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고 병든 페이스북의 미래는 ‘메신저’

페이스북의 미래는 메신저다. 마크 저커버그 CEO는 페이스북 블로그에서 “소셜 네트워크에서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었지만 개인들은 소규모의 작은 커뮤니케이션을 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이는 개인들의 니즈보다는 페이스북의 니즈에 더 가깝다.

이미 아재들의 플랫폼이 된 페이스북은 지속적으로 살아남기 위한 여러 수단을 쓰고 있다. 영상을 잡기 위해 워치 탭을 도입했고 이 워치를 볼 수 있는 AI 스피커도 출시했다가 페이스북 블루 컬러만큼 차디찬 무관심을 받았다. 개인 정보를 보호한다는 여러 언질을 했으나 시총은 계속 줄어들고 있다. 최고 주당 218달러에 달하던 주식은 한때 128달러까지 추락했으며 최근 160달러대까지 회복한 상태다. 하락세는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데이터 유출 사건’이 기점이었다.

페이스북은 이에 미래 수익모델을 메신저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저커버그는 메신저 호환성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며 메신저가 앞으로의 페이스북 그룹의 성장동력이 될 것임을 암시했다. 글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미래의 메신저들이 어떤 모습인지를 대강 상상할 수 있다.

 

메신저간 호환성(Interoperability)

페이스북 그룹이 사용하는 메신저는 페이스북 메신저, 인스타그램 DM 기능, 왓츠앱 세가지다. 한때 이 메신저들이 구조적으로 통합될 것이라는 루머가 돌았으나 해당 포스팅에서 구조에 대해서는 언급되지 않았다. 다만 세 메신저 중 어떤 것에서든 다른 메신저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도록 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왓츠앱에서 페이스북의 소상공인 가게에 문의를 넣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호환성 기능은 RCS 방식을 사용하는 안드로이드 기본 메신저 앱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구글과의 협의가 진행됐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안드로이드에서는 메시지를 다른 앱에서 긁어올 수 있으므로 구글과의 협의가 없어도 일부 기능을 만들어낼 수는 있다. 다만 안드로이드 기본 메신저(RCS 메시지)에서 페이스북 메신저들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장점은 저커버그의 말처럼 ‘소상공인이 번호를 노출하지 않고도 주문할 수 있다’와 같은 열린 커뮤니케이션이다. 그러나 이 열린 커뮤니케이션은 특정 서비스만을 사용하는 이들에게는 단점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수많은 치한들의 인스타 DM에 고통받는 인플루언서는 페이스북이나 왓츠앱의 메시지까지 받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이를 위해 페이스북은 옵션을 마련해 기능을 끌 수 있도록 하겠다 했다.

 

종단간 암호화(Encryption)

종단간 암호화(End-to-End Encryption)란 메신저를 운영하는 회사가 개인간 대화를 엿볼 수 없는 것을 말한다. A와 B가 대화할 때 페이스북 서버에는 암호만 돌아다니고, A와 B가 같은 키를 갖고 있어 동일한 메시지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이때 이 암호화 키가 메신저 회사 서버에 저장되지 않으면 된다. 현재 왓츠앱에는 종단간 암호화가 도입돼 있다. 그러나 페이스북 메신저와 인스타그램 DM에는 해당 기능이 적용되지 않았다. 앞으로 이 종단간 암호화를 메신저 전체, 메신저간 메시지에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종단간 암호화는 대부분의 메신저에 소급적용돼 있다. 예를 들어 카카오톡에는 ‘비밀채팅’이 종단간 암호화를 도입한 기능이다. 라인에도 ‘레터실링’으로 부르는 종단간 암호화가 일부 적용돼 있다. 텔레그램의 경우 모든 대화에 종단간 암호화가 적용된다.

종단간 암호화는 개인정보 보호 대책인 동시에 메시지 유출에 대해 페이스북이 책임지지 않겠다는 의미도 된다. 페이스북은 암호화된 메시지만 들고 있으므로 당국에서 메시지를 내놓으라고 할 때 줄 수 있는 것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혐오나 테러, 불법 성인물 등의 메시지는 어떻게 가르게 될까? 이는 머신러닝을 통해 사용자들의 패턴을 파악 후 걸러내는 방식을 사용하겠다고 한다. 이는 이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포스팅에 일부 적용돼 있다.

 

영속성 감소(Reducing Permanence)

흔히 잊혀질 권리라고 말하는 것이다. 스냅챗처럼 지난 메시지들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삭제하겠다는 의미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스토리’ 기능으로 24시간 이후 삭제되는 포스팅을 실험했고 스토리 기능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걸 깨달은 후 메시지 삭제 기능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스냅챗의 인스턴트한, ‘그때가 아니면 안 되는 재미’와는 다른 의미다. 개인정보보호에는 상당히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저커버그는 사용자의 메타데이터 역시 일정 시간 이후 삭제하겠다고 했다. 머신러닝에 사용할 메타데이터는 오래 갖고 있을 필요는 없으므로 일정기간 이후 삭제하는 과정을 거치겠다고 한다.

 

총평

저커버그 CEO는 포스팅에서 “페이스북이 개인정보보호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걸 이해한다(I understand that many people don’t think Facebook can or would even want to build this kind of privacy-focused platform.)”고 했다. 즉, 페이스북이 신뢰를 잃고 있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메신저만큼은 수성한다는 의미에서 미래 전략을 암호화 도입 이전에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유는 10대의 페이스북 활용 패턴때문이다. 20대에게 페이스북은 노쇠한 플랫폼이지만 10대에게는 그렇지 않다. 이들은 카카오톡보다 페이스북 메신저를 더 캐주얼하게 사용하며, 인스타그램이 아닌 페이스북을 더 많이 사용한다. 오픈서베이가 발간한 ‘소셜미디어와 검색 포털에 관한 리포트 2019’에서 살펴보면 20대 대부분은 가장 많이 사용하는 소셜 미디어로 인스타그램을, 10대는 페이스북을 꼽았다. 미래 소비자의 성장을 고려하면 페이스북 그룹은 인스타그램과 더불어 페이스북의 메시지 기능을 더 강화하고 유지해야 할 것임을 파악했을 것이다.

또한, 페이스북은 위챗과 같은 형식의 결제 솔루션과, 그 솔루션에서 사용할 스테이블 코인 형태의 암호화폐를 선보일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이는 페이스북 자체에 도입되기보다 메신저에 적용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쉽게 보내고 받고 결제하게 하기 위해서다. 현재 페이스북 수익모델 90% 이상에 광고에 치우쳐져 있고 페이스북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메신저 카드를 던졌다. 그러나 여전히 믿음이 가지 않으면서도 딱히 옮겨갈 곳이 없어 페이스북에 이 글을 쓰고 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이종철 기자> jude@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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