 작업을 합니다. 생각보다 포장도 너무 잘 한다고 합니다. 숙련된 포장 작업자보다 1.5배는 빠른 속도로 일을 한다고 하네요.

물류팀장이 정말 대표와 MD들의 도움이 절실해서 이들을 불렀을까요? 사람이 부족해서 알바처럼 쓰려고요? 이 회사의 물류팀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대표는 우리 회사의 아이콘이에요. 그런 사람이 내가 일하고 있는 물류센터, 바로 옆에 와서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봐요. 그것도 장장 6시간을 화장실도 가지 않고 땀을 뻘뻘 흘리면서요. 부담되죠. 실제로 많은 물류센터 작업자들이 대표 옆에서 일을 하려고 하지 않아요. 그런데 놀랍게도 생산성이 올라갑니다. 체감상 10% 정도요? 게다가 대표와 함께 작업한 그 날의 여운은 2주 정도는 계속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최소 한 달에 한 번 대표를 무조건 물류센터에 불렀습니다”

이 회사의 대표는 물류 말고 다른 것도 열심히 한다고 합니다. 고객의 클레임을 듣는 것입니다. VOC(Voice Of Customer)를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까지 직접 듣고 관리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은 ‘이제 회사도 크고 직원들도 많이 늘었는데 대표님이 굳이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데, 막무가내라고 합니다. 고객의 불만을 0에 가깝게 만들고자 하는 것. 때때로 완벽주의에 가까운 대표의 성격 때문에 피로를 호소하는 이들도 있지만, 어찌됐든 이 회사는 계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 이야기를 전해준 물류팀장은 몇 달 전에 회사를 떠난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그가 회사에 있었던 몇 달 전까지의 내용이 되겠죠. 그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대표님 지금도 물류센터에 나오시나요? 그게 아니라면 당장 대표님부터 물류센터로 모셔와 보세요. 자동화요? 하하…”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