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7일 신영증권의 차세대 IT시스템이 개통됐다. 자체적으로 고객의 원장을 운영하고 있는 신영증권의 이번 차세대 프로젝트는 하드웨어 교체가 1차적인 목적이었다. 그러나 단순히 하드웨어만 바꾼 것은 아니다. DB시스템의 경우 오픈플랫폼 기반으로 기본적인 설계를 바꾸었다. 올플래시 스토리지와 원거리 백업 등도 도입했다. 하지만 애플리케이션은 기존대로 유닉스 기반을 유지했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를 맞아 디지털 리더들의 고민이 깊어진 이 때, 신영증권은 왜 이렇게 차세대 시스템을 설계했을까. 신영증권 원창선 IT센터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최근에  완료한 차세대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해달라

저희의 이전 시스템은  2009년 5월 7일 오픈한 것이다. 정확히 10년 동안 그 시스템을 사용했다. 관리 회계 기준으로 IT 시스템은 5년이 수명인데, 두 배를 쓴 것이다. 기존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한 셈이다. 이제는 노후화 돼서 시스템을 교체하는 차원에서 차세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   새롭게 구축한 시스템의 특징은?

DB 서버를 리눅스 기반으로 교체했고, 스토리지도 속도와 안정성 향상을 위해 올플래시(All-Flash)로 바꿨다. 애플리케이션은 기존대로 유닉스로 갔다.  테이프 백업을 디스크 기반의 원거리(부산) 백업 구조로 바꾸었고, 정보계는 기존에 데이터량이 많아서 DR 센터에 두지 않았었는데 이번에 정보계도 DR센터에 뒀다.

–   DB 리눅스, 애플리케이션은 유닉스로 구성한 이유에 대해 설명해달라.

보통 차세대 프로젝트를 할 때 애플리케이션을 바꾸는 건 종합계좌가 안된다거나 하는 이슈가 발생할 때인데, 지금 저희 상황에서는 애플리케이션을 뒤집을 이유가 별로 없었다. 또 리눅스는 유닉스보다 컴파일러가 민감하기 때문에 애플리케이션까지 리눅스로 바꾸면 프로그램을 전수로 바꿔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렇게 되면 비용이 많이 늘어난다. 저희 계산으로는 애플리케이션 서버까지 리눅스로 바꾸면 7~8억원 정도 더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꾼다고 해도 효과가 미미하다고 봤다. U2L(Unix to Lixux)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만약 저희가 당장 클라우드로 간다고 하면 리눅스 전환도 고려했을텐데,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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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 서버를 리눅스 기반으로 바꾼 것은 애플리케이션이나 DB 둘 중 하나는 리눅스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컸다. 시스템 전환에 덜 민감한 DB를 먼저 마이그레이션 한 것이다. DB는 리눅스 기반으로 바꾸는 게 비용 면에서도 유리하다. 오라클 코어팩터를 보면 리눅스 서버가 유닉스 서버의 2분의 1이다.

 –   최근에 대한항공 대기업들이 전면적으로 클라우드 전환에 나서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아직 클라우드 전환이 시기상조라고 했는데, 그렇게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클라우드가 제공하는 가치는 세 가지다. 첫번째, 유연성. 시스템이 갑자기 피크를 쳤을 때 손쉽게 확장할 수 있다는 게 클라우드의 가장 큰 장점인데, 증권사는 그런 경우가 한정적이다. 두번째는 민첩성이다. 시스템 새로 도입할 때 딜리버리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인데, 메인시스템은 그럴 일이 거의 없다. 이런 민첩성에 대한 니즈(요구)는 주변 시스템에서 나오는데, 저희의 경우 주변시스템은 이미 가상화 되어 있다. 가상머신 100대가 돌아가고 있다. 가상화 환경에서도 민첩성은 확보된다. 마지막으로 비용절감이 클라우드의 장점이라고 하는데, 이는 트래픽 변동이 큰 산업에 해당되는 일이다. 저희는 시스템 트래픽의 변동이 크지 않기 때문에 클라우드를 도입해도 효과가 별로 없다고 봤다.  현재는 주요 전산기보다는 주변시스템부터 하나씩 검토하는 로드맵을 잡고 있다.

대한항공의 경우 성수기 피크 칠 때와 비성수기의 트랜잭션 차이가 클 것이다. 휴가철에 대비해서 시스템 사이즈를 잡아놓으면 낭비가 크기 때문에 클라우드를 이용하면 효과적일 수 있다. 이처럼 산업마다, 회사마다 특성이 다르다. 신영증권의 경우 무료 수수료 등을 앞세운 마케팅으로 고객을 모시고 오는 그런 스타일의 회사가 아니다. 저희의 자산 영업 철학에 동의하시는 분들과 함께 하는 스타일이다. 저희는 온라인 마케팅적인 측면을 강조하지 않지만, 그런 회사라면 증권사라도 클라우드가 필요할 수는 있다.

 –   최근에 증권사의  HTS( 트레이딩 시스템), MTS(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 장애 사건이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데, 클라우드가 도입되면 장애를 줄일 있지 않나?

신문에서는 거래 폭증이라고 하는데, 제 경험상 거래 폭증으로 장애가 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대부분은 프로그램 문제다. 프로그램 문제는 클라우드를 해도 답은 없다. 오류가 없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좋지만, 그런 건 없다. 결국 변경관리의 문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테스트 등 관리를 타이트 하게 해서 문제를 미리 발견하거나 골든타임 안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저희는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해서 점검한다.

이번 차세대 시스템을 오픈하는 날, 나름 자신감은 있었지만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몰라서 직원 책상마다 5개의 시나리오가 올려뒀었다. 거기에는 경우의 수마다 장애가 발생했을 때 진행할 프로세스가 적혀있었고, 스크립트도 미리 다 준비돼 있었다. 장애가 발생하면 전날 버전으로 재빠르게 복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   금융업계의 최대 이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인 같다. 신영증권은 이에 대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여러 세미나 참가해보면 밑그림들이 보이는데, 3년 전만해도 4차산업혁명이라고 굉장히 개념적인 것만 얘기하다가 어느 순간 구체적인 것이 등장하더니 이제는 구축사례가 나온다. 그런데 증권사 입장에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애매한 상황이 많다. 대형사들은 디지털 전담 부서를 만드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저희는 따로 부서를 만들기에는 좀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그렇다고 준비를 안 할 수는 없기 때문에 학습 조직 형태로 스터디를 하면서 준비하고 있다. 직원들들이 빅데이터, AI(인공지능), 블록체인, 클라우드, RPA(로봇 프로세스 자동화) 등 관심 있는 영역에 대해 공부할 수 있도록 하면서 우리가 지켜봐야 할 것은 무엇인지 우리와 관계 없는 것은 무엇인지 구분해 내고 있다.

 –   4차산업혁명과 관련돼 언급되는 기술 중에 특별히 관심 있는 분야가 있나?

저희 입장에서는 RPA가 가장 구체화 됐다.  현재 도입 직전이다. 그 외에는 보이스 인터페이스에 관심이 많다. 보이스 인터페이스가 고령화 되고 있는 고객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장은 아니지만 언젠가는 보이스로 주문까지 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보이스인증이 가능할 때를 그 시점으로 보고 있다. 보이스 인터페이스로 저희만의 특화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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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와 빅데이터를 연결하면 불완전판매를 막을 수도 있다. 고객센터에 들어온 녹취를 텍스트로 변환해서 불안전판매요소를 찾아내는 등 투자자 보호 방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단순하게 보자면 ‘무조건’이나 ‘대박난다’ 등의 표현을 캐치할 수 있는 것이다.

 –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접근하는 신영증권만의 특징적인 전략 같은 있을까?

저희는 영업사원은 철저하게 디지털로 무장하되, 고객에게는 아날로그로 전달한다는 것이 목표다.  아직도 사람들은 사람을 통해 전달 받기를 원한다. 앞에서 언급했듯 저희는 저희의 철학에 동의하는 고객을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하다보니까 이런 특성이 생겼다. 저희 고객에게 정형화 된 디지털 방식으로 전달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디지털 시스템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예를 들어 메신저가 편리하지만, 협업에 한계가 있지 않나. 전화를 해도 표정은 전달이 안되지 않나. 디지털을 통해 데이터를 충분히 분석한 영업사원이 고객에게는 아날로그로 전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이런 건 기업문화인 것 같기도 하다. 저희는 망분리 된 이후 외부에서 사내망으로 파일을 들여올 때 사람이 일일이 검수한다.

  –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준비하면서 직원들에게 요구하는 것이 있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서는 고객을 잘아는 것이 중요하지만, 이걸 활용할 때는 기술적인 요소를 모르면 제대로 할 수가 없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이 뜨면  IT가 아닌 사람도 블록체인에 대해 떠들고 여기저기 블록체인 강연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블록체인을 공부하는 저희 직원들에게 블록체인으로 코인을 만들어보라고 주문한다. 물론 여기서 더 깊이 바닥까지 파고 들어갈 필요는 없다. 기업에서는 그 정도로 깊은 기술까지는 필요치 않다. 기본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고객의 니즈의 파악해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shimsky@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