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증권가에서는 PULPS라는 단어가 화두다. 핀터레스트(P), 우버(U), 리프트(L), 팔란티어(P), 슬랙(S)의 약자다. 올해 뉴욕증시 상장이 예정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들이다. 리프트가 가장 먼저 상장됐는데, 자동차 한 대 없는 승차공유 앱 회사의 시가총액이 현대자동차 수준이다.

IT분야 뉴스를 즐겨보는 독자라면  핀터레스트, 우버, 리프트, 슬랙이라는 이름은 종종 들어봤을 것이다. 아마 이 서비스들을 직접 이용해봤거나 주변에서 이용한 경험도 들어봤을 듯 하다.

그런데 팔란티어라는 이름은 조금 낯설다. 팔란티어는 미국의 빅데이터 분석 스타트업이다. 기업이나 정부기관에 빅데이터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B2B  기업이어서 대중적으로 유명하지는 않다. 하지만  미국 증권가에서 가장 중목받는 유니콘 중 하나다.

팔란티어의 별명은 ‘미국을 지키는 스타트업’이다. 미국 정부가 팔란티어의 기술을 인터넷 사이버 정보전, 대량 살상용 폭발물의 위치 감지, 이란의 핵무기 개발 감시 등에 사용하기 때문이다.

팔란티어는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 기술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또 B2B 스타트업 역시 B2C 못지않게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보여준다.

한국에는 팔란티어와 같은 스타트업이 없을까? 가능성을 보여주는 회사는 있다. 이번 바스리의 주인공 ‘애자일소다’다.

애자일소다는 기업들이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비즈니스를 혁신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등장한 스타트업이다. 지난 2015년 설립돼 매년 급격한 성장을 이뤄가고 있다.

애자일소다가 눈길을 끄는 것은 창업진이다. 빅데이터 전문가인 한국외국어대 통계학과 최대우 교수가 CEO 겸 CTO를 맡고 있고, 코스닥 상장사인 투비소프트 창립멤버인 김영현 CSO(최고전략책임자), 핸디소프트 창립멤버인 김규동 COO(최고운영책임자), 전 티맥스소프트 영업총괄전무 장제용 CMO(최고마케팅책임자) 등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20~30대의 창업을 떠올리지만, 애자일소다의 창업진은 이미 한 분야의 구루이거나, 창업을 해서 코스닥 상장까지 해본 이들이다. 어떻게 보면 올드보이의 귀환이라고 볼 수도 있고, 소프트웨어 업계 어벤저스 결성이라고 할 수도 있다.

 

애자일소다는 기업이 비즈니스 혁신을 위해 머신러닝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대다수의 기업들은 AI를 활용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알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론과 기술력을 보유하지 못한 상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애자일소다의 미션이다.

예를 들어 애자일소다는 한 손해보험 회사에  고객이 자동차 사고 후 파손부위 사진만 찍어서 보내면 수리비가 얼마나 나올지 예측하는 시스템을 제공했다. 이미지 인식 기술과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한 시스템이다. 일반적으로 보험가입자는 정비업체에서 수리비를 과잉청구 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이 있고, 보험사는 보험사기에 대한 우려가 있다. 또 정비업체는 작업시간이나 공임율과 관련해 잦은 분쟁을 겪는다. 이 시스템은 AI 기술을 활용해 카센터, 보험사, 정비업체 모두의 우려를 해소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애자일소다는 이처럼 AI를 활용한 산업 특화 솔루션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앞에서 소개한 손해보험사에 제공한 기술은 네이키드카(Naked Car)라는 제품이다. 이 외에도 가스 검침기 사진 자동계량인식 서비스 네이키드미터(Naked Meter), 딥러닝 알고리즘 기반의 OCR 솔루션 네이키드리더(Naked Reader) 등의 산업별 특수 AI 솔루션을 제공한다.

애자일소다 기술의 특징은 ‘강화학습’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강화학습이란 AI가 행동한 결과에 보상을 주는 방식으로 스스로 학습해가는 머신러닝 기법이다. 알파고제로가 강화학습의 대표적인 사례다. 알파고제로는 프로바둑기사의 기보를 학습하지 않고, 알파고와 알파고가 바둑을 두는 방식으로 스스로 바둑 두는 법을 배웠다.

강화학습의 장점은 막대한 데이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컴퓨터가 고양이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하려면 고양이라고 태깅된 무수한 사진을 컴퓨터에 제공해야 한다. 이를 지도학습이라고 부른다. 지도학습을 위해 컴퓨터가 학습할 수 있는 데이터셋을 마련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다.

애자일소다는 강화학습 기법으로 비즈니스 룰을 만든다. 신용카드사의 결제 데이터 중 이상한 행동을 찾아내거나, 캐피탈 회사의 대출 사기 방지, 은행의 대출 최적한도 결정 등에 강화학습 기반의 비즈니스 룰이 쓰였다. 원래 이같은 비즈니스 룰은 사람이 직관과 경험에 기반해 만들었지만, AI 로 만들면서 좀더 정확한 룰을 만들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애자일소다 김영현 부사장은 “강화학습 기법을 기업의 비즈니스에 적용한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거의 없다”면서 “저희는 일반적인 지도학습, 비지도학습에 강화학습까지 더해 다양한 AI 제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최대우 대표는 “우리는 AI를 일종의 에이전트로 보고 있다.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의사결정을 도와줄 일종의 ‘브레인(뇌)’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의 모든 제품 라인업을 각 기업에 저마다의 브레인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고 이는 강화학습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개별 기업에 최적화되어 진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심재석 기자>[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