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의 여행

우리가 먹는 고기는 식탁에 도착하기까지 몇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농가에서 경매장을 거쳐 육가공장에서 가공되고, 유통업자를 통해 도매 전문 가게에 도착한 뒤 소매점으로 가거나 식당으로 간다. 소매점에서 식당을 가는 동안 유통업자를 또 거치는 경우도 있다. 식당 위치가 지방이면 과정들이 더 추가된다. 한 지역을 한꺼번에 건너뛰지 않고 서울에서 충청도로, 충청도에서 전남이나 경남으로 가는 경우가 있다.

과거에 이 과정은 응당 거쳐야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물류나 운송 비용과 유통 마진이 추가된다. 그러나 기술이 발달하면 이 과정 중 일부를 단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육가공 공장이나 수입업체에서 바로 식당으로 배송을 시킬 수 있는 것이다. 유통업자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플랫폼으로 대체된 형태다. 이 플랫폼을 정보기술화한 것이 미트박스다.

미트박스 사이트에 들어가면 일견 B2C 쇼핑몰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B2B 플랫폼으로, 식당이나 프랜차이즈 등이 타깃이다. 미트박스는 5년 된 B2B 플랫폼으로, 글로벌네트웍스가 운영하며 현재까지 총 260억원을 투자받은 핫 스타트업이다.

5년 동안 연 거래액은 2018년 기준 1438억원이며 2019년 2500억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글로벌네트웍스 김기봉 대표

당신이 먹는 고기가 비싼 이유 1 – 얼어붙은 금융시장

육류시장은 금융시장이다. ‘육류담보대출’이라는 것이 있다. 쇠고기 등을 들여와 보관 중일 때 이 수입 육류를 담보로 이뤄지는 대출이다. 유통업자는 창고에 수입 고기를 맡기고, 창고업자가 담보 확인증을 발급하면 이를 들고 유통업자는 금융권에 돈을 빌릴 수 있다. 과거 일부 유통업자들이 창고업자들에게 담보를 과다계상하거나 허위신고해 동양생명 등에 4천억원대 사기죄를 저질렀다 실형을 선고받은 일이 있다. 금융기관도 완전히 피해자는 아니다. 직원이 부정청탁을 받고 대출편의를 제공했기 때문.

이 과정에서 피해를 본 건 다른 유통업자와 창고업자 등이다. 그러나 더 큰 피해는 시장이 얼어붙을 때 발생한다. 이러한 사건으로 투자시장이 얼어붙으면 다른 유통업자들이 유통에 쓸 비용을 제2금융권이나 사금융에서 융통해야 한다. 이 과정을 몇번만 거치면 소비자가 먹는 고기의 비용이 높아진다.

 

당신이 먹는 고기가 비싼 이유 2 – 정보편향성

모든 유통 시장이 그렇듯 육류 시장도 정보편향성이 심한 편이다. 업자들도 딱히 이러한 문제를 개선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일부지만 이러한 정보편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가격을 올려받는 업체들도 있다.

그러나 이 형식은 현재의 소비 트렌드에 맞지 않다. 용산전자상가가 서서히 몰락했고, 신뢰성을 보장한다는 블록체인이 뜨거운 감자가 될 만큼 소비자는 정직한 정보를 원한다. 그러나 용산전자상가와 육류시장은 다르다. 유통 구조가 복잡하니 소비자가 올바른 가격인지를 알 수 없다.

2013년께 등장했던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이러한 정보편향성을 해소하는 업체들이 많았고 이들은 대부분 서비스에서 성공을 거뒀다. 모든 패를 까고 사업을 하는 사업가 백종원 씨가 유명인이 된 이유도 비슷하다. 글로벌네트웍스는 이러한 흐름을 육류 유통에 적용해 미트박스 서비스를 만들었다.

 

미트박스 라이징

미트박스는 복잡한 구조에서 유통업자 역할을 하는 서비스다. 즉, 육가공 공장이나 수입업체와 계약을 해서 사이트에 올린다. 이를 식당이나 컨슈머가 직접 구매하면 된다. 플랫폼 형태이므로 중간과정이 없다. 배송은 풀 콜드체인을 활용한다. 육류 특성상 콜드체인을 완벽하게 구현하지 못하면 안되었기 때문인데, 육류 입장에서 콜드체인을 구축하면 다른 상품(곡류, 냉장식품)으로 확장하기는 쉽다. 오뚜기OLS와의 제휴를 통해 풀 콜드체인을 구축했으며 입고부터 배송의 끝까지 냉장 처리되는 것을 말한다.

정보편향성 해결을 위해서는 코스닥이나 나스닥과 같은 DAQ 시스템을 알고리즘으로 구현해 시세정보를 공개한다. 기자간담회에서 김기봉 글로벌네트웍스 대표는 “이 정보는 공공재라고 생각한다”며 시세정보를 계속해서 공개할 것으로 약속했다.

시세정보와 별개로 공급업체들은 미트박스 플랫폼에 들어와 각 부위의 kg당 가격을 제시한다. 원산지나 유통기한 등도 제시한다. 이중 가장 저렴한 것이 1번 목록에 올라가는 것이다. 일종의 경매와 같다.

대금 납부 순서도 기존과 달리 선불제로 바꿨다. B2C 쇼핑몰과 같은 방식이다. 자영업자들은 고기 주문 후 대금을 미트박스에 지불한다. 입금을 확인한 미트박스는 육류를 배송하고 정상 제품임이 확인될 때까지 대금을 보관했다가 업체로 전달한다.

미트박스가 유통마진으로 책정한 수수료는 3.5~5.5%이며 평균 4% 정도라고 한다. 이는 기존의 계단식 유통구조를 따라갔을 때보다 30% 정도 저렴한 것이다.

 

미트박스의 미래 1 – 미트론, 미트페이

미트론과 미트페이는 얼어붙은 금융시장 해소를 위한 서비스다. 금융기관과 협의를 맺고 육류담보대출을 해주는 것이다. 금리는 현재 10%로 제2금융권(약 13%)보다 낮게 유지하고 있으며 8%까지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과정이 육류시장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결국 소비자의 주머니도 가볍게 할 것이라는 확신을 기반으로 한다.

미트페이도 비슷한 서비스다. 흔히 고깃집에 가면 오픈 시 유통업자들이 영업을 하는데, 2~3달 동안 고기를 제공한다(보통 “깔아준다”고 표현한다). 이는 대출처럼 이자가 붙는 서비스다. 이를 미수 시장이라고 한다. 돈대신 고기를 빌려주는 것이다. 이렇게 한번 고기를 깔고 나면, 가게가 초반 흥행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유통업자에게 식당이 메이는 신세가 된다. 그렇다면 식당에서 마장동으로 직접 전화를 해 고기를 직거래하면 어떨까? 이런 거래 방식은 현금 완납으로만 이뤄지거나 그마저도 쉽지 않다. 만일 여수에서 고기를 주문하면 대전까지의 유통업자, 그 이후의 유통업자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유통마진이 붙는다. 그렇다면 현금 완납을 할 수 없는 지방에 위치한 식당의 입장에서는 공급가가 계속 높아지는 셈이다. 이처럼 신용이 없으면 발생하는 코스트는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돌아온다. 미트박스는 미트페이를 통해 큰 돈을 벌기보다는 유통에 대한 데이터를 쌓아나가는 것이 목표고, 이 데이터마저 공공재로 사용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미트박스의 미래 2 – 발주왕

발주왕은 미트박스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발주 서비스다. 시세가 붙어있으므로 공급가에서 속임수를 쓰기 어렵다.

 

미트박스의 미래 3 – 미트박스 스마트 키오스크

쉽게 말하면 고기 자판기다. 소비자용 서비스로, 출퇴근길에 고기 자판기를 설치하는 것이다. 이는 다른 신선식품 업체의 과대포장이 윤리적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서 실행하는 서비스이며 동시에 플랫폼 사업이기도 하다. IoT 기반으로 재고나 소비자 패턴은 데이터로 기록된다. 포장은 진공포장 하나뿐이다. 여기서 식당 등도 고기를 구입할 수 있으며, 소비자는 직접 고기를 간편결제로 사거나, 배달대행 등의 서비스로 배달을 받을 수도 있다. 배달대행 업체와는 현재 협업을 진행 중이라고 한다.

가장 중요한 가격은 대형마트에 비해 절반 이하로 낮출 것이라고 한다. 미트박스 스마트 키오스크는 하반기 중 론칭한다.

 

다음 타깃은 소비자

현재 미트박스의 소비 타깃은 식당 64%, 정육점 10%, 유통업자 4%로 구성돼 있다. B2B와 B2C 비율은 9:1인데 추후 7:3 정도로 비율이 조정되기를 목표하고 있다.

이를 위해 키오스크는 물론 원육 중심에서 세절 상품과 양념육을 강화하고, 농수산/가공/소스류로 라인업을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소비자를 위해서는 RTC(Ready to Cook, 바로 요리할 수 있도록 가공된 식품) 식품을 추가하는 것이 목표다. 가장 큰 목표는 역시 누적된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서비스 전체를 디지털화하는 것이라고 한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