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결국 인텔의 모뎀 사업부를 인수한다. 직원 2200명과 지적 재산, 장비를 모두 함께 인수하는 것이다. 인수 가격은 10억 달러이며 인수 절차는 4분기 내 마무리된다. 애플 뉴스룸의 공식 소식이다. 그 결과 애플은 1만7000개 이상의 무선 기술 특허와 개발 인력 모두를 보유하게 된다.

이 과정에는 퀄컴과의 특허전 영향이 있다고 보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퀄컴과 애플은 최대 31조원에 달하는 대형 특허 분쟁을 벌여왔다. 애플은 퀄컴이 과도한 로열티를 받고 있다고 소송을 제기했고 이 소송은 최근 합의로 끝났다. 합의가 끝나자 거짓말같이 인텔이 모뎀 사업부를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최근까지 애플은 인텔과 퀄컴의 모뎀을 모두 사용했다. 아이폰 7부터 인텔의 모뎀을 일부 사용했으며, XS 시리즈에는 인텔 모뎀만을 채용했다. 그러나 앞으로 또다시 퀄컴과의 합의를 통해 6년간 퀄컴의 칩을 사용하기로 했다. 따라서 내년, 아이폰 5G 모델이 나온다고 해도 인텔의 칩이 아닌 퀄컴의 칩을 사용할 것이다.

그러나 몇 년 뒤를 생각하면 이 결정이 올바를 수도 있다. 애플은 T2와 같은 보안 칩이나 A12 등의 프로세서 등을 직접 설계하는 전략을 사용해 왔으나, 모뎀과 메모리는 직접 설계하지 않고 있다. 메모리의 경우 삼성, 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의 다양한 업체에서 제공받으면 되지만 현재 5G 모뎀을 공급받을 수 있는 업체는 퀄컴·삼성·화웨이 뿐이다. 무역분쟁의 여파로 화웨이를 제거하면 경쟁자인 삼성과 퀄컴밖에 남지 않는다. 과거 애플은 독일 인피니언에서 모뎀을 공급받았으나, 인피니언은 인텔에 인수됐다. 오늘 애플이 인수하는 그 회사가 인피니언이자 인텔 모뎀 사업부인 셈이다.





애플은 한국에서 익숙한 수직계열화의 달인이고, 수직계열화를 통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을 잘 이뤄낸다. 하드웨어의 매력이 떨어진 현재는 콘텐츠까지 수직계열화하고 있다. 정확하게 이는 수평계열화에 가깝지만, 통제권을 애플 하드웨어 내에 가둔다는 점에서 보면 수직계열화의 느낌이 있다. 이러한 정책을 가진 회사를 주로 월드 가든(Walled Garden)이라고 부른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아니다. 모뎀을 따로 판매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막대한 판매량을 통해 10억달러를 웃도는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것으로 풀이하면 된다. 실제로 애플은 아이폰의 여러 모델을 만들지 않지만, 스마트폰용 프로세서 시장 점유율이 2018년 기준 3위다. 1위는 퀄컴, 2위는 미디어텍, 4위는 삼성전자다. 따라서 자사 제품 판매량으로도 충분히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을 것이다.

게다가 앞으로의 맥북에 ARM 프로세서가 탑재된다는 소식도 있다. 이경우 모뎀 사업 전개는 더욱 필수가 된다. 맥북과 아이패드의 설계가 유사해지면, 모뎀 탑재가 그만큼 쉬워지기 때문이다.

인수가 실제로 이뤄지며 앞으로도 아이폰에서는 퀄컴의 모뎀이 적용될 것이다. 그러나 몇 년 뒤, 애플은 직접 만든 모뎀을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에 뿌리고, 그 모뎀은 이후 도로를 달리게 될 것이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