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김정주 NXC 대표가 넥슨 매각을 보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단가 불일치가 매각 불발의 가장 큰 이유가 됐다. 업계에서는 김 대표가 생각하는 넥슨의 가치와 시장의 평가 사이에 큰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넥슨의 몸값을  10조원 안팎으로 봤는데, 김 대표가 원한 금액은 대략 15조원 정도였던 걸로 전해졌다. 일본에서 상장한 넥슨의 시가총액을 어느 시점의 주가로 계산할 것이냐에 따라 가격 차가 생겼다. 혹은 넥슨의 미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이냐도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

넥슨은 국내 1위 게임 회사다. 국내서만 인정 받는 것이 아니고,  2018년 상반기 매출 기준 세계 11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연매출 2조5296억원에 영업익 9806억원을 냈다. 이정도 규모의 회사라면 충분히 15조원의 가치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거라 김 대표는 생각했을 것이다. 넥슨이 어디 망할 회사인가.

게다가 중국에서 빵빵 터트리는 ‘던전앤파이터’도 있는데. 던전앤파이터를 서비스하는 넥슨의 자회사 네오플은 지난해 매출 1조3056억원에 영업이익 1조2000억원을 거둬들였다. 버는 족족 영업이익이다. 게다가 보면 알겠지만, 영업이익이 본체인 넥슨보다 많다. 이말인즉슨, 다른 데서 까먹은 것 까지 네오플이 거둬들였다는 거고, 이 돈은 중국에서 다 쓸어담았다.

무시무시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 있는 던전앤파이터의 가능성이다. 아직 모바일 버전은 나오지도 않았다는 이야기다. 지금까지 선례로 봤을 때, 던전앤파이터의 모바일 버전 역시 잘 될 가능성이 크다. PC온라인 게임에서 큰 인기를 얻은 IP가 모바일로 나왔을 때 경쟁력이 더 있다는 뜻이다. 당장은 던파의 PC 온라인 버전으로 돈을 벌고, 미래는 던파의 모바일 버전에서 찾는다. 아름다운 그림이다.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CX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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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일어난다. 일이 이쯤되면 투자자들이 군침흘릴 것은 넥슨이 아니라 네오플이다. 네오플만 잘 발라내서 집어삼키면 되는데, 굳이 넥슨을 통째로 비싼 돈 주고 살 필요가 있을까.

사람들이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근거는 과거다. 다시 말해 최근 몇년간의 넥슨의 성적, 행보를 보면 가까운 미래를 예상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넥슨은, 그 외형은 커졌으나 대체로 네오플에 기댔다. 가장 성장하는 모바일 분야에서 요 몇년 간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절치부심으로 내놓은 ‘트라하’도 어느덧 순위권에서 밀려났다. 엔씨소프트가 리니지의 모바일 버전으로 껑충 뛰어오른 것하고는 다른 모습이다. 넥슨도 유력 IP를 보유했으나, 그 IP를 활용한 게임들은 나오지 않고 있거나, 혹은 좋은 성적을 거두진 못했다.

물론, 넥슨도 절치부심했다. 지난해 4월, 자회사를 포함한 신규 개발 조직을 독립 스튜디오 체제로 개편하면서 신작 개발을 압박했다. 자율권을 높여주되, 책임감을 강하게 부여한 전략이었다. 자사가 보유한 IP를 활용한 모바일 신작 라인업도 대대적으로 공개했다. 그러나 반향은 얻지 못했다. 무엇이 넥슨으로 하여금 히트작을 내지 못하게 했을까.

어쩌면 한방의 묵직함과 새로움의 부재 아닐까. 신작이 없어 성적이 부진했던 넷마블은 그야말로 묵직한 한 방, BTS를 게임에 태워 내보냈다. BTS월드 안에서 방탄소년단의 독점 콘텐츠가 공개된다. 전세계 아미(BTS팬클럽)들이 BTS 월드를 외면할 수 있을까? 엔씨소프트에는 불패신화의 리니지가 있고, 블레이드소울도 있다. IP의 맛을 잘 아는 회사들이라, 새로운 영감을 얻기 위한 콘텐츠 회사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는다. 그런데 넥슨은? 넥슨에서 느껴지는 것은, 지금까지 잘 해오던 게임들의 라이브 운영의 안정감이지, 신선함은 아니다. 큰 돈의 투자는, 안정보다는 큰 가능성을 가진 곳에 일어난다.

넥슨이 팔리는지 아닌지는 둘째 치고, 게임을 취재하는 입장에서 이번 일을 바라보는 마음이 복잡했다. 팔린다고 했을 때는 사실 가장 먼저 걱정되는 부분이 ‘직원들’이었다. 어디에 팔리느냐에 따라 달라지긴 하겠지만, 매각 이후 구조조정이 따를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와서는 안 팔려도 똑같은 우려가 든다. 넥슨이 마주한 현실이, 자신의 덩치만큼 평가받지 못하는 차가운 것이라서다. 효율성, 성공에 대한 압박 등은 매각이 없어도 매각과 같은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 그렇다고 넥슨이 변화하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

김정주 대표가 곧장 매각 시도를 다시 할 것 같진 않다. 당분간은 넥슨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더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매각이 공식화 된 지난 1월 이후 지금까지 넥슨의 현 경영진이 무언가 주도적으로 새로운 걸 해볼 수 있는 여지는 없었을 것 같다. 회사의 주인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데, 과감한 투자나 새로운 시도를 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면, 매각이 불발된 지금은 내부에서 힘을 받아 변화를 꾀해야 할 타이밍이다. 넥슨이 비싼 값으로 팔리기 위해서라거나 혹은 자생해 더 크게 성장하기 위해서도 지금 필요한 것은 과감한 시도와 투자 아닐까. 그리고 그걸 뚝심있게 밀고 나갈 수 있는 탄탄한 조직력도 필요하지 않을까.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