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두 개의 아마존이 있다. 하나는 서버를 판매하는 AWS(Amazon Web Services), 또 다른 하나는 한국 셀러의 상품을 소싱하는 AGS(Amazon Global Selling)다.

잊을 때 즈음이면 한 번씩 ‘아마존 한국진출설’이 들리긴 하지만, 아직까지 아마존은 한국에서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지 않는다. 아마, 따로 운영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굳이 한국에 쇼핑몰을 만들지 않아도, 한국 사람들이 알아서 미국 아마존닷컴에 방문하여 상품을 사니까 말이다.

미국 아마존닷컴이 메인화면에 공개한 배너에 따르면 아마존닷컴은 4500만개가 넘는 상품을 한국으로 배송했다고 한다. 이 수치는 기자의 기억으로 지난해부터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는 더 많은 상품이 한국으로 배송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청이 밝힌 최근 3년 전자상거래 수출입 현황. 아마존의 4500만건이라는 수치가 누적이긴 하지만, 이 수치는 지난해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수입(직구) 건수인 3225만5000건을 높은 수준으로 상회한다. 그리고 아마존의 4500만건을 거래액으로 추산하면 38억3661만 달러(약 4조5000억원)이다. 아마존은 한국에 굳이 마켓플레이스를 열지 않고도, 엄청난 물량의 상품을 팔고 돈을 벌고 있다.

이 수치가 얼마나 어마무시한가하면,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일어난 전자상거래 수입(직구) 건수가 약 3225만5000건이다. 아마존닷컴 하나에서 한국으로 배송한 상품의 누적숫자만 한국 전체의 직구 통계를 큰 수치로 웃도는 것이다. 통계청이 밝힌 지난해 직구 거래액은 27억5500만 달러인데, 건수를 기준으로 역산하면 건당 객단가는 85.26달러다. 이를 가지고 아마존이 지금까지 한국으로 보낸 상품의 거래액을 추산하면 그 액수는 38억3661만 달러(약 4조5000억원)로 나타난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을 상회하는 수치다.

한국어는 이제 아마존닷컴이 지원하는 7개의 언어(중국어-간체, 중국어-번체, 포르투갈어, 스페인어, 독일어, 영어, 한국어) 중 당당한 한 꼭지를 차지하게 됐다.

그래서 아마존은 한국 시장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이지만, 한국 고객과 한국 상품에 대한 관심은 확실히 있어 보인다. 한국 고객에 대한 관심은 지난 3월 굳이 아마존 웹사이트에 ‘한국어 언어팩’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한국 주소가 입력된 아이디로 아마존닷컴에 로그인하면 알아서 한국으로 배송 가능한 상품들이 우선 노출된다. 4500만개가 넘는 상품을 아마존닷컴에서 사주는 한국 고객들을 위해서 이 정도 편의는 봐줄 수 있다는 의향으로 해석된다. [참고 콘텐츠 : 한글패치 끝낸 아마존, 한국 들어온다고? 하하]

아마존의 한국 상품에 대한 관심은 공식적으로 지난 2015년 한국에 ‘아마존 글로벌셀링’ 전담팀을 구축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아마존 글로벌셀링 사업팀의 목표는 한국의 좋은 상품을 전 세계 아마존 마켓플레이스로 끌어당기는 것이다. 알리바바, 징둥, 샤피, 라자다, 큐텐과 같은 글로벌 마켓플레이스들은 모두 한국에서 쇼핑몰을 운영하고 있지는 않지만, 한국에서 한국 상품 소싱 목적의 전담조직을 운영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은 이미 글로벌 마켓플레이스들이 각축전을 벌이는 ‘소싱 기지’가 됐다.

여기까지 기자의 뇌피셜이다. 아마존의 공식 입장은 아니다. 기자의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든 없든, ‘아마존 공인’이 갖는 특별한 의미는 분명 존재한다. 그래서 박준모 아마존글로벌셀링 한국대표의 최신 공식 발표를 정리했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아마존이 한국에서 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앞으로 아마존이 한국에서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유추해보도록 한다.

아마존이 한국에서 하고 있는 것 : D2C 입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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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글로벌셀링이 한국에서 밀고 있는 키워드는 ‘D2C(Direct to Customer)’다. 아마존이 이야기하는 D2C란 브랜드사, 제조사, 셀러(리셀러)들이 중간 유통망 없이 글로벌 고객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무역 프로세스가 제조, 수출, 수입, 도매, 소매업체를 거치는 다단계 구조였다면, D2C 시대에는 제조사가 바로 글로벌 소비자를 만나 판매할 수 있게 됐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D2C가 가능해진 이유는 앞서 이야기했던 알리바바, 징둥, 라자다, 샤피, 큐텐과 같은 글로벌 마켓플레이스들이 국경을 넘은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판매채널’ 역할을 해주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현지 셀러들이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해서 판매하는 것처럼, 한국 셀러도 글로벌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해서 판매할 수 있다. 쿠팡이 지난해부터 외국인 셀러의 마켓플레이스 입점을 받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이 또한 쿠팡의 D2C화라고 해석할 수 있다. 아마존 역시 D2C 판매채널 중 하나다. [참고 콘텐츠 : 중국 셀러의 쿠팡 공습? 4억7000만원짜리 염주의 비밀]

그리고 한국 아마존글로벌셀링은 한국 셀러가 D2C 판매채널로 ‘아마존’을 잘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조직이다. 예컨대 그들이 하는 일은 이렇다. 먼저 한국 셀링 파트너 지원팀이 한국어로 셀러 계정 운영을 지원한다. 유럽 내 4개국(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의 셀러 센트럴(Seller central, 아마존 셀러 관리자 툴)에 대한 한국어 번역을 제공하기도 했다. 국내 셀러들을 위한 교육 자료를 배포하기도 한다.

실제 D2C 판매채널로 아마존을 활용하여 성공한 사례도 나왔다고 한다. 아마존글로벌셀링에 따르면 2015년 한국 아마존글로벌셀링 서비스 론칭 이후 3년 사이 ‘의류’, ‘뷰티’, ‘케이팝’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글로벌 히트 상품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화장품은 특히 반응이 좋아 아마존 내 K뷰티관이 생겼을 정도라는 설명이다. 예컨대 색조화장품 전문 기업인 ‘클리오’는 아마존 할인행사인 프라임데이 당시 작년 대비 155% 높은 일매출을 달성했다고 한다. 0~8세 아동복 회사 ‘배넷베이비’는 아마존에 입점해 지난해 매출이 두 배 이상 성장했다고 한다.

박준모 아마존글로벌셀링 한국대표는 “D2C를 잘하려면, 데이터 중심의 비즈니스 의사결정, 유연한 제품 디자인과 생산, 브랜드 구축 및 관리 역량, 그리고 가치사슬(Value Chain)의 통합이 중요하다”며 “온라인 수출의 장점은 고객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받아볼 수 있다는 것인 만큼, 고객의 작은 지적을 바로바로 상품에 반영해 개선하고, 불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신다면 감동한 고객이 남기는 평가는 어떤 마케팅보다 강력할 것”이라 강조했다.



아마존이 한국에서 내세우는 것 ‘풀필먼트’

아마존이 한국에서 물류센터를 운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아마존이 한국의 셀러에게 상품을 잘 팔기 위해서는 필히 이용을 하라고 추천하는 서비스가 있으니 ‘FBA(Fulfillment By Amazon)’다. 아마존글로벌셀링은 아마존이 D2C 채널로 특히 의미 있는 이유로 ‘세계 최고 수준의 물류 및 풀필먼트(주문이행) 시설’을 꼽는다.

FBA의 개념은 간단하다. 전 세계 13개 아마존 마켓플레이스에 입점하는 글로벌 셀러들이 아마존이 이미 전 세계에 구축한 149개의 아마존 풀필먼트센터에 판매할 상품을 미리 입고시켜서 현지 셀러와 같은 수준의 ‘속도’를 만드는 것이다. 아마존코리아에 따르면 FBA를 이용하는 셀러는 미국 전역 ‘2일 배송’이 가능하다. 아마존은 공식적으로 올해 2분기부터 이 속도를 ‘1일’로 줄이기 위해 8억달러의 투자를 진행한다고 했으니 당연히 FBA를 이용하는 한국의 글로벌셀러에게도 적용되는 내용일 것이다.

FBA를 이용하지 않으면 만나지 못하는 1억명 이상의 아마존 유료 멤버십 ‘아마존프라임’ 회원을 대상으로 상품을 노출시킬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프라임데이 익스클루시브(Prime Day Exclusives)와 같은 멤버십 전용 행사 프로모션에 참여할 수도 있다. 그러니까 글로벌셀러 입장에서 FBA를 이용하면 더 많은 잠재고객에게 도달하여 상품을 팔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붙이는 말이지만, FBA는 공짜 아니다. 돈 내야 된다.

박 대표는 “국가 간 거래의 장벽은 배송이었지만 아마존은 보관부터 배송까지 처리해주는 FBA 솔루션을 통해 지리적 장벽을 뛰어넘은 글로벌 쇼핑 플랫폼을 만들었다”며 “아마존 FBA을 이용하면 아마존이 모든 배송과 반품 관련 문의를 대행해주는 만큼, 글로벌셀러는 현지 배송과 고객 응대에 대한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마존판 ‘알리익스프레스’ 튀어나오나

아마존이 한국에서 하고 싶은 것에 대해선 베일에 감춰져 있다. 아마존코리아부터가 신비주의 조직인지라 좀처럼 그들의 청사진을 공식 채널 외의 루트를 통해 외부에 밝히지 않는다. 때문에 아마존의 미래 전략을 예측하기 위해선 그들의 생태계 안에 들어있는 누군가의 제보가 필요하다. 그 곳에서 힌트가 나온다.

최근 익명의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 한 명으로부터 기자에게 한 통의 제보가 들어왔다. 아마존이 직구 수요가 높은 국가의 다중 언어를 지원하는 ‘페이지몰’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한국어 언어팩을 지원하는 알리바바의 크로스보더 쇼핑몰 알리익스프레스의 모습. 이 곳에서 구매하는 상품은 국제물류를 통해 중국에서 한국 고객에게 배송된다. 결제는 그냥 비자나 마스터카드 쓰면 된다.

쉽게 말해 아마존이 알리바바그룹의 ‘알리익스프레스’ 같은 사이트를 연다는 거다. 알리익스프레스가 무엇이냐면, 중국인들이 아닌 외국인들만 결제하여 상품을 살 수 있는 직구(중국 기준 역직구) 전용 쇼핑몰이다. 한국어도 지원하는데, 배송은 기본이 20~40일로 매우 느리지만 주문하고 까먹고 있으면 매우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심지어 국제물류로 배송되는데 한국까지 배송비도 무료다.

기자가 실제 알리익스프레스로 구매한 LG G7 휴대폰 케이스. 무료 배송으로 20일 정도 지나서 받았는데, 지금도 잘 쓰고 있다.

이 소문의 진위는 차치하더라도, 기자는 아마존이 직구 전용 페이지몰을 열지 않을 별다른 이유를 찾지 못했다. 아마존은 이미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전 세계 149개 풀필먼트센터에 보관한 상품을 이론적으로 3일 안에 한국까지 배송할 수 있다. 아마존닷컴에 방문하면 한국까지 배송 가능한 상품을 시스템을 통해 별도로 알려주기도 한다. (‘eligible for shipping to korea, republic of’라는 메시지가 표기된다.) 그 중에서는 아마존이 직접 판매하고 배송하는(Ships from Amazon and sold by Amazon.com) 상품도 있다.

아마존닷컴에서는 한국 고객들을 위해 친절하게 한국까지 배송되는 상품을 노출시켜준다. 한국까지 국제물류(Global Shipping)비도 한 번에 결제 가능하다. 가끔은 무료로 배송해주기도 한다. 이런걸 보면 한국에서 아마존 상품을 배송대행하는 업체들에겐 정말 대위기가 온 것처럼 느껴진다.

이 정보들을 종합하면, 아마존은 전 세계 아마존 풀필먼트센터에 보관된 상품 중 한국인의 구매 수요가 높은 품목만 추려서 독립적으로 노출시키는 ‘직구 전용 쇼핑몰’을 만들 수 있다. 이미 아마존은 한국을 대상으로 수시로 진행한 ‘무료 글로벌 배송’ 이벤트와 4500만건이 넘는 판매 데이터를 통해 한국인들이 선호하는 상품 데이터를 끌어 모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미 아마존닷컴은 직구를 하는 한국인들에게 완전히 연결된 결제와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 더해 아마존은 지난 3월부터는 아마존닷컴에 한국어 언어팩까지 추가했다. 이 모습 그대로 ‘페이지몰’이 나오지 않으라는 법이 없다.

첨언하자면 현재의 아마존닷컴의 한국어 언어팩이 그렇듯, 알리익스프레스의 언어팩도 그렇게 고차원적인 것이 아니다. ‘번역기’ 수준이지만, 결제와 물류만 편리하면 사람들은 구매한다.



아마존코리아 관계자는 아마존이 알리익스프레스와 같은 페이지몰을 개설하고, 한국 고객 선호도가 높은 FBA 상품을 중심으로 노출시키고, 자체 국제물류를 강화하는 형태의 사업 계획은 없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내부 규칙상 미래 사업에 대한 자세한 언급은 드릴 수 없다”고 답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