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는 왜 돈 안 되는 ‘시’를 앱으로 내놓았을까
시앱별곡
월요일의 이메일러 남혜현
누가제일 배곯는가 천하제일 대회열면
내아무리 생각해도 시인들이 일등일걸
도서시장 다죽었다 출판유통 앓는소리
제아무리 끙끙대도 시인보단 잘살을걸 (*살을걸- 시적허용)
넷플릭스 천하통일 유튜브로 대동단결
세상잼난 영상천지 어느누가 시를읽냐
중쇄찍는 시인이란 상상에만 존재한대
시플랫폼 전혀없어 어디가서 시를보냐
시를잃은 시대라도 누군가는 시를쓰고
시안읽는 시대라도 누군가는 시를파네
시를몰라 안읽는단 슬픈소리 전해듣고
하루하나 무료시를 읽게하는 앱나왔네
창비에서 시를팔러 모바일앱 선보였단
보도자료 전송받고 시요일앱 다운받아
어떤시가 올라왔나 요리조리 살펴보니
윤동주와 함민복과 김애란이 날반기네
창비가 지난 2017년 4월 선보인 시 엮음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시요일’이 이용자 30만명을 넘어섰다. 1000만, 100만 다운로드가 얘기되는 시대에 30만 다운로드는 미미한 숫자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대상이 ‘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도서 시장이 위축되고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영상 플랫폼이 큰 인기를 끄는 상황에서 시요일의 성장은 대단해보인다. 창비에 따르면, 시요일 앱 이용자의 절반이 10대~20대라는 점도 주목할만한 일이다.
돈 안 되는 시를 앱으로 내놓을 생각은, 위축되어 가는 장르인 시를 최소한 하루 한 편이라도 읽게 하겠다는 목표아래 현실로 옮겨졌다. 시가 순식간에 소비되고 흘러가는 SNS 콘텐츠에 가장 최적화된 예술이라는 발상도 더했다. 짧은 독서로 깊게 울림을 주는 시가 공감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까지도 포용하며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이 판매되지 않아 중쇄를 찍지 못하는 종이시집과 달리, 전자책으로 보급되는 시집은 오류를 잡을 수 있다는 점도 시요일을 만든 이유 중 하나다. 대표적인 예로 창비는 시요일을 통해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서 김소월 한용운 이육사 윤동주 이상화의 첫 시집을 모아 단행본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민족 시인 5인 시집’을 출간했다. 저본(초판본)을 꼼꼼하게 대조하고 해석해서 기존 여러 판본의 오류를 바로잡았다.
창비는 시요일 출시 2주년 기념으로, 텍스트 등록과 키워드를 검수하는 데 오랜 시간이 소요된 ‘고시조대전’을 새롭게 선보인다. 김흥규ㆍ이형대 교수 외 5인의 국문학 교수가 23년간 공들여 편찬한 것으로, 4만6000여 수의 우리 시조를 최초로 집대성했다. 이를 독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군집별로 분류한 뒤 정규화(표준화, 현대어) 작업을 거친 6843편(청구영언 등 수록 문헌 317종)을 시요일에 탑재했다.
고시조 수록 외에, 당대 의미있는 시를 펴내는 출판사 5곳의 시집도 시요일에 합류했다. ‘사계절 출판사’(대표 강맑실)의 동시집을 비롯해 꾸준히 좋은 시집을 출간해온 ‘최측의농간’(대표 신동혁) ‘걷는사람’(대표 김성규) ‘반걸음’ ‘삶창’(대표 황규관)의 시집들이 들어왔다. 3만3000여편으로 시작한 시요일 콘텐츠는 2년 만에 고시조와 다양한 현대시를 포함해 4만2000여편으로 늘어났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