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카 셰어링과 쏘카 페어링, 달라진 것과 아닌 것

제로카 셰어링이 ‘쏘카 페어링(SOCAR PAIRING)’으로 이름을 바꿔 돌아왔다. 쏘카 페어링은 이용을 원하는 사람(‘오너’라 부른다.)이 쏘카 차량을 장기 대여하여 평소에는 자유롭게 이용하고, 사용하지 않을 때는 다른 사람(‘게스트’라 부른다.)에게 공유하여 대여료를 할인 받는 방식이다. 쏘카는 오너에게 차량을 임대함으로 부족한 주차공간을 확보할 수 있고, 게스트가 오너의 차량 이용에 따라 지불한 금액의 50%를 추가 수익으로 확보할 수 있다.

제로카 셰어링 서비스는 종료됐지만, 아직 홈페이지는 남아있다. 제로카 셰어링과 쏘카 페어링은 모델 자체만 보면 유사한 게 맞다는 게 쏘카 관계자의 설명이다.

쏘카 페어링은 쏘카가 2016년 시작하여 5기까지 운영을 하다가 서비스를 종료한 ‘제로카 셰어링’과 사실상 같은 비즈니스 모델이다. ‘제로카 셰어링’이라는 이름은 월 사용료를 내고 자차처럼 차량을 이용하면서 차량을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 남에게 차량을 공유하여 ‘최대 0원(0원 초과 할인 발생시 다음달 쏘카 크레딧으로 이월)’까지 이용료를 할인 받을 수 있기에 붙었는데, 이 개념은 ‘쏘카 페어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어찌됐든 쏘카가 굳이 지금 와서 이름만 바꿔서 유사한 서비스를 출시한 이유는 있을 것이다.

쏘카 페어링의 요율표. 요율은 첫 3개월 50% 할인 적용 시 차종에 따라 약 24만원~60만원 선이다. 40~50만원(할인 미적용시)의 요율이었던 제로카 페어링 요율과 큰 차이는 없는데, 차이가 있다면 빌릴 수 있는 차종의 숫자가 벤츠 GLA, BMW 3, 지프 레니게이드, MINI 5도어 등 고급 수입차량을 포함한 14종으로 확대된 것이다.

무엇이 문제였나

쏘카 관계자에 따르면 과거 제로카 셰어링의 문제점 중 하나는 사용자들이 ‘제로카 셰어링’으로 빌린 차량을 ‘자신의 차’라고 생각하지 않는데서 나왔다. 대표적인 예로 공유차 안에서 흡연을 하고 바닥에 꽁초와 쓰레기를 버리는 등 ‘함부로’, ‘더럽게’ 이용했다는 거다. 기존 쏘카에서도 이런 사용자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정비와 청소 등 ‘차량 관리’를 쏘카가 맡아서 하면서 차량 상태를 유지했다.

하지만, 제로카 셰어링의 경우 오너가 쏘카로부터 ‘차량 관리’ 업무를 일부 분담 받는다. 그래서인지 일부 이용자로부터는 차량 관리의 주체를 쏘카에서 오너로 이동시킨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자기차처럼 이용하는 차량에서 누군가 쓰고 남은 콘돔이 나왔다고 하면, 얼마나 화날지 생각해보자. 22일 제로카 셰어링을 이용했다고 밝힌 한 사람이 쏘카 페어링 소식을 전한 본지 페이스북 페이지에 “제로카를 1년간 사용하고 관리한 사람 입장에서 (쏘카 페어링을) 하지 말 것을 당부한다”며 “하는 순간 모텔 청소부이자, 카센터 직원이자, 주차장 발렛 직원이 될 것이다. 궁금하면 해보자”라고 댓글을 남긴 이유가 있다.

제로카 셰어링은 홈페이지를 통해 ‘책임 있는 파트너 되기’를 강조했지만, 차량을 공유하여 이용하는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통제하는 것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문제는 정작 제로카 셰어링 오너가 이용하고 싶은 시간에 ‘차량’을 이용할 수 없는데서 나왔다고 한다. 쏘카 관계자는 “쏘카 이용자는 쏘카앱에서 쏘카 차량을 이용하듯 제로카 셰어링 차량을 이옹할 수 있었는데, 30분 단위, 10분 단위의 단기대여가 일어나서 오너가 정작 자기차처럼 차량을 쓸 수 없어서 불만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무엇이 바뀌었나

쏘카 페어링은 제로카 셰어링과 비교하여 크게 세 가지가 바뀌었다. 제로카 셰어링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된 부분을 일부 개선했다. 첫 번째는 오너에게 ‘차량공유의 재량권’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우선 차량공유 시간을 정하는 캘린더를 오너가 관리한다. 오너가 정작 이용하고 싶을 때 차량을 이용하지 못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 최소 대여시간 단위도 24시간 이상으로 제한했다는 쏘카측 설명이다.

쏘카 페어링의 이용정책. 1일(24시간) 단위 공유가 명기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게스트와 오너가 상호간의 ‘품질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한 점도 차별점이다. 먼저 오너는 차량을 훼손시키거나 함부로 이용한 게스트를 쏘카에 신고할 수 있다. 쏘카는 관련 클레임이 누적된 게스트를 필터링에 반영하여, 심한 경우 쏘카 페어링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제재한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게스트 역시 이용하길 원하는 공유차 ‘오너’의 평판을 플랫폼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쏘카 관계자는 “형식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게스트가 평점이나 후기 등으로 오너 정보를 보고 차량 선택에 참고할 수 있도록 관리할 것”이라 말했다.

마지막 세 번째 차이점은 오너가 개인의 라이프스타일 및 취향을 차량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물론 취향을 반영한다고 해서 오너가 공유차량을 튜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차량 내부에 오너의 취향을 반영하는 캠핑, 반려견 용품 등을 비치할 수 있는 정도라는 게 쏘카측 설명이다. 쏘카 관계자에 따르면 추후 쏘카 페어링 차량의 개인 물품 옵션에 따라서 취향 기반의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한다.

바뀌지 않은 것과 변해야 하는 것

제로카 셰어링과 비교하여 쏘카 페어링이 바뀌지 않은 부분도 있다. 먼저, 쏘카 페어링 차량 관리의 주체는 여전히 쏘카가 아닌 오너처럼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물론 심각한 파손이나 오염이 일어나면, 쏘카가 보험처리 후 공업사에 입고시키는 것 정도는 도와주거나 세차 쿠폰을 지급하기도 하지만 그 정도 까지다. 쏘카가 차량의 기본적인 청결 상태 유지 관리까지 도와주지는 않는다. 쏘카 관계자는 “쏘카도 마찬가지지만 쏘카 페어링도 차량 관리 주체는 정책상 쏘카”라며 “쏘카의 차량을 두 종류의 고객인 오너와 게스트가 공유를 하기 위해 서로가 지켜야 할 매너와 규칙이 존재하며, 서로 지키지 않았을 때 쏘카가 개입하여 중재한다. 만약 차량에 심한 오염이 발생할 경우 관리 주체인 쏘카가 중재 및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게스트의 차량 이용 후 ‘탁송’도 오너가 해결해야 될 이슈다. 예컨대 만약 게스트가 차량을 사용하고 오너의 주차장과 먼 곳에 차량을 주차해뒀다면, 이 차량을 재배치하는 주체는 오너가 된다. 쏘카 관계자는 “차량 반납 위치는 대여시 오너와 게스트의 합의를 통해 결정된다. 때문에 탁송은 언제나 오너의 의지에 따른 부분”이라며 “(오너의 사용편의를 위한) 차량 이동을 쏘카가 따로 해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혹여 오너가 차량 안에 비치한 개인물품이 파손되거나 분실됐을 경우 문제 해결의 주체 역시 오너가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현 단계에서는 공식적으로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개인물품 분실 및 파손에 대한 처리 주체가 ‘오너’가 될 수도, ‘쏘카’가 될 수도 있다. 쏘카 관계자는 “오너가 차량에 비치한 물품이 파손될 경우의 정책은 아직 명확하게 설정되지 않았다”며 “오너와 게스트간 합의를 통해 처리하게 할지, 쏘카가 시스템을 통해 분실파손 금액을 보상할지 결정되지 않은 문제”라 했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문화’다. 쏘카 페어링을 포함한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가 성장하면서, 잘 보이지 않는 한 편에서는 성숙한 공유 모빌리티 이용 문화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니까 공유차량의 위생과 분실 및 파손 문제를 걱정하지 않을 만큼의 공유 모빌리티 이용 문화가 확산된다면, 위와 같은 걱정들은 모두 기우에 그칠 수 있다.

한 공유 모빌리티 업체 관계자는 “일부 소수의 이기적인 사용자로 인해 다수의 건강한 사용자의 불편함을 만들 수 있다 ”며 “빠르게 성장하는 공유 모빌리티 업계에서 공유지의 비극이 펼쳐지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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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댓글

  1. 관심이 있어서 알아봤는데, 쏘카 페어링은 너무 쏘카에만 유리한 프로그램인듯… 고객 분쟁이 생기거나 문제가 생기면 오너탓.. 가격도 비싸고.. 쏘카에게는 손해볼게 없는 장사.. 조금 조사해보시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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