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방이 꿈꾸는 부동산에 관한 상상

최근 16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한 직방이 상업용 부동산 매물 정보 서비스 ‘네모’를 운영하는 ‘슈가힐’을 인수했다. 아파트 정보 플랫폼 ‘호갱노노’, 젊은 층을 겨냥한 셰어하우스 ‘우주’에 이은 세 번째 인수다. 부동산 산업을 부문별로 나누고, 그중 직방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비즈니스 부문을 인수하며 우군을 확보하는 모습이다. 일종의 ‘직방 연합군’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그 기반에는 ‘데이터’가 깔렸다.

안성우 직방 대표는 9일 서울 공평동 SC제일은행본사에서 간담회를 열고 “부동산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 자리에는 최근 직방이 인수한 호갱노노의 심상민 대표, 우주의 김정현 대표, 슈가힐의 이용일 대표가 함께 했다. 이 네 개 서비스와 직방이 운영하는 다음 부동산 서비스의 MAU를 합치면 500만명인데, 이 다양한 분야와 세대를 포함한 이용자 데이터를 통해 부동산 시장의 혁신을 이끌어 내겠다는데 함께 했다.

핵심은 이 500만명의 MAU를 활용 분석, 빅데이터와 프롭테크(부동산+기술)기업이 바탕으로 부동산의 혁신을 이뤄나간다는 것이다. 직방은 자사가 지향하는 빅데이터 서비스가 이용자의 조건과 목적에 따른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2012년 직방 서비스 출시 이후 이용자의 발품 파는 수고를 줄였다면, 이제는 연령이나 가족 구성, 학군, 선호 지역, 투자 목적 등 다양한 조건을 알아서 충족시켜주는 정보를 서비스하겠다는 계획이다.

 

호갱노노 심상민 대표, 직방 안성우 대표, 셰어하우스 우주 김정현 대표, 슈가힐 이용일 대표(왼쪽부터). 사진=직방.

 

안 대표가 보기에 부동산은 수많은 분야 중 가장 디지털화가 늦게 되고 있는 부문이다. 의식주 중에서 가장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부분인 만큼 그간 혁신에 보수적인 접근이 많았다. 그러나, 사람들이 의와 식 부문에서 디지털이 익숙해지고 있고, 글로벌로도 성공한 프롭테크 기업이 나오는 만큼 국내서도 오프라인 부동산 시장에 온라인이 침투할 적절한 시점이 왔다고 판단했다.

이같은 상황판단을 근거로 한 비전도 공개했다. 출시 10주년을 맞는 2022년까지 직방과 자회사의 이용자 수를 1200만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는 현재 이용자 수의 2.5배에 달하는 수치인데, 글로벌로 프롭테크 리더들이 각 국가 인구의 4분의 1 정도를 이용자로 확보하고 있다는 데서 나온 숫자다. 직방을 전국민이 쓰는 서비스로 성장시켜 시행, 분양, 인테리어, 금융 등 다양한 부동산 관련 업종과 협업을 추진하려 한다.

직방에 합류한 스타트업의 창업자들은, 앞으로도 계속 각자 해오던 사업을 그대로 이끌어간다. 부동산이라는 카테고리도 살펴보면 목적에 따라 타깃할 이용자와 제공할 정보가 각자 달라서다.

예컨대 부동산정보의 수요자는 △실거주를 위한 보금자리를 찾는 이용자 △임대수익, 시세차익 등 투자의 목적으로 오피스텔과 아파트, 상가를 찾는 투자자 △사업을 위한 오피스, 상가 등을 구하는 자영업자 등으로 나뉜다.

이 때문에 ‘오피스텔’에 관심있는 사람일지라도 전월세를 구하는 사람에게는 위치나 옵션 등이 중요하다면, 투자를 목적으로 하는 이에게는 수익률과 공실률, 주변 오피스텔 건축 여부 등이 더 필요한 정보다. 안 대표는  “각자의 분야에서 쌓은 데이터와 노하우를 살려 부동산 산업의 혁신을 이뤄내겠다”며 “이 자리에 함께 한 4명의 창업자는 인수 과정에서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비전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앞으로하겠다는 더 많은 부동산 스타트업을 인수,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혼자의 힘으론 여기까지 올 수 없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프롭테크 기업과 더 큰 시너지를 창출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기업공개(IPO)에 관해서는 말을 아꼈다. 안 대표는 “충분히 이 시장에서 가치와 변화가 만들어지고 난 다음에 IPO를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그 가치에 공감하는 분들이 투자에 함께 했다”며 “시기를 명확하게 밝히지는 않았고, 충분히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될 때까지는 (IPO)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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