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가 특기인 레노버는 폴더블 폰 전쟁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심한 모양이다. 폴더블 폰이 아닌 랩톱을 만들었기 때문. 레노버 액셀레이트(Lenovo Accelerate) 컨퍼런스에서 외형을 공개했고, 공식 유튜브에 영상도 업로드했다. 씽크패드 X1의 이름을 달고 출시된다.

크기는 접었을 때 9.6인치, 폈을 때 13.3인치다. 즉 폈을 때의 크기가 일반 노트북 화면부(상단) 정도 되는 셈이다. 접었을 때는 일반적인 아이패드 정도 크기. 아이패드를 업무용으로 사용해봤다면 알겠지만 아이패드는 백팩에 넣으면 공간이 남아돈다. 백팩이 아닌 다른 가방에 넣고도 사용할 수 있다.

접었을 때 완전히 접혀 보이지만 유격이 약간 있는 것으로 봐서 폴더블이 아닌 벤더블(Bendable) 제품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힌지의 경우 토크 힌지(torque hinge)를 사용한다.

토크 힌지의 일종

디스플레이는 갤럭시 폴드와 유사한 폴리머 외벽을 갖춘 OLED로 LG가 만든다.

디스플레이는 2K 수준이라고 한다. 욕심내지 않고 적당하게 해상도를 넣었다. 욕심낸다고 4K를 넣었다간 배터리가 버텨낼 수 없었을 것이다. 화면비는 폈을 때 4:3이다. OS는 윈도우를 사용한다. 배터리 소모가 제조사가 밝힌 것보다 심할 것이라는 의미다.

배터리 부품은 폈을 때 오른쪽에 탑재됐으며, 나머지 부품을 왼쪽에 붙여 밸런스를 잘 잡았다고 한다. 특히 오른쪽(세로로 폈을 때 하단)의 안정감이 랩톱처럼 지지하기 좋은 편이라고.

아쉬운 점은 무게다. 2파운드로 900g이 넘는다. 비슷한 크기의 아이패드 프로가 700g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아쉽다. 경험상 800g이 넘어가면 어깨에 매는 가방으로 사용하기 어렵다. 즉, 백팩에 공간이 남아돌지만 백팩에 넣어야 하는 이상한 상황이 발생한다. 그래도 백팩이 덜 무거울 것이라는 정도로 생각하자.

 

이 제품은 꼭 필요할까

외관에서 굉장한 매력이 있다. 책을 들고 다니는 느낌이다. 거기에 키보드도 붙어있다니 더없이 매력적이다. 그러나 사용성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질만하다.

레노버도 사용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세로로 펴서 무릎에 얹으면 디지털 키보드를 써야 한다. 화면에 뜨는 디지털 키보드로는 간단한 입력은 할 수 있지만 문서작업 등의 긴 작업을 하기는 어렵다.

폈을 때를 생각해보면 더 많은 장점이 있다. 큰 화면으로 본체 없는 노트북처럼 사용할 수 있다. 아이패드 프로 12.9형을 사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말이다. 사실 아이패드 프로 12.9형의 유일한 단점이 갖고 다닐 때의 불안함(정말 잘 부서지게 생겼다)인 것을 생각하면 단점이 상당히 줄어든다. 그렇다고 가격이 높아지면 소비자는 과연 받아들일 것인가.

책을 볼 때의 장점도 크지 않을 것이다. 외모가 책 같이 생겼다고 해서 종이책의 장점(눈의 편안함, 질감)이 생기는 것이 아닌다. 어쨌든 저 안에서 읽는 것은 전자책이니까.

단단해보이는 것이 과거의 씽크패드와 닮았다. 최근의 씽크패드는 이것보다 많이 얇아졌다

키보드 입력을 위해서는 블루투스 키보드를 제공한다고 한다. 화면을 펴놓고 블루투스로 입력하는 모습이 근미래에 온 느낌이다.

랩톱을 사용하는 이유를 생각해보자. 랩톱을 사용하면 작은 폼팩터로 PC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수 있다. 키보드도 안정적이고 마우스가 있으면 더 좋지만 터치패드로도 대부분의 일을 처리할 수 있다. 폈을 때 무릎에 놓을 수 있으므로 안정적이다(그래서 랩톱으로 부르는 것이다).

이 제품도 무릎에 놓았을 때 안정적일 것이다. 레노버는 힌지를 잘 만든다. 그러나 세로 모드로 무릎에 안정적으로 놓았을 때 물리 키보드를 사용할 수 없다. 일단 무릎에 놓는 컴퓨터로서의 장점은 상실한 것이다. 만약 테이블이 있다고 치자. 훌륭하다. 큰 화면으로 키보드까지 사용할 수 있으며 레노버는 밝히지 않았지만 당연히 마우스 지원도 될 것이다. 화면 크기도 적당하니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언제 무릎에 놓아야 할지 모르므로 항상 키보드를 함께 들고 다녀야 할 것이다. 그럼 1kg이 넘을 것이다. 물론 무겁지 않다. 그러나 한국에는 그램이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와콤 기반의 스타일러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상 작업자, 그래픽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에게 큰 매력이 있을 것이다. 카페에서 큰 화면으로 작업하다 접어서 들고 가는 모습을 상상해보면 꽤 멋이 난다. 문제는 이들 멀티미디어 작업자들은 문서 작업자만큼 키보드를 많이 사용한다는 것. 그러니까 역시 카페에서 작업하는 용도로는 좋겠지만 무릎에 놓고 급한 작업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요가북 C930처럼.

그러니까 큰 태블릿과 비견되는 가장 큰 장점은 접었을 때 오는 셈인데, 무게는 별로 가볍지 않으니 작은 가방에 들어간다 정도만 장점이다. 접었을 때 갤럭시 폴드와 마찬가지로 유격이 약간 있어 그 사이로 가방에 함께 넣은 먼지나 물건이 “여기 무슨 터널인가”라며 지나다닐 것이다. 남산터널을 가방에 만들어준 셈인데, 그러니까 통행료를 내야 한다. 비싸진 가격은 통행료라고 생각하자.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저렴할리가 없다.

 

폭주 기관차 레노버

레노버만큼 새로운 폼팩터개발에 열정적인 기업은 사실 드물다. 말도 안 되는 힌지를 만들더니 요가북을 만들어냈고, 그걸 주류에 포함시켰다. 요가북은 원룸 최적화 제품이다(원룸 침대에서 사용해보면 안다).

해외에서 레노버는 스마트폰 제조사로도 알려져있다. 여러분이 그걸 모르는 이유는 여러분이 한국에 살기 때문이다. 그 집착이 이어져 요가북 C930같은 물리 키보드가 없는 제품을 만들어 열정적으로 차가운 관심을 받기도 했다. 폴더블 폰(멀티밴드) 시제품을 초창기에 선보인 것도 레노버다.

이 제품이 시장에서 얼마나 필요를 이끌어낼지는 모르겠다. 레노버는 이 제품을 위해 유즈 케이스를 꾸준히 발굴한다고 했지만 레노버가 직접 설계한 사용 경험은 항상 훌륭하지 못했고, 팬과 매니아들이 훌륭한 더 좋은 경험을 만들어냈다. 남산 터널은 2020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