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 소속 대리점장(윤성구 대표)과 택배기사(한남기 대표)가 뭉쳐서 C2C 택배 플랫폼 ‘택배계약닷컴’을 지난 4월 말 시작했다. 개념은 간단하다. 산발적인 화물 발송 니즈가 있는 소형 화주사, 일반인 고객들이 전국에 있는 택배전문가(택배기사, 택배대리점장)와 직접 상담하고 택배방문 수거 및 배송을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온라인에 구축한 것이다.

물론 기존 고객 입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C2C 택배 접수창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CJ대한통운뿐만 아니라 한진, 롯데글로벌로지스 등 국내 대부분의 택배사들이 모바일 및 웹을 통한 택배방문 접수 서비스를 지원한다. B2C 택배에 비해 물량이 미미하긴 하지만, 이미 있긴 있다.

CJ대한통운 모바일앱에서도 C2C 택배(개인고객 방문예약 접수)를 신청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택배계약닷컴’이 굳이 만들어진 이유는 대형 택배사가 상대적으로 C2C 택배를 열심히 하려고 안했기 때문이다. 대형 택배사들에게 있어 소형(SOHO, Small Office Home Office) 화주와 일반고객이 몰려 있는 C2C 택배는 집중 관리해야 할 대상이 아니다. 같은 노력이라면 많은 고정 물량이 꾸준히 나오는 B2C 대형화주를 영업하는 게 ‘돈’이 된다.

그래서 C2C택배를 이용하는 고객 입장에서는 ‘서비스 품질 저하’가 다발했다. 택배 배송은 90%를 훌쩍 넘는 익일배송률을 자랑하는데 택배 수거, 그러니까 집하는 택배기사들이 방문하는 시간이 날뛰었다. 혹여 고객이 C2C택배 접수를 위해 고객센터에 전화를 하더라도 연결이 잘 되지 않는다는 택배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답답하다. 윤성구 택배계약닷컴 공동대표는 “소규모 화주들이 산발적인 택배 발송을 위해 택배사에 연락하고자 하면 거의 전화 연결이 되지 않는다”며 “문의글을 남기고 답변을 받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통상 3~5일이다. 소형화주 입장에서 가장 큰 불만이 생기는 요소가 여기 있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은 고객이 요청할 수 있는 방문집하일을 축소, 운영하는 방식으로, C2C 택배를 집하하는 기사들의 업무 효율을 높이려고 한다. 택배 방문수거가 늦을 수도 있다는 내용을 고객에게 사전 고지하기도 한다.

택배계약닷컴은 C2C택배에서 다발하는 고객의 불만을 플랫폼을 통해 해결하고자 한다. 전국 시군구를 251개의 채널로 나눠서 각 채널전담 택배전문가(1년 이상 경력을 가진 CJ대한통운 대리점장, 택배기사 중 희망하는 사람)를 한 명씩 배정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고객에게는 택배전문가와 바로 연결할 수 있는 연락처가 제공된다. 고객의 택배 요청 CS와 물류 처리(집하)는 각 지역 택배전문가들이 맡는다.

택배계약닷컴에서 열람할 수 있는 지역별 택배전문가 네트워크. 택배전문가로 택배계약닷컴에 참가하기 위해선 우선 택배업 종사자여야 하며, 1년 이상 택배경력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 노하우가 쌓인 택배기사만이 플랫폼 공급자로 참여할 수 있다. 택배계약닷컴은 다음주까지 251개 채널의 담당 택배전문가 모집을 마무리 한다는 계획이다.

그렇게 방문 수거된 택배는 CJ대한통운 택배 인프라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지역까지 배송된다. 화주사 방문 및 서브터미널 집하, 서브터미널에서 허브터미널까지 간선상차, 지역별로 분류한 택배화물을 허브터미널에서 서브터미널까지 간선하차, 서브터미널에서 최종 목적지까지 라스트마일 배송 순이다. 택배계약닷컴이 CJ대한통운 택배 인프라를 쓰기 때문에 단가 체계도 CJ대한통운을 따른다. 가장 작은 화물(가로세로높이 세 변의 합이 80cm 이하)이 5000원부터 시작한다.

CJ대한통운의 C2C택배 요율. 택배기사들이 택배계약닷컴을 통해 더 많은 물량을 집하, 배송하면 할수록, CJ대한통운도 돈을 번다. 택배계약닷컴이 CJ대한통운의 인프라를 사용하고, 단가 체계 또한 CJ대한통운의 것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통상 집하요금의 36%를 CJ대한통운과 간선차량, 터미널조업사 등 관계사들이 수익을 분배하여 가져간다는 택배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택배기사들이 얻는 것

택배기사들이 택배계약닷컴을 통해 얻는 것은 비교적 명확하다. ‘온라인’이라는 추가 C2C택배 영업 채널을 확보하여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기존 택배기사들은 배송(건당 800~1000원) 이외에 부가적인 수익을 얻기 위해서 집하 영업을 했었다. 영업은 대부분 ‘오프라인’에서 이뤄졌다. 예컨대 지역에서 온라인으로 물건을 배송할 것 같이 생긴 업체 사무실을 무작정 찾아가서 영업하기도 하고, 택배 배송지가 기업이라면 배송과 함께 집하 영업을 동시에 하기도 한다. 이렇게 오프라인에서 택배기사들의 시간을 투자하며 하던 영업을 ‘택배계약닷컴’을 통해서 가만히 앉아서 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물론 택배기사들에게 있어서도 한 명의 고객에게 방문, 집하하는 C2C택배는 여전히 번거롭고 돈도 안 된다. 그래서 택배계약닷컴이 보는 큰 그림도 C2C 중에서도 일반고객이 아닌 소량이더라도 정기적으로 택배배송 니즈가 있는 ‘기업화주’ 유치에 있다. 윤 대표는 “서비스 론칭 이후 택배계약닷컴에 문의 들어오는 건들도 C2C보다는 B2C가 더 많았다. 앞으로도 B2C 문의가 더 많이 들어올 것이라 생각한다”며 “향후에는 물량이 많은 화주사를 대상으로 단가 할인을 제공하는 사례도 당연히 나오게 될 것”이라 말했다.

택배계약닷컴은 플랫폼을 통해 소형 화주를 연결해주고, 서비스 공급자인 택배기사와 택배대리점장에게 월 시스템 사용료 5만원(인구밀도가 낮은 지방권역은 2만원)을 받는다. 윤 대표는 “향후 물량이 많아지면 채널당 배정하는 택배전문가의 숫자도 많아질 것이고, 채널의 숫자도 최대 1300개까지 늘어나게 될 것”이라며 “현재는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와 대리점장만 채널 담당 전문가로 모집하고 있지만, 추후에는 한진, 롯데택배 등 CJ대한통운이 아닌 택배업체의 택배기사들도 참여하도록 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이미 롯데, 한진 택배기사로부터 채널 담당 택배전문가로 참석하고 싶다는 연락이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택배계약닷컴은 C2C 택배에 초점을 맞춘 방문택배 업체들과 정면으로 부딪치며 경쟁하게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차이점이 있다면, 택배계약닷컴은 택배기사와 택배업체 및 택배대리점 인프라를 이용하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방문택배 업체들이 대부분 어떤 방식으로든 확보한 집하기사, 외부 택배업체, 물류센터 및 공간 사업자와 제휴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과는 다르다.

아울러 택배계약닷컴 론칭 및 운영에 CJ대한통운 본사는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