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TMI] WHO가 게임장애를 질병코드로 등재한다고?

 

이 기사는 바이라인네트워크가 운영하는 오디오클립   IT TMI의 4월 15일 방송 내용입니다.

 

남혜현: 안녕하세요, IT TMI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입니다. 옆에는 공동진행을 맡고 있죠, 심스키 님 나와 계시는데요, 인사해주세요!

심스키: 네 여러분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심스키입니다.

남혜현: 네, 안녕하세요. 오늘은 게임 관련된 얘기를 또 한 번 해 볼 건데요. 게임 장애, 게임 질병, 게임 중독과 관련된 내용인데요. 세계보건기구 WHO가 오는 5월에 게임 장애를 국제질병분류에 포함하겠다고 해서 논란이 일고 있는데요, 과연 게임을 오래 하는 게 많이 하는 게 질병이라고 볼 수 있는지, 이 주장은 어떤 근거가 있고, 또 반대 입장엔 무엇이 있는지, 누가 이런 얘기들을 하고 있는 건지, 그리고 게임 장애가 질병코드로 등록이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서 이장주 이락 디지털문화 연구소장님을 모시고 이야기 나눠 보도록 하겠습니다. 소장님, 인사 좀 부탁드려요.

이장주: 네 안녕하세요, 방금 소개받은 이장주라고 합니다.

남혜현: 안녕하세요, 와주셔서 너무 반갑습니다. 제가 업계에서 듣기로는 게임 질병 관련한 문제로 가장 정통한 분이시라고 얘길 들었어요.

이장주: 어떤 분이 해주셨는지는 모르겠는데, 감사한 이야기인데, 일부에서는 너무 나댄다고(웃음).

남혜현: 아닙니다, 많이 얘기해주셔야 해요. 5월이면 정말 코앞에 있는 이야긴데, 많이 알려지지도 않았고, 보도를 보면 거의 질병이 됐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서…

심스키: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기 전에, 소장님 소개부터해주세요,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가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

이장주: 개인적인 소개를 하면 저는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고요, 심리학과 관련해서 노는 심리학, 여가 심리학을 주로 활동영역으로 삼고 활동하고 있었는데 2000년대 중반에 게임이 뜨고 e스포츠가 뜨고 그러면서 그게 여가 산업으로 편입되고, 그러면서 게임과 관련해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하면서 10여 년 가까이 됐습니다.

심스키: 주로 게임에 대한 연구를 하시는 건가요?

이장주: 게임이나 스마트폰이나 디지털디바이스나 이런 것들이 청년문화에 어떤 영향을 주고, 그런 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어떻게 달라지는지, 또 어떻게 하면 좀 즐겁고 재밌게 살 수 있을지, 중점을 두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남혜현: 오늘 주제에 딱인 분이시네요

심스키: WHO가 게임을 중독물질로 등록한다, 이런 얘기가 있는데 그 현황에 대해서 잠깐 소개를 좀 부탁드릴게요.

이장주: WHO가 게임과 관련한 공식 질병코드를 부여하겠다는 게 이제 핵심이죠.

심스키: 게임이 질병이라는 걸 인정한다는 건가요?

이장주: 아니죠, 여기서 오해를 하면 안 되는 게, 게임과 관련된 문제가 있다. 문제가 있으니 이걸 가지고 뭔가 좀 연구를 하고 논의가 필요하다고 하는 게 지금 현재 WHO의 공식적인 입장입니다. 그러니까 여기에서는 게임이 중독물질이라든가 게임이 문제를 일으킨다는 얘기는 하나도 없어요. 이제 문제는, 이렇게 뭔가 게임 관련된 문제가 있다, 뭐 누구도 부정하지 않죠. 이게 어느 순간 오면서 게임이 문제의 원인이다, 그러니까 게임과 관련된 규제를 만들고, 심지어 게임과 관련해서 기금을 징수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바로 나오죠. 여기서 실제로 WHO가 하는 이야기하고 이것이 실제로 사회에서 어떻게 파급력을 미치고 무슨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아주 큰 간극이 있고요. 이런 것들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상황에서, WHO가 게임이 얼마나 위험하면 장애로 만들었겠느냐, 이렇게 후딱 넘어가버린다는 거죠.

심스키: 그럼 일단 WHO에서 게임이 질병코드로 등록될 가능성이 높은 건가요?

이장주: 세상일이라는 게 정해진 게 어딨겠습니까? 5월 달에 총회에 등재되기로 예정은 되어있는데 실제로 이게 되려면 누구나 합의할 수 있는 증상 있어야 되고 거기에 관련된 진단기준 있어야 되는데 지금 문제는 그게 되게 모호하다는 거죠

남혜현: 근거가요?

이장주: 진단 기준이요. 그냥 WHO의 편을 들어서 오케이 다 인정하겠다 그러면은 이거를 객관적으로 진단을 할 수 있는 기준이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요? 근데 그 진단기준 자체가 되게 모호하다는 거예요. 일상 생활 보다 게임을 우선시한다?

남혜현: 이건 좀 애매하네요. 어떤 날은 그럴 수도 있고, 어떤 날은 아닐 수도 있고…

이장주: 아니, 그렇지 않은 게 아니라 게임이 일상생활인 사람도 있다는 거예요. 아니 게이머가 되려고 하거나 아니면 게임 관련된 팟캐스트를 하건, 아니면 개발자가 되려고 하건, 아니면 자기 최애 취미가 게임이예요. 게임을 자기는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이걸 우선시한다고 해서 질병으로 놓는다는 것은 이거는 병의 문제가 아니라 헌법적 권리, 인권 관련된 것이죠. 거기에다가 12개월 이상 뭔가를 해야 된다, 계속 진행한다 그러는데 아니 그 참 웃기죠. 12개월동안 일상생활을 벗어나서 게임을 한다? 오케이. 그럼 12개월을 어떻게 정의할거냐는 거예요. 요즘 방치형 게임도 많잖아요? 그냥 켜 놓으면 알아서 하는 건데 문제가 있어, 저사람 12개월 간 켜놨어, 이렇게 볼 것이냐, 얘가 도대체 얼마만큼 뭘 어떻게 했길래 병이라고 할 것이냐에 대한 기준이 명확치 않아요.

심스키: WHO가 제시한 기준이 몇 개 있나요?

이장주: 네 개가 있죠.

남혜현: 그 네 개에 대해서 이야기를 좀 부탁드려요.

이장주: 뭐냐면, 게임에 대한 통제력 약화. 안 하고 싶은데 계속 한다. 이거는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죠. 애인이 보고 싶은데, 연애를 하는데 똑같아요. 연애장애 만들거냐는 거예요. 오케이, 다 좋아요. 인정해. 그럼 다른 관심사 및 일상 활동보다 게임을 우선시한다, 이거 방금 얘기 했었죠. 그리고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계속한다, 이거 가지고 엄마한테 혼나거나 내일 시험인데 시험 공부를 못하거나 혹은 학교를 빠지는 일이 있음에도 게임을 한다.

심스키: 그럴 때 하는 게임이 더 재미있는데(웃음).

이장주: 그렇죠. 그런 재미로 하지. 이런 일이 1년 12개월 이상 반복되어야 한다. 보면은, 그럴듯한데 누가 이거를 누구나 합의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될 수 있냐는 거죠. 만약에 근거가 되지 못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명확하지 않아요?

심스키: 아무렇게나 진단할 수 있겠죠.

이장주: 어떤 선생님을 찾아가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거예요. 이건 완전히 운 아니에요?

심스키: 게임 뿐 아니고 정신 쪽 질환은 조금 모호하지 않습니까?

이장주: 실제로 모호한 측면이 있어요. 그래서 선생님마다 다르게 진단되는 확률들이 되게 높습니다. 근데 그런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건 너무 심하다는 거죠. 게임을 아는 선생님한테 간 경우와, 게임을 모르는 선생님한테 갔을 경우, (결과가) 어떨까요?

남혜현: 다르겠네요.

이장주: 그렇죠. 게임을 해본 사람이 있고, 게임을 해본 경험이 있는 선생님과, 게임의 ‘게’자도 모르고 게임이라면 학을 떠는, 우리 애들이 제발 게임을 안 했으면 좋겠는 선생님한테 걸리면, 얄짤 없는 거죠. 그런데 이런 중차대한 결정을 하는데 이렇게 주관적인 영역을 많이 들여다 놓고 결정을 한다는 게 이게 과연 책임 있는 자세냐는 얘기를 하고 싶은 거죠. WHO가 일단 다 옳다, 이런 전제하에서 그런 거죠. 그런데 이게 옳지도 않다는 거죠.

심스키: WHO는 왜 이런 일을 하고 있는거죠?

이장주: 많은 데에서 이거에 대한 문제가 보고되고 있다고 얘기를 해요, 대변인에 의하면은.

남혜현: 대표적인 사례가 있나요? WHO가 이야기하는?

이장주: 대표적인 사례가 동아시아 국가들이죠.

심스키: 우리나라군요.

남혜현: 게임 종주국들의 이야기네요.

이장주: 그렇죠. 영미권에서는 이 문제와 관련된 문제는 의식을 별로 하고 있지 못해요. 게임 자체가 오래되기도 했지만, 이 문제는 개인의 문제나 선택의 문제나 가정의 문제지 질병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심스키: 우리나라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났는데 보면, 게임이 원인이다, 아이를 방치한 엄마가 있었는데 게임 때문이라는 보도같은 것이 많잖아요? 이런 것들이 WHO까지 넘어간 걸까요?

이장주: 그렇죠. 그런 측면들이 강하죠. 그런 거를 모럴 패닉이라고 하거든요, 도덕적 공황. 세상이 막 어지러워져요. 경제가 어려워지면 경제 공황 일어나지 않습니까? 젊은 애들이 듣도 보도 못한 이상한 짓을 해요, 쟤네들은 왜 이상한 짓을 할까라고 했을 때 딱 찍히는 게 이전 사람들하고 지금 젊은 애들하고 차이점이 있다는 거죠. 안하던 걸 하면, 저게 문제일 것이다. 옛날에는 그게, 20세기 초반에는 라디오를 듣더라.

심스키: 저희 어렸을 때는 만화책이 그랬죠.

이장주: 그전에는 락큰롤이었어요. 그리고 혹시 그거 보셨는지 모르겠네요. 호환마마보다 무섭다는 비디오.

*예전에는 비디오 테이프 앞 부분에 ‘옛날에는 호환마마가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으나 현대 어린이들은 무분별한 불량 불법 비디오를 시청함으로써 비행청소년이 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는 안내문구가 들어 있었음.

이장주: 그러다가 인터넷, 휴대폰 계속 넘어온다는 거죠.

심스키: 어른들이 젊은이들을 항상 이해하지 못해서, 그 원인을 계속해 찾고 있다고…

이장주: 그렇죠. 거꾸로 따지면 게임이 없었을 때는 이 문제가 안 일어났냐는 거예요. 게임 없었을 때는 부모가 애들 다 잘 돌볼고, 애들이 아무 문제 없이 학교 다니고 그랬냐는 거예요. 아니라는 거죠. 근본적인 원인은 사회에서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을 제공하는데, 그 사회적 책임을 지자니 돈도 너무 많이 들고 뭘 어떻게 고쳐야 될지 몰라요. (그러니까) 가장 간편하게, 쉽게 말하면 (게임이) 만만한 놈이죠. 그런 점에서 만만하니까 잡히는 거고요, 요즘 아이들은 게임도 안 합니다. 유튜브 하잖아요? 옛날에나 초등학생들이 장래 희망이 프로게이머라고 했는데, 요즘은 다 유튜버예요.

남혜현: 게임도 이제는 보는 방송으로 많이 하잖아요.

이장주: 이미 턴이 지나갔다는 거예요. 도대체 어떤 현상을 가지고 지금 뭘 얘기하는 건지 실체가 좀 불분명하다는 얘기…

심스키: 조금 있으면 이제 유튜브도 (질병으로) 올리자고 하겠네요?

남혜현: 그런데 (유튜브는) 돈을 징수할 곳이 모호하잖아요?

이장주: 또 하나는, 명확하게 하려면 게임이 문제가 아니라, 디바이스거든요. 스마트 디바이스를 통제하면 돼요. 셧다운을 하거나. 삼성이나 애플을 잡으면 돼요.

남혜현: 거기는 잡기가 좀 어렵죠.

이장주: 그러니까 정치적이라고 하는 거예요. 진짜 이게 문제여서 이걸 진짜 건강을 위해 잡아야 한다면, 근원을 잡으면 되는 건데, 만만한 것을 잡으려니 잡히지도 않을뿐더러 왜 나를 잡냐? 이런 말이 당연히 나오죠.

남혜현: 아까 동아시아 국가들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WHO 내에서도 이거를 질병으로 가자고 주도하는 국가들이 있을건데, 그것도 그러면…

이장주: 맞습니다. 중국 우리나라 홍콩 대만 그리고 호주 일본 태평양 가까운 지역들이 열성적으로 하시고요 그리고 일부 도박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여기에 이제 숟가락을 올려놓으려고 하시는 분들이 계시죠.

심스키: 그러면 주도하는 나라들의 대표들이 WHO에 와서 결정하는 거잖아요?

이장주: 그걸 제안하는 거죠. 이런 문제들이 있다, 그러니까 이런 것은 질병코드를 해야된다고 하는 거고. 그럴 법 하네, 그런 것 같네 해서 협의를 해 가지고 통과가 되는 거죠.

심스키: 우리나라에서 대표로 누군가 갈텐데 그분이 우리나라 전체의 의견, 한국의 합의된 의견을 들고 가야 될 거 아닙니까? 그런 얘기가 논의 된다는 얘기는 못 들어봐서, 어떻게 되는 건가요?

이장주: 그렇죠. 저도 궁금해요. 어떤 분이 어떤 정보를 가지고 이렇게 하는 지에 대해서 아무도 알려지지 않았다는 거죠. 거의 뭐 신탁회의 같거든요?

심스키: 누군지도 모르나요?

이장주: 대략 그 대사가 누군지는 알려지긴 했는데, 그분이 어떤 의사결정과정을 거쳐가지고 우리나라를 대리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남혜현: 그분은 WHO에 늘 우리나라를 대표해서 가시는 분일테고, 그렇기 때문에 게임에 대해서 잘 아시는 분은 아닐 확률이 크죠?

이장주: 제가 만나서 물어 본 적은 없어서 확답은 못 하겠지만 아마도 그럴 확률이 상당히 높다고 보죠.

심스키: 보건 전문가겠죠, 보통은.

이장주: 아마도 그렇겠죠.

남혜현: 그렇다면 게임업계의 이야기를 수렴해서 가기에는 어려울 확률이 좀 있겠네요.

이장주: 게임 관련돼서 문제가 있긴 하지만 게임 관련된 문제가 이렇게 생긴다면 벌써 온라인 게임이 생긴지 20년이 넘지 않았습니까? 게임이 세상을 황폐하시킨다면, 벌써 세상은 무법천지가 되어야죠, 그런데 안 그렇다는 거에요. 지금 계속 청소년 통계들 나오는 거 보면, 자료조사한 것에 있는데, 아주 신기한 게 가면 갈수록 음주율과 흡연율, 청소년 우울감도 떨어지고요. 애들은 더 건강하고 잘 산다는 거예요. 세상이 그렇게 반듯하게 가는데, 역설적인 게 있어요. 세상이 그렇게 건강해지면 누가 가장 취약해질까요?

남혜현: 병원이요?

이장주: 비슷해요. 세상에 도둑이 없으면 누가 제일 위기감을 느낄까? 소송이 없으면? 이런 거는 추정일 뿐이고요.

남혜현: 그런데 이제, 질병 코드로 등록이 된다는 거는 병원에서 처방을 내릴 수 있는 코드를 발급할 수 있다는 건가요?

이장주: 어떻게 되야될건가에 관련해서는 아직까지 불확실한 측면이 있는데, 일단 코드가 등재된다는 이야기는, 이것과 관련해서 통계가 잡힌다는 이야기입니다. 대략 한국에서 (게임으로 인한 상담이) 몇 케이스가 되는가 등의 통계가 잡힌다는 것이 정확한 팩트죠.

남혜현: 그럼 이 데이터가 쌓이면 이게 조금 더 질병으로 논의될 확률이 커지는…

이장주: 조금 다른 이야기인데요, 일단 쌓이게 되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겠죠. 당연히 병으로 진단되면, 두 번째 이슈가 나옵니다. 치료를 해야죠. 그럼 치료를 어떻게 할 거예요?

심스키: 약물 치료를 하겠죠.

이장주: 바로 그겁니다. 사실 제가 가장 우려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논의는 1막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예요. 훨씬 더 치열하고 조금 도 중요한 문제가 있는데 아직 이게 노출되지 않았다는 거죠. 치료와 관련한 이슈라는 거죠.

심스키: 약간 음모론적인 이야기이긴 한데, 의료업계에서 산업의 부흥을 위해 주도하고 있다, 이렇게 추정해 볼 수 있을까요?

이장주: 오래된 제약업계의 명언 같은 게 있는데요, ‘약을 팔기 전에 병을 팔아라’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병만 팔면 약은 그냥 따라 오는 거예요. 이제까지 많은 정신장애가 새로 생겼거든요, 우울증이라는 것도 20세기 중반 까지만 해도 없었던 병명이예요. 아주 익숙한 공황장애도 1978년 이전까지는 있지도 않았었던,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병이라는 거죠.

심스키: ADHD도 그런 사례 아닌가요?

남혜현: 저는 분명히 ADHD였을 거예요.

이장주: 그 진단이 폭발적으로 나온 게, 딱 치료약이 나오면서부터예요. 아까 말한건 병을 팔고, 치료약을 개발하니까 딱 진단해서 이거 먹이세요, 이렇게 된다는 거죠. 게임을 한다고 이런 방식으로 한다는 거는, 과학적으로나 윤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요, 거기까지 절대로 가지 말아야죠. 근데 지금 이런 문턱을 딱 넘는 순간, 거의 미끄럼틀처럼 거의 정해진 수순이다, 그렇지 않겠어요? 병이 공식화되고 그러면 치료를 해야 하는데 어떻게 치료 할 거냐, 이제 급해, 약 먹여 이렇게 되겠죠.

남혜현: 이게 게임업계 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걱정을 다같이 해야할 문제 같거든요

이장주: 그렇죠. 이게 단지 게임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의 문제고 미래와 관련한 문제거든요. 기술과 관련되서 이걸 병으로 만든다면, 인류 진보 자체가 병 아닌가요?

심스키: 그럼 우리가 이걸 막을 방법이 있나요?

이장주: 현재까지는 잘 안 보이죠. 그 통로가 민주적이지도 않고, 공개적이지도 않아서 (여론을 수렴하기에도) 폐쇄적이죠. ICD라는 것 자체가 게임장애나 정신과 뿐만 아니라 내과 외과 소아과 모든 질병을 다 포괄하는 거예요. 거의 모든 질병에 대해 의견을 내고 개정을 하는 작업이 11판까지 나온건데, 이제까지 게임장애는 없었던 병이란 말이예요. 이거를 어떤 사람이 가서 진단명을 내리고 하는지 관련해서 되게 중요한 이슈인데 그게 누가 하는지 모르겠다는 거예요.

남혜현: 그거에 대한 문제제기도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이장주: WHO에서는 되게 오랫동안 리서치를 하고 전문가들이 논의해서 결정했다, 우리가 결정했으니 너네는 따라, 그런 톤이죠.

심스키: 그런데 문제는, 민주적이지 않은게 제일 문제 같은데, 지난 국회 때 신의진 의원이라고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가 난리가 나서 통과가 안 되고, 없었던 일처럼 됐는데, 이게 어떤 법안을 발의하면서 여론이 저항을 한 거잖아요? 그런데 WHO의 논의에서 여론 수렴 과정이 없으니까 저항을 할 수도 없는 상태가 되버린거죠.

이장주: 또 다른 측면에서 음모론 비슷하게 나올 수 있는 게 그걸 거예요. 그때 4대 중독법 이 아주 기가 막혀요. 4대 중독에 뭐가 들어갔냐면 마약, 알콜, 그리고 도박, 게임이었어요. 그런데 중요한 중독물질이 하나 빠졌어요.

남혜현: 담배요?

이장주: 담배. 누구든 중독하면 술, 담배가 일상적인데 담배를 빼고 여기에 게임을 넣었다는 거예요.

심스키: 담배는 세금 때문에 그런 걸까요?

이장주: 아니요, 거기는 이미 건강증진기금이라는 걸 이미 걷고 있어요. 마약은 징수할 데가 없어요. 돈만 나가는 데지 누구한테 돈을 걷을 거예요? 주세는 재경부 소관이예요. 도박도 마찬가지고, 할 수 있는 만큼 다 하고 있어요. 거기에 게임을 넣었다. 4대 중독 통합기구를 만든다고 했는데, 그건 게임에서 돈을 걷어서 술 먹고 마약하고 하는 걸 같이 하겠다. 게임사에 돈을 내라고. 그때 나온 이야기가 ‘게임을 하면 짐승뇌가 된다’였어요. 마약을 한 것과 비슷하게 중독된 뇌와 똑같다고 한 게 그때 나온 이야기였어요.

남혜현: 이게 과학적인 근거가 있나요?

이장주: 없지요. 도파민 작용이 똑같은데요, 사실 마약을 할 때도 도파민이 나오지만 사랑을 할 때도 도파민이 나오고요,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나 아니면 큰돈을 봤을 때도 똑같은 반응이 나와요. 그런데 유독 게임하고 마약하고 비교하는 거는, 전혀 과학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는 거죠.

남혜현: 사실상 프레임 씌우기에 더 가까운 거겠군요. 우리가 암 이런 걸 갖고 논의를 하진 않는데, 이건 확실히 질병이니까요, 그런데 게임은 사회문화적인 갈등 측면으로 더 많이 봐야 할 것 같아요.

심스키: 그럼 이 문제의 원인은 돈에 있다고 보시는 거네요? 소장님은?

이장주: 정치적이라고 봅니다. 게임과 관련한 문제가 있어요. 근데 이거는 거꾸로 따지면, 문제가 없는 영역은 어디 있나요? 나름대로 양지가 있고 음지가 있는 것인데, 이게 과연 병리적인거냐, 적응이냐 합의가 필요한 이슈인 거냐를 봐야 한다는 거고, 저는 후자라는 거죠. 병이 아니라 집에서 부모 자식간에 생활습관을 어떻게 규율하고 조율할 것이냐지 이걸 선생님한테 “우리 애 좀 고쳐주세요”라고 할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남혜현: 집에 문제가 있으면 게임을 못 하게 해도 다른 쪽으로 문제가 터지게 마련이죠.

이장주: 만약 게임의 아주 중요한 순간에 엄마가 확 코드를 뽑아 버린다면, 아이는 엄마 왜 이러냐고 항의할테고, 그러면 엄마는 “선생님, 얘가 이상해요”라고 병원에 데려가서 병명이 주어지면 부모 자식 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깊은 상처가 날 수밖에 없다는 거죠.

남혜현: 궁금한 게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게임 과몰입이나 중독 같은, 안 좋은 얘기들이 나오고 시작한 건 언제부터였죠? 혹시 게임 산업이 커지기 시작하면서부터인가요?

이장주: 게임 산업이 커졌다기 보다는, 학구열, 사교육열이 높아지면서 같이 증가했다고 보는 게 정확하죠. 사실 어떻게 보면 사교육 중독이거든요. 그게 핵심이라는 거죠. 게임을 안 하고 다른 것을 하면, 당장 그걸 규제하라는 이야기가 나온다고요.

남혜현: 만약 질병코드가 등재가 되면, 산업에도 영향을 많이 미칠 것 같거든요?

이장주: 당연히 미치죠. 근데 더 중요한 거는 이미 메이저 게임사들은 영향이 미미할 수밖에 없어요. 이미 조직과 자금을 가지고 있고 다 대처할 수 있다는 거예요. 돈 내라고 하면 내면 그만이예요. 작은 게임사들이나 신생, 정말로 창의적인 사람들은 아예 진입을 못 하는 어마무시한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는 거예요. 단순히 수출효자니 뭐니 이런 얘기를 하는게 아니라 앞으로 미래의 우리 아이들과 산업 관련해가지고 어마무시한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왜 스스로 장벽을 만들어서 왜 가두느냐 이런 측면에서 걱정이 되죠.

남혜현: 부모님들이 애들 게임은 시키기 싫은데 또 좋은 게임 회사에는 보내고 싶어하잖아요?

심스키: 게임 회사가 좋거든(웃음).

이장주: 그리고 또 하나는 관련돼서 잠재적으로 게임이라는 게 이제 게임 비즈니스나 여러 산업으로 퍼지고 있잖아요. 하다못해 인터랙티브 드라마 같은 경우는 게임하고 구분이 안돼요. 앞으로 5G 되면서 거의 모든 게 양방향적이고 게임적인 요소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거죠. 일기예보에도 언리얼엔진을 가져다 쓰잖아요. 게임은 게임을 넘어 확산되고 있는데, 이거를 병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선입견을 가지고 혐오를 하게 되요. 이걸 하면 병 걸린다고 하면 부모가 우선 막고요, 내가 조금 게임을 했는데 병 아닌가 싶어서 스스로 위축이 되고 검열하고. 앞으로 갈 수 있는 영역이 100가지인데 내 스스로 50가지나 70가지를 차단해 놓고 가는. 그러면 무슨 경쟁력이 나오겠냐는 거죠. 그런 점에서 이게 단지 보건의료계와 게임계이슈가 아니라 어떻게 보면 미래를 지향하는 건전한 시민사회와 일부 이걸 활용해서 자기 조직이나 세금을 얻고자 하는 불합리한 조직과의 대결 양상이 게임 장애를 통해 나타나는 본질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심스키: 산업적으로 보면, 기금을 걷는다고 해도 요즘은 외국에 있는 게임이 직접 들어오잖아요? 한국에 법인도 없이요. 마케팅도 직접 페이스북에 하고요. 그런 곳들은 1등이 되고 2등이 되도 거기에 기금을 내라고 할 수 없잖아요?

이장주: 역차별이죠. 셧다운도 그렇고, 계속 나온 얘기 아니에요? 국내 온라인 회사만 두드려 잡지, 그리고 인디게임 하나 올렸다고 허가를 받았니, 안 받았느니 이러는데 스팀에서는 그냥 막 쏟아지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보면 법 잘 지키고 우리나라에서 열심히 하는 사람만 피해보는 일은 없어야죠.

심스키: IT쪽은 국경이 없어서 규제를 만들면우리나라 회사만 피해를 보게 되죠.

이장주: 정말 정정당당하게 똑같이 하든지, 구글이나 우리나라나 똑같이 하면 나는 박수 치겠어요. 그게 옳든 그르든 간에 기개는 훌륭하다, 믿을만하다 하겠는데 그것도 아니고. 왜 우리나라 회사만 잡냐는 거죠.

남혜현: 이게 정말 (질병 코드로) 등록이 될까요? 실제로 분위기는 어떤가요?

이장주: 이게 아직까지는 여지가 좀 있습니다. 실제로 계속 이슈가 나오는 것처럼, 동아시아 국가들이 많이 게임을 하는 건 사실이지만 메인스트림은 영미권이거든요. WHO에서 질병코드로 등재되면 전 세계적으로 적용되는 거기 때문에, 지금 굵직한 나라 중 일부가 반대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고요. 그래서 이렇게 반대를 하면 이게 그냥 일사천리로 통과되서 공표될 것이라는 보장은, 지금으로써는 불확실한 부분이 있다. 이것도 안타까운 측면이죠. 우리 문제가 우리 스스로의 합리적인 논의나 연구를 통해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누가 하니, 깍두기처럼 혜택을 받는 것은 슬픈 일이예요.

남혜현: 합리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이장주: 합리적으로 의견을 결정해서 모으는 일, 제가 봤을 때 그건 힘들죠. 힘든데 어떤 관점에서 바라 볼 것이냐. 세상의 관점은 다양하고 청소년을 걱정하는 분들의 진심을 의심하진 않아요. 하지만 그 분들이 미래를 살고 미래를 결정하진 않거든요. 지금의 커나가는 애들이 미래를 살고 미래를 결정할텐데 그 여지를 줘야죠. 그 불안은 기성세대가 좀 안고 가야지, 내가 불안하다고 해서 얘네들의 앞길이나 할 일까지 막는 것은 과도한 오지랖이라고 생각이 들고요, 누구한테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남혜현: 소장님, 귀한 시간 내 주셔서 감사드려요. 덕분에 게임과 관련된 얘기들, WHO의 질병코드 관련된 얘기들, 그리고 우리가 뭘 좀 고민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알아보고 생각해 볼 시간이 됐습니다. 다음에 또 출연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이장주: 도움이 됐다니까 다행입니다. 게임장애가 등재가 폐기되고, 어떤 대안으로 게임 문화를 만들 것이냐, 이때쯤 불러주시면 기쁜 마음으로 다시 나오겠습니다.

남혜현: 네, 이장주 소장님 나와 주셔서 정말 감사드리고요. 오늘도 같이 방송을 들어준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다음 시간에 또 만나요, 안녕!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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