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 왔던 조인(joyn), 죽지도 않고 또 왔네

joyn(조인)이 돌아온다.

2012년 말. 통신사들이 당시 인기몰이를 하던 카카오의 대항마를 표방하며 야심차게 출시했던 메신저 앱, joyn(이하 조인)이 있었습니다.

야심차게 출시한것과 달리 초반부터 흥행이 지지부진 했고, 결국 2015~2016년에 KT, SKT, LGU+에서 정리된 흑역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조인이 돌아온다니…

 

우선 과거의 상황부터 다시 살펴 보겠습니다.

조인은 앱 이름일뿐, 공식 통신 규격은 RCS(Rich Communication Suite)라고 부릅니다.

기존에 사용하던 단문메시지(SMS), 그것을 조금 더 긴 문자가 가능하도록 발전시킨 장문메시지(LMS) , 그리고 멀티미디어를 주고 받을 수 있도록한 MMS.

그것들을 포괄하고 발전시키도록 만들어진 규격이 RCS였습니다. 기존에는 이동통신망을 통해서만 전송이 가능했던것을 데이터망을 통해서 구현하고자 하였고, 또한 조금더 많은 기능을 넣고자 규격을 확장시킨 것이 기본적으로 RCS입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이동통신, 또는 전화망은 과거에는 구리선을 통해 굉장히 단순한 방법으로 연결이 되었지만, 최근에는 전자교환기의 발전과 여러가지 기반 기술의 발전으로 과거와는 다르게 우리가 인터넷에서 이메일을 주고 받는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연결이 됩니다.

실제로 현재 사용하는 이동통신에서의 사용자의 전화번호는 사실, 내부적으로는 하나의 이메일 주소처럼, 예를들면 sip:821012345678@telecom.com 과 같은 형식을 가집니다.

RCS는 그것을 기반으로 좀 더 고도화하고자 하였고 당시에 카카오톡이 성장하여 통신사들의 수익을 잠식하는 것을 막고자 하였습니다.

세계의 많은 통신사들이 참여하였으며, 조인이라는 이름으로 각 통신사들이 앱을 출시하였고, 각자 나름대로 노력하였으나, 결과는 누구나 예상했듯, 그리고 모두가 알고 있듯,

 

망했습니다.

 

기억하십니까… 조인의 로고

그런데, 그 조인이 RCS의 이름으로 다시 돌아온다니요.

 

2019년 현재.

세계 모바일 메신저 시장은 여러 메신저들이 마치 춘추전국 시대 마냥 각 지역을 나눠서 점유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카카오톡. 일본과 대만 그리고 동남아는 라인. 중국은 위챗.

북미와 유럽은 왓츠앱과 페이스북 메신저. 물론 몇몇 지역은 아직도 각축 중이지만..

그렇다면, 왜 통신사들은 우리가 따로 돈을 내지도 않는 문자 메시지에 미련을 못 버리고 있는것일까요?

이유는 문자 메시지와 메시징 서비스들의 유료 서비스의 대상이 개인이 아닌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받는 수많은 스팸 문자, 전화들. 혹은 인터넷에서 쇼핑을 한 후 택배가 올때 발송되는 ‘알림톡’과 같은 메시징 서비스들이 전부 기업용 서비스입니다. 그리고 그 시장은 생각보다 매우 큽니다.

기본적으로 광고를 내재하고 있는데요 (카카오의 플친 메시지를 생각하면 됩니다. 혹은 스팸 문자나) 기업에서는 엄청난 양의 알림 문자와 알림톡을 사용합니다(그 비용만 연간 수천억~수조원대입니다).

 

카카오의 알림톡, 출처 = 카카오 비즈메시지 홈페이지

 

페이스북 메신저의 항공권 템플릿, 출처 = 페이스북 홈페이지

 

그 시장을 놓고 통신사와 메신저 회사들의 경쟁이 치열합니다. 각 메신저 회사는 기존의 단순한 알림 서비스를 넘어서 통합 서비스를 무기로 기업들에게  상담 시스템과 챗봇, 광고 푸쉬 같은 통합 서비스를 제시하고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기존의 문자 메시지가 아닌 메신저를 이용한 서비스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카카오톡의 경우 알림톡·플친메시지와 같은 다양한 기업용 메시징 서비스가 있으며, 페이스북의 경우에도 북미에서는 기업에서 고객의 전화번호를 알면 페이스북 메신저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외에 라인의 경우에도 비슷한 서비스를 일본에서 제공하고 있으며, 메신저 회사들은 단순히 ‘문자 메시지형 서비스’만을 제공하는것이 아니라, 챗봇 혹은 고객 상담 시스템과 같은 다양한 서비스를 같이 제공함으로써, 더 많은 기업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2015년 조인이 하나둘씩 망하던 시기 구글은 저브 모바일(jibe mobile, 이하 jibe) 이라고 하는 회사를 인수했습니다.jibe는 RCS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회사이며 현재 jibe.google.com 에서는 RCS 허브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미 망한 RCS를 구글은 왜 다시 살리려고 한걸까요?

구글은 언제나 회사를 많이 사지만 당시에도 회사를 많이 인수했습니다. 당시 인수한 다른 회사들 중에는 현재의 다이얼로그플로우( Dialogflow)의 모태인 Api.ai 라고 하는 회사가 있었습니다.

Dialogflow는 현재 구글의 강력한 인공지능 기술을 기반으로 자연어 처리 엔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최근 챗봇 트렌드에서 필수적인 자연어 처리부분을 Dialogflow를 이용하면 매우 쉽게 가능한데, 구글이 저 시점에 두개의 회사를 샀다는 점은 RCS를 이용해서 챗봇 서비스를 제공할 의도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구글이 인수한 jibe mobile 지금은 jibe.google.com 으로 바뀌었습니다. 출처 = jibe.google.com 화면 갈무리

 

역시 구글이 인수한 api.ai 지금은 Dialogflow로 바뀌었습니다. 출처 =
역시 구글이 인수한 api.ai 지금은 Dialogflow로 바뀌었습니다. 출처 = https://dialogflow.com 화면 갈무리.

2018년 구글은 다시 RCS를 발표합니다.

기존에 무료 문자 메시지에 집중했다면, 새로운 RCS는 좀 더 챗봇 친화적으로 발표하게 됩니다. API를 이용하여 기업이 챗봇을 만들 수 있고, 또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 할 수 있습니다.

 

얼마전 론칭한 베스킨라빈스의 RCS챗봇을 이용한 프로모션. 출처= 베스킨라빈스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이번에 발표한 삼성의 갤럭시10에서는 기본적으로 RCS를 지원하며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삼성은 늘 그래왔듯이 RCS라는 새로운 규격, 새로운 플랫폼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더 많은 갤럭시를 판매하고픈 생각뿐일 것입니다.

하지만, 메신저 시장에서 무능력한 통신사들과 무기력한 제조사들 뿐만이 아니라 그 뒤에 구글이 있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구글은 통신사나 삼성과 같이 플랫폼에 무지한 회사가 아니니까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정민석(harrison jung)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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