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망 안 쓰는 GS25 ‘반값택배’를 써봤다

GS25가 C2C택배로는 전국 최저가인 1600원짜리 편의점 택배 서비스 ‘반값택배’를 시작했다고 25일 밝혔다. 반값택배는 택배망을 이용하는 일반 편의점 택배와 달리 GS리테일의 물류 자회사인 ‘GS네트웍스’의 편의점 공급 물류 인프라를 활용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GS25의 반값택배는 ‘택배’가 아니다. 고객(수하인)까지의 문전배송(라스트마일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반값택배는 GS리테일이 가진 전국 1만3000여개의 편의점망을 활용하여 송하인 근처 편의점부터 수하인 근처 편의점까지만 배송해준다. 라스트마일 물류는 GS리테일이 아닌, 고객이 직접 처리하는 구조다. GS리테일은 택배 화물이 송하인이 지정한 GS25 편의점까지 도착하면 수하인이 택배를 찾아갈 수 있도록 메시지를 발송하는 역할까지 한다. [C2C 택배가 뜬다? 참고 콘텐츠 : ‘쿠팡’, ‘단가 인상’, ‘카카오’로 본 2019 택배판]

직접 반값택배 서비스를 이용해봤다. 전국 1만3000여개 GS25 편의점 구석에 설치된 포스트박스 기계를 쓰면 된다. 스크린 오른쪽 아래에 반값택배 버튼이 추가된 것이 보인다. 여전히 CJ대한통운을 통한 일반 택배접수, 체인로지스를 통한 당일 택배 접수도 가능하다. 반값택배는 가격은 싸지만 배송까지 걸리는 기간은 통상 4일로 익일배송이 기본인 일반택배보다 느리다.

굳이 GS리테일 택배가 생긴 이유

GS리테일이 반값택배 론칭 이전에 편의점 택배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GS리테일이 출자한 회사인 씨브이에스넷과 CJ대한통운의 택배망을 이용해서 최저 2600원부터 시작되는 가격의 택배 서비스를 제공했다. 택배 발송을 원하는 고객이 GS25 편의점에 방문하여 택배를 맡기면, CJ대한통운 택배기사가 편의점에 방문하여 화물을 집하하고 이후에는 CJ대한통운의 서브터미널(대리점)과 허브터미널을 활용한 ‘허브앤스포크’ 시스템으로 최종 고객에게 전달되는 구조였다.

포스트박스 기계에 부착된 저울에 상품을 올리면 무게가 자동 측정된다. 이후 보내는 사람의 주소, 연락처와 받는 사람의 주소, 연락처를 적으면 송장이 자동 출력된다. 혹여 실제 배송 상품보다 무게가 덜 나가는 상품을 저울에 올려 저렴한 송장을 뽑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대응하냐는 질문에 GS리테일 관계자는 “편의점 택배 접수시 편의점주가 상품 무게를 확인한다. 만약, 고객이 출력한 송장보다 상자가 심각하게 무겁다면 편의점단에서 고객을 걸러낸다. 터미널에도 상품 무게를 측정할 수 있는 저울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있었다. 일반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에 반품 상품을 찾으러 오지 않는 택배기사에 고민하듯, 편의점주들도 매장에 쌓여가는 택배를 제때 가져가지 않는 택배기사 때문에 불만이 많았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래서 GS리테일은 한 때 CJ대한통운 택배기사가 제 때 찾아가지 않는 택배상품을 GS네트웍스의 물류망을 통해 수거해서 CJ대한통운 허브터미널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번 ‘반값택배’는 GS네트웍스가 이미 진행했던 편의점 택배 수거 역량이 자리를 잡아, 모든 택배 프로세스를 GS리테일이 가진 편의점과 GS네트웍스가 가진 물류망을 통해 처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탄생했다는 게 GS리테일과 관련된 물류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구체적인 반값택배 프로세스는 이렇다. 먼저 택배 발송을 원하는 고객이 접수하여 편의점에 잠시 보관된 상품을 전국 500여대의 GS25 상품배송 차량이 방문 픽업한다. 그렇게 픽업된 해당 상품들은 1차 거점인 전국 30여개의 GS25 센터로 운송된다. 이후 화물은 GS허브센터로 집하된 후 다시 GS25 배송차량을 통해 수취 점포로 이동된다. B2B 편의점 상품공급 차량이 ‘택배차’가 됐고, B2B 편의점 상품공급을 위한 GS25 센터가 ‘택배 대리점’이 됐고, B2B 편의점 상품공급을 위한 GS허브센터가 ‘택배 허브터미널’이 됐다. 물류의 시작과 끝은 지역 편의점이 맡게 된다. 택배의 접수, 배송, 수령 등 처음부터 끝까지 택배업체가 아닌 GS25의 인프라가 사용된다.

GS리테일에 따르면 반값택배는 접수부터 수령까지의 소요 기간이 약 4일로 일반 편의점 택배보다 길지만, 요금은 최대 65%까지 저렴하다. 중량이 10kg이면서 물품 가액이 50만원인 화물을 택배로 접수 할 경우, 일반 편의점 택배의 가격은 6000원인데 반값택배의 경우 2100원이다. 반값택배의 가격은 물품의 무게가 500g 미만의 경우 최소 요금인 1600원이 적용된다. 500g에서 1kg 사이의 물품은 1800원이고 1kg에서 10kg까지는 2100원이다.

편의점 택배를 이용하려면 포장박스는 챙겨가야 된다. 편의점에서 박스를 따로 팔지는 않는다. 기자는 친절한 편의점주를 만나서, 편의점 뒤에 굴러다니는 폐지 박스를 받아 포장할 수 있었다. 가위와 테이프도 빌려줬다. 이렇게 포장하고 송장을 붙인 상품을 편의점에 넘기고, 배송비를 결제하면 접수 프로세스가 끝난다.

GS리테일에 따르면 ‘반값택배’가 시작됐다고 기존 편의점 택배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기존 CJ대한통운을 통해 제공됐던 편의점 택배, 물류스타트업 체인로지스를 통해 제공됐던 당일택배는 함께 제공된다. 차이점이 있다면 쇼핑몰 등 기업고객을 위해 제공되는 편의점 택배 수령 서비스 연동이 ‘반값택배’에서는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인데, 당장 집중하진 않지만 향후 반값택배의 B2C택배 확장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는 게 GS리테일 관계자의 설명이다.

편의점 아닌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GS리테일의 반값택배는 기존 편의점 공급물류를 위한 유휴 인프라와 경로에 택배라는 부가가치를 집어넣은 사례로 평가된다. 당장 반값택배를 통해 편의점에 내점하는 고객이 는다면, 택배업무차 방문한 고객의 추가 편의점 상품 구매까지 이어져 편의점 매출이 늘어날 가능성도 존재한다.

물론 GS리테일이 반값택배를 통해 많은 돈을 벌 생각은 아직까지는 없다. 큰 그림은 편의점의 ‘라이프스타일 플랫폼’화다. GS25는 올해 소매점의 기능을 뛰어넘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표방하며 차별화된 생활 편의 서비스 상품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GS리테일 관계자는 “GS리테일이 반값택배로 큰 수익창출을 도모하기 보다는, 지역사회 공헌자로써의 역할을 하고자 하는 것이 더 큰 의도”라며 “편의점들이 단순히 소매점 기능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택배, 금융, 모빌리티 등 말 그대로 방문자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도록 할 것”이라 설명했다. 예컨대 GS25 편의점에 설치된 ATM이나 공과금 수납 기능은 금융 플랫폼의 역할로 볼 수 있고, 하이패스 충전 기능이나 제주도 일부 편의점이 갖춘 전기차 충전시설은 모빌리티 플랫폼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게 GS리테일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효섭 GS리테일 서비스상품팀장은 “소매점의 역할을 뛰어 넘는 생활 편의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하고자 이번 반값택배를 기획하게 됐다. 택배 서비스의 전과정이 GS리테일의 기존 인프라를 통해 이뤄지는 시너지 제고의 대표적 사례”라며 “배송 일정이 급하지는 않지만 택배비를 최소화 하고자 하는 고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엄지용 기자> drak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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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댓글

  1. 간결하고 유익한 기사 잘 보았습니다.

    덕분에 편의점택배 시스템에 대해 더욱 알게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기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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