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기업은 여성화(Womanizing, 우머나이징) 되어야 합니다.”

최명화 CMO캠퍼스 대표는 디지털 시대 기업의 생존을 위한 제1 조건으로 ‘우머나이징’을 꼽았다.  최 대표가 말하는 우머나이징은 단순히 ‘여성을 많이 채용하자’거나 ‘여성 소비자를 잡으라’는 식의 주장이 아니다.  여성적인 특성을 기업 경영 활동, 특히 마케팅에 접목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섬세함, 수평, 수다, 성장에 대한 열정, 감성’ 등을 여성적 특성으로 꼽았다.

즉 “여성처럼 느끼고 생각하고 커뮤니케이션 하는 것”이 우머나이징의 핵심이다.

최 대표는 LG전자 최연소 여성 상무, 현대자동차 첫 여성 임원으로 이름을 알렸고, 그 경험을 밑천 삼아 브랜드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여성 임원을 길러내는  CMO 캠퍼스를 만들었다. 지난 11일 SAP코리아가 주최한 ‘여성과 디지털(Woman & Digital)’ 컨퍼런스 현장에서 최 대표를 만났다.

 

최명화 CMO캠퍼스 대표

최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크게 두 가지 메시지를 강조했다. 첫 째는 “제대로 된 우머나이징을 해라” 이고, 이를 위해서는 “리더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마켓컬리가 성공한 이유는 ‘섬세함’에 있다고 최 대표는 설명했다. 까다롭고 꼼꼼하게 시장의 요구를 섬세하게 파악했다는 것이다. 이른 출근에도 아침은 챙겨 먹고 싶다는 욕구가 샛별배송을 탄생시켰다고 최 대표는 설명했다. 시장의 요구를 세분화해 까다롭게 살피는 섬세함에서 기회가 나왔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고집했던 루이비통이 스트리트 패션 슈프림과 콜라보레이션을 해 인기를 얻은 것은 수평적 마케팅의 대표적 사례다. 최근 ‘힙’한 브랜드를 잘 살펴보면 수평적 콜라보를 하는 사례가 많다고 최 대표는 말했다.

수다를 잘 떠는 기업 사례로는 배달의민족을 만든 우아한형제들을 꼽았다. 우아한형제들은 “송파구에서 일 잘하는 방법 11가지” 등의 기업문화를 수다스럽게 알렸다. 더 중요한 것은, 기업을 소재로 고객이 수다를 떨 수 있는 판을 깔아야 한다는 점이다. 배달의 민족이나 야놀자 같은 유니콘 스타트업의 특징 중 하나가 기업 그 자체가 수다거리가 되었다는 데 있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돌 그룹 BTS가 성공한 이유는 이들이 단순히 노래를 잘 하는 아이돌이어서가 아니다. 기획사는 BTS의 팬클럽인 아미를 어떻게 핵심전략으로 삼을 수 있는가를 고민했다. 결과적으로는 아미는 BTS와 불가분의 관계가 됐고, 이들을 키운 일등공신이 됐다. 최 대표는 “브랜드 체험단을 키우는 곳이 아니라 고객이 같이 성장하겠다는 열정을 키울수 있는 곳이 이기는 게임 ”이라고 설명했다.

감성은 누가 글이나 말로 가르친다고 해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숱하게 깔려 있는 감성 마케팅 성공 사례를 CEO가 직접 가서 배울 것을 권했다. 어딜 가야 할지 모르겠다면, ‘탬버린즈’ 같이 공간 마케팅으로 감성을 자극한 곳에 직접 방문해 브랜드와 소비자가 어떻게 소통하는지 살펴보라고 말했다.

“마케팅 핫플레이스를 많이 돌아다녀보세요. 골프만 치지 말고 밖으로 나가서 모르는 사람들이 모여 쿨하게 취미를 즐기다 헤어지는 살롱문화도 체험해보세요. 새로운 관계를 맺을 때 명함을 내밀지 마시고요, 다음에  또 보자고 질척거리지도 마세요(웃음). 수평적인 가치가 뭘 의미하는지는 직접 해보지 않으면 모릅니다.”

한국의 기업들이 빠르게 우머나이징이 되지 않는 이유로는 에 “조직적 사일로(부서간 소통 단절)가 심해서 그렇다”는 것을 첫번째 이유로 꼽았다. 마케팅 따로 영업 따로 되어 있는 조직을 누군가 전체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시대의 특징을 뽑아내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해야 한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과정을 바라보는 관점이 있어야만 상품을 바꿀 아이디어를 얻고, 변화와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시대를 잘 알기 위해서는 CEO가 직접 인플루언서가 되어 소통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지금은 일부 인플루언서가 채널을 가져가는 것으로 보여도, 빠른 시간안에 개개인이 다 자기 채널을 갖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최 대표는 예상했다. 그는  “마케팅 조직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리더 자체가 마케터이자 인플루언서가 돼야 한다”면서 마케팅의 핵심 메시지로 “힘을 빼고, 가르치려 하지 말고, 고객을 유혹하라”고 권했다.

기업의 우머나이징을 위해서는 여성 인재가 많이 등용되어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기업 내 여성이 늘어난다는 것은 다양성의 측면에서도 필요하다. 이 때문에 최 대표가 이끄는 CMO캠퍼슨느 ‘여성 임원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중간 관리자로서 여성을 모아 오픈클래스를 열고, 마케팅과 문제 해결방법을 가르치고 네트워크을 통해 리더로서 소양을 갖추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프로젝트가 7기까지 이어졌는데, 이 안에서 비즈니스 협업이 많이 늘어났다고 최 대표는 말했다.

“이 좋은 시드(씨앗, seed)를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만들고 싶어요. 이 시너지를 더 큰 그룹과 나누고 확산할 수 있는 플랫폼, 지식을 주는 이와 받는 이가 같이 모여 또 다른 가치(value)를 창출할 수 있는 모델을 론칭할 계획입니다.”

쉬운 일은 아니다. 컨설팅을 하는 최 대표 역시 노력파다. 기업에서 인정 받는 마케터였지만, 그의 표현에 따르면 ‘스윗’한 명함 뒤의 안정을 버리고 창업을 택했다. 평균수명이 늘어나는데, 언젠가 없어질 명함보다는 세상을 탐색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익숙한 것을 멀리 하려 한다”며 “계속 새로운 사람을 만나려 하고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갖고 낯선 생각에 나를 노출시키면서 마케팅의 쏘트(생각, Thought)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 되려한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