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느 편에 서야 할까요?

법원이 출퇴근 동선이 다른 손님을 돈 받고 태운 카풀 운전자에 ‘불법’을 선고했네요.

[관련기사: 법원 “출퇴근 동선 다른 손님에 돈받고 카풀 제공은 위법“, 출처=연합뉴스]

1심과 2심 모두 같은 판결을 내렸습니다. 판결문 골자는 “자가용을 사용한 유상운송이 무분별하게 이뤄지면 택시업계의 영업 범위를 침범하는 등 여객자동차 운수사업의 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고, 교통사고와 범죄 발생의 위험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였습니다. 제재를 통해 공익의 보호 필요성이 크다고 봤네요.

최근 사회적 대타협 기구 논의도  우선적으로는 ‘택시 경쟁력 향상’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듯 합니다. 지난 2차 사회적대타협기구에서는 ‘택시에 IT 플랫폼을 적용, 카풀을 운영한다’는 내용이 다뤄졌어요. 물론 얘기가 더 진행되어봐야 알겠지만, 카풀 플랫폼들 입장에선 조금 긴장되는 부분일 것 같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를 비롯해서, 카풀 업체들 마음은 어떨까요? 카카오모빌리티처럼 택시 업계를 달래가며 우군 삼아야 하는 사업자 외에, 카풀만 놓고 생사를 걸었던 사업체의 경우 택시만 카풀이 가능해지면 눈 뜨고 코 베인 기분 아닐까요?  [BGM: 눈뜨고코베인 ‘내가 그렇게도 무섭나요’]

아무래도 카풀 플랫폼과 택시업계 전쟁을 바라보는 시선이 각자의 입장에 따라 차이가 커보입니다.

특히 ‘공익’에 대한 해석이 달라보입니다. IT업계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기술을 빨리 받아들여 미래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합니다. 이미 경쟁에서 글로벌 장벽은 무너진지 오래, 우리도 빨리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글로벌 기업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하죠. 그리고 여기서 벌어지는 경쟁으로 소비자 후생이 커지면 그것이 공익이라는 입장입니다.

택시 업계나 법원이 말하는 공익은 좀 다르죠? 아무래도 기존 법체계의 안정, 그리고 해당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생존권 보장에 더 무게를 싣습니다. 물론, 이 역시 아주 중요한 공익입니다. 다만,  두 중요한 가치가 충돌하고 있는 과정이고 서로, 혹은 어느 한 당사자가 양보가 필요한 부분이라 문제가 되는데요. 물론, 여기서 ‘양보’란 아주 완곡한 표현입니다. 이 양보가 불러올 미래가 어떻게 달라질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니까요.

그런데 이게 비단 카풀에만 해당하는 문제일까요?

공유 숙박은 어떤가요? 도심속 외국인 전용 숙박을 내국인도 사용할 수 있게 규제를 푼다는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극심한 반대에 부딪히고 있습니다. 지금도 호텔 등의 객실 이용률이 높지 않은데 공유 숙박이 허용되면, 숙박 업계가 다 죽을 수도 있다는 우려입니다. 일각에서는 ‘제2의 카풀’ 사태가 일어날 거란 걱정도 하네요. 단순 호들갑일까요?

차량이나 숙박이 아니더라도, 새로운 사업 모델이 나오거나 들어올 때마다 홍역을 앓아야 할 겁니다. 사실, 이건 매우 어려운 문제거든요. “빠르게 변하는 시대, 우리만 정체될 수 없다. 빨리 새로운 사업모델을 발굴하고 유니콘을 키워 경쟁력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등장이 기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삶의 터전을 망가트린다”는 주장은 모두 일리가 있죠.

제가 IT 매체에서 취재를 시작한지 10년이 되어가는데요, 요즘처럼 ‘나는 어떤 입장이어야 하는가’를 고민해본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최근의 이슈는 자꾸 제게 가치를 물어 왔거든요. 예전에는, 그러니까 ‘어느 회사의 디스플레이가 더 우수하느냐’는 기술적 논쟁이라든가 ‘다른 스마트폰들이 애플의 아이폰을 베꼈다’는 법적 다툼의 논란 같은 이슈였어요.

지금의 문제들은  ‘가치의 충돌’을 담고 있잖아요? 예를 들어 노조 문제는 성장과 분배의 가치 충돌을, 카풀 도입은 진보와 생존의 문제를, 서버네임인디케이션(SNI) 필드 차단은 통신비밀보호와 성폭력처벌, 또는 지적재산권 보호의 문제를 다투고 있죠. 심지어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지분 매각 이야기가 나오면서 개인의 재산 처분 자유와 경영자의 공동체에 대한 책임 문제까지 있네요. 모두 중요한 이슈고 어느 하나 소홀하긴 어려워서 생각하다보면 머리에 쥐가 나더라고요.

왜 점점 이런 가치 문제가 심각해질까요?

스마트폰이 아무리 우리 삶을 크게 바꿨다고 하더라도, 이 새로운 기기가 대체한 건 인간이 아니라 그전의 다른 어떤 제품들이었어요. 스마트폰은 MP3와 PMP, 내비게이션 시장을 잡아 먹었죠. 원래 MP3플레이어 같은 걸 만드는 회사들은 어려워졌고, 그래서 분명 큰 영향을 미쳤지만, 절대적인 노동자 집단에 큰 영향을 미친 건 아니었죠.

그런데 지금은 스마트폰 같이 화려한 기계가 앞에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기술 자체가 무르익으면서 그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기 시작합니다. 스마트폰이 MP3플레이어를 대체하는 것이 가치의 문제를 불러일으키지는 않지만, 기술이 사람을 대체하는 것은 중요한 갈등 문제를 불러오죠.

앞으로는 이런 문제들이 더 많아질 거예요. 건강 정보를 스마트 기기에 담아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도 있겠죠. 가장 민감한 생체 정보의 아카이빙과 의료 기술의 발달은 필히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습니다. 관념적으로, 그리고 머릿속 상상이나 화려한 쇼에서만 선보였던 자율주행, 인공지능 같은 기술이 점점 더 우리 삶으로 들어오겠죠?이러한 기술이 삶에 깊숙히 들어온다는건 그만큼 논쟁이 첨예해질 것을 예고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오는 미래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당장 모든 기술의 발전을 법으로 막고, 새로운 사업 대신 기존의 산업을 튼튼히 하는데 집중한다고  쳐도 우리 밖의 변화까지 막을 수는 없죠.  우버나 카풀 같은 서비스가 당장 국내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나라가 망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다만 미래의 한국은 갈라파고스가 될 확률이 클 거고, 발전의 기회를 놓쳐 경쟁 대열에서 뒤처질 수도 있겠죠. 바뀐 세상에 신성장 동력이 없어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이들의 일자리가 없을 수도 있고요. 지금 하는 선택이 나비효과가 되어 나중에 어떤 폭풍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릅니다.

이 글을 왜 썼냐고요? “너는 누구 편이냐”고 묻는 지금과 미래의 문제에 저도 제 나름의 답을 찾아가는 길이라, 독자님들께 혜안을 묻고 싶어서요. 여러분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남혜현 기자> smilla@byline.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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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1. 카풀을 예로 들면 일의 순서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카풀을 허용한다면 택시 업계를 설득해야 하는것이고, 택시 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반대하는 국민들을 설득해야겠지요. 하지만, 그 어느것도 되지 않고 있습니다. 정부는 결국 택시 업계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방향을 잡은것 같은데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좀 늦게 가고 불편한게 있더라도 일단 택시 기사분들의 생업을 지켜주는 결정을 하는게 어떻겠습니까 국민 여러분.이라고 설득하는 과정을 거치고 나서 뭐를 하더라도 해야지요. 카풀 문제가 그냥 단순히 카풀VS택시 문제가 아닌데 마치 그런것처럼 치부하고, 중요한 한 축인 손님들의 의견은 그냥 뭉게버리는건 옳은 과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선택이 잘못 되었다는게 아니라 과정이 잘못되었습니다. 과정이 잘못되면 결과도 잘못 될수 밖에 없지요.

    1. 앗 동월님이시다! 넵, 말씀에 동감합니다. 그런 설득의 과정이 있었다면 지금같은 극단적 갈등은 덜했겠지요. 설득이 조금 어려울것 같긴 하지만요 ㅎㅎ

  2. 제가 현재 몸담고 있는 곳이 아직은 기술의 발전에 따라 갑자기 경쟁이 심해지거나 사라질 위험이 높은 산업군이 아니라서 이런 이야기를 쉽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난 시대흐름을 돌아보더라도 기술의 발전에 따라 사라진 직업이 너무나 많습니다. 그리고 기술발전에 따라서 새로운 직업군도 나타나고 있구요. 시대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사라지는 직업군과 새로 생기는 직업군이 있습니다. 이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사라지는 직군에 있는 사람들이 힘들겠지만 기술 발전에 따라 많은 사람들의 삶은 더 좋아지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하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전지구적으로 꼭 지켜야하는 자연환경과 자연보호는 모은 지구인이 힘을 합쳐 챙겨야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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