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콘텐츠 기업으로 도약할 독립형 슈퍼VR 실제 느낌

KT가 독립형 VR을 재출시한다. 스마트폰과 상관없이 별도로 사용할 수 있는 독립형 HMD VR 기기 및 서비스다. 기존 기가라이브TV가 있었으나 제품 업그레이드를 포함해 새롭게 론칭했다. 이름은 KT 슈퍼 VR로, 매장에서 구매한다고 말하기 약간 부끄럽다.

제품은 피코(PICO) G2 4K를 사용한다. 기가라이브TV에서 사용하던 3K 제품을 업그레이드한 제품이다. 화질은 4K로 바뀌었으며, 해상도는 3840 x 2160, 화소 밀도는 818ppi다. 스마트폰에 주로 사용하는 퀄컴 스냅드래곤 835를 사용했다. 화소 밀도가 600대에서 개선된 편이며 렌즈 품질도 개선했다고 한다. 스마트폰과의 미러링 기능도 강화한다. 스마트폰의 화면을 HMD로 전송하거나, HMD의 입력을 스마트폰으로   대체하는 것이다.

콘텐츠로는 1만여편의 VR 영상, 4K 영상 450편, 게임 15종 등이 있다. 아이맥스 영화관처럼 화각이 큰 와이드맥스 영화 245편을 제공하며 매월 10편의 영화를 추가한다고 한다. VR 영상 역시 매달 100편, 게임은 매월 2개씩 추가한다. 오큘러스 등의 HMD와 비교하면 게임이 턱없이 적지만 로컬 콘텐츠가 VR용 영상을 제공하는 회사 중에서는 가장 많다. 오큘러스 등의 업체는 대부분 게임에 치중하는 기기다. 그러나 이 말은 VR의 킬러 콘텐츠는 역시 게임이라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영화나 드라마 등에 치중돼 있는 콘텐츠 편중을 해소하기 위해 KT는 교육 영역도 상당히 집중한 편이다. 민트팟과 협력해 실제 면접장에 들어가는 듯한 ‘면접의 신’, 청담어학원의 VR 영어교육, 헬로앱스와 제휴한 코딩 콘텐츠 등이 있다. 다만 면접의 신을 제외하면 왜 굳이 VR로 해야 하는지는 좀 애매하다. 또한 왠지 통신사만 킬러 콘텐츠라고 생각하는 듯한 아이돌 영상 역시 준비했다. 네이버 브이 라이브와 협업한 아이돌 VR, VR 팬미팅 등이 있다. 넷플릭스의 블랙미러 시리즈와 같은 인터랙티브 영상 시리즈도 있다. 자세한 콘텐츠 구성은 http://www.ktsupervr.co.kr사이트를 참고하면 된다.

KT는 이렇게 많은 걸 준비하고도 콘텐츠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서드 파티 참여 플랫폼도 개설했다. 영상과 게임 플랫폼으로, 창작자들이 게임이나 와이드맥스 영상을 업로드하도록 하고 있다. 앱스토어와 같은 형식이다. KT가 직접 제공하는 영상 외 이 영상들은 IPTV처럼 대여 혹은 구매해서 사용하게 된다.

이러한 VR 기기에서 중요한 건 두가지다. 콘텐츠가 얼마나 있는가, 제품이 얼마나 훌륭한가다. 예를 들어 오큘러스 제품들이나, 오큘러스가 만드는 기어VR은 플랫폼 내 게임 콘텐츠가 많다. 윈도우 MR들은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에서 콘텐츠를 받거나, 애초에 PC와 연결하므로 공식 앱스토어를 사용하지 않고 별도의 사이트들을 사용할 수도 있다. 이들 플랫폼에 비하면 KT의 플랫폼 시장은 내수용인 동시에 좁은 것일 수도 있다. 다만, 반대로 내수용 콘텐츠를 가장 잘 발굴할 수 있는 조건도 되는 셈이다.

극한직업 KT직원(가운데)

기기 자체의 매력은 괜찮은 편이다. 무게가 267g 정도로, 스마트폰을 탑재하지 않은 기어 VR(약 310g)보다 가볍다. 핸드폰을 장착한다면 이 제품보다 기어 VR이 두 배로 무거워지는 셈이다. 따라서 VR HMD의 단점인 착용 시 불쾌감이 다른 제품들보다는 덜하다. 현장에서 직접 슈퍼 VR을 체험해볼 수 있었다. 기자가 집중한 건 360도 영상과 와이드맥스 영상이다. 360도 영상은 늘 드는 생각이 신기하기는 한데 앉아서 보기 불편하다. 허리가 나가는 기분이 든다. 360도 회전이 가능한 의자가 아니라면 보기 어렵다.

와이드맥스 영상은 킬러 콘텐츠가 될 수 있는 수준이다. 일반적인 아이맥스보다는 화면이 약간 작은 기분인데 이는 소프트웨어로 충분히 조정할 수 있도록 할 수 있을 것이다. ‘용아맥(용산 CGV 아이맥스관의 줄임말이다)’이라는 유행어가 있듯, 최근 히어로물은 아이맥스로 보는 것이 대세다. 과연 KT가 마블 등의 히어로물 아이맥스 영상을 수급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 되겠다. 만약 이럴 경우 집에서도 아이맥스를 즐길 수 있는 셈이 된다. KT가 오지네 같은 유행어 말고 용아맥에 집중했으면 한다. 편히 앉아서 볼 수 있으므로 HMD 불쾌감도 대부분 해소되는 셈이다.

게임 면에서는 포기하자. 15종 게임에 매월 2종씩 더해봐야 1년 지나도 30개가 겨우 넘는 셈인데 이건 게임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게임 면에서는 오큘러스 퀘스트를 사용하는 게 낫겠다.

가격은 기기 45만원, 이용 요금은 월 8800원이다. 윈도우 MR보다는 비싸고 다른 독립형 HMD보다는 저렴하다. 오큘러스 퀘스트의 경우 399달러로 국내에 들여오면 64GB 기준 55~60만원쯤 된다. 국내 정발 계획은 아직 없다. 다만 오큘러스 퀘스트의 경우 경계가 아예 없는 게이밍 VR 스탠드얼론 기기이며, 콘텐츠 역시 붙일 수 있으므로 KT는 출시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해야 할 것이다.

어쨌든 좋은 시도다. 콘텐츠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생각도 좋고, 추후에 5G를 붙이려는 생각(2020년 예정)도 좋다. 적절한 기기 역시 잘 수급했으며 가격도 나름대로 합리적이다. 그러니까 KT는 용아맥을 꼭 기억하도록 하자.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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