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철의 입장] 늘어만 가는 아이스팩 스트레스

신선식품 대부분이 당일 배송을 시작하며 늘어가는 것이 있다. 아이스팩과 스트레스다. 기자는 최근 여러 개의 식품을 배달받았고 그만큼 보냉팩도 늘어난 상태다. 하루는 보냉팩이 뜯어진 상태로 왔는데, 안에서 젤이 흘러내리는 걸 발견했다. 젤 형태이므로 어떻게든 버릴 수 있고 식품도 밀봉돼 있으므로 문제는 없었다. 그런데 이 무겁고 존재감 넘치는 제품은 대체 어떻게 버려야 할까.

SAP, Super Absorbent Polymer

보냉팩 겉을 읽어보면 내용물에 ‘고흡수성 폴리머+물’이라는 표기가 공통적으로 들어있다. SAP가 어떤 물질인지는 LG화학 블로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고흡수성 폴리머는 흔히 기저귀나 생리대에 쓰이는 물질이다. 만들었을 때는 가루 형태이지만 그 가루의 500배~1000배의 물을 흡수할 수 있다. 흡수 후에는 부풀어 오르게 되는데 이걸 ‘팽윤’이라고 한다. 이 팽윤된 상태가 아이스팩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 물질은 부피 대비 물을 많이 품을 수 있고, 어는 점이 -10℃ 이하로 낮다. 따라서 얼음보다 더 차갑고 냉기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업체들이 보냉팩을 사용하는 이유, 수거하지 않는 이유

신선식품을 배송하기 위해서는 냉기로 음식물을 보존해야 하겠지만, SAP 보냉팩이 저렴해서이기도 하다. 주로 개당 100원~150원이며, 마켓컬리처럼 두꺼운 비닐을 사용하는 곳은 단가가 조금 더 높다.

환경에 민감한 소비자는 보냉팩을 업체에서 수거해가면 좋겠지만 업체 입장에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수십개를 모아야 택배비가 겨우 나오는 수준이기 때문. 현재 수거하는 이벤트를 한 곳은 H-Mall과 현대홈쇼핑이 유일하며, 헬로네이처가 아이스팩이 아닌 상품 상자(더그린박스)를 수거하는 이벤트를 한 적이 있다. 재주문을 할 때 보냉팩이나 박스 등을 수거해가는 마켓컬리 등의 업체가 있으나 이런 부분에 대해 고지가 잘 돼있는 것 같지는 않다.

버리는 표기가 적혀있지 않은 아이스팩, 뒤편에도 적혀있지 않다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흔히 SAP는 밀이나 옥수수 등의 전분으로 만든다. 재료가 곡식이라 무해한 물질로 소개하는 경우가 많으나 원재료와 결과물의 유해성에는 큰 관련이 없다. 예를 들어 인체에 치명적인 염소가스는 물과 소금만으로도 만들 수 있다.

SAP는 그 자체로는 현재 인체 유해성이 밝혀진 바가 없고 반대로 토양의 질을 올리는 데 쓰인다. 그러나 이를 하수도에 마구 버릴 경우 하수처리장에서 정화할 수 없고 물고기 등의 동물들이 섭취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구체적인 환경오염 실태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는 수준인 것이다.

흔히 이 아이스팩을 버릴 때는 비닐을 뜯어 소금을 뿌려 물처럼 만든 뒤 하수도에 버리면 된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앞서 말한 문제를 생각해 종량제 봉투에 그대로 버리는 게 좋다. 포장지인 비닐의 경우에도 재활용을 할 수 없는 상태이므로 그대로 버려야 한다.

스타트업으로 분류되는 신선식품 업체들 대부분은 “종량제 봉투에 버리라”는 주의사항을 잘 기록하고 있지만, 일부 업체의 경우 아무런 표기도 없는 경우도 있다. 환경보호를 위해 이 부분은 정부에서 권고하는 것이 좋겠다.

버리는 방법과 사용법이 정확하게 적혀있는 아이스팩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첫 댓글

  1. 기사 잘 봤습니다. 항상 바이라인네트워크의 뉴스레터를 통해 트렌드와 영감을 얻고 있습니다^^
    커머스에서 배달음식, 냉동신선식품을 사다보면 정말 크고 아름다운(!) 보냉팩들이 많이 오지요.
    상품의 신선도를 보존하기 위한 필수적이지만, 환경이나 자원재활용을 생각하면 참 아이러니한 녀석 같습니다^^;
    (그냥 땅에 묻어도 생분해되는 제품은 아직 없을지 궁금하네요)
    항상 기사 잘 보고 있습니다. 번창하세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